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루트를 너무 사랑해서 영문판을 매일 끼고 다녔지만 한국어판이 나온 다음에야 영업에 성공한 2사분입니다.

루트는 긱 순위에 빛나는 게임이지만, 모든 이가 공감하는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규칙 설명이 어렵다는 것이죠. 각 세력마다 전부 다른 규칙을 모든 플레이어들이 숙지해야 하다보니, 설명을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부담스러워서 도전 자체를 접는 일이 허다합니다. 그런 고로, 루트를 여러 번 설명한(+영업한) 경험이 있는 제가 성공적인 루트 모임을 위한 나름의 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0. 사전 영업을 합니다! 예쁜 그림과 치열한 테마를 가진, 비대칭 워게임이자 배신과 술수가 난무하는 협잡게임이라는 것을 바탕으로 소개를 합니다. 호응을 하는 사람들 위주로 모임을 꾸립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루트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게임입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루트의 아트와 테마만 보고도 도전 의지를 가집니다. 그런 사람들을 찾아봅시다. 다들 규칙 영상이라도 미리 찾아보고 오면 참 좋겠지만...과한 기대는 금물이죠 ㅋ 관심을 가져준 것만으로도 규칙을 설명하기 훨씬 용이할 겁니다.

1. 일단 테마를 바탕으로 이번 게임에 포함된 각 세력을 소개합니다. (후술할 연습 게임도 있고 하니 첫 게임에서는 기본 4세력을 추천합니다. ) 현재 숲의 지배자이자 숲에 대한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해 강력한 시설기반을 갖추려고 하는 후작, 숲을 수복하려는 몰락한 왕조로서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지만 비효율적인 전통에 얽메여 있는 이어리(, 혁명과 해방을 꿈꾸며 숲의 주민들 사이에 스며들어서 요충지를 차지하면 절대 놓지 않는 게릴라 세력인 연합, 난세에 홀로 모험을 하면서 세력들 사이에서 이득을 편취하려는 방랑자...등등. 대부분의 세력은 자신의 테마와 맞는 규칙과 플레이스타일을 갖고 있기 때문에, 테마를 이해시키면 규칙을 이해하는 것이 훨씬 쉬워집니다.

2. 이건 규칙을 설명하는 사람부터 새겨둬야 하는 사항인데...루트의 규칙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저 규칙이 길 뿐입니다.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세력판대로만 하면 규칙을 이행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단, 모두가 모든 세력의 규칙을 익히려고 하니 어려운 것 뿐입니다. 일단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규칙 정도만 숙지한 상태로 첫 게임을 진행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어떤 게임이든 해보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3. 각자에게 맞는 세력을 분배합니다. 이때 승률 같은 것은 잊으세요. 첫 게임에서는 누가 이기냐 보다는 게임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니까요. 가장 직관적이고 단순한 후작,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혼란을 피해야 하는 왕조, 있는 듯 없는 듯 스멀스멀 퍼져나가다가 빈틈을 노려야 하는 연합, 혼자서 RPG하듯 아이템을 모으면서 모험을 떠나고 덕분에 규칙이 제일 복잡한 방랑자. 저는 세간에 떠도는 것과 달리, 가장 게임 경험이 적은 사람에게 후작을 주는 편입니다. 한 차례에 행동이 3회로 제한되고, 건물을 많이 지으면 무조건 이득인 플레이 방식 때문에 이해가 가장 쉽기 때문이죠. 거꾸로 방랑자는 잔규칙이 많아서 골치가 아픈 편입니다. 그래서 전 규칙을 설명하는 사람이 방랑자를 하는 것을 권합니다. 1회 플레이에서 설명에 대한 부담이 줄어드니까요. 

4. 게임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연습 게임 책자를 따라가봅니다. 1쇄에서 연습 게임은 팔랑거리는 종이 1장이었는데, 2쇄에서는 친절하게 아예 책자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어떤 게임이든 해보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5. 사실 이 게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공통 규칙입니다. 각자의 개인판에 적혀 있지 않기 때문이죠. 지배나 득점에 대한 규칙은 꾸준히 상기시켜 줘야 합니다. 건물과 토큰을 파괴하면 1점이지만 전사는 쓰러뜨려도 점수를 얻지 않는다는 규칙을 까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이 게임은 30점을 향해 달리는 경주라는 것을 숙지시켜주세요. 아무리 자신의 세력을 막강하게 구축해도 점수가 쌓이지 않으면 소용 없습니다.

이상으로 루트를 영업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짧게 써보았습니다. 루트를 해보시는데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