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오닉입니다. 종종 넷러너 관련 후기를 쓰고는 했던 라이트 게이머입니다.

드디어 테라포밍 마스가 한글화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1700개 예약판매가 1주도 안되서 전부 판매되었다는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제 많은 게이머분들이 여러 모임에서 테라포밍 마스를 즐기실 겁니다. 모두가 이 멋진 SF 게임에 빠져들었으면 합니다.

이 글은 화성을 테라포밍하려고 하는 연구 회사들이 입문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작은 가이드가 될 수 있도록 썼습니다(아마 시리즈로 연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테라포밍 마스는 재미를 안다면 계속 빠져들어갈 수 있는 게임이지만, 잘못 입문하면 끝나지 않는 지루함때문에 별로 재미를 못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 가이드는 이미 읽은이가 룰북을 전부 안다고 전제한 상황에서 쓰는 칼럼입니다. 되도록이면 입문으로 한판을 가볍게 즐기신 후 이 글을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테라포밍 마스에 재미를 못 느끼신다?

여러분은 아마 테라포밍 마스를 한판이나 아니면 여러판을 즐기셨을 겁니다. 그리고 좀 더 게임을 잘 해보고 싶어서 칼럼을 찾다가 여기로 오셨을 겁니다. 어쩌면 한판을 하고 별로 재미가 없어서, 왜 사람들이 이 게임을 재밌다고 하는지 궁금해서 찾아왔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번 친구들이나 사람들에게 테라포밍 마스를 티칭해보면 공통적인 반응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 뭘 해야할지 도저히 모르겠다. 둘째, 이 카드들은 어디다 쓰는지 모르겠다. 셋째, 게임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고 그냥 질질 늘어진다.

사실 게임을 승리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를 향해 가야 합니다. 대부분은 많은 점수를 얻는 것이 목표입니다. 게임 숙련자분들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것을 해야하는지를 캐치하고, 목표를 향해 달려갑니다. 스플렌더 같은게임을 하다보면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초보분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보석모으는데 집착하지만, 고수분들은 어느순간부터 보석보다는 점수를 모으는데 좀더 힘을 쏟습니다. 그렇게 고수가 게임종료 조건(15승점 도달)을 가면, 모두가 자연히 게임이 끝이납니다.

대부분의 게임은 누군가 먼저 기준 승점을 도달하거나, 정해진 라운드를 진행하면 게임이 끝납니다. 여기서 테라포밍 마스의 특이점이 드러납니다.

2. 테라포밍 마스의 종료조건은 공통목표다.

화성 테라포밍을 종료하려면 물 9%, 산소 14%, 온도 8도 의 공동목표를 달성해야 합니다. 이 목표들을 개인이 전부 달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솔로 플레이룰에서는 14라운드내에 이 목표를 전부 달성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는 혼자가 달성하기는 매우 힘들며 여러 사람들이 같이 협력을 해야합니다. 그런데 게임을 하는 연구회사들이 이 목표달성은 뒷전이고 다른 행동을 하는데 급급한다면, 게임 종료시기는 점점 뒤로 미루어 지고 게임은 지루하기만 합니다. 전략적인 판단으로 전체 게임의 종료조건을 늦추는 행동은 가능하지만, 연구회사분들이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게임이 종료되지 않는다고 하면 곤란합니다. 즉, 이 게임은 서로간의 경쟁게임이면서도,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려야 하는 협력 게임입니다. 복잡한 카드따위는 집어치우고 게임판을 보면 간단합니다. 게임판에는 기초프로젝트라고 해서 돈을 지불하고 온도, 물, 산소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단순히 돈만 많이 벌고 기초프로젝트만 수행한다면 점수를 얻고 이 게임을 클리어 할 수 있습니다.

3. 결국 이 게임은 카드게임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온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열을 생산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열의 생산력을 늘려야 합니다. 산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숲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식물의 생산력을 늘려야 합니다. 모든것을 돈으로 해결하고 싶다면 돈의 생산력을 늘려야 겠죠. 하지만 이 게임은 에너지와 돈 생산력을 늘리는 행동을 제하면, 기초프로젝트로 다른 생산력을 증가 시킬 수 없습니다. 결국 생산력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카드가 필요합니다.

즉 이 게임은 카드를 이용해서 생산력을 증가시키고, 그 생산력을 바탕으로 화성을 테라포밍하는 게임입니다. 카드는 원인과 과정이고, 보드판과 점수는 결과입니다. 여러분은 카드를 드로우하고, 좋은 카드를 산 후, 그것을 최대한 잘 활용해서 자신의 엔진을 구축하거나, 즉시 화성을 테라포밍해야 합니다. 테라포밍 마스에는 200여가지가 넘는 카드들이 있고 이들은 다채롭게 서로 조화가 됩니다. 이 카드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막강한 엔진을 개발하고, 그 엔진으로 화성을 테라포밍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이 게임의 카드들은 단순히 봤을때는 그냥 카드 뭉치이지만, 자세한 이면을 보면 모든것들이 서로 연결 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이 게임이 잘 디자인되었다는 말이겠지요.

산소를 늘리기 위해서는 숲이 필요하고, 숲을 지으려면 식물이 필요합니다. 숲점수를 효과적으로 보려면 옆에 도시를 설치하는게 좋으며, 도시를 설치하기위해서는 돈이나, 에너지, 강철이 필요합니다. 에너지는 여러 테크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으며, 물분해등을 통해 산소를 생산하여 숲을 견제할 수 있고 카드를 뽑을 수 있습니다. 강철은 여러 도시나 엔진을 만드는데 사용하며, 많은 에너지 설치물들이 강철을 필요로 합니다. 에너지는 다음턴이 되면 열이 되고 열은 온도를 증가 시킬 수 있습니다. 열을 올리는 카드들에는 티타늄을 쓰는 카드들이 많습니다. 또한 티타늄은 위성등을 통해 온도를 올리는데 특화되어 있으며, 상대의 식물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또한 강철은 엔진을 만드는데 쓰이지만, 티타늄은 점수를 버는 카드들이 많고, 그래서 강철에 비해 다른 테크들이 상대적으로 가난합니다. 식물은 견제를 많이 받지만 다른 동물이나 미생물 등을 통해 추가 점수를 많이 벌 수 있습니다. 미생물에는 과학마크가 많은데, 과학마크는 카드 드로우와 연계가 되며, 좀더 효율적인 시설들을 설치 할 수 있게 좋아합니다. 

이 게임의 과학, 티타늄, 강철, 숲, 지구 등등의 모든 마크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이 게임은 내 오른쪽에서 오는 카드를 믿어야 하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1라운드에 모든 계획을 세워놓아도, 그 계획대로 게임이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항상 오른쪽에서 오는 카드들을 보면서, 내가 현재 갖고 있는 카드나 엔진, 그리고 전체 게임판과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지 유기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5. 계획은 바뀐다.

이 게임에서 필요한건 유연성입니다. 초반에 생각했던 양상과 게임이 다르게 흘러가면 거기에 곧바로 적응을 하는 플레이가 필요합니다. 나는 열기업이니까 식물따위는 가지 않을거야 라고 처음부터 생각을 했다고 봅시다. 만약 주변에 크레딧터와 세턴기업이 있고, 이들이 혜성등으로 온도를 올리면, 온도분야는 레드오션이 되고 점수를 올리기 힘들어집니다. 여기서 열기업의 손에 괜찮은 식물카드가 몇장 들어온다면, 혼자서 식물 엔진을 개발하면서 블루오션을 개척 할 수 있을 겁니다. 게임은 카드, 기업,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 양상이 바뀝니다. 온도, 물, 산소 트랙 모두 게임마다 중요도가 달라집니다. 들어오는 카드손패와 게임판을 보고 연구회사를 이끌어야 합니다.

6. 그래서 무얼 해야하는거죠.

이 게임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인 게임을 기준으로 한다면 일반적으로 8 ~10라운드에 게임이 종료가 되며 극단적으로 6라운드나 12라운드에 종료되기도 합니다. 이를 나누면 다음과 같습니다.

초반(1~4 라운드): 최대한 엔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기업과 궁합이 좋은 카드나, 초반 op카드들을 빠르게 집으시고 이들을 설치하는데 집중합니다.

중반(5~7라운드): 다른 사람들의 엔진과 전체적인 게임 양상을 보고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를 생각합니다. 현재까지 지어진 엔진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행동을 합니다. 엔진빌딩과 점수 두마리 토끼를 주는 카드들의 가치가 상승합니다.

후반(8~10라운드): 게임이 마무리 되는 과정이며, 언제 게임을 끝내야 자신에게 유리할지 결정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승리를 위해 기초프로젝트를 수행함에 주저하시면 안됩니다. 그냥 생 점수를 주는 카드나, 어워드와 관련된 카드들의 가치가 상승합니다.

7. 이것들만 알면 되나요?

당연히 아닙니다. 사실 마일스톤, 어워드, 그외 추가 점수까지 이야기 하면 끝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 게임은 견제 카드가 매우 많기 때문에 뉴엔젤리스할때에 버금되는 정치력도 중요합니다. 엔진빌딩, 카드 드로우, 협력, 정치 등의 모든것이 들어간 종합선물 세트이고 이것들을 따지면서 효율적인 행동을 잡아야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기겠다는 목표를 떠나서, 이 게임은 과정들이 다 재미있습니다. 단순히 카드를 활용함으로써 나의 기업이 강해지는것만 봐도 뿌듯해집니다. 내가 지어놓은 도시 근처에 숲들이 생기면서 화성이 녹화되는 것을 보면 즐거워집니다.(가끔은 모두 숲기업을 죽이려고 2명이 물분해 테크를 가서 화성에 숲이 4개밖에 없는 황량한 화성이 되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이공계생이거나, SF 덕후라면 더더욱 재미를 느낄 겁니다. 뭔가 그럴듯한 기술들이나 화학식이 등장하고, 이들이 정교하게 들어맞는 것을 보면 즐거운 기분이 들 것입니다. 그리고 이 SF 카드 사용에 몰입을 하면 즐거운 테마게임이 되기도 합니다. 도시 옆에 핵폭탄을 떨어트리면 그 도시는 폴아웃이 되는걸까요. 갑자기 육식동물들이 와서 초식동물들을 잡아 먹으러 오고, 열심히 키운 미생물이 개미에게 잡아 먹히는군요. 온도가 많이 올라서 인공호수로 상대 도시 주변에 물을 일으키기도 하고, 가끔은 홍수가 나기도 합니다. 

미래의 지구 자원은 다 떨어졌고, 이제 새로운 행성을 개척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초국가적인 힘을 갖은 기업들이 화성으로 올라갔고, 이제 약 300년(공식 설정상 1라운드는 한세대 입니다.)의 시간 끝에 화성이 테라포밍 되었습니다. 그동안 UN과 기업들이 맺은 협약은 잘 지켜졌을 까요. 이런 생각으로 즐겁게 게임을 하신다면 이번 예판이 절대 아깝지는 않을 겁니다.

-----------------------------------------------------------------------------------------------------

Ps. 사실 원래는 테라포밍 마스에 나오는 카드들의 평가 등을 해보고 읜견을 나누는 식으로 글을 쓰고 싶었으나, 몇몇분들이 초보분들을 위한 가이드도 같이 쓰는게 좋지 않겠냐고 하셔서 글을 썼습니다. 다음번에는 마일스톤과 특수기업 분석에 관한 글을 쓸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