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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아콜잘 1. 카드의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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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4 11: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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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0 가이오트
안녕하세요. 가이오트입니다.
아그리콜라 게시판이 신설되었습니다.
게시판이 신설된 이상 게시판에 불을 피우는 것은 역시 저의 일이기에...
뭐 방법 없을까 고민 좀 하다가...
보드게임몰에 좋은 내용의 칼럼을
지속적으로 올려주시는 vayu님이 있어서...
수소문 끝에 그분의 허락을 받고
해당 칼럼을 올립니다.
이 글은 첫 번째 글로 카드 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그리콜라에서는 게임 시작 때, 각자 7장의 직업, 7장의 보조설비 카드를 받는다. ‘아그리콜라 잘 하는 법’이 ‘아그리콜라에서 우승하는 법’이라면, 우승하기 위한 제1 요건은 카드를 잘 받는 것이다. 이기고 싶다면 카드가 나누어질 때 신통력 있는 존재에게 기도하라! 만약 받은 카드의 집합이 부실하다면?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당신도 이렇게 말하라.
“빨리 합시다. 빨리 끝내고 다음 판!”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나의 무리가 처음 아그리콜라를 알게 되었을 때 그 중 목소리가 큰 한 사람이 직업과 보조설비 카드를 빼고 하자고 우겨서 더러들 그렇게 했다. 내가 며칠 있다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는바, 카드를 넣고 해야 한다고 진압을 해서 (짐작들 하시겠지만, 내가 그보다 목소리가 크다) 정의를 실현(!)했다. 당연히 카드 포함 게임을 하고 싶어 한 사람들이 많았으므로 그런 걸 보고 사필귀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그리콜라에서 직업과 보조설비 카드를 빼고, 어린이용 룰로 해야 한다는 주장의 요점은 운의 작용을 줄여서 승부다운 승부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일축했다.
공식 용어로 가족 룰, 내 말로 어린이용 룰은 어린이들이 직업과 보조설비의 능률과 조합을 생각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있는 것이다. 작가는 밸런스를 위해 카드를 뺀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내가 아는 우베 로젠베르크는 게임에서 풍부함과 변주를 추구하는 사람이지 원형질로의 회귀를 요구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드게이머라면 마땅히 작가와 작품을 존중해야 한다. 작가는, 카드가 있으면 풍부하지만 어렵고, 없으면 단순하지만 쉽다고 생각했지, 카드가 있으면 운발 게임이고 카드가 없으면 진짜 승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풍부하게 즐기고 싶으면서도 굳이 밸런스가 신경 쓰이면 드래프트 룰을 적용해 카드를 분배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그것도 패가 미리 노출된다는 문제가 있어서 작가의 기획 의도를 손상시키는 방법이라고 보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다인용 게임에서 진짜 승부를 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다인용 게임에서는 누군가 엉뚱한 선택을 했을 때 다른 게이머들에게 예기치 않았던 영향들이 미치는데 그것도 한 판에 수십 번씩 발생하기 일쑤이므로 진짜 승부(?)를 보려야 볼 수가 없다.
勝負라는 게 뭔가? 이기거나 지거나. 나의 이익은 딱 그만큼 상대방의 손해. 즉 1:1만이 진짜 승부다. 그러므로 진짜 승부를 원한다면 1:1 게임을 하는 것이 옳다. 바둑을 모르니 엉뚱한 현대 보드게임을 갖고 진짜 승부 운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대 보드게임이란 건 수십, 수백 회 그 게임을 했던 사람과 오늘 처음 그걸 배운 사람이 어울렸을 때도 그럴듯하게 게임 상황이 성립한다. 즉 그것의 논리 구조는 익히기 쉬운 것이고 소위 승부라는 건 운에 따라야 말이 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보드게임에서의 승부라는 것도 어쩌면 상대방과의 싸움이라기보다는 시스템과의 싸움인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보드게임에서 그것의 룰 시스템 각 요소 간에는 밸런스 문제가 있다. 그 모순을 잘 파악해 빌드를 짜는 것이 대개 승부의 요체다. 나의 ‘잘 하는 법’ 시리즈의 주 내용도 대개 그런 영역에 속하는 얘기이다.
직업과 보조설비 카드는 아그리콜라라는 재미있는 소꿉장난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것들이다. 물론 그것 때문에 운의 요소가 훨씬 많이 작동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어느 정도 실력 차가 있는데 카드 운까지 실력을 따르는 경우에는 게임이 확 기울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카드가 사용되는 것이 게임 밸런스를 조정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하수로서 좋은 카드 받는 운이라도 작동해야 상수를 이겨 볼 것 아닌가? 또, 상수라면 점잖게 사기 카드 안 쓰면 된다. 보드게임이 원래 그렇게 노는 것 아닌가?
아그리콜라 게시판이 신설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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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방법 없을까 고민 좀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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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칼럼을 올립니다.
이 글은 첫 번째 글로 카드 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그리콜라에서는 게임 시작 때, 각자 7장의 직업, 7장의 보조설비 카드를 받는다. ‘아그리콜라 잘 하는 법’이 ‘아그리콜라에서 우승하는 법’이라면, 우승하기 위한 제1 요건은 카드를 잘 받는 것이다. 이기고 싶다면 카드가 나누어질 때 신통력 있는 존재에게 기도하라! 만약 받은 카드의 집합이 부실하다면?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당신도 이렇게 말하라.
“빨리 합시다. 빨리 끝내고 다음 판!”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나의 무리가 처음 아그리콜라를 알게 되었을 때 그 중 목소리가 큰 한 사람이 직업과 보조설비 카드를 빼고 하자고 우겨서 더러들 그렇게 했다. 내가 며칠 있다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는바, 카드를 넣고 해야 한다고 진압을 해서 (짐작들 하시겠지만, 내가 그보다 목소리가 크다) 정의를 실현(!)했다. 당연히 카드 포함 게임을 하고 싶어 한 사람들이 많았으므로 그런 걸 보고 사필귀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그리콜라에서 직업과 보조설비 카드를 빼고, 어린이용 룰로 해야 한다는 주장의 요점은 운의 작용을 줄여서 승부다운 승부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일축했다.
공식 용어로 가족 룰, 내 말로 어린이용 룰은 어린이들이 직업과 보조설비의 능률과 조합을 생각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있는 것이다. 작가는 밸런스를 위해 카드를 뺀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내가 아는 우베 로젠베르크는 게임에서 풍부함과 변주를 추구하는 사람이지 원형질로의 회귀를 요구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드게이머라면 마땅히 작가와 작품을 존중해야 한다. 작가는, 카드가 있으면 풍부하지만 어렵고, 없으면 단순하지만 쉽다고 생각했지, 카드가 있으면 운발 게임이고 카드가 없으면 진짜 승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풍부하게 즐기고 싶으면서도 굳이 밸런스가 신경 쓰이면 드래프트 룰을 적용해 카드를 분배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그것도 패가 미리 노출된다는 문제가 있어서 작가의 기획 의도를 손상시키는 방법이라고 보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다인용 게임에서 진짜 승부를 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다인용 게임에서는 누군가 엉뚱한 선택을 했을 때 다른 게이머들에게 예기치 않았던 영향들이 미치는데 그것도 한 판에 수십 번씩 발생하기 일쑤이므로 진짜 승부(?)를 보려야 볼 수가 없다.
勝負라는 게 뭔가? 이기거나 지거나. 나의 이익은 딱 그만큼 상대방의 손해. 즉 1:1만이 진짜 승부다. 그러므로 진짜 승부를 원한다면 1:1 게임을 하는 것이 옳다. 바둑을 모르니 엉뚱한 현대 보드게임을 갖고 진짜 승부 운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대 보드게임이란 건 수십, 수백 회 그 게임을 했던 사람과 오늘 처음 그걸 배운 사람이 어울렸을 때도 그럴듯하게 게임 상황이 성립한다. 즉 그것의 논리 구조는 익히기 쉬운 것이고 소위 승부라는 건 운에 따라야 말이 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보드게임에서의 승부라는 것도 어쩌면 상대방과의 싸움이라기보다는 시스템과의 싸움인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보드게임에서 그것의 룰 시스템 각 요소 간에는 밸런스 문제가 있다. 그 모순을 잘 파악해 빌드를 짜는 것이 대개 승부의 요체다. 나의 ‘잘 하는 법’ 시리즈의 주 내용도 대개 그런 영역에 속하는 얘기이다.
직업과 보조설비 카드는 아그리콜라라는 재미있는 소꿉장난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것들이다. 물론 그것 때문에 운의 요소가 훨씬 많이 작동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어느 정도 실력 차가 있는데 카드 운까지 실력을 따르는 경우에는 게임이 확 기울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카드가 사용되는 것이 게임 밸런스를 조정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하수로서 좋은 카드 받는 운이라도 작동해야 상수를 이겨 볼 것 아닌가? 또, 상수라면 점잖게 사기 카드 안 쓰면 된다. 보드게임이 원래 그렇게 노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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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쓰시는군요.. 작은 모임이나마 상수(대개 고수라고하지 않나요;;;?)로 군림하고 있는 저로서, 무의식 속에 갖고있던 생각을 구체화시켜주셨다고나 할까요? 여하튼 공감가는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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