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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코라: 제국의 번성 비하인드 스토리
  • 2022-02-24 11: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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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본5본

안녕하세요, GM언테임드입니다.

오늘은 담당자(역사 & 보드게임 전문)가 직접 적은 '코라:제국의 번성'의 출시 비하인드 스토리를 여러분과 나눕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0. 이 글을 쓰기까지

 코라: 제국의 번성을 실물로 본 것은 2021년이었습니다. 코리아보드게임즈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프랑스의 보드게임 회사 Iello(킹 오브 도쿄, 카나가와, 리틀 타운 등을 출판한 프랑스의 보드게임 회사)에서 신작의 샘플을 보내준 것이었죠. 샘플을 받아 세팅을 할 때까지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게임을 조금 진행해보니 어디서 많이 해본 게임의 느낌이 났습니다. Iello같은 회사가 베낀 게임을 낼 리는 없으니, 참으로 의아한 일이었죠. 기억을 좀 더듬어본 결과, 적지 않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게임이라는 것이 갑자기 기억나게 되었습니다.

 

1. 2019, 일본 게임마켓

 테마에서도, 로고에서도, 어디서도 이 게임이 일본 작가의 게임임을 알기가 어려우나, 이 게임을 처음 목격한 것은 20193월 오사카 일본 게임마켓이었습니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최근에는 참가하지 못하나, 코리아보드게임즈 개발팀은 늘 일본 게임마켓에 참여하여 작가들과 교류를 나누고 게임을 탐색하곤 했습니다. ‘이웃집 몬스터’(원작 범인은 춤춘다로 잘 알려져 있는), ‘던전 버스터’, ‘바크 사이드등이 일본 게임 마켓을 통해서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나오게 된 게임들이죠. 20193, 오사카에서 열린 게임마켓에 참여한 개발팀은 그 전 해 도쿄 게임마켓에서 1위를 했다는 Improvement of Polis(이하 Polis)라는 게임을 가져왔습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한 개발팀은 매우 마음에 들어 했고 게임마켓이 끝나자마자 돌아와 사내 많은 게이머들과도 테스트를 진행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죠. 바로 이 'Polis'가 '코라: 제국의 번성'의 전신입니다.

 

<Improvement of Polis의 당시 모습>

 

개발팀은 바로 작가에게 메일을 보내서 코리아보드게임즈의 이름으로 전 세계 출시를 하고싶다고 요청했습니다. 이런 종류의 스카우팅 일을 해보면, 단기간에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 추진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 만큼 이 게임이 재미있었고 성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있었다는 뜻이죠. 게임이 사실상 완성된 상태였기 때문에, 개발팀에서 추가적으로 규칙을 손보거나 할 필요도 없었다는 점도 장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작가와도 어느정도 긍정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죠.

 그런데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던 Polis의 소식이 갑자기 끊겨 궁금해진 저는 개발팀 담당자에게 Polis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개발팀의 담당자는 한숨을 내쉬며 작가가 다른 회사와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들려주었죠. 워낙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일이었기에 대단히 아쉬워하는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2. 2020, 뉘른베르크

2020년은 코로나 대유행 직전 마지막으로 뉘른베르크 완구 박람회에 참석했던 해였습니다. 뉘른베르크 완구 박람회는 세계에서 가장 큰 완구 박람회 중 하나로, 그중 일부 전시관에서 보드게임도 전시가 됩니다. ‘그중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에센 박람회에 못지않게 많은 보드게임 업체들이 참여하고, 보드게임 행사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는 큰 행사죠. 당시에도 코로나가 막 시작했을 때였기 때문에 출장을 간 코리아보드게임즈 직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독일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전혀 없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상당히 평화로운 시절이었죠.

 뉘른베르크 박람회에서 코리아보드게임즈와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던 Iello와 미팅을 가졌고, Iello에서 개발 중인 그리스 테마의 전략 게임에 대한 소개를 받았습니다. 이때는 오래전 기억이었던 Polis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었죠. 게임 설명과 테마만으로 상당한 매력을 느꼈고, 나중에 샘플이 나오면 꼭 보내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3. 2021, 코리아보드게임즈, 그리고 리틀 타운

 그리고 오랜 시간을 거쳐, 2021년 여름 코라: 제국의 번성의 샘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샘플을 풀어서 게임 테스트를 준비하던 저는 규칙서를 읽으면서 계속 기시감을 느꼈죠. 실제 테스트를 진행할 때 누군가 이 게임 ‘Polis’ 아냐?”라고 해서 그때서야 깨달았습니다. 2019년에 놓쳤던 그 게임이 2년 만에 Iello를 통해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을요.

 놀랍게도 Iello에게 코리아보드게임즈의 개발팀이 게임을 뺏긴 건 처음이 아닙니다. 2019년에 출시된 게임 리틀 타운도 일본 작가의 게임이었고, 코리아보드게임즈 개발팀에서 진지하게 출시를 검토했었고, 결국에는 다른 회사가 가져갔다는 소식을 들었죠. 2018년 에센 박람회에서 이 게임을 소개받았는데, 그때는 보자마자 같은 게임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챘습니다. 결국에는 리틀 타운에 이어 코라: 제국의 번성까지 무언가 Iello와 알 수 없는 인연이 계속 이어지게 되었죠.

 

<Iello의 또 다른 게임, 리틀 타운>

 

 결론적으로 코라: 제국의 번성은 그 당시 'Polis'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좋은 게임이었고(게임은 'Polis'에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Iello 같은 큰 회사에서도 규칙, 테마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냈다는 것은 게임 자체의 완성도가 매우 높다는 뜻이죠), Iello의 일러스트와 상품 제작 능력이 더해져 훌륭한 게임으로 완성되었습니다. 'Polis'를 놓친 것을 매우 아쉬워했던 개발팀 담당자도 코라를 보고 잘 만들어졌다는 아쉬움 반 기쁨 반의 평가를 남겼다는 후문입니다. 결론적으로는 코라: 제국의 번성은 돌고 돌아 코리아보드게임즈의 로고를 달고 한국어판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을 만날 일만 남았지요.

 

4. 결론

 보드게임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좋은 게임은 돌고 돌아서 결국에는 올바른 평가를 받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드게임은 누군가와 함께 즐겨야 하는 게임이고 내가 재미를 느꼈다는 것이 누군가의 공감으로 이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일을 하면서 아쉽게 놓친 게임도 많고 고심 끝에 포기한 게임들도 많지만, ‘코라: 제국의 번성처럼 돌고 돌아 다시 만나게 되거나, 다른 회사에서라도 한국어판으로 만날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내가 느낀 재미를 누군가도 같이 느껴줬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즐거워집니다. 누군가와 함께 즐거움을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직업 겸 취미의 최고 장점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코라: 제국의 번성을 통해서 느꼈던 재미를 여러분도 함께 느끼길 바라며 이만 글을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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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53 상후니
    • 2022-02-24 15:35:01

    비하인드 스토리 재미있네요ㅎㅎ다른 게임들도 종종 비하인드 스토리 올려주세요!
    • 관리자 [GM]언테임드
    • 2022-02-24 16:09:05

    @상후니 / 상후니 님같은 분의 호응이 많아지면... 이 GM언테임드가 담당자 사이를 호령할 수 있게 됩니다.(아님)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 Lv.40 리클러스
    • 2022-02-25 10:19:25

    오 재밌다재밌다 흥미진진.
    • 관리자 [GM]언테임드
    • 2022-02-25 14:34:55

    @리클러스 / 상품 소싱 업무 담당자의 기쁨과 아쉬움이 동시에 녹아있는 글이었습니다 :)
    • Lv.4 푸른시냇가
    • 2022-02-27 15:56:15

    엇. 그래서 규칙서는 언제 올라오나요? 0.0
    • 관리자 [GM]언테임드
    • 2022-02-28 12:20:24

    @푸른시냇가 / 규칙서는 담당 부서에게 문의해서 업로드 진행 예정입니다! 아시다시피 행사 일정에 따라 담당 부서가 바쁘면 업로드가 즉각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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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 게이머스 게이머들이 전부 매도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 한마디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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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김미란 교수(대한폐경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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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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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 그동안 너무 초월번역이라고 띄워주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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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 해명문 잘 봤습니다. 정말 화가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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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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