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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누가 비트다운인가?
  • 2015-05-27 23: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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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TEnOTT
묻는 자와 답하는 자 : 넷러너에서 어떻게 "비트다운"을 할 것인가

May 27, 2015

꽤나 오랜 시간 전에 저는 매직:더 개더링 플레이어였습니다. 그 당시 저는 저 스스로를 "Casual Tryhard", 그러니까 토너먼트급 유저가 되기를 원했지만 시간, 돈, 성격 등의 이유로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간주하곤 했습니다. 물론 여러분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지는 모르겠지만, "Tryhard"로서 꽤나 많은 전략글들을 읽는 데 시간을 들였고, 그 중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것은 [[[Mike Flores의 "Who's The Beatdown"]]]이었습니다,

요약) 같은 어그로 덱, 심지어는 완전히 같은 덱이라도, 덱 구성에서의 약간의 차이, 들고 있는 카드들, 필드 상태에 따라 컨트롤과 어그로의 역할이 극명하게 갈린다. 만약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나는 어그로니까' 같은 생각만으로 플레이하다가는 게임을 지게 된다. 만약 현재 내가 어느쪽인지 모르겠으면, "누가 데미지 딜링을 더 열심히 해야 하는가", "누가 더 생물 제거에 신경써야 하는가", "누가 더 카드 어드밴티지에 신경써야 하는가" 등을 살펴보면 좋다.

저는 이러한 컨셉을 대단히 좋아하는 편이며, 심지어 "레이스 포 더 갤럭시"에 대해서 비슷한 글을 써본 적도 있습니다. (재미있습니다. 해보세요. 저 3년동안 죽어라 했습니다) 

이 컨셉은 Winning Agenda 11편에서도 살펴본 바가 있지만, 저는 한 걸음 더 깊게 나아가 보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 "Who's the Beatdown?"이 의도하는 바는 한 줄로 요약이 가능합니다 --> "자신의 역할을 잘못 이해하면, 패배한다"


원저자는 매직 더 개더링의 미러전을 통해서 이러한 점을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비슷한 덱을 플레이하더라도, 두 사람이 동시에 자신의 전략을 펼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덱 구성, 현재 보드 상태 등에 의해, 어느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보다 자신의 전략을 더 효율적으로 펼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다른 한 쪽은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고 자신의 전략을 잠시 접어두는 것이 이길 확률을 높일 수 있게 해 줍니다. 

하지만 넷러너는? 미러전이라는 것이 애시당초 존재할 수 없잖아요? 때문에 "역할"이라는 단어에 대해 좀 더 거시적/미시적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넷러너 세계관에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혼동을 줄 수 있는 "비트다운"과 "컨트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이 두 표현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이라면, "비트다운"은 공격적으로 플레이해서 게임을 빨리 끝내고 싶어하는 쪽, "컨트롤"은 게임을 질질 끌면서 상대의 행동에 대응하는 쪽이라고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대신, 저는 "공격자(질문)"와 "방어자(대답)"라는 표현을 쓰려고 합니다.

회사가 되었든 러너가 되었든, 넷러너의 덱이라는 것은 각자의 뼈대가 되는 전략을 갖고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전략은 이 덱이 상대방에게 제시하는 "질문"이 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그 덱의 "공격 수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상대방이 이 공격을 대응하지 못한다면 = 상대가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면 상대는 게임에서 지게 될 것입니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지만, 상대방의 덱 역시 공격 수단과 질문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때문에 "누구의 공격 수단이/질문이 강력한가"는 중요한 평가 대상이 됩니다; 공격 수단이 강력한 쪽은 그 공격 수단을 써먹으려고 하게 될 것이며, 공격 수단이 약한 쪽은 방어를 하면서 자신의 전략을 펼치기 보다는 상대의 계획을 망쳐놓는 쪽에 중점을 두게 될 것입니다.



왜 "좋은 덱"은 "좋은 덱"이라는 평가를 들을까요? 왜냐면 상대방이 절대적으로 대답해야만 하는 질문을 준비하기 때문입니다.

Jinteki: Replicating Perfection

예를 들어, 현재 메타 최고의 승리자인 RP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준비합니다.

-> 나는 쉽사리 부수러 올 수 없는 선듀와 멘탈 클리닉으로 크레딧을 찍어누를 것이다.
-> 그리고 나는 단 한번의 런으로는 쉽게 뚫을 수 없는 비싼 원격 서버를 만들어서 게임을 승리할 것이다. 
-> 나의 아젠다는 자기 방어능력이 있고(NAPD/PF) 덱에서의 비율도 낮기 때문에 (8~9아젠다) 쉽게 스틸할 수 없다. 
-> 또한 이러한 서버들은 대단히 Taxing한 아이스로 방어되고 있다.
-> 그래서 너는 이걸 어쩔건데?

AstroScript Pilot Program

그 바로 전 시대의 승리자였던 NEHFA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준비했었습니다.

-> 나는 저렴한 오퍼레이션과 대단히 비싼 어셋들로 경제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 그 다음 나는 아젠다를 ASPP/산산/Labour 삼신기를 통해서 스코어링할 것이며, 때문에 너는 원격 서버에서 아젠다를 거의 찾을 수 없을 것이다. 
-> 또한 나는 DBS와 같은 어셋, Fast Track과 같은 오퍼레이션 등으로 R&D 락을 강제로 풀어버릴 능력도 갖추고 있다.
-> 그래서 너는 이걸 어쩔건데?


여러분이 여기에 대응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 상대방이 묻는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제시한다
* 그 상대가 묻는 질문을 훨씬 상회하는 질문을 던져서 상대방이 거꾸로 대답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


예를 들어, RP의 질문에 대해 여러분은 보통 다음과 같이 답해야 합니다

-> 선듀와 멘탈 클리닉을 공격해서 크레딧을 굶긴다 (보통의 경우 가장 좋은 해법입니다. 하지만 그러다 내가 먼저 알거지 되면 낭패)
-> 원격 서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한다 (하지만 현메타에서는 니세이 토큰/카프리스/ASH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 R&D와 HQ에서 아젠다를 긁어모은다

Noise: Hacker Extraordinaire

반대로, 여러분의 덱이 이러한 덱을 상대로 그보다 더 강력한 질문을 준비해서, 상대방이 먼저 대답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하는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노이즈-샵을 굴린다면 여러분의 질문은 다음과 같아집니다.

-> 나는 수많은 카드들을 ID 능력으로 트래시할 것이며, 너의 전략에 필요한 상당수 카드들은 손에 잡히지 않을 것이다
-> 그리고 나는 (특별한 수단이 없으면 거의 막을 수 없는) 아카이브 한방 런으로 게임을 승리할 것이다.
-> 필요하다면 나는 너의 아젠다 스코어링을 방해하거나 (챠카나-마인드), R&D/HQ에서 대량 스코어링을 시도할 수도 있다 (미디엄-마인드)
-> 그래서 너는 어쩔건데?

이러한 질문은 상대방이 세워놓은 계획보다 더욱 강력할 수 있으며, 상대방이 계획을 시작하기 전까지의 시간을 벌어줄 수도 있습니다. 

Prepaid VoicePAD

몇몇 독특한 덱들의 경우 "질문"으로 "여러 개의 정답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내세우기도 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제는 (프로토타입을 제시한 유저의 아이디를 따서) Calimsha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PPVP 케이트입니다. 이 덱이 상대방의 덱에게 제시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 나는 수많은 버스트 경제와 카드 드로우 소스를 갖고 있어서 크게 말림이 없다
-> 만약 스코어링 서버에 뭐가 올라오던 즉시 가서 먹을 자신이 있다.
-> 만약 스코어링 서버를 만들지 않겠다면, 레그웍/MakersEye로 HQ나 R&D를 탈탈 털 수도 있다 
-> 그래서 나는 어떤 질문이 나오더라도 대답할 자신이 있다. 
-> 그래서 너는 어쩔건데?

여기에 다시 대항하는 방법은 또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Lady를 괴롭히기 위해 배리어를 쌓아올리는 것, Cyber-cypher를 비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코드 게이트를 뿌려놓는 것, 블랙리스트로 힙을 틀어막는 것 등등...



게임의 극초반을 지나고 나면, 여러분은 끊임없이 "누가 질문을 하고 있는가", "누가 대답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게임이 대단히 유동적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여러분의 역할 역시 순식간에 뒤집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점에서 여러분이 미시적으로 생각해 봐야 할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내 덱이 무엇을 하는 덱인지 알고 있다. 내가 문제를 내는 쪽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가?"

예를 들어, "지금 패드 캠페인을 트래시해야 하는가?", 그러니까 "패드 캠페인을 지금 트래시해야 하는가? 좀 뒤에 트래시해도 좋은가? 아니면 아예 포기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받으면, 많은 사람들은 단순히 "회사가 레즈한 뒤 가서 트래시하는 게 좋은 거 아냐?" 라는 기계적인 답변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질문은 대단히 고차원적인 질문으로, 덱의 성향과 게임 상태를 충분히 고려한 좀 더 복잡한 대답을 요구합니다.

예전에 이런 상황이 있었습니다. 

나는 NEHFA. 상대는 데스페라도 케이트. 상대의 덱은 ProCon으로 드로우를 왕창 땡긴 뒤 R&D 락을 걸어서 승리하는 덱. 이론적으로 R&D 락은 Fast Track으로 뚫어내는 것이 가능하지만, 마냥 아젠다를 기다렸다가 산산시티/바이오틱으로 퍼먹는 식으로 운영하다가는 말라죽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서 제가 했던 중요한 플레이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첫 턴부터 원격 서버에 아이스를 갖다 대놓고 ASPP를 인스톨한다. 상대방은 ProCon을 설치하고 돌리는 데 한 턴을 낭비했고 성공적으로 스코어링.
-> 대놓고 Fast Track으로 ASPP를 보여준 뒤 HQ에 들고 있는 채로 턴 종료. 러너는 SMC를 깔아놓은 상태. 상대는 포기하고 런을 시작. 

두 번째 플레이에서 제가 상대에게 했던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두 번째 ASPP를 손에 들고 있고 다음턴에 스코어링할 것이다. 세워놓은 게임 플랜이 중요한 건 알겠지만 일단 런을 해라." 

물론 아젠다가 뽑혀 나오는 대로 스코어링을 하고 Fast Track을 이후 R&D락 푸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도 보수적으로는 좋은 플레이고, 실제로 많은 NEHFA가 이런 식으로 승리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택했다면 저는 카드가 뽑히는 순서에 크게 의존한 게임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저는 게임 상태를 읽고 상대를 몰아붙여서 게임의 흐름을 바꿔놓았습니다. 만약 거기에서 상대가 또 한 턴 ProCon을 돌리면서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면 아마 기차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떠났을 것입니다.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상대방의 앞에 앉아 있는 동안, 여러분은 다음 중 내가 어느 쪽에 있는지를 늘 생각해야 합니다.

1) 덱에서 준비한 전략을 마음놓고 굴릴 수 있는 쪽
2) 상대방이 준비한 전략을 망쳐야 하는 쪽

여러분이 만약 1)이라면, 하세요. 가능하면 더욱 쎄게. 여러분이 비트다운입니다. 
여러분이 만약 2)라면, 여러분은 비트다운이 아닙니다. 하지만 비트다운이 되어야 합니다. 뭔가 다른 걸, 뭔가 상황을 바꿀만한 걸 하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까 위에서 언급한 글 다시 한 번 인용하겠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게임에서의 역할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집니다. 



원래는 평범하게 릴라 덱소개나 번역하려고 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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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19 규규규
    • 2015-05-28 00:37:01

    읽어보면 쉬워보이는데 막상해보면 상대 패턴에 휘둘려있을 것 같네요.
    • Lv.1 리히터
    • 2015-05-28 00:52:18

    넷러너는 확실히 MtG나 최근 하스스톤처럼 양쪽 대칭의 공격 위주 게임이 아니다 보니, 비트다운 스타일을 넷러너에서는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긴 한데, 단순히 덱의 메타가 아닌 어떤 전략의 흐름이나 판세에 따라 그때 그때 비트다운 타입이 되어야함으로 정의내릴 수도 있겠네요.확실히 게임을 많이 하다보면 지금 내 덱이 가장 공세를 펼칠 수 있는 타이밍, 상대의 덱에 완전히 흐름을 빼앗기는 타이밍들이 느껴지는데, 이런 시점들을 빨리 캐치해내서 대응하는 훈련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전 늘 기분대로 플레이해놓고 후회하지만...)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Lv.1 회멸
    • 2015-05-28 10:15:34

    이번에도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너무 좋은글이에요 음음
    • Lv.24 최전기
    • 2015-06-02 16:52:42

    상황에 따라 자신이 수립한 전략으로 공세를 펼칠 타이밍, 남의 전략을 망쳐야 할 타이밍을 잘 고려하는것은 어찌보면 자기 자신만의 덱을 이해하는 것 뿐만 아니라 얼마나 메타 플레이를 잘 하는지와도 연결될 것 같습니다.좋은 글 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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