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구성물이나 게임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지만 게임 구성물 사진이 있으니 민감하신 분들은 읽지 않으시는걸 권장합니다.

문득 글룸헤이븐을 구매했던 때가 생각납니다.

오프라인 구매라서 타 지역의 쇼핑몰로 갔다가 룰루랄라 쇼핑백에 담겨진 글룸헤이븐을 들고오면서 행복했었죠.

첫 RPG 보드게임을 들고오면서 점차 어깨로 전해져오는 통증과 혼미해지는 정신을 부여잡으며 집에도착했을 때는 핸드폰을 분실했다는 결과에 도달했던 기억이 말이죠.

현재는 집안 한켠에 묵묵히 쌓여가는 먼지를 견디고 있는 글룸헤이븐을 보고 '언젠가는 해야지' 생각만 하던 그 때,

'사자의 턱' 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글룸헤이븐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처음에 하기 좋은 버전이라고 해서 구매의욕이 올라가고 있었는데, 이번에 위쳐를 구매하게 되면서 발매전에 받아보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택배사의 배송완료 알림을 보고 부푼기대감에 박스를 뜯었는데...

...? 아니 이게 초보자용 구성이라고?

크기는 다른 보드게임과 비교하면 비슷한 편이지만 두께가 장난 아닙니다.

커터칼을 사용해서 비닐포장을 뜯으려했으나 박스가 너무 고급스러워서 그냥 손으로 팍팍 뜯었습니다. 박스는 소듕하니까...

'사자의 턱' 본품과 함께 리무버블 스티커 및 지도도 있어서, 나중에 '친구'라는 '여자친구' 같은 환상의 존재가 생긴다면 새로 하기 좋아보였습니다.

사진으로 다시 보니 구성물이 진짜 어마어마합니다.

글룸헤이븐을 플레이 해본적은 없지만 구성물을 정리하면서 비교해보자면 굉장히 핵심적인 것들만 추려서 만든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러 책들이 있었지만 단 한장의 '안내서' 를 읽고 구성물을 완벽히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30분 정도면 다 정리될거 같은데 정리하는 스타일에 따라 1시간도 걸릴거 같네요.(제가 1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안내서 대로 정리하면 대충 이렇게 되더군요.

안내서대로 했으니 이제 '안내책자' 를 읽어봅니다. (안내서로 정리하고 안내책자로 플레이를 한다?!)

게임플레이 방식은 완전히 다르지만 '좀비사이드'나 '아컴호러 카드게임' 같은 RPG 적 요소가 있는 게임은 보통 무지막지한 룰이 있어서 규칙서부터 정독하는 사람들에게는 제법 부담이 됩니다. 

'사자의 턱'은 안내 책자를 읽으며 게임을 진행하게 되어서 확실히 초보자가 룰숙지를 하는데 지루하지 않고 정확하게 이해시키기 좋은 단계를 밟게 되어있습니다.

글룸헤이븐에서는 맵타일을 설치하고 진행해야 했다면, 이젠 시나리오 책에 프린트된 지도를 플레이 영역으로 사용합니다.

글룸헤이븐을 플레이하신분들은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이겠지만 직접 플레이를 해보니 전투 시스템이 굉장히 재밌습니다. 

왜 2인 이상 해야 재밌는지 공감이 되네요. 

주도권 정리 단계 전에는 행동하는 능력을 아군에게도 공개할 수 없기 때문에 능력 선택 단계에서 전투양상을 토론해도 능력 연계가 이루어지는지 여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뜻이 맞아 좋은 연계가 나왔더라도 보정카드로 인해서 시도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죠.

혼자서 하게 되면 플레이 하는 캐릭터들의 능력을 모두 알게되기 때문에 전투의 '참맛'을 느끼려면 역시 다인플이 최고입니다.

룰을 숙지하며 진행하느라 딱 한라운드를 보냈을 때는 새벽 1시라 플레이를 마무리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안내책자와 시나리오 1 부분을 진행하며 지도 스티커를 붙였을 때, '엘더스크롤' 이란 게임의 지도를 플레이어가 직접 반영하며 바라보는 것 같은 감동이 전해집니다.

내가 지나온 길의 발자취이자 앞으로 겪을 사건선택의 이정표가 되는 지도는 이미 완성된 '공략 지도' 보다 그려나가는 과정을 즐길 수 있어서 아날로그 적 감성을 자극하는 맛이 있습니다.

진심으로 글룸헤이븐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자의 턱을 먼저 추천하는게 함께할 동료를 늘리기 좋아보입니다.ㅎㅎ

...친구삽니다. 비정규직 4대보험 없는 시간당 2,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