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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 둘째날, 오늘은 그래도 그걸 먹고야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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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0 12: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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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Divedice
Esssen Report 2012
3. 둘째 날 풍경
박람회 둘째날, 에센 중앙역 역사 안에서 4인의 여학생들이 "강남 스타일"을 열창하며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촬영 및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제가 카메라를 들었을 때는 이미 저 멀리 가버리고 없었습니다. 항상 총잡이의 홀스터처럼 준비하지 않으면 놓치는 장면이 종종 있어요.
박람회 둘째날, 아침에 호텔로비에는 투숙객들의 게임 삼매경이 벌어집니다. 이 게임은 마야인들의 달력을 소재로 한 게임인데 투출킨? 제목을 어케 읽는지 모르겠어요. 내일은 저거 제작사 체코 게임즈 에디션과 미팅도 있는데 이를 어쩌죠 ㅜㅠ. 게임은 요즘 모두가 좋아하지만 저는 조금 덜 좋아하게 된 일꾼 배치해서 자원 관련 행동을 하고 그 자원을 점수로 바꾸는 그런 타입의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놀라운 점은 저 아귀가 딱딱 맞는 톱니바퀴에 있어요. 그 위의 원기둥이 일꾼이고, 저 톱니바퀴가 돌아가면 각 일꾼은 다음 액션칸으로 옮겨집니다. 톱니바퀴 돌리다가 일꾼말이 쓰러진다거나 하는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해 저 톱니바퀴에는 일꾼말을 끼우는 음각으로 파인 부분이 있습니다. 저런 예사롭지 않은 내용물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님들은 존경받을 가치가 있어요. 게임 배우고 있는 모습을 유심히 본 바 왼쪽 여자분은 전혀 감을 못잡고 있었습니다. 액션 칸의 숫자와 각 칸의 기능 숙지, 톱니바퀴 돌아가면 바뀌는 액션 칸의 흐름 등 초보자님들에게 쉬운 게임은 절대로 아닌 듯 해요. 가르쳐주고 이기기 신공은 국내 몇몇 유저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맥도날드에 들러 아침을 먹습니다. 여기 맥도날드는 아침에는 맥모닝 관련 메뉴만을 팔더군요. 그리고 빨대가 개별 포장된다는 것도 조금 특이점. 우리나라도 그랬었나요? 어젯밤 딕싯 프로모 카드 1장의 처리라든가 박람회 일정 중 일행을 잃어버렸을 때는 어디 가서 기다리고 있자는 약속이나, 낮에 핫도그 같은거 사먹을 때 꼭 영수증 받아라. 뭐 그런 얘기들이에요. 영수증에 해당하는 독일어 단어는 "귀뚱"이더군요. 얘들아 내 말 귀뚱으로도 안듣고 돌아다니면 나중에 밥먹은 거 다 니돈으로 계산된다. 뭐 이런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자 주변이 싸늘하게 얼어붙기 시작했습니다. 체감기온은 영상 10도 정도. 의외로 쌀쌀하지 않네요. 해피밀 장난감은 마다가스카르3 관련 제품들이어서 이 동네에서는 이 영화 개봉한지 얼마 안된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그렇잖아도 여기 오는 비행기에서 기내 영화로 제공됐던 작품이기도 한데 저는 좀 미묘했습니다. 동물원 출신 동물들이 자유를 버리고 동물원에 돌아가고 싶어서 난리라는 게 좀 맘에 안들었어요. 물론 그렇게 끝나지는 않습니다.
행사 한시간 전이지만 지하철이 제법 미어 터지려고 합니다. 물론 서울의 명물인 출근길 만원 지하철보다는 못해요. 게다가 이 지역 지하철은 열차 량수가 좀 작기도 합니다. 프랑크푸르트, 뮌헨, 베를린 등의 지하철은 서울과 맞먹을 수도 있겠지만 에센 지하철과 서울 지하철의 만원도 대결에서는 일단 서울 승.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걸까요.) 올해는 저희 회사의 에센 박람회 메인 담당자님이 호텔 예약을 본 박람회장에서 지하철 4정거장 쯤 떨어진 곳에 해서 아침 시간이 조금 더 쾌적하고 체력 안배에도 도움이 되는 듯 합니다. 하루 수면 시간이 5시간을 넘은 날이 없을 만큼 업무 비중이 점점 높아져서 사진 찍고, 게임 살펴보고 하는 데에 쏟는 시간이 적어요. 그 보다는 미팅으로 만나는 업체 관계자에게 오늘 이쪽 홀에서 핫한 게임은 뭔가요? 라든가 한 바퀴 돌아보고 오셨을 때 가장 마음에 드는 게임이 있다면 뭐가 있나요? 같은 질문을 하게 됩니다. 물론 그 질문은 우문인 것이 그 대답은 한결같이 "내 게임이지" 이기 마련입니다.
박람회 둘째 날 아침, 렉시오의 작가 토마스 J 히쿠온 님이 등장합니다. 아직 제품 생산은 안 들어갔지만 60개 정도만 먼저 뽑아서 부랴부랴 들고 오셨데요. 일단 저희 부스에 진열 공간 꼽싸리를 허용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파라오 코드 판매량에 비해 렉시오 판매량이 너무 좋아서 뭔가 압력을 행사하고 싶어지는군요. 게다가 베일에 쌓인 작가 토마스 J 히쿠온 님은 초상권을 주장하며 "나 초상권 싸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찍지 말라는 말보다 더 무섭군요.) 암튼 여러분의 환상을 깨지 않기 위해 히쿠온 작가의 사진은 생략합니다.
아래 분들은 이번 박람회에 같이 온 저희 신입들입니다.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고 뛰어난 님들이라 이님들까지 신경쓰며 일해야 하는 부담이 적어서 나름 만족하고 있습니다.
기가믹스의 제품 컬러팝, 이 님들의 올해 가을 신작은 아니지만 최근 제품 중 큰 성공을 한 작품이라며 좀 많이 사가라고 합니다. 얼핏 볼 때는 큰 재미 없어 보였는데 시연 참가자들은 꽤 즐거워 보이더군요. 자꾸 보니 포장재로 쓰이며 저는 유식한 척 하기 위해 "에어 버블 바이닐 시트"라고 부르는 이른바 뾱뾱이를 일삼아 터뜨리던 고런 느낌으로 나름 중독성이 있습니다.
스타트렉 카탄에 마다가스카르 카탄 주니어까지 카탄 프랜차이즈는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카탄 관련 비디오 게임들에 소개되는 캐릭터들이 있는데 그들이 등장하는 미니 카드 확장판을 팔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언어 의존도가 매우 크고 독일어판 밖에 없어서 눈물을 머금었어요. 또 이 님들 부스에는 레전드 오브 안도르라는 판타지 게임이 있는데 이거 이번에 반응 꽤 좋습니다. 영문판은 판타지 플라이트가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국내 유저들에게 잘 알려진 유명한 원작을 업은 것이 아니고 라이너 크니치아 반지의 제왕 협력 게임 수준으로 추상적인 묘사가 많은데 국내에서는 어떨까요?
업계에서 게임은 잘 만드는 데 장사는 잘 못하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있는 이거트 슈필, 올해는 중국을 배경으로 한 친과 일본을 배경으로 한 예도를 선보입니다. 친은 지형 타일 연결하면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탑을 게임판으로 최대한 옮기는 게임으로 조금 추상적인 게임입니다. 작가는 무려 라이너 크니치아. 옛날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같은 게임들의 줄기를 잇는 작품이 되면 좋겠습니다. 가격이 저렴하고 쉽게 배울 수 있는 게임을 표방했습니다. 또 이 게임은 이미 아이패드 앱이 나왔더군요. 돌아가면 저도 구매할 예정입니다.
예도는 조금 플레이 타임이 길긴 한데 게이샤 나오고, 닌자 나오고, 표창 던지고 하는 그들의 테마를 잘 살려냈습니다. 나루토에 보면 하급닌자들이 주로 하는 D 등급 임무부터, 고액이고 위험한 A 등급 임무까지 임무가 단계로 나눠져 있는데 여기도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이쪽의 최상급 임무는 "쇼군 암살" 뭐 이런 게 있습니다. 쇼군 암살을 하려면 건물도 지어야 하고 각 플레이어의 말 배치가 특정한 상태여야 하고 게이샤도 필요하고, 각 재료들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재밌군요. 플레이 시간이 아그리콜라 정도 또는 그보다 30분쯤 긴 듯 한 것이 마음에 걸리나 아주 괜찮은 작품입니다.
동아시아 3국이 요즘 영토 분쟁으로 사이가 안좋고 3국이 서로 꽤 으르렁대는 타이밍에 중국과 일본 소재의 보드게임을 하나씩 내는 상황이 좀 미묘합니다.
페가수스는 마니아 성향의 작품으로 유명한 회사입니다. 독일의 먼치킨같은 게임의 판매자이기도 하죠. 그런데 그 님들 게임들 중 저는 저거 2개가 가장 감명 깊었어요. 하나는 음악가들을 사모으는 게임인데 이거 게임 시스템 독특하면서 수요와 공급 균형과 구매 타이밍의 중요성이 잘 들어간 절묘한 게임이네요. 작가는 처음 보는 사람인데 라이너 크니치아의 플레이 테스터로 오랜 활동을 했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사진으로는 텍스트 문구가 안보일 수 있지만, 노래하는 당근은 머라이어 캐롯, 소리지르는 참치는 티나 튜나, 느끼한 새우는 엘비스 킹 프로운 등 어디서 많이 본 이름이 있습니다. 프레디 브로콜리도 있고.
그 아래 게임은 오리에 대한 일러스트레이터의 집념이 느껴지는 메모리 게임. 모나리자, 스핑크스,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등 다양한 작품이 모두 오리화 된 괴악한 일러스트가 인상적입니다. 제 동료 중 싸이월드 보드게임 동호회를 시작했던 회색오리님이 있는데 그님 해외에서 쓰는 외국식 이름도 Donald를 쓰죠. 최소한 그님 선물로 이거 하나는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페가수스 부스 구석 비즈니스 룸 안내하는 여자분은 다크 쉐도우 영화에 등장했던 에바 페론님을 연상시키네요. 안 찍을 수 없었습니다.
매직 더 개더링의 작가 리차드 가필드가 만든 주사위 게임으로 화제를 모았던 킹 오브 도쿄 확장판이 나옵니다. 프로모 카드 증정도 많이 하고 그 중 가필드의 선물이라는 프로모 카드는 텍스트 박스가 백지인 것이 특징인데 이벤트 시간에 부스에 오면 리차드 가필드가 백지 부분에 텍스트를 써주는 정말 기가 막힌 이벤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미팅 하나 끝나면 빨리 구매해서 이벤트 참여해야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와보니 이벤트 종료 ㅜㅠ 눈물을 흘립니다.
그래서 저는 분노합니다.
아 정류장의 H 표지, 저거 리니에 1 같은 게임에서 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분노 표출을 위해 어딘가로 갑니다.
분노를 삭히고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소화 잘되는 고기를 먹어치웁니다. 오늘은 이만, 내일은 어쩌면 한국 유저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유저들이 모두 반길 엄청난 일을 저희가 하게될 듯한 예감이 듭니다. 떡밥은 이 정도로 하고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관련 보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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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 오리 그림 게임은 뭘까요? 그림이 확 끌리는데.
밑에 깔린 설명서에는, 모던 아트에 기초를 두고, 유명한 라이너 크니찌아 (만듦?)... -
밥알이 흩날리는군요.^^ 그래도 맛있어 보이는 고기!!
재밌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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