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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시스템과 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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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1 00: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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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TEnOTT
템포라는 단어는 "time"의 이탈리아어이며, 많은 보드게임들을 마스터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로 손꼽힙니다. 체스에서 특히 유명해진 이 템포라는 개념은, "상대 플레이어와 비교하여 갖고 있는 추상적인 이득"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에게 특정 말을 살리기 위하여 (그리고 그 외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어떤 수를 두도록 강요할 수 있다면, 그 플레이어는 "템포를 잃었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수를 두었다면, 예를 들어 판 중앙을 먹으면서 룩으로 퀸을 공격할 수 있는 수를 두었다면 "템포를 얻었다"고 표현합니다.
템포는 넷러너에서도 중요한 개념입니다. 템포라는 개념을 이해하면 "템포를 얻는 덱"을 어떻게 만드는가, 혹은 평소에는 대단히 비효율적인 (예를 들어 바이러스 퍼지 같은) 일을 왜 해야 하는가 등을 같이 이해할 수 있게 되지요.
* 클릭 압축
모든 플레이어는 1크레딧이나 드로우 한 장을 하기 위하여 1클릭을 사용합니다. 이것을 "효율적인 행동"이라는 걸 평가하기 위한 대조군으로 생각하기로 하지요. 만약 이것보다 더욱 효율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면, 이런 카드를 사용하는 건 같은 클릭 숫자로 할 수 있는 행위보다 더 효율적인 일을 하는 일, 요컨대 "템포를 얻는 행동"입니다.
예를 들어.
* Magnum Opus, Armitage Codebusting은 1클릭 = 2크레딧
* Easy Mark/Beanstalk Royalties는 1클릭 = 3크레딧
* Lucky Find는 2클릭 = 6크레딧
* Sure Gamble/Hedge Fund는 1클릭 = 4크레딧
물론 이런 카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회 비용, 드로우 비용, 카드가 게임에 나와있는 동안 지불해야 하는 비용 등등이 있습니다만 일단 거기까지는 고려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Magnum Opus를 5크레딧 2MU를 소비하면서까지 써야 하는지, 아니면 Armitage Codebusting으로 대체하는 게 좋을지, 그마저도 아니면 아예 이벤트 기반의 경제를 채택하는 것이 좋을지 역시 여러분이 선택할 부분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클릭 압축"이라는 것이 가능하며, 다른 비용이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서 범용적으로 좋다는 점 쪽만을 다루려고 합니다. 다른 플레이어와 동일한 시간 동안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면 "템포를 얻는" 것이겠지요.
물론 크레딧이 아닌 방법으로도 러너가 클릭 압축을 일으킬 수 있는 카드들 역시 존재합니다. Mass Install, Quality Time, Doppelganger같은 카드들이지요.
* Burst vs Drip
어떤 덱들은 대량의 크레딧을 한 방에 얻기도 합니다. 반면 어떤 덱들은 작은 양의 크레딧들을 매 턴 얻어오지요. 전자와 같은 Burst Economoy는 보통 이벤트/오퍼레이션에, 후자와 같은 Dripping Economy는 Resource/Program/Asset에 의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최근 Burst Economy가 (그렇게 신뢰할만한 수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이 쓰이는 이유는 이러한 카드들이 템포를 얻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왜일까요? 이런 예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Easy Mark는 이 게임에서 1클릭에 3크레딧을 주는 "가장 작은" burst economy 카드입니다. 반면 Magnum Opus는 1클릭에 2크레딧을 제공하는 "가장 강력한" dripping economy 카드 중의 하나지요. 하지만 Easy Mark를 쓰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딧의 양이 늘어나는 것으로 약간의 템포를 더 얻을 수 있습니다. Magnum Opus는 무한히 쓸 수 있는 대신 지금 당장 사용한 크레딧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클릭이 필요하기 때문에 템포를 잃는 셈이 되지요.
또한 Burst Economy가 좋은 이유는 "원하는 때에 크레딧을 얻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당장 아젠다가 올라와 있는 저 서버에 가기 위해서 4크레딧이 필요하다"면, Daily Cast가 Sure Gamble보다 장기적으로는 크레딧을 더 많이 준다는 사실 같은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Dripping Economy가 크레딧을 쌓아올려 준다면, Burst Economy는 돈을 원하는 순간에 뽑아내 줍니다.
물론 이 이야기가 Burst Economy가 근본적으로 Dripping Economy보다 우월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언제나 Dripping Economy는 템포를 비용으로 지불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Dripping Economy에 기반을 둔 덱이라면 게임을 길게 끌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덱마다 자신이 강한 타이밍이란게 존재하고, 거기에 맞는 경제 체재를 갖추는 것은 중요합니다.
Burst Economy는 또 하나의 단점이 있는데, "지속력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일단 Magnum Opus가 자기 밥값을 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매 클릭이 이득을 가져다 줍니다. 하지만 Sure Gamble은 한 번 쓰고 나면 끝이고, 다음 Sure Gamble (혹은 다른 크레딧 이벤트) 을 찾아오기 전에는 1클릭 = 1크레딧을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 Daily Casts는 일단 다 받아먹으면 5크레딧 이득이지만, 1.5턴간은 지불한 3크레딧만큼의 템포를 잃게 됩니다.
- Sure Gamble은 즉시 4크레딧 이득을 가져옵니다. 하지만 사용 비용인 5크레딧을 모을 때까지 1클릭 = 1크레딧을 반복하면서 템포를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Sure Gamble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5크레딧 이상을 유지한다" or "크레딧이 없어져도 5크레딧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소스들이 존재한다" 중의 하나를 선택합니다.
* 사례 연구 : Librated Accounts
클릭당 4크레딧을 벌어주는 Armitage Codebusting의 강화판, 이라는 환상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왜 아나크 덱들은 이 카드를 쉽사리 넣지 않는 것일까요? 왜냐면 이 카드가 가져오는 템포 손실 역시 막대하기 때문입니다.
아나크는 "가난한 러너 팩션"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따라서 아나크는 자신의 클릭을 압축해서 템포를 얻기보다는, 회사의 클릭을 낭비시켜서 템포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이즈가 R&D의 카드를 태우는 것은 궁극적으로 회사의 경제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회사가 세워둔 계획들을 방해합니다. 위자드는 회사의 어셋 경제를 쉽게 트래시해버려서, 아나크가 겪는 그 가난의 수준으로 회사를 끌어내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레이나 로자는 아이스를 레즈하는 것을 비싸게 만들지요.
여기에 잘 알려진 사실 하나를 더 더해보도록 합시다. 아나크는 여러 개의 서버를 동시에 위협할 수 있습니다. 미디엄, 너브 에이전트, 키홀, 데이터서커 등등 이런 용도에 사용되는 카드들이 많지요. 아나크를 상대하는 회사는 결국 "모든 서버를 아이스로 방어해야 한다"는 템포 손실에 직면하게 됩니다. 아나크의 전공 분야라고 할 수 있는 바이러스 역시 문제가 되는 부분이고, 궁극적으로 수많은 아나크 바이러스들을 제어하려면 퍼지를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가 퍼지를 누르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한 턴 분량의 템포를 벌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관찰을 통해 정리해 보자면, 아나크는 자신이 템포를 얻기보다는 회사가 템포를 잃도록 하는 팩션입니다. 때문에 이것저것 설치하면서 회사가 템포를 잃게 만들다 보면 6크레딧이라는 돈을 긁어 모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설령 6크레딧이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설치 1클릭, 크레딧 받아먹는 동안 4클릭으로 잃는 템포 손실 역시 큽니다. 때문에 충분히 강력한 카드임에도 불구하고 아나크들은 이 카드를 별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주 : 그리고 Kati Jones라는 고효율 클릭기반 경제 카드가 존재한다는 점 역시 문제가 됩니다....)
* 팩션별 템포
쉐이퍼는 카드 드로우를 압축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대규모로 카드를 드로우하는 카드들 (디젤, 퀄러티 타임) 과 튜터 (테스트 런, SMC) 가 많은 팩션이기 때문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언제나 갖고 있을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크리미널은 경제 시스템을 압축합니다. 수많은 크리미널 카드들은 황당한 수준의 크레딧을 벌어줍니다. 하지만 많은 카드들이 대량의 크레딧을 요구해서 밸런스가 맞춰지고 있지요. 영향력을 사용해서 다른 팩션으로부터 카드를 사와서 이러한 문제들은 극복될 수 있습니다.
HB는 클릭을 직접 얻거나 (Biotic Labor) 바이오로이드 아이스로 러너의 클릭을 잃도록 해서 템포를 얻습니다.
(주 : 그리고 HB의 아이스들은 "클릭으로 깨진다는 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동가격의 아이스들에 비해 강력한 면도 있습니다)
진테키는 러너에게 "카드를 드로우하는 액션"을 강요하거나 (PE) , "원하지 않는 서버에 런을 하는" 액션을 강요합니다. (RP) 다른 팩션들보다 가난하고, 상대방의 템포를 잃게 하는 것으로 템포 이득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위에 설명한 아나크와 비슷함 면이 있습니다.
웨이랜드는 거대한 크레딧 양으로 템포 이득을 유지합니다. 아니, 정말로 이 팩션의 기믹은 이게 끝입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초토화를 기반으로 한 한방킬이 있겠습니다만.
NBN은 공짜 클릭을 이용해서 (산산시티, 아스트로스크립트) 템포 이득을 보거나, 러너에게 태그를 붙여서 러너의 손해를 강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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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alElf 씨의 글을 하나 더 번역합니다.
이거 말고도 stimhack.com이나 Satellite Uplink 같은 곳에 괜찮은 글이 많은데 그건 또 언제 손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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