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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가이오트 생애 최고의 승부, 그 게임은 놀랍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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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3 15: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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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Divedice
[뜬금특집] 생애 최고의 승부, 윷놀이 편
안녕하세요. 휴 가이오트입니다.
저는 1995년 11월부터 1998년 1월까지 26개월간 군복무를 했으며, 대구에서 전투경찰순경 복무를 했습니다. 저는 북부 경찰서 5분 대기부대에 발령을 받았습니다. 이 부대는 언제나 5분 대기상태로 있으면서 경찰서 관내에 간첩 사건이나 긴급 출동 상황이 일어나면 출동 트럭을 타고 나가 임무를 수행하는 뭐 그런 일을 합니다. 영화 보면 은행강도나 인질극 같은 장면에서 총들고 트럭타고 나가서 주변에서 서성대는 사람들 나오는데 바로 그 역할입니다.
그런데 관내에 무장 공비가 출현하거나 하는 일이 흔히 있는 일은 아니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하고 놀 수도 없는 거고요. 그래서 그들도 평상시 업무가 있는데 그 업무란 경찰서 정문 우산 아래에 서서 민원인 안내와 차량 통제를 하는 뭐 그런 업무였습니다.
예 맞습니다. 육군 위병소 근무와 비교한다면 소위 말하는 땡보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가 시간도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는데, 지금이야 군 부대에 보드게임이 보급되고 플스도 보급되고 한다지만 그때는 장기와 바둑 외에는 놀이기구가 없었습니다. 두 명 밖에 못 노는 장기와 바둑으로 그 많은 사람들이 같이 놀 수는 없죠. 그것도 장기판 바둑판을 따로 주는 게 아니고 한 면은 장기판에 한 면은 바둑판인 물건이 제공되었습니다. 또 장기와 바둑은 기본 소양이 없는 사람이 재미있게 놀기 어려운 놀이란 것쯤은 여러분도 잘 아시죠?
그래서 전투경찰사회의 어떤 고참은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발굴하여 널리 퍼지게 되었고 대를 이으며 인기를 얻었는데 그 게임이 바로 윷놀이였습니다. 윷은 검정 바둑돌 4개에 수정액으로 표시를 해서 만들었고 3개에는 X표시, 나머지 1개에는 빽도 표시를 하는 치밀함까지 갖추었습니다. 지방에 따라 흰색 바둑돌에 네임펜으로 표시하는 지방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암튼 덕분에 평생 할 윷놀이의 대부분을 저는 군복무 시절에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바로 그 군대 윷놀이에서 겪은 명승부 기록입니다.
그날도 저는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전날 밤 근무 뒤 돌아와 취침 중이었습니다. 놀이보다는 수면이 더 필요할 때였죠. 하지만 생활실(육군에서 말하는 내부반이란 말과 거의 같은 말입니다.) 왕고(가장 높은 사람을 뜻합니다.)인 아무개 수경(병장에 해당하는 전투경찰순경의 계급입니다.)이 주변 사람들과 놀자고 하는데 사람들이 슬슬 회피하고 있었습니다.
아무개 수경은 기분이 많이 상했고 결국 한따까리의 폭풍이 몰아치며 근무자 외 전원이 참가하는 1인당 만원빵 윷놀이 도박판이 펼쳐지고 말았습니다. 저도 자다가 맞고 일어나 윷놀이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괘씸죄로 아무개 수경 팀의 상대팀이 되었습니다.
게임 내내 아무개 수경 팀이 안정적인 플레이를 구사하다가 저희 팀이 운이 좋아서 말을 잡아서 상황을 뒤집는 조금 희한한 양상의 판세가 계속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무개 수경은 굽이굽이 반칙을 쓰고 무르겠다고 떼쓰며 계속 유리한 상황을 지켜냈고, 이러기를 수 차례 마침내 이제 더 이상 잘못 되도 반칙 안하고 승패에 승복하겠다는 서약을 받아냈습니다.
그러나 판세는 이미 틀렸습니다. 아무개 수경 팀은 3개의 말이 골인하고 나머지 1개의 말만 남은 상황 “개” 이상만 나오면 이 말이 골인하면서 승리가 확정되고, “도”가 나오더라도 저희 팀의 말을 잡아 한번 더 할 수 있는 상황, 심지어 “빽도”가 나와도 저희 팀 말을 잡을 수 있는 터무니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폭정과 진상짓으로 점철된 아무개 수경의 그 동안 생활을 보여주는 윷놀이 한 판이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아무개 수경이 윷을 던질 차례, 휴식 시간 날려먹고 맞기까지 하며 고참의 즐거움을 위한 희생양이 되어야 했던 저는 마지막 가능성을 빌었습니다.
가능성이 없다고요?
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아무개 수경이 던지는 바둑알 윷을 노려보며 염원을 날렸습니다.
잠시 뒤 또르르 소리가 나며 윷 바둑알이 구르더니만 바닥 모포 밖으로 떨어졌습니다.
이 상황을 “낙”이라 부른다는 것은 잘 아시죠?
예 그렇습니다. 아무개 수경은 아무 것도 못하고 차례를 넘기는 낙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저희 팀 차례가 되었습니다.
저는 도로 가볍게 아무개 수경팀 말 하나를 잡아버리고 아무개 수경으로부터 GG를 받아냈습니다. 윷을 던지며 실실 쪼갰다는 이유로 아무개 수경 제대 때까지 두고두고 갈굼당했지만 말이죠.
지금도 그 때의 윷놀이 명승부를 종종 회상하곤 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했던 윷놀이 한판의 주인공이 되었던 인연 때문에 지금 보드게임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죠.
안녕하세요. 휴 가이오트입니다.
저는 1995년 11월부터 1998년 1월까지 26개월간 군복무를 했으며, 대구에서 전투경찰순경 복무를 했습니다. 저는 북부 경찰서 5분 대기부대에 발령을 받았습니다. 이 부대는 언제나 5분 대기상태로 있으면서 경찰서 관내에 간첩 사건이나 긴급 출동 상황이 일어나면 출동 트럭을 타고 나가 임무를 수행하는 뭐 그런 일을 합니다. 영화 보면 은행강도나 인질극 같은 장면에서 총들고 트럭타고 나가서 주변에서 서성대는 사람들 나오는데 바로 그 역할입니다.
그런데 관내에 무장 공비가 출현하거나 하는 일이 흔히 있는 일은 아니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하고 놀 수도 없는 거고요. 그래서 그들도 평상시 업무가 있는데 그 업무란 경찰서 정문 우산 아래에 서서 민원인 안내와 차량 통제를 하는 뭐 그런 업무였습니다.
예 맞습니다. 육군 위병소 근무와 비교한다면 소위 말하는 땡보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가 시간도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는데, 지금이야 군 부대에 보드게임이 보급되고 플스도 보급되고 한다지만 그때는 장기와 바둑 외에는 놀이기구가 없었습니다. 두 명 밖에 못 노는 장기와 바둑으로 그 많은 사람들이 같이 놀 수는 없죠. 그것도 장기판 바둑판을 따로 주는 게 아니고 한 면은 장기판에 한 면은 바둑판인 물건이 제공되었습니다. 또 장기와 바둑은 기본 소양이 없는 사람이 재미있게 놀기 어려운 놀이란 것쯤은 여러분도 잘 아시죠?
그래서 전투경찰사회의 어떤 고참은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발굴하여 널리 퍼지게 되었고 대를 이으며 인기를 얻었는데 그 게임이 바로 윷놀이였습니다. 윷은 검정 바둑돌 4개에 수정액으로 표시를 해서 만들었고 3개에는 X표시, 나머지 1개에는 빽도 표시를 하는 치밀함까지 갖추었습니다. 지방에 따라 흰색 바둑돌에 네임펜으로 표시하는 지방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암튼 덕분에 평생 할 윷놀이의 대부분을 저는 군복무 시절에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바로 그 군대 윷놀이에서 겪은 명승부 기록입니다.
그날도 저는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전날 밤 근무 뒤 돌아와 취침 중이었습니다. 놀이보다는 수면이 더 필요할 때였죠. 하지만 생활실(육군에서 말하는 내부반이란 말과 거의 같은 말입니다.) 왕고(가장 높은 사람을 뜻합니다.)인 아무개 수경(병장에 해당하는 전투경찰순경의 계급입니다.)이 주변 사람들과 놀자고 하는데 사람들이 슬슬 회피하고 있었습니다.
아무개 수경은 기분이 많이 상했고 결국 한따까리의 폭풍이 몰아치며 근무자 외 전원이 참가하는 1인당 만원빵 윷놀이 도박판이 펼쳐지고 말았습니다. 저도 자다가 맞고 일어나 윷놀이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괘씸죄로 아무개 수경 팀의 상대팀이 되었습니다.
게임 내내 아무개 수경 팀이 안정적인 플레이를 구사하다가 저희 팀이 운이 좋아서 말을 잡아서 상황을 뒤집는 조금 희한한 양상의 판세가 계속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무개 수경은 굽이굽이 반칙을 쓰고 무르겠다고 떼쓰며 계속 유리한 상황을 지켜냈고, 이러기를 수 차례 마침내 이제 더 이상 잘못 되도 반칙 안하고 승패에 승복하겠다는 서약을 받아냈습니다.
그러나 판세는 이미 틀렸습니다. 아무개 수경 팀은 3개의 말이 골인하고 나머지 1개의 말만 남은 상황 “개” 이상만 나오면 이 말이 골인하면서 승리가 확정되고, “도”가 나오더라도 저희 팀의 말을 잡아 한번 더 할 수 있는 상황, 심지어 “빽도”가 나와도 저희 팀 말을 잡을 수 있는 터무니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폭정과 진상짓으로 점철된 아무개 수경의 그 동안 생활을 보여주는 윷놀이 한 판이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아무개 수경이 윷을 던질 차례, 휴식 시간 날려먹고 맞기까지 하며 고참의 즐거움을 위한 희생양이 되어야 했던 저는 마지막 가능성을 빌었습니다.
가능성이 없다고요?
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아무개 수경이 던지는 바둑알 윷을 노려보며 염원을 날렸습니다.
잠시 뒤 또르르 소리가 나며 윷 바둑알이 구르더니만 바닥 모포 밖으로 떨어졌습니다.
이 상황을 “낙”이라 부른다는 것은 잘 아시죠?
예 그렇습니다. 아무개 수경은 아무 것도 못하고 차례를 넘기는 낙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저희 팀 차례가 되었습니다.
저는 도로 가볍게 아무개 수경팀 말 하나를 잡아버리고 아무개 수경으로부터 GG를 받아냈습니다. 윷을 던지며 실실 쪼갰다는 이유로 아무개 수경 제대 때까지 두고두고 갈굼당했지만 말이죠.
지금도 그 때의 윷놀이 명승부를 종종 회상하곤 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했던 윷놀이 한판의 주인공이 되었던 인연 때문에 지금 보드게임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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