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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퇴근 전 보드게임 잡담 #7 - 보드게임콘 후기
  • 2023-05-06 22:32:56

  • 4

  • 411

Lv.31 [개굴이]

안녕하세요, 연휴인데 연휴인것 같지가 않은 남자, 개굴입니다.

유부남, 유부녀 플레이어 분들은 잘 아실거에요. 결혼하면 연휴가 연휴가 아닙니다. 챙겨야 하는 가족이 두 배가 되니까요!!

물론 그만큼 챙겨주시는 것도 두 배가 되니 기쁨도 두배, 슬픔은 나눠서 반이 됩니다. 엇? 그 의미심장한 미소들은 뭐죠? 진심 200%라구요.

.....아, 하루만 더 쉬었으면 좋겠다. 엇, 판사님, 이건 저희집 고양이가 쓰고 갔습니다. 아 저희집은 고양이를 안키웠던가요? 그럼 개굴이가 쓰고간걸로 하죠 뭐.

 

오늘은 콘에 다녀왔습니다. 하여, 썰을 좀 풀어볼까 해요 :)

행사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다른 분들이 저보다 더 잘 해주실 것 같으니 저는 그냥 언제나처럼 제 수다를!! 그럼 꼬!

 

 

 

 

0.

교육청에서는 많은 사업을 지원해줍니다. 매년 초가 되면 교육청에서 "이러이러한 주제로 사업을 공모합니다. 응모해주세요" 라는 식으로 공문이 와요.

물론 그냥 막 퍼주는건 아니고, 사업 목적에 맞는 계획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지원받은 사업비는 당초 계획에 맞게 정확히 지출하여야 하며, 연말에는 당연히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여 점검을 받아야 해요.

몇 년 정도 다른 사업이 진행되는걸 보니, 저도 용기가 생겨 올해는 조심스럽게 사업응모를 했는데 감사하게도 통과가 되었습니다 :) 

 

그래서 올해는 크게 두 가지를 학교에서 진행해보려고 하는 중인데요, 그 첫 사업이 "보드게임 박람회"에 "현장체험학습"을 정식으로 승인받아 교육활동으로 참여하는거였어요.

이게 사업계획서를 올려서 통과받는거랑 실제 운영승인의 주체가 달라서 조금 조마조마했는데, 흔쾌히 승인해주셔서 아이들과 함께 보드게임콘에 방문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 근데 이게 막상 가기로 결정이 나니까요, 차량 수배도 해야하고... 계획서부터 시작해서 애들 여행자 보험에, 학부모 동의에 해야 할 것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 중 가장 걱정되는건....

 


▲ 바로 지각.

 

이녀석들 지각 고정멤이 있어서 당일 아침까지 노심초사했는데, 다행히 출발시간까지 모두 도착하여(라곤 하지만 사실 출발 15분 전까지 오라고 했단 말이죠) 무사히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녀석들은 코로나 19로 인해 중3부터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친구들입니다. 수학여행은 커녕 현장체험학습도 제대로 가지 못했던 녀석들이거든요.

비가 오면 좀 어떤가요. 남들 다 쉬는 주말이면 좀 어때요. 보드게임 좋아하는 친구들이고, 친구들끼리 서울에 놀러간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텐션 MAX였어요.

 


▲ 다들 씐나는 마음으로 출바을!!
 

 

 

 

1.

차 안에서 아이들이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가는데, 어찌 제가 고등학교때 하던 얘기에서 큰 발전이 없더라구요(.......ㅋㅋㅋㅋ)

  - 선생님 고등학교때에도 원피스 있었어요? -> 흠... 하늘섬 언저리였을걸? -> 히이익??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강남, 차가 굉장히 많이 밀렸습니다.

  - 와...서울에는 역시 차가 많다 -> 그게 아니라 비와서 많은거 아님? -> 비가 오면 차가 많아지는게 말이 됨? 

지나가다가 롯데타워도 보고요

  - 야씨 옆에 롯데타워!! -> 저거 맑으면 독도에서도 보인다는데? -> 겠냐고!!!

어영부영 세텍 행사장에 도착했더니 벌써 열두시...



▲ 올라가는 하트빗

 

여러분은 안그러신가요? 저는 사실 보드게임할때 밥을 잘 챙겨먹는 편이 아닙니다.

사실 그렇잖아요. 저녁 6시에 밥을 먹고 아침을 안먹으면 18시간정도 공복이잖아요?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사람은 18시간정도는 굶어도 된다는 말 아닌가요?

밥은 사실 이따 먹어도 되는거에요. 하지만 저건요? 지금 들어가서 예약을 걸어야 하고싶은 것을 빠짐없이 할 수 있....

 

까지 머릿속에서 막 폭포처럼 말을 쏟아내고 있는데, 아이들이 하나같이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

 

▲ 그래 가자 이자식들아.

 

사실 오기 전에 뭘 먹어야 할 지 굉장히 고민했단 말이에요. 이렇게 직접 현장체험학습을 계획까지 해서 온건 처음이라서...

사전에 아이들에게 "가면 뭐 먹고 싶어?" 라고 얘기했더니 순식간에 의견을 모으더라고요.



▲ 진짜로 소울푸드 같은건가.

 

저까지 9명이 있었는데 그 어떤 이도 불만을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돈까스랑 제육은 진짜 남자 유전자에 각인이라도 되어있는걸까요 -ㅛ-??

 

조금 놀라웠던건, 저걸 다 먹고나서 나오는길에 아이들이 "선생님 편의점좀 잠깐 들러도 될까요" 라길래 음료수나 사마시려나보다...하고 허락해줬거든요?

나오는길에 보니까 삼각김밥이랑 빵같은걸 하나씩 들고 나오더라고요....-_-?? 그리고 그걸 순삭....한참 먹을때인 녀석들의 식성은 정말 굉장했습니다.



▲ 그리고 입! 장!

 

 

 

 

2.

일단 가장 먼저 나온 반응은 "사람 정말 많네" 였습니다.

저도 놀랐어요. 누가 보드게임을 방구석 취미라고 했던가. 비가 오는 날씨였음에도 모두들 발길 해주셔서 행사장이 진짜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 차마 다 담기지 못할 정도의 인파였습니다.
 

파주슈필때에도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밀도가 더 높아서 그런가 내부의 기운에 압도당한다...는 기분이었어요.

특히 커피러시같은 경우는 저희가 갔을 때 대기순번이 100번이 넘을 정도기도 했고요, 대부분의 주목받는 게임의 경우 이미 예약이 꽉 차있었어요.

게다가 몇몇 할인이벤트의 경우 한 시간즘 전부터 줄을 서서 대기하시기도 하고, 굉장히 열띤 분위기였습니다.

 

아이들도 처음 들어가자마자 벙쪄서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채로 눈만 꿈뻑꿈뻑 뜨고 저만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어렵사리 비어있는 테이블을 찾아서 아이들을 앉히고, 저는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하며 여기저기 인사하고 근황토크 나누고,

아이들 체험 끝나면 다시 다른 테이블 찾아서 앉히고, 각종 부스 돌아다니며 할인품목 체크하고... 정신이 아주 없더라구요.

 

다행히 모든 스태프분들께서 친절하게 아이들에게 붙어서 설명을 해 주셔서 아이들도 온전히 즐겁게 체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중간중간에 오며가며 체크하니 좋은 분위기로 게임을 즐기고 있더라고요. 디스크커버와 숨바꼭질왕국, 미크로마크로에서 아이들의 분위기가 극에 달하는걸 보고 혼자 빵 터졌습니다.

그리고 체험장 퇴장할 때 까지 탈출 모래늪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걸 보며 두번 터졌구요. 

 

친구들아 탈출 모래늪 선생님이 사줄게. 꼭 사줄게. 사비로라도 사줄게 ㅋㅋㅋ

 

 

 

 

3. 대회 시작

시간이 되어서 두 명의 아이들은 포션폭발 일반부 대회로 보냈습니다.

솔직히 두 녀석 다 게임을 곧잘 하는 녀석이에요. 특히 한 녀석은 뭘 해야 하는지부터 어떻게 해야하는지까지의 계획을 짤 줄 아는 녀석이라 기대를 좀 했는데...

 

................결과는 1R 광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 다 테이블에서 2등을 했는데요, 나오고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각자의 테이블에 한 분씩 굉장한 분들이 계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포션을 완성하는 걸 떠나서 자신들의 플레이를 견제하는 동시에 본인의 빌드업을 하시는 플레이를 하셨다고... 깔끔하게 자신들의 실력이 부족함을 인정하더라고요.

아시겠지만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게임 실력이 떨어짐을 인정하는게 그리 쉬운일이 아닌데 저정도로 깔끔하게 인정하는걸 보고 놀랐어요 ㅋㅋ

 

오며가며 계속 대회장을 기웃거리길래 뭐하나 했더니, 본인들을 이기고 올라간 플레이어분들이 상위라운드에 진출하는걸 확인하고 있더라고요. 귀여운 짜식들.

 

물론 아이들의 광속탈락은 안타깝지만, 졸지에 저는 조기 퇴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 마치며

재미있었어요. 저도 그랬고요, 아이들도 그랬고요.

몇년인지 기억도 안나요. 굉장히 오래전에 코엑스에서 열렸던 보드게임 행사를 갔었는데, 그 때엔 뭐가뭔지 하나도 몰라서 우왕좌왕하다가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행사에서도 우왕좌왕하긴 했지만, 재미있게 즐겼던 것 같아요. 정작 저는 스트라이크 한 판 체험해본게 다이지만, 아이들이 재미있게 노는 걸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어요.

아마 제가 대기열을 넣어서 이런 저런 게임을 체험했다면 이만큼 충실하게 즐기고 오지 못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애초에 교육활동으로 간거잖아요 :)? 아이들이 재미있었고, 무엇인가 얻을 수 있었다면 더할나위 없는거죠.

 

돌아오는 길 마무리하며 아이들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오늘 행사랑 관람객 규모를 보면 우리나라 보드게임 시장의 규모가 어느정도로 성장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을거야.

 많은 개인 디자이너분들도 자신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내고 계시고, 여러가지 플랫폼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너희들도 얼마든지 도전해 볼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

 오늘 체험학습에서 무엇인가 하나씩이라도 시야를 넓히고 갔으면 좋겠다"

"네에~"

"이렇게 큰 행사가 일년에 몇 번 정도 있는데, 너희들 데리고 참여할 수 있어서 선생님도 즐거웠어"

 

그리고 한 아이가 이야기했어요.

"엇, 그럼 다음 행사때도 저희 참여할 수 있을까요? 저희 다음번에 가면 더 잘 체험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저 이야기에 웃으면서 끄덕였어요.

 

 

....하지만 남은 예산은 너네들 교내 보드게임 체험행사할때 써야돼.....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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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다소
    • 2023-05-06 22:50:49

    zㅋㅋㅋㅋㅋ오랜만에 봬서 넘 좋았어요. 학생분들을 끌고 열심히 이곳저곳 다니시는 모습이 너무나도 잘 보였습니다ㅋㅋㅋ
    • Lv.31 [개굴이]
    • 2023-05-07 00:18:26

    하....마음같아선 일주일전부터 사전예약해두고 밥도 안먹고 풀로 체험했을텐데 말이에요!!
    담번엔 애들 떼어놓고 올거에요 :P 저도 반가웠습니다 !!
    • Junebug
    • 2023-05-07 00:40:58

    아이들의 광탈덕분에 조기 퇴근하게 되어 기뻐하는 개굴님 ㅎㅎㅎ 
    • Lv.31 [개굴이]
    • 2023-05-07 00:42:12

    And I Also 퇴근조아blush
    • Lv.53 상후니
    • 2023-05-08 12:30:23

    흐뭇해지는 후기네요ㅋㅋㅋ잘 봤습니다!
    돈까스가 먹고싶어지네요(?)
    • Lv.31 [개굴이]
    • 2023-05-08 13:05:02

    아아, 그것은 쏘울푸드입니다(끄덕)
    • Lv.47 채소밭
    • 2023-05-08 13:38:54

    만나뵈어서 넘 반가웠어요 ㅋㅋㅋ 아이들과 있는 모습 멀리서 보면서 오 저 친구들이구나 했더랬죠 ㅋㅋㅋㅋ
    아이들에게도 즐거운 시간이 되었을 것 같아 넘 좋네요! 비오는 날 애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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