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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읽기 좋은 미스터리 단편집 몇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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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4 15: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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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1 Van.D.Z
안녕하세요 미스터리 게시판을 도통 만들어주지 않는 홈페이지 관리자의 자리에 방금 압정을 떨어뜨려놓고 온 복수의 화신, Van(lv. 17, 월급도적)입니다.
월급도적이 왜 일요일 오후에 게시판에 들어와 있느냐... 그것은 제가 사정이 있어서 휴일근무 중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탐정소설/미스터리소설에 관심이 있지만 시간도 적고 300페이지 넘어가는 책은 표지만 봐도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분들을 위해 가볍게 읽을만한 단편집 몇개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오늘의 추천에는 몇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우선 유명한 고전들은 모두 제외했습니다. 예를 들어 셜록 홈즈의 모험, 엘러리 퀸의 모험, 푸아로 사건집 같은 것들은 굳이 추천하는 의미가 없겠죠. 두 번째로 탐정소설 마니아가 아니면 별로 재미없을 수 있겠다 싶은 것들도 뺐습니다. 이 과정에서 느끼게 된 점이 하나 있는데요, 이쪽 장르에서는 엔간한 마니아가 아니면 흥미(심지어 그 흥미란 것도 다분히 탐구적인!)를 느끼기 어려운 작품일 수록 대중의 흥미를 확 당길만한 제목과 표지로 치장되어있는 경우가 많더라는 겁니다. 출판사에게 고소당하면 큰일이므로 예는 들지 않겠습니다. 세번째로, 각각의 단편이 좀 길다 싶은 것들은 뺐습니다. 책 읽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에게는 100페이지나 500페이지나 그게 그거일 거라고 생각합니다.(사실 100페이지나 되면 단편이라기보단 중편에 가깝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구하기 힘든 책은 선정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판매중이거나 중고로라도 쉽게 살 수 있는 책만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그러면 일단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1. 화이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미스터리 소설 전문 에디터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스터리 서점의 주인인 오토 펜즐러가 엮은 단편집입니다. 여러 작가의 단편 소설 중 크리스마스가 소재인 단편들만 엄선해 엮은 책으로, 전통적인 탐정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스릴러 미스터리, 범죄문학 등 미스터리의 다양한 메뉴를 맛보실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몇해 전의 크리스마스 즈음에 샀는데요, 크리스마스에 읽으면 딱 좋겠다 싶어서 샀습니다만 실제로도 크리스마스에 읽으니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느껴지고 좋았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꼽으라고 하면 책 내의 어느 작품도 아닌, 작가 서문의 도입부를 꼽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돈을 내고 책을 샀을 뿐인데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걸까요?
약 500페이지 정도의 책에 20여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이 책이 충분히 마음에 들었다면 연작에 해당하는 "우아한 크리스마스의 죽이는 미스터리"도 추천합니다.
2. 미니 미스터리
엘러리 퀸은 탐정소설 작가로 유명하지만, 어쩌면 편집자로서 세상에 남긴 공적이 더 훌륭할지도 모릅니다. 탐정 소설의 역사에 가장 큰 공헌을 한 편집자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누구나 엘러리 퀸을 꼽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엘러리 퀸이 엄선한 숏-숏-스토리(초단편이라고도 부릅니다만, 엽편과는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습니다.) 모음집으로서 길어봤자 10페이지 미만이고 짧은 것은 두 페이지 안에 끝납니다. 총 페이지가 400페이지가 안 되는데, 안에 들어있는 작품은 50여편입니다. 이 책도 서문의 내용을 보시는 게 제 얘기보다 도움이 될 것 같아 서문 초반부를 찍어 올립니다.
3. 4페이지 미스터리
초단편 미스터리의 귀재라고 불리는 아오이 우에타카의 작품입니다. 제목에서 짐작하실 수 있듯이 수록된 모든 작품이 4페이지 짜리입니다. 본격추리에서 호러, 블랙유머에 이르기까지 범미스터리 장르라고 할 수 있는 바운더리 내에서 상당히 넓은 스펙트럼의 주제를 다룹니다. 작품 하나하나가 재미있는 것은 물론이고요. 대충 책상 어딘가에 던져두었다가 생각날때 꺼내서 한편씩 읽으면 꿀맛입니다. 현재 절판이지만 상태 '상'의 중고책을 3000원 미만의 가격으로 살 수 있습니다.(하지만 배송비가...)
4.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2라고 써있는 걸 보고 의아해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시리즈 첫편이 아니라 두번째 편을 소개하는 이유는 우선 어느 것을 먼저 읽어도 무방하며, 전편에 대한 스포일러도 없고(애초에 전편보다 과거가 배경이라 스포일러 할 것도 없습니다.), 이 책이 전편보다 더 가볍기 때문입니다.(전편인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줘'가 엄청 무거운 소설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비교적 이 쪽이 더 가볍다는 것이죠.) 어디까지나 누구나 가볍게 읽을만한 것을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니까요.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라고는 하지만 이번 편의 주인공은 사실상 저 휠체어 탐정 쪽입니다. 고즈키 겐타로라는 이름의 할아버지인데, 건설회사 사장이며 오만하고 고집불통에다가 유력 정치인의 후원회장이라는 배경도 있어서 아주 마음대로 사는 양반입니다. 사건 현장에 멋대로 들어가는 건 물론이고 경찰에게 와라가라하지를 않나, 추리를 위해서라면 중장비를 몰고 남의 집에 돌진하거나 남의 건물을 부수거나 도로를 까뒤집기도하는 막가파 탐정입니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풍은 본격 추리보다는 사회파(그것도 상당히 작가의 고뇌와 노력이 느껴지는) 추리소설에 가깝긴 합니다만 이 작품은 제대로 된 본격 추리(사회파적 요소가 없지는 않지만)소설입니다. 전문지식 같은 부분들을 남들처럼 대충 때우고 넘어가지 않고 철저하게 조사해서 작품내에서 설명하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습관이 더욱 빛을 발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5. 마이다 히토미 11세, 댄스 때때로 탐정
개인적으로는 21세기에 읽은 책 중 베스트 10 안에 들어가는 물건입니다. 잔혹한 묘사나 어두운 서사 등이 없이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코지 미스터리입니다. 사실 탐정이라고는 하지만 극중에서 마이다 히토미가 하는 역할은 탐정이라기보다는 탐정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에 가깝습니다. 마이다 히토미가 한 말이나 행동, 혹은 목격한 것 등등에서 번쩍!하고 감이 오는 식이죠. 마이다 히토미가 본격적으로 탐정 역할을 하는 것은 2권에 해당하는 '마이다 히토미 14세, 방과 후 때때로 탐정'부터입니다. 꽤 아끼는 책인데 어느샌가 잃어버린 모양인지 보이지 않네요. 이 책을 보호하고 계시거나 목격하신 분은 연락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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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압정을ㅋㅋㅋㅋㅋㅋ
추천감사합니다! 살인의 쌍곡선은 정말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오마주같은 책이었습니다. 지난번에 산책들도 다 읽어갔는데 이렇게 또 추천을... 일본작가들이 미스터리장르쪽에서 유명한 사람이 많은것 같습니다. 전 마쓰다 세이초 작가를 좋아합니다 ㅎㅎ
이번 목록도 적어뒀다가 다음에 재미있게 읽겠습니다! -
일본은 전업작가도 많고 다들 다작을 하니까 일단 풀이 넓죠. 미스터리상 같은 조건도 잘 되어있고… 옛날에 엘러리 퀸이 에도가와 란포에 대해 소개할 때 “다작하는 일본의 작가 중에서 그나마 적게 쓰는 작가”라고 소개하기도 했죠. 마쓰모토 세이초를 좋아하시면 나카야마 시체리의 안녕 드뷔시 같은 것도 취향에 맞으실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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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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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도 미스터리장르군요 ㅋㅋㅋ 추천 감사합니다!
전업작가가 많군요.. -
아내가 히가시노 게이고 좋아해서 책 막 모으고 이쪽을 좋아하는데 van님 글 스크랩 해서 도움 많이 받고있습니다. 압정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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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가 책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이 엔간한 사람 책 읽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빠를 텐데 다른 책 읽을 시간이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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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몇 편은 읽긴 했습니다 근데 이 작가 책 엄청 나오긴 하더라고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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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깊이 있는 글 잘 봤습니다.
이 분한테 빨리 추리/미스터리 게시판 열어드려야 하는데 말이죠.. -
추리 미스터리 게시판 파티원 구합니다 'D'
오늘도 이렇게 읽을 책 리스트를 늘렸습니다.
꿀잼 시리즈 잘보고있어용 -
이런 좋은 글은 선추천 후감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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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다 읽어보고싶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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