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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 리뷰 - 간만에 떠들고 싶은 작품이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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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2 15:3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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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GM]신나요
어지간히 괜찮은 작품이라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고서야 극장에 잘 가지 않는 저희 부부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이후로 처음으로 극장에 걸음해서 본 영화,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를 보며 개인적으로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 잘 줄여서 이야기를 풀어보죠. 미리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성공적인 판타지 오락영화의 등장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스포일러성은 좀 있습니다. 보고 오신 분들이 보기에 좀 더 좋은 글이겠네요.
이야기 1. 중세 판타지가 살아날 수 있을까
중세 판타지 영화라 하면 다들 <반지의 제왕>을 걸작으로 꼽을 겁니다.애니메이션 영역이 아닌 영화의 영역에서 제대로 된 중세판타지물을 보기 힘들었죠. 개인적으로 <반지의 제왕>의 성공은 애들이 보는 영화가 아닌 판타지 영화를 만든 데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를 손에 넣으려는 악의 무리에 맞서는 영웅들의 모험담”이나, “돈을 노리고 온 세계에 혼란을 가져오려는 악의 무리에 맞서는 주인공의 액션 활극”이나 유치하기는 매한가지인데 유독 전자의 영역은 아이들 이야기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부터가 그 시각을 벗어나지 못했던 많은 작품들이 <반지의 제왕> 전후로 흥행에 참패했죠. 저는 <반지의 제왕> 이전에 <윌로우>를 기억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작품의 성행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변변한 작품이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바톤을 이 작품이 이어받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요.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는 걸출하게 잘 뽑아낸 요즘 대중영화의 정수에 가깝습니다. 영화의 톤을 <반지의 제왕>이 아니라 <캐리비안의 해적>에 맞춘 선택도 아주 좋았고, <어벤저스>를 연상시키는 최후반 액션씬은 물론이거니와 중반부 도릭의 변신 도주 롱테이크 시퀀스, 마차 잠입 시퀀스는 최근 물량 공세에 눈이 멀어 참신함을 1도 보여주지 못하는 숱한 액션씬들을 싹 잊어도 될 정도로 기법으로도, 논리로도 훌륭했습니다. 그런 것들보다도 좋았던 건 이 작품이 그렇게 코미디를 집어넣고도 아이들 영화로 만들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 차이를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자신의 힘을 깨닫는 미성년 주인공의 성장담은 일단 피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이야기 2. 134분이라는 플레이타임
이 영화는 할 일이 참 많은 작품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관객들에게 세계관 설명하랴, 한두 명이 아닌 등장인물의 배경 묘사하랴, 본래 줄거리 서사를 전개시키랴. 많은 판타지 작품들이 여기서 실패를 많이 합니다. 그렇게 되기 싫은 요즘 작품들은 플레이타임을 불필요하게 늘여서 드라마를 극장에 가져와서 보여주는 경향도 생겼는데요. 이 영화와 굉장히 비슷한 지점에서 굉장히 비슷한 방법을 도입하며 전개되었던 <이터널스>는 155분이라는 시간을 썼음에도 인물의 매력도 다 보여주지 못하고 감독조차 배경 이야기를 따라가기 급급해 한다는 느낌을 받게 만듭니다.
똑같이 회상씬을 수시로 집어넣으면서도 어느 회상씬도 5분을 채 넘기지 않는 이 작품의 이야기 전개 방식을 보면, 헐리우드 대중영화는 역시 천상 이야기꾼이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이 영화는 위에서 이야기한 모든 것들과 아무 관련이 없는 코미디 대사와 장면에까지 분량을 할애해야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가 끝났을 때 풀리지 않은 떡밥도 없고, 매력 없는 인물도 없습니다. 그 수많은 코미디 장면들조차 쓸데없다고 느껴지는 게 거의 없을 지경이었으니까요.
신기방기한 것들이 쏟아져나오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서 욕심을 더 낼 수도 있었겠지만, 영리한 감독은 전개해야 할 것들이 많은 영화를 풀어가기 위한 정석을 보여주려고 작정한 듯, 한두 가지 오브젝트들을 충실하게 재활용했습니다. 마법사 팔찌, 슬라임 블록,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내려가는 미로벽 등을 한 마디 정도 설명과 함께 보여주기로 다 설명해 놓고 그걸 2차 3차 재해석합니다.
그 백미는 여기저기 마술봉이었죠. 마차 잠입 시퀀스부터 보물 처리법까지 정말 오밀조밀하게 활용합니다. 새로운 난관 앞에서 매번 원리도 모를 해법을 내놓고 “맞춤형 필살기니까 해결된 거임” 하고 마는 게으르기 짝이 없는 영화들과는 다릅니다. 그런 영화들이 해산물 요리를 낸다면서 듣도보도 못한 생선을 난데없이 꺼내놓고는 이게 맛있는 거라고 주입하고 있는 거라면, 이 영화는 오징어 요리가 특기라면서 오징어로 할 수 있는 기막힌 요리를 대여섯 가지 내놓는 찐맛집 같은 거죠. 그래서, 신기술을 이해하느라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 피곤할 일이 없고, ‘니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라고 이해할 것도 없습니다. 그냥 보면, “아니 이걸 이렇게 쓰다니!” 하고 감탄을 연발하게 됩니다. 정말, 이런 이야기꾼이 어디 숨어 있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야기 3. 성룡을 그리워하며
장면을 멋있게 보여주는 데 집착했던 헐리우드는 90년대 말경 마이클 베이 감독 이후로 화려한 화면으로 맥락의 공허함을 채워 댔습니다. 그래서 급기야는 무슨 장면인지 식별도 하기 어려운 액션씬이 이어지거나, 자극의 역치가 너무 높아지는 바람에 어지간한 장면들이 심심해지게까지 되었죠. 그러다가 다큐 스타일 극영화를 만들던 감독 폴 그린그래스가 <본 얼티메이텀>을 세상에 내놓은 이후로 리얼한 스타일의 액션에 목숨을 걸어 댔습니다. 아마 90년대부터 홍콩 무협 영화를 접목시키려던 시도들이 대체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동안 태국의 <옹박>, 인도네시아의 <레이드>, 그리고 한국의 <아저씨>와 같은 아시아권의 무술 기반 영화들이 헐리우드가 탐낸 자리를 치고 들어온 것도 영향은 있었지 않을까 하는데요.
요즘 헐리우드 영화들은 대단히 계획적으로 배치된 오브젝트들을 이용해서 장면과 장면이 인과 관계를 갖고 물흐르듯이 이어지는 액션 시퀀스를 연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루소 형제를 그 본격적인 시작점에 놓고 있는데요. <어벤저스>나 <윈터솔져> 등의 액션 시퀀스를 보면 즐거운 까닭이 장면 장면의 꼼꼼한 연결에 있죠. 이번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의 액션 시퀀스 하나하나가 그러한 헐리우드 액션 발전의 현재 정점에 가깝습니다. 홀가의 1대다 격투씬을 볼까요. 싸우다 말고 맞는 회수가 늘어나자 벽에 있는 투구를 쓰고 등에 방패를 짊어지고, 활로 기상천외한 근접 공격을 가하죠(!).
그런 액션의 선구자는 사실 성룡입니다. 요즘 잘 만든 헐리우드 액션 영화를 보면 성룡 생각이 많이 납니다. 헐리우드가 긴 세월 이루지 못했던 홍콩 영화와의 결합을 마침내 이루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가 영화계에서 만들었던 한 정점이 오늘날 마침내 제대로 계승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그 시절 그의 영화를 사랑했던 사람으로서는 만감이 교차하는 바가 있습니다. 이런 잘 짜여진, 합이 있는 액션씬을 계속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맺음.
넷플릭스에서 이런저런 영화를 배회하듯 보다가 대부분 반도 넘기기 전에 질려서 꺼 버린 요즘, 오랜만에 참으로 유쾌하게 본 작품이었습니다. 혹자는 드루이드는 아울베어로 변신할 수 없다며 부정하기도 했다지만, 제가 보기엔 나름 팬들에게 깜찍하게 어필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해본 사람들 가운데 발더스 게이트, 워터딥, 언더다크 같은 지명만 들어도 두근거리지 않았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오락실에서 D&D 해 본 사람들 중에 디스플레이서 비스트 보고 행복사 안 한 사람 있겠나 싶습니다.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비홀더 나오길 기대한 사람 조용히 손을 듭시다)
이 영화는 사실 상업적 성공을 지향했다고 봅니다. 던전 앤 드래곤의 세계관과 매력이 그렇게 많이 표현되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러나 이 정도 작품이 후속작이 나오지 않을 수는 없을 듯하고, <존 윅>처럼 아무것도 없던 영화조차 후속작이 세계관을 탄탄히 만들어 갔으니 이 정도 작품이라면 얼마든지 멋진 세계를 눈앞에 빚어 줄 수 있을 듯합니다. 이번 작품의 성공으로 꾸준히 후속작을 내며 이 세계를 넓혀 주길 기대합니다. <기묘한 이야기>의 너드들이나 즐기는 게임이라는 이미지 말고 말입니다. 그래서 <패스파인더 어드벤처 카드 게임>이 한국어판도 나오고 불티나게 팔려도 주면 얼마나 좋겠읍읍(제작사가 버린 게임...)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 구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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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나 땡기네여. 극장애 가기 힘든 몸이라 손가락 빨며 기다려야겠네여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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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 가지 않고 나중에 봐도 재미가 떨어지진 않을 거예요 ㅎㅎ 화면으로는 극장이 좋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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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까지 써주시니 안 보기도 좀 그런데... 시간이 안 나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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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실 때까지 하루에 한 번씩 놀려 드려야겠군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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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딴 느낌의 영화가 개봉되면 아랫것들 우루루 몰고가서 개봉일 단체 관람을 주도했는데.. 코로나 덕분에 전통이 사라졌네요... 이제는 관람료 인상으로 주도하기도 쉽지 않군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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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궁금해지네요ㅎㅎ
그러고보니 중세판타지 게임은 엄청 좋아하면서
영상은 잘 안봤었네요ㅋㅋ아이러니.. -
재미있는 대중영화로서 저는 추천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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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아마 저스티스리그 이후 간만에 보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일찍 내려가지 않으면...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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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래간만이신걸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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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 오락실 게임에서 디스플레이서 비스트는 별거 아니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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