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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나는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입문기)
  • 2022-04-01 14:53:25

  • 11

  • 348

Lv.26 LikeDavid

신나요님의 입문기를 보고나서 갑자기 입문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작성해봅니다.

 

90년대 비디오 게임에 미쳐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콘솔 게임기 몰래 사서 하던 고딩 시절..
자주 보던 게임 잡지사에서 D&D 한글판을 발매했죠..
멋모르고 구입해서 두꺼운 룰북을 다 읽고, 게임 주인이라는 이유로 마스터 룰북까지 다 익힌 후 마음 맞는 몇몇 친구들과 한 동안 즐겁게 즐겼던 것이 보드 게임이라는 취미의 첫 단추가 아닐까 생각 됩니다.
(물론 그 전에 해봤던 보드게임도 있긴 하지만 뭔가.. 어린 시절 대부분 해봤을 부루마블 정도였으니 패스)
그러다가 고3 때는 더이상 게임을 할 수 없게 되어 그 이후로는 전혀 플레이하지 못하고 이젠 D&D 주사위 세트만 남아 있죠..

 

제대하고 2000년대 보드게임 카페에 가끔 드나들며 정말 재미있게 했던 게임으로 기억되는 것은 '라비린스'였습니다.
사실 D&D를 보드게임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잘 모르던 시절이라..
적당한 인터액션과 머리 쓸 요소가 있는 라비린스는 당시 저에겐 나름 충격적이었죠..
그리고 함께 했던 루미큐브가 '보드게임'이란 것에 좋은 인상을 주었던 시기였습니다.
역시나 진로를 정하고 바쁘게 살다보니 보드게임을 접할 기회도 거의 없게 되었죠..

 

2010년대 결혼하고 살다보니 '보드게임'이란 단어는 저에게는 이제 아무 관계 없는 단어였죠..
그러다 아내의 회사에서 보드게임을 접목한 유아용 교육 제품을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시작 되었고 아내는 리서치 목적으로 보드게임에 대한 여러 정보를 수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몇몇 보드게임을 구입해서 혼자 테스트 플레이도 해보고 룰북도 보고 하더라구요..
당시 이미 아내는 어느 정도 보드게임이 빠졌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때 봤던 게임이 카탄, 아그리콜라, 탈리스만, 안드로이드 넷러너, 아컴호러 2판 등등이었으니 말이죠.
(유아용 게임 만드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게이머스 게임들..ㅋ)
아내의 테스트 플렝이를 목적으로 몇번 함께 카탄이나 아그리콜라를 플레이했지만 뭔가 재미는 있는데 확 와닿지는 않은 수준의 느낌이었죠.

 

그러던 저의 운명을 결정할 사건이 생깁니다.
아내가 펀칭 타일도 뜯지 않은 엘드리지 호러를 저에게 건네며 룰북을 읽고 게임 방법을 알려달라고 요청한 것이죠.
엘드리치 호러의 룰북을 읽으면서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AP 시스템이라든지 협력 시스템은 전혀 접해보지 못한 신세계 같은 느낌이었죠.

게임을 진행하면서 캐릭터가 성장하는 것은 RPG를 좋아하던 저에게 더욱 호감일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엘드리치 호러에 푹 빠져서 버림 받은 지식, 광기의 산맥을 한글화하는 열정까지 가지게 되었고 이제는 보드 게임 수집가(보드게이머 아님 주의ㅠㅠ)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엘드리치 호러는 저에게 가장 재미있는 게임이자 가장 사랑하는 게임이었죠.
여러 게임들을 하다보니 이제 가장 재미있는 게임을 꼽을 땐 글룸헤이븐, 메이지 나이트, 쓰루 디 에이지스, 정령섬, 로빈슨 크루소 등을 언급하지만..(결국 대부분 협력 게임.. 이게 다 엘드리치 호러 때문)
여전히 가장 사랑하는.. 최애는 엘드리치 호러입니다.

 

글을 쓰다보니 오랜 시간 책장에만 있던 옛 친구가 그리워지네요..
이번 주말에는 아내와 함께 옛 친구를 꺼내 플레이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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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스태프 [GM]찰리
    • 2022-04-01 14:59:45

    원래 있던 보드게임 유전자를 아내가 깨워주신거네요 ㅎㅎㅎ
    • Lv.26 LikeDavid
    • 2022-04-01 15:19:15

    제 여동생에게 영업할 때도 엘드리치가 먹힌 거 보면..ㅋㅋㅋㅋ
    • Lv.47 폭풍먼지
    • 2022-04-01 15:07:42

    저도 사실 첫 구매 게임은 엘드리치호러였습니다 ㅎ;;
    아컴호러를 친구에게 전염되서..
    • Lv.26 LikeDavid
    • 2022-04-01 15:19:46

    아컴호러도 너무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엘드리치를 먼저 접하다보니^^
    • Lv.51 유유아빠
    • 2022-04-01 15:19:37

    저의 처음은 어디었을까....하고 돌아보게 되네요..
    근데 기억이 잘 안나요..ㅠ.ㅜ
    • Lv.26 LikeDavid
    • 2022-04-01 15:21:45

    얼마나 오래되셨으면..^^;;;
    • Lv.26 타이거헌트
    • 2022-04-01 15:21:57

    그냥 각성하신거네요 ㅋ
    전 직장 다니면서 처음 산 게임이 A&A 였어요 ㅋㅋㅋ
    결국 노플로...지금도 썩고 있어요.
    • Lv.26 LikeDavid
    • 2022-04-01 15:44:56

    언제나 구입하고 노플 상태의 게임을 보면 슬퍼집니다..ㅠㅠ
    • Lv.40 리클러스
    • 2022-04-01 15:52:20

    사알짝 차별화 된 입문기네요. 근데 결론은 아캄이라니 이것이 정녕 크툴루의 힘인가 ㄷ ㄷ ㄷ
    • Lv.26 LikeDavid
    • 2022-04-01 16:27:56

    확실히 크툴루 테마는 강력한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결국 러브 크레프트 전집까지 읽게 되었죠..ㅋㅋㅋ
    • Lv.18 연하우스
    • 2022-04-01 23:20:56

    오호~ 부부게이머이신 건가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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