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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전 보드게임 잡담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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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1 23:5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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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1 [개굴이]
안녕하세요! 퇴근 전 보드게임 잡담의 남자, 개굴입니다.
어제까지 긴 연휴였습니다. 특히 저희는 학교에 사정이 있어서 금요일도 재량휴업일이었던지라 금-토-일-월 4일을 쉬었네요.
금요일에는 학교 동아리 녀석들하고 체험회 사전 워크숍을 했고, 토요일은 크리에이터데이, 다녀와서 조카가 방문해서 놀아주고 나니, 어느새 월요일
이 날도 모임에 나갔다가는 몸이 버텨나지 못할 것 같아서 어제는 집에서 푸지게 잠이나 잤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푹 잔거같아요.
아,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퇴근하고 싶은건 당연하구요.ㅋㅋㅋ
최근에 짬짬이 게시판에 글을 쓰고는 있는데, 대부분의 글이 어쩌다 보니 여기 후기, 저기 후기 이런 식이네요.
그래서 거의 한 달 만에 잡담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일단 지금은 월요일인데, 항상 그렇듯 업로드 시점은 아마 주중 언젠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ㅋㅋ 그럼 가보자구요 꼬!
1.
며칠 내내 비가 오더니 오늘은 맑게 개었네요. 아침에 출근하면서 문을 열고 나오니 습한 기운과 함께 비 냄새가 가슴 속에 확 차오르더라고요.
비가 내린 뒤 땅에서 나는 흙과 풀내음을 페트리코Petrichor 라고 합니다. 여러 회사에서 같은 이름의 향수를 판매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향이죠.
저는 이 향을 정말 좋아해요. 친구들과 뛰어놀던 놀이터나, 할머니 댁의 앞, 외진데 있었던 수영장 등 어렸을 적을 떠올리게 해주는 향이거든요.
전에 한 번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요, 같은 이름의 보드게임인 Petrichor도 있습니다.
보드게임 페트리코는 카드를 활용해 구름에 자신의 물방울을 밀어넣고, 이를 땅에 비로 내리게 하여 작물을 싹틔우는 게임입니다.
구름이 이동하며 물방울을 저장하고, 어느정도 이상 물방울이 쌓이면 그 아래의 대지로 비를 쏟아내는 메커니즘이 테마와 결착력이 강해 하고나면 여운이 남는 게임이에요.
이렇게 아름다운 아트웍과 컨셉에 비해 게임은 굉장히 치열한 영향력 싸움이 일어납니다.
구름의 이동부터 비를 내리게 하는 것 까지 큰 제한이 없어서 모든 플레이어가 서로서로 훼방을 놓을 수 있는 게임이거든요.
희한하게 자연을 테마로 한 게임은 이렇게 강렬한 게임임 많다는 생각이 드네요-ㅅ-
이제는 비 냄새를 맡으면 어렸을 적의 향수와 함께 이 게임도 함께 떠오릅니다. 생각 난 김에 페트리코 1인플이나 돌려봐야겠어요.
2.
최근에 게임을 방출해야하나 진짜 심각하게 고민중입니다.
게임을 넣을 공간이 없다 >> 책장을 사자 >> 책장을 샀더니 빈 공간이 생겼다 >> 게임을 사자 >> 사다보니 게임을 넣을 공간이 없다
이게 진짜 빠져나올 수 없는 굴레네요 정말... 솔직히 남의 집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요즘은 게임을 사면서도 조금씩 곤란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지난 번 누가 말씀해주셨듯이, 책장을 보면 도무지 할 게임이 없는데 막상 중고로 방출하려 하면 다 할 게임들이라서 문제에요. (아니면 팔아도 안 팔릴 게임이거나요)
분명 지금 책장에 플레이한지 3~4년정도 지난 게임들이 드글드글한데, 이거 팔려고 꺼내면 눈물이 앞을 가린단 말이죠 흑흑.
이젠 책장을 더 넣을 공간도 없습니다. 책장이 아니라 집을 사야 할 지경이에요..... 언젠가 이야기했던가요? 지금 바깥 창고에 게임을 몰래몰래 옮겨넣고 있는데, 다행히 아직은 들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부작 사부작 옮겨담다보니 창고의 랙 2단 가량을 보드게임정도로 채워버렸어요. 이게 들키는 날엔 창고에 보드게임이 아니라 제가 들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것도 꼬깃꼬깃 접혀서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긴 한데, 중고로 판매도 판매지만 크리에이터 활동하면서 협찬받은 물품이라거나 학생들과 돌리려고 구매한 물품같은건 그냥 학교에서 행사상품으로 풀어버릴까..하고 있습니다.
일단 제 책장이 가득 차 있으면 마음은 풍요롭겠지만(물론 지금은 그 반대긴 하지만요) 기약 없는 녀석들 제 손에 쥐고 있느니,
아싸리 그냥 여기저기 풀어버리는게 조금이라도 영업과 저변확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또 막상 상품으로 풀자니 동아리 녀석들이 "쌤 우리는 왜 아무것도 안주고요!!" 라고 할 게 귓가에 선합니다-ㅛ- 킁.
3.
최근에 즐겼던 게임에 대한 짧은 감상입니다. 흠....이렇게 쓰면 리뷰쓸 때 약간 기운이 빠지긴 하지만 일단 [보드게임 잡담]이니까요.
1) 나나
- 간단하게 만화로도 그렸었는데, 정말 좋은 게임입니다. 사이즈가 콤팩트해서 휴대하기에도 부담이 없고, 일반적인 신경쇠약의 2장이 아니라 3장으로 바꾼 대신, 공개를 앞뒤만 할 수 있게 한 장치도 신선했고요. 약간의 단점이 있다면, 2장을 갖고있는 사람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페어 들고있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부분을 들고싶은데, 다른 파티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요. 애초에 사람을 지목했을때 연달아 두번 찍으면 되려나요? 흠흠. 아마 당분간은 제 가방 구석에서 언제든 출격할 수 있는 상태로 지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2) 악마와의 거래
- 최근 가장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게임입니다. 사실 게임 매커니즘 자체는 일반적인 전략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히든 롤 요소를 게임에 녹여내면서 기본적인 거래를 이 토대 위에서 쌓아뒀고, 상대 역할을 추정해서 이득을 챙기는 시스템도 있거든요. 그런데 이게 또 게임을 하다보면 이 규칙이 게임 내에 은은하게 녹아있어요. 이렇게 독특한 시스템은 보통 자기주장이 강해서 게임 전반적으로 영향을 강하게 끼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게임은 딱 적당히 보조요소 정도의 느낌입니다. 몇 번 더 플레이해보고 리뷰 쓰고싶은 게임 1순위인데 과연 가능할런지..
3) 그레이트킹덤
- 사실 깊프 시리즈 정도를 제외한다면 순수한 추상전략게임은 잘 없는 편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워낙에 많은 게임이 발매된 현대 보드게임 시장에서 지금의 추세는 더하는것이지 덜어내는쪽은 잘 없잖아요.. 그러다보니 드라이한 추상전략보다는 추상전략에 적절한 테마를 씌우고 세트컬렉션이나 영향력 메커니즘을 섞는다거나 그런 식이 많은 것 같아요. 크리에이터데이에서 작가님과 짧게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말씀드렸는데, 이 게임은 저러한 요즘의 시류에서 크게 벗어난 게임입니다. 바둑의 규칙에서 두 집을 덜어냈고, 그러면서 그 빈 자리를 다른것들로 채우거나 테마를 입히거나 한 것도 아니거든요? 깊프 시리즈 외에 이렇게까지 드라이한 게임은 정말 간만에 봅니다. 더군다나 추상전략 장르에서 주로 차용하는 6방향 이동이 아니라 4방향 이동인것도 오히려 신선했구요. 보드게임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이 디자인 했기에 나올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이리저리 노이즈가 많기는 하지만, 그 기반이 바둑이니만치 상당히 재미있고 깊은 수싸움의 게임입니다. 다만 규칙에 "기물이 하나라도 따이면 패배"가 있어서 그런가 초보자와 숙련자 사이의 차이가 오히려 크게 다가오는 부분이 조금 있긴 하네요.
4) 셜록파일즈
- 명탐정을 위한 교양(...)세트로서 받은 셜록파일즈. 첫 도전에서 왓슨조차 되지 못한 채로 레스트레이드가 되어서 게임을 마쳤지만,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아이린애들러까지 올라왔습니다. 후후후후후. 그리고 3차 시도는 아내와 같이 했는데, 무려 레스트레이드로 격하되는 사건이 일어났죠-ㅛ-
추리 게임이 다 그렇지만 셜록파일즈 역시 <시나리오를 잘 써야 하는 게임>입니다. 주어진 단서들을 주욱 보고 필요한 단서와 필요하지 않은 단서를 파악해서 걸러내는 능력을 테스트하죠. 저는 항상 1인플을 해서 확신의 "이건 똥정보다" 싶은거 여섯장을 버린카드더미로 밀어넣고, 나머지는 메모를 해 가면서 임시 버린카드 더미로 넣어서 덱을 두 바퀴 돌리면서 검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모든 재료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아내와 2인플을 했더니 필요하다 싶은걸 버린더미로 밀어넣는다거나, 필요없어보이는걸 오픈을 한다거나 해서 서로 탓하는 즐거움(...)이 추가되더라고요.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ㅋㅋ
4.
최근에 라쿠카라차를 구입했는데요, 이걸 학교에서 배송을 받았고, 당시 아이들과 동아리 활동을 진행하고있던터라 이제 막 급하게 뜯었단 말이죠?
간단하게 설명서를 보고 빠르게 조립을 하고 학생들에게 야심차게 내밀었는데, 이게 웬걸...바퀴가 막 벽을 뚫고 다니는거에요.
아, 물론 컴포를 막 때려부수면서 나갔다기보다 뭐랄까요, 컴포 자체가 결착이 단단하게 안되어있어서 바퀴가 막 벽을 들이받다보면 유격이 생겨서 그 사이로 막 나가고 그런식으로요.
일단 그런대로 플레이를 하고, 집에 와서 모임 분들께 라쿠카라차 보유중이신분을 확인하는 등 불량이 아닌가 의심하고있던 차에 박스 구석의 Ravensburger라는 파란 라벨이 눈에 딱 들어왔습니다.
그러고 뭔가 느낌이 딱 왔는데요, '설마 라벤스부르거에서 게임을 이따위로 만들겠어...?'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도 그럴것이 퍼즐이나 그래비트랙스 보면 그렇게 아다리가 딱딱 맞아떨어지는데 말이에요.
암튼 그래서 차근차근 규칙서를 다시 봤는데, 트레이에 부품을 끼워넣고 보드를 올린 뒤 식기를 결착하는 방식이더라고요. 저는 신나서 보드에 위아래로 결착해서 트레이에 끼워넣는 식으로 했거든요-ㅅ-
오늘의 교훈 : 믿음의 라벤스부르거. 설명서를 똑바로 읽읍시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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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월요일이 휴일이어서 그런지 굉장히 빨리 지나간 기분이네요. 그리고 다음주도 화요일날 쉬어서 또 빨리 지나가겠죠 후후 -ㅅ-
내일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고요!! 주말에 재미있게 게임하세요 여러분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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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공간 고민으로...몇개 중고로 올렸으나 팔리지는 않더군요 ㅠㅠ 저도 안하게 되는 것들은 다른 사람도 잘 안하는 것들일테니...이게 참 계륵이 되어버렸네요.
악마와의 거래도 이번 보드게임 콘에서 관심을 가졌었는데...거의 4인 전용 게임이고, 역할을 숨기는 게 크게 의미가 없다고해서 관심이 짜게 식었습니다. 4인까지는 괜찮은데, 비밀 역할이 게임 끝날 때까지 게임을 쫀쫀하게 해주는 중요 요소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그게 좀 아쉽네요.
항상 퇴근 전 잡담 시리즈 잘 보고 있습니다 :-) -
감사합니다.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항상 글 쓸 힘이 나는 것 같아요 :)
악마와의 거래 약간 미묘하죠. 아이덴티티가 존재감이 좀 옅어요. 게임 규칙 익히면서는 "와우 이거 진짜 재미있겠는데" 싶은데, 정작 게임을 해보면 그렇게까지 전면적으로 드러나는건 아니라는 느낌.... 저는 굉장히 재미있게 하고 있긴 한데, 같은 사람하고 여러번 하기 보다는 "숙련된" "다양한 성향의 파티"에서 해야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
페트리코에서 저 구름 아래 있는 거 피자 홀더 아닙니까? ㅋㅋㅋㅋ 마치 번개처럼 보여서 뭔가 엄청 절묘하네요!!
저도 교직에서 아이들 대할 때는 형평성을 제일 신경썼네요. 물론 저는 노력한 만큼, 정성을 다한 데 대한 보상을 정확히 챙겨주는 형평성에 몰입했습니다만... ㅋㅋ -
플레이 가능한만큼늬 피자홀더를 모으는데 몇년이 걸렸습니다 ㅋㅋ
형평성이 제일어렵죠....아직도 어렵습니다 -
안하면서 가지고만 있는 게임들이 넘나 계륵이더라구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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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어스 염두에 두시고 하시는 말씀은 아니시겠죠(흠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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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문제는 항상 같은 마음으로 보게 되네요... ㅎㅎ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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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듬성듬성 어쩌다 들어오다보니 지난 번에 읽었던 브라스 버밍엄 글이 생각나서 찾아보니 개굴이님 글이네요.
오래 전 다다에 자주 들어오던 시절에 글 잘쓰시는 분들이 참 많았던 것 같은데 그 때 기분이 나서 좋았습니다.
저도 같은 이유로 예전 게임들을 팔지 못하고 있어요. 너무 가치가 낮거나 돌려보고 팔고 싶다거나..
그래서 최근에는 구매는 하지 않고 옛날 것도 하나씩 꺼내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
으아아 월요일 아침부터 힘나는 댓글이군요!!
졸필인데도 응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언제나 한 글자라도 더 적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힘내서 글을 쥐어짜내(...)볼게요 :D 좋은 하루 보내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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