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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GM언테임드의 테리노스 (디센트) 여행기 1편
  • 2021-11-16 19: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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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본5본

GM언테임드의 테리노스(디센트) 여행기 1편

 

1. 모험의 시작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요? 일요일 1시에 같이 디센트: 암흑의 전설을 하기로 해놓고, 아무도 그 게임을 준비하지 않았다니 말입니다.

당연히 게임이 준비되었을 줄 알고 제 디센트(밀봉)는 가져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일요일 아침, 빅박의 미스터 빈도 게임 준비 안 했다는데?”라는 때아닌 문자에 저는 그만 디센트(개방 완료)를 열어 조립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돕는 이 없는 고독한 구성물 조립의 세계를 약 1시간 반쯤 헤매고 나니 멋들어진 3D 구성물이 완성되었습니다. 상자에 구성물을 조심스럽게 넣고 나니 때는 이미 1230, 여유로운 식사를 할 시간은 없었습니다.

테리노스의 어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2. 진짜 모험의 시작

회사에 도착한 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테리노스의 어둠을 헤치고 세상을 구원할 2명의 사나이미스터 빈, 빅박-였습니다. 우리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잡고 디센트 상자를 열어 구성품을 배치했죠.

미스터 빈이 게임 규칙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미스터 빈: “행동은 한 차례에 운신 1번, 행동 2번까지 할 수 있고, 누구는 뭘 하고, 누구는 뭘 할 수 있는데, 공격하면 뭐가 어떻게 되고…"

미스터 빈의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 우리는 미니어처를 자세히 살폈습니다. 미니어처를 보면서 빅박이 탄성을 질렀죠.

이거 조형, 진짜 끝내준다!”

저는 솔직히 빅박이 미니어처를 어서 책상에 내려놓아 주기를 바랬습니다. 그의 투박한 손에 부서진 미니어처가 이미 시체의 강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디센트: 암흑의 전설의 미니어처 조형은 실제로 탄성을 지를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주인공 미니어처는 모두 훌륭했거든요.

게임 내 캐릭터는 6개가 준비되어 있는데, 처음에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는 4개뿐이었습니다.

우리는 각각 베어릭스(용인-미스터 빈) / 브린(기사-빅박) / 사이러스(마법사-언테임드)를 골라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용맹하게 싸우는 천재 마법사, 사이러스(언테임드)]


게임은 시작하자마자 불침번 순서를 고르게 되어 있는데, 저는 막내라는 이유로 불합리하게 불침번을 서게 되었습니다. 어둠이 짙게 깔리고, 의지할 것은 불사조 인드리스 뿐숲 사이로 불어 닥친 스산한 바람은 금세 이빨을 드러낸 늑대로 변해 제게 달려들었습니다. 동료들은 사진과 같이 후방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는데, 우리 3명의 매우 돈독한 관계를 생각하면 이상한 장면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씀드립니다.

 

[비겁하게 상처 입은 사이러스를 버리고 막타 욕심에 앞으로 뛰어나간 베어릭스(미스터 빈)와 브린(빅박)]


전투는 정말 치열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치열했냐고 묻는다면 막타를 치는게 전혀 아무 의미도 없는 상황에서 서로 막타를 치고 싶어 눈에 불을 켜고 눈치를 보았다는 의미에서 치열한 것이긴 합니다만, 훌륭한 전투 시스템이 없었다면 사실 꽤 느슨한 장면이었습니다. (늑대 한 마리 vs 인간 마법사, 기사 + 용인) 이 게임은 어플리케이션과 함께 진행하는 보드게임인데 전투 과정의 대부분은 어플리케이션이 대신 진행해줍니다. 어플리케이션과 함께 진행하는 전투는 FFG가 창설 이래 쌓아온 RPG형 전투 시스템의 정수를 하나의 보석처럼 만든 것이라, 게임을 하는 내내 엄청난 몰입도를 보장했습니다. 적의 약점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형지물, 준비 행동, 쇄도 능력을 통해 상황에 맞는 적절한 전투 방식을 찾도록 만드는 이 전투 시스템 덕분에 디센트: 암흑의 전설은 그동안 즐겼던 어떤 게임보다도 전투가 재미있었습니다. 절대 늑대 / 광신도 / 도적을 상대로 화력을 퍼부으며 집단 린치를 가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장장 2시간째 이어진 사투 끝에 펼쳐진 장대한 3D ]


장대한 여정 끝에 우리는 테리노스를 위협하는 적 중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혈대모네크룰이었죠. 우리는 그녀가 세계에 악마를 강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모두 무기를 치켜 들고 그녀를 둘러쌌습니다.

 

[사악한 혈대모 주위를 빙 둘러 정의를 구현하는 중(할머니 아님).]

 

혈대모의 능력은 강력했습니다. 그녀의 엄청난 체력과 공격력은 우리 파티의 결속을 부숴버리기에 충분했죠. 기어코 빅박(브린)이 상처를 입고 쓰러지고, 미스터 빈(베어릭스)이 간신히 체력을 회복해 시간만 끄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저는 바로 불사조인 인드리스와 결속을 다지며 모았던 마법의 힘을 단숨에 쏘아냈습니다. 인드리스는 곧장 날아가 네크룰의 가슴 한복판에 시커먼 구멍을 냈고, 날아간 자리엔 온통 커다란 화염의 벽이 일렁거렸습니다.

기사 주제에 맨 처음에 어디 발 한 번 헛디뎌 바닥에 구른 뒤로 파티의 최후미에서 나 다쳐서 못 싸워라는 말만 반복한 빅박과, 치료 마법은 오로지 본인에게만 사용하면서 사제라는 직책을 자처한 미스터 빈을 데리고 진행한 게임의 120분의 모든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테리노스의 그림자에 숨어든 악도 더 날뛸 수 없었습니다.

 

[조금만 지체했으면, 적들에게 포위당해 전멸 위기였던 우리 파티]


여기까지 즐기고 나니, 시나리오 2번을 앉은 자리에서 즉각 플레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렇다 치더라도, 유부남 둘이 일요일 오후를 통째로 보드게임에 사용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죠. 우리는 바로 어플리케이션을 눌러 거점인 프로스트게이트에서 2시나리오로 떠났습니다.

 

2시나리오를 끝내고 저는 모든 여행의 과정을 수기로 남겼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겪은, 테리노스의 어둠을 걷어내는 위대한 여정을 모두 적지는 않겠습니다. 대신 모험을 여러분이 직접 경험하시길 바라며 여행기는 1편으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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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32 HBL
    • 2021-11-16 20:10:3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이거 여행기 맞아여?ㅋㅋㅋㅋㅋ
    여행기를 가장한 저 빅박이랑 미빈땜에 힘드렀어요ㅠㅠㅠ 라는 걸 담고 싶으셨던 것 같은뎈ㅋㅋㅋㅋㅋ
    아 근데 이건 두 분이 잘못하셨네여 왜 그러셨어요!!ㅋㅋㅋ
    • Lv.14 첫눈처럼
    • 2021-11-16 20:48:50

    후기 재밌네요 ㅋㅋㅋㅋㅋㅋ
    • 관리자 [GM]언테임드
    • 2021-11-16 21:42:18

    @HBL / 그래놓고 자기들만 무기 업그레이드하고 제 무기는 그냥 중간에 루팅한 걸로 퉁쳤습니다.
    @첫눈처럼 / 디센트 정도면 사실 어떻게 플레이해도 재미있는 후기가 나올 겁니다. :)
    • Lv.32 HBL
    • 2021-11-16 22:34:31

    @[GM]언테임드 웬만하면 빅박 편 들어드리지만 이건 빅박이 너무하셨네에 다음엔 좀 더 강력히 주장하십쇼!ㅋㅋㅋ
    • Lv.31 윤보우
    • 2021-11-16 23:09:43

    정성 담긴 리뷰를 보고 추천을 눌러드리고 싶었지만 진짜 자게엔 추천이 없네여
    • Lv.53 상후니
    • 2021-11-17 00:21:35

    넓은 테이블..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뭐야 염장글이잖아! 는 잘 읽었습니다ㅎㅎ
    • pizzicatoz
    • 2021-11-19 16:32:59

    아.. 베어릭스는 어느파티에서나 자힐러 느낌으로 흐르나보군요. 우리파티만 그런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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