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가족이 즐겨온 보드게임에 대해 글을 올려보려 합니다.

그제 저녁 먹을 때 문득 생각이 나서 말해봤는데 가족들이 다들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마침 오늘 백신 휴가고 해서, 몇 자 써봅니다.

저, 아내, 딸, 이렇게 세 사람이 멤버입니다.(3인팟이라고 하나요?) 간략히 소개하자면...

제 경우 보드게임이 정말 재미있다고 느꼈던 것은 작년에 카탄 도시와 기사를 접하면서였어요.
그 전까지 루미큐브나 클루 같은 것들을 가족이 함께 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주말에 시간 때우기였지 보드게임 자체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죠. 

하지만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때 항상 뭔가 아쉬웠어요. 

야외 활동을 나가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는 것도 좋았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좀 더 다른 체험은 없을까 늘 고민했죠. 

그러다 카탄을 구매했는데, 꽤 재미있는 거에요. 

내친 김에 확장도 사자해서 도시와 기사를 샀는데, 일단 제가 너무 좋았어요.

딸과 아내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어서, 한 동안 열심히 했네요.

그 때부터 보드게임에 대해 나름 열공하기 시작했네요.

그 뒤에 고른 첫 보드게임은 광기의 저택이에요. 처음에 타일 정리하면서 진 땀을 뺀 기억이 나네요.

 저와 와이프는 정말 재미있었는데, 딸은 약간 힘들어했어요. 익숙해지기 전이라 플레이 타임이 꽤 길어지더라고요. 정신이상과 부상의 난무하다보니 멘붕도 오고. ㅋㅋㅋ 

 그래서 자주는 못하다가...

 풍문으로만 접하던 글룸헤이븐2판을 구했어요. 이제는 갓겜이라는 말도 진부해져버린 글룸에, 먼저 와이프가 푹 빠져버리고, 그리고 딸도 야수군주로 갈아타고 나서는 쌩쌩 달렸죠..

저는 전체 게임 시스템에 완전히 홀려버렸어요. 광기의 저택은 앱의 안내를 받아서 따라가다보니, 다들 얘기하는 것처럼 어트랙션을 타는 것 같은 몰입감이 있어서 좋았지만, 전체 게임 구조를 파악하는데는 꽤 시간이 걸렸거든요. 글룸의 경우는 처음에 제가 룰마 역할을 해야 하다보니 나름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하면 할 수록 옛날에 좋아했던 게임들이 이런 체계로 이루어져 있었구나 알게 되어 신선한 충격(?)을 받았네요. 이후에는 아예 GM으로 나서서 시나리오도 변경하고 커스텀맵도 만들고 하며 몇 달을 주말이면 글룸하는 재미로 살았네요. 

하지만 모든 것에는 끝이 있죠? 봉인된 벌떼군단을 해금하고 암영을 물리치고 나서는 글룸을 정리해 넣었습니다. 글룸을 좀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새로운 다른 게임들도 경험해보고 싶었고, 새로운 룰 시스템을 익히는 게 딸애 교육에도 좋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저희 가족에게는 PC 게임에 비해 (웨이트가 조금 있는) 보드게임이 가장 좋은 점이 바로 이거였어요. 게임 플레이 자체가 흥미로우면서도 지적인 도전이 된다는 거. 그것도 가족이 함께 말이죠. 함께 등산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과는 다른, 가족이 더불어 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 열렸네요.

그래서 고른 것이, 또다른 갓겜으로 유명한 테포마.

테포마부터 딸이 완전히 날아다닙니다. 다년 간의 보드게임 조기교육이 빛을 발했는지.. 위의 사진에서 초록색이 딸, 노란 색이 아내, 파란 색이 저..입니다. 둘이 저는 안중에도 없이 어찌나 기싸움을 벌이던지.

이번 추석에는  백신 맞은 사람도 있고 몸이 안좋은 이도 있고 해서 밖에는 잘 못나갔어요. 영화나 한 편 보고, 집에 줄창 보드게임만 했네요.

첫 날은 광기의 저택 황혼의 성소, 둘째날은 테포마, 셋째 날은 드디어 새로 도입한 사이드를 함께 공부해 보았습니다. 30-40분 동안 룰을 공부하면서도 그럭저럭 따라오는 딸을 보며, ㅎㅎ 나름 보람도 있었네요.

암튼 코보게 덕에 즐거운 추석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