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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혐짤없음]리바이브로 보는 포스트휴먼 이야기-3
  • 2024-03-07 19: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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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27 WALLnut
리바이브로 보는 포스트휴먼 이야기
3편: 포스트휴먼사(史)가 대중에게 드러나다, <맨 애프터 맨> (上)

올해상반기안으로GrimReminders소식을내놓으십시오코보게=상
제가 뭐랬습니까, 코보게 추궁은 숨 쉬듯이 할 수 있다고. 공식에서 뭐가 나오기 전까지 저 1줄만큼은 서두에 계속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누군가는 해야죠. 안 그래도 옆동네에서도 그러던데.



아무튼... 드디어 이 시간이 왔군요. 여러분들이 유일하게 궁금하실지도 모르는 이야기, 가이오트=상의 ‘리바이브 이야기’에 잠시 등장했던 그 흉물. <맨 애프터 맨> 이야기 말입니다.

1. 삽화가 친절하고 작가가 맛있따흐앙!! 기열눈갱의 습격이다!! - 작품 특징

<맨 애프터 맨>이 <타임머신>, <최후 인류가 최초 인류에게>와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단연코 삽화와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 제가 프롤로그 댓글에서 “모든 가상생물학은 그 기여도를 감안해도 픽션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해 놓고서 무슨 소설이냐고요? 맨 애프터 맨에서는 인간 개체에 대해 다루는 엽편 소설(단편보다도 짧은 소설)이 군데군데 붙어 있거든요. <올 투모로>에서도 짧막한 묘사에 그치는 것을 생각하면 특이합니다. 거기에 작가 두걸 딕슨의 전작 <인류 시대 이후의 미래 동물 이야기(이하 ‘애프터 맨‘)>와 <신공룡>에서 삽화를 맡았던 필립 후드(Philip Hood)가 이번 작품에서도 삽화를 맡으면서 아주 상세하고 징그러운 그림들이 책에 가득하게 되었지요. 

이러한 엽편 소설과 섬세하다 못해 징그러운 삽화 때문에 이전 작품들과 달리 맨 애프터 맨은 대중에게 알려지게 됩니다. 두걸 딕슨이 전작 <애프터 맨>을 통해 가상생물학을 SF의 하위 소재를 넘어서 하나의 장르로 탈바꿈시킨 인물인 만큼, 이 작품 또한 ’포스트휴먼 가상생물학‘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작품이 됩니다. 앞서 말한 작품들이 크게 언급되지 못하는 이유를 짚어 보자면 이하와 같습니다. 
-<타임머신>은 19세기 작품이다 보니 진화 묘사가 거의 없어서, 다들 고전 SF 소설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대신 오래된 만큼 2차 창작이 적지는 않습니다. 당장 영화만 해도 여러 편 나왔거니와, 허버트 웰스 재단에서 속편 공모전을 벌여서 <타임십>이 공식 속편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니까요. 다만 <타임십>은 평행우주나 시간여행 자체에 집중하는 감이 있어서 지난 편에서 다루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재밌어요. 지적으로 진화한 몰록도 나오고 말이지.
- <최후 인류가 최초 인류에게>도 진화사를 다루기는 했지만 1930년대 발간된 소설인 만큼 그 묘사가 과학적이라고 와닿지는 않습니다. 정확히는 여섯 번째 인류 이후 모든 인류들이 다음 세대의 인류를 ’만든다‘는 이유가 와닿질 않더라고요, 이렇다 할 삽화가 없어 독자 본인의 상상력이나 팬아트에 의존해야 한다는 진입장벽도 있습니다.


그럼 또 줄거리 소개를 해 볼까요? 이것도 지난번 <최후 인류>만큼 길까봐 맨 애프터 맨 소개는 두 편에 나눠 연재해야 할 것 같으니 말입죠.

“정리해보자.(정리하지 못하며)“ 
-후지키도 켄지, <닌자 슬레이어> 3부 <더 드렁큰 앤드 스트레이드>에서

2.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줄거리 소개

지금으로부터 200년 뒤. 23세기인지 24세기인지 모르는 이때. 인류는 아주 망했습니다. 환경 오염, 인구 과잉, 착취 및 불공정한 분배. 그 결과 인류 대다수는 문명(이었던 것)의 폐허 속에서 서로를 줘패고 있었죠. 문명의 혜택이란 걸 아직 누리고 있던 일부 고위층은 글쎄, 엘리트를 선별해서 우주로 보내겠답니다. 화성도 아니고 새로운 별을 찾겠대요. 뭐 여기까지는 흔한 SF에서 봤던 이야기죠. 마치 우주비행사가 우주선에 탔다가 블랙홀에 들어가서 과거 자신을 본다던가, 여기서 백 년쯤 지나면 어느 우주 금발 마마보이가 웬 친한 여자를 엄마라고 우기면서 지구에 소행성 하나를 통째로 떨구겠다고 할 것 같은 이야기 아닙니까? 하지만 이러면 책 제목이 <인간 이후의 인간>이 아니겠죠.

소설 속 인류는 인간을 개조해 수중 중수소 공장과 우주 구조물을 조립시킬 수 있는 인간 종(種)을 만들어 내고야 맙니다. 아니 그 돈과 기술력으로 로봇을 만들지... 아무튼 마지막 ’문명인‘들은 이 고자(정말로 번식이 불가능했니다)들을 갈궈서 성간 우주선 프로젝트를 성공시켰지만, 그렇다고 지구의 문제가 딱히 나아지지는 않았습니다. 인류 문명은 회복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섰던 거죠. 그리하여 그로부터 100년 뒤(현재로부터 300년 후), 그 고위층들은 말 그대로 천금을 쏟아부어서 자신의 몸을 기계에 이식합니다. 교체 이후에도 관리 인력이 필요했지만, 아무튼 이 축?복받은 '하이테크(Hitek)'들은 인간을 그만둠으로써 인간을 초월했습니다.

그리고 하이테크들은 자연을 살펴보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합니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했으니까요. 그동안 어찌저찌 식물 생태계는 회복되어 있었지만 동물 대부분이 멸종하고, 곤충, 무척추동물, 설치류와 새 정도만 근근이 살아 있었습니다. 이야 바다는 어떻게 멀쩡했다냐? 여기서 또다시 인간의 광기가 시작됩니다. 인간을 기반으로 각종 동물에 대응하는 인간을 만드는 것. 덤으로 이 생태계 보완 프로젝트가 끝나는 날, 홀연히 ’아쿠아틱‘이라는 수생 인간이 나타납니다. 분명 아쿠아모프(공업용 수생 인간)한테 번식 기능을 넣어놓지 않았을 텐데 얘는 번식이 가능하다고? 알고 보니 공업용 인간 프로젝트 연구소가 문을 닫는 날에 마지막으로 번식 가능한 인간을 만들었다고 하는군요.

200년 뒤(현재로부터 500년 후). 현대 문명이 몰락하자, 현생 인류는 대부분의 기술을 버리고 기술 발전 이전대로 살아갑니다. 이 덕분에 환경도 차차 인류세의 대재앙 이전으로 복귀되어 갔죠. 하이테크의 생태계 보완 프로젝트 또한 성공을 거두어, 온갖 ’동물 인간‘이 지구를 누빕니다. 뭐 이렇게 창조된 인간들은 ’인류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전부 지능을 일부 거세당해야 했지만요. 

500년 뒤(현재로부터 1000년 후). ’틱(Tik)‘이라는 하이테크의 짝퉁이 나타납니다. 틱의 생명 유지 장치는... 피와 살로 되어 있었죠. 이 살덩이와 온갖 팔다리를 몸에 주렁주렁 매단 미래 힙스터는 하이테크보다 적은 부작용 덕분에 즐겁게 살아갑니다. 

그런데 현재로부터 2000년 후. 지구 자기장이 역전하면서 지성을 지닌 모든 인류는 전부 멸종하고 ’동물 인간‘들만 남습니다. 이후 수백만 년 동안 동물 인간들이 지구를 지배하게 돼죠. 아까 말한 ’아쿠아틱‘이 마침내 뭍 위로 올라오기도 하고, 현생 인류 수준의 지능을 되찾고 초보적인 문명을 이루는 인류가 발달하다가 멸종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현재로부터 500만 년 뒤. 우주로 떠난 현생 인류의 후손이 지구로 귀환합니다. 이들은 검은 갑주를 입었고, 팔다리는 쪼그라들어 있었어요. 이들은 지구에 있던 동물 인간들을 개조한 뒤 텔레파시로 부리고 다니는데... 공업용 인간에 탈것용 인간, 심지어는 식량용 인간까지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몇백 년만에 이들은 자원 채집을 마치고 지구를 떠납니다. 과거 인간과 똑같이, 이들은 지구를 다시금 말끔하게 망쳐 놨습니다. 다른 인간이 전부 멸종할 정도로요. 심해에 서식하던 아쿠아틱의 먼 후손만이 이 별의 유일한 인간으로 남습니다.

下편에서는 비하인드 스토리와 분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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