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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전 보드게임 잡담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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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4 14: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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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1 [개굴이]
안녕하세요, 숨만 쉬면 돈이 나오는 삶을 꿈꾸는 양서류, 개굴입니다.
여러분, 제가 굉장한걸 깨달았는데 말이죠, 분명 금요일 저녁이 된지 반나절도 안된 것 같은데, 아침에 눈을 떠보니 월요일 아침이더라고요?
이건 분명 금요일 밤에 비밀의 집단에게 납치되어서 갖은 실험을 당한 후, 일요일 저녁 즈음 아무도 모르게 집으로 돌려보내진겁니다. 기억을 싹 지운채로요.
그게 아니면 뭐, 제가 현실을 부정하고라도 있는거겠어요? 하핫.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신건지...그럴리가 없잖아요?
▲ 하지만 This is 현실.
기다리시는 분이 많지않은 비정기 잡담글, 퇴근 전 보드게임 잡담도 어느 새 44번째 글이 되었습니다. (보드라이프 기준)
올해 안에 50번 찍는게 목표에요. 그럼, 44번째 쓸데없는 소리, 가볼까용!
1.
저번에도 얘기했던 것 같네요. 최근 제가 있는 평택의 보드게임 모임은 몇년만의 호황을 누리는 중입니다.
성별과 연령이 다양한 분들이 방문해주셔서 재미있게 즐기고 가시는 중이죠. 그 중 지속적으로 오시는 분들도 조금은 계시구요.
코로나를 기점으로 모임 운영이 많이 힘들어졌다고 생각을 한 적이 있엇습니다.
실제로 모임을 열어도 나오시는 분도 없고, 그러다 보니 거의 고정된 4명 남짓한 멤버로 명맥만 이어온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어찌어찌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고(라곤 하지만 최근에 또 기승입니다...) 올해 오프라인 보드게임 행사가 많이 열린 덕인지, 새로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졸지에 책장에서 먼지만 쌓이던 게임들도 함께 호황을 누리는 중이죠. 배틀쉽을 얼마만에 가져가서 했는지 모르겠다구요 ㅋㅋ
그런가 하면, 새로 오신 분들 챙기느라 정작 제가 하고싶은 게임을 돌릴 기회가 많지 않다는 딜레마에도 빠져있지요.
한 2박 3일쯤 싹 다 가둬놓고 군만두만 먹이면서 전략게임 돌리는게 요즘 제 버킷리스트에 추가되었습니다. BB고가 맛있더라구요.
2.
왠지 모르게 올해는 작년에 비해 굉장한 게임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두어달에 한 번씩 깜짝깜짝 놀랄 일들이 생기는 느낌이에요.
올해만 해도 다윈의 여정을 보았을 때, "이건 분명 올해 최고의 게임이다"...싶었는데,
오토배틀 챌린저스를 해보고 "다윈은 올해 최고의 전략게임이고 올해 가장 최고로 멋진 게임은 오토배틀챌린저스다" 로 바뀌었다가
동인도회사를 해 보고 "다윈은 올해 최고의 전략게임이고, 오토배틀 챌린저스는 올해 최고로 게임이고, 동인도회사는 올해 최고로 웃긴 게임이다" 로 바뀌었습니다.
"쩐다 총량 법칙"에 의해 시간이 흐를수록 감동을 고르게 나눠갖는 기분이긴 한데, 아무튼 올해 하는 게임들은 놀라운게 많아요.
▲ 음... 올해 최고의 시뮬레이션 게임 정도로 할까요?
여기에 하나 거들고 있는게 헤게모니입니다.
비대칭구조 게임, 듣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그 단어지만 한편으로 룰마 입장에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비대칭이라면 보통 규칙의 양이 * n이 되니까요...
게다가 보통 비대칭 게임이 인터액션 구조를 중시하다보니 다른분들도 그 규칙을 다 알아야 게임흐름이 즐겁기도 하고.
그래서 헤게모니는 크게 관심을 안뒀는데.....정신차리고 나니 집에 배송이 와 있더라구요. (외계인 멈촤)
암튼 무려 2주 넘게 규칙서를 깨작깨작거리다가 겨우겨우 규칙을 익히고 딱 한판 돌려봤는데 꽤 강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음.... 이런 느낌을 어디서 받았냐면, 예전에 지구를 떠나다 할 때 받았었어요. 사회구조 시뮬레이션으로서 꽤 괜찮더라고요?
저학년들에게는 어렵겠지만, 인문계열을 희망하는 고등학생들에게라면 아이들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충분히 가치있는 게임이 아닌가...생각이 들었습니다. 보고서같은거 쓰기 딱 좋아보였어요..
지구를 떠나다보다 게임적인 테이스트가 강했던것도 좋았습니다. 게임으로서도 충분히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정작 설명 자체도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그렇게 부담스럽진 않구요.
....물론 그러고 규칙설명부터 플레이종료까지 5시간 40분 걸렸습니다.
3.
한 5~6 개 정도의 규칙설명영상을 만들었는데, 최근 일종의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하려던 것도 아니고 그냥 구색맞추기 정도의 의미였는데, 하다보니까 조금 더 잘 해보고싶어지더라고요.
제 영상은 규칙서를 재료로 PPT로 가공하고, 그 PPT로 온라인 수업 하듯이 설명하는 영상이다보니, PPT로 만들기 어려운 규칙서가 있다거나, 설명 자체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무튼, 그래서 한 번 시도해보자...라는 기분으로 홀린듯 카메라 거치대를 샀고, 하루만에 배송이 왔습니다.
▲ 살 때 까지만 해도 저는 제가 프로- 유튜바-가 될 줄 알았습니다.
최근에 재미있게 했고, 비교적 설명의 난이도가 간단한 동인도회사로 촬영을 해 봤는데..
....완전 헬파티더라구요-_-;;; 조명부터 각도, 음성부터 설명까지 마음에 드는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시간 반 촬영하고, 다 지우고, 좌절하고
회복해서 한시간 촬영하고, 다 지우고, 좌절하고,
회복해서 30분 촬영하고, 다 지웠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암튼 지난 주 화요일 일인데, 동인도회사의 발매일을 제가 잘못알고있었는지 다음주 수요일, 즉 내일 모레가 발매라는 소식을 들었슴다.
....발매전 규칙설명영상 못참지. 저란 개굴 포기를 모르는 개굴입니다. 그래서 다시 단단히 준비하고 도전했는데...
16분짜리 영상 만드는데 콘티 제외하고 촬영부터 업로드까지 24시간 걸렸습니다. 물론 작업시간은 반도 안되긴 하지만.
▲ 고뇌의 흔적
하...피드백을 봐야 알겠지만, 너무 품이 많이 드는거 아닌가요....??
이거 매번 찍어서 올리는 분들께 존경심과 경외심이 드는 시간이었어요..ㅋㅋ
4.
최근에 아머드코어6를 깨작깨작 하고 있습니다. 로봇! 미사일! 폭발!!
근데 정작 임무보다는 데칼 제작 메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네요....ㅋㅋㅋ
▲ 마! 너희를 쓰러뜨린건 한국의 보드게임 회사다 이말이야!
요즘은 플랫폼간의 경계가 낮으니만치....좋은 성과를 뽑아낸 아코, 곧 보드게임으로 어디선가 내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5.
최근에 여기저기서 <웬디, 어른이 되렴>을 추천받았습니다.
명성이 워낙에 자자한 게임인데 반해 정작 구매하고 보니 게임 박스 자체도 작고 자료가 되는 컴포의 양도 단촐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되려 "고작 요만한 게임이 그정도의 평가를?" 싶어서 궁금해졌던 차에 기회가 생겨서 플레이를 할 수 있었어요.
플레이 한 결과 이 게임에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단점이 하나 있다는걸 깨달았는데요,
바로 게임을 한 번밖에 즐길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시나리오의 소재와 그걸 풀어나가는 방식도 모두 더할나위없이 좋았어요.
특히 좋았던건 머더미스테리 장르 전반적으로 자료 숙지가 안되었을 경우 게임을 절게 된다는 단점이 존재하는데, 이 단점을 정말 잘 승화시켰다는 부분입니다.
머더미스테리 장르가 처음이신 분들이 두 분 계셨고, 자료 숙지 시간도 10~15분만 드렸는데도 불구하고 기승전결 모두 괜찮았어요.
게임을 하면서 소름이 돋는 경험은 진짜 오랜만이었습니다 :)
이쯤되니 아직 못해보신 분들이 정말 부러워요. 여러분들은 아직 보드게임 취미를 계속해나갈 이유가 적어도 저보다는 하나 더 갖고계신거니까요.
6.
저는 초등학생 조카가 있는데요, 만나게 되면 보드게임을 종종 합니다.
아이가 6살정도 될때부터 살짝살짝 시도를 해봤는데, 초3인 올해즘 되니 할 수 있는 바리에이션이 많아지더라고요.
크으....예전엔 블로커스 쥐어줬더니 그냥 던지면서 놀더니 이번엔 다윈의 위대한 발자취를 무려 꽤 그럴듯하게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겁니다.
아무튼 이번에 봤을 때, 조카가 그 작은 손에 포켓몬카드를 또 잔뜩 쥐고 왔습니다.
분명 두어달 전에 봤을 때에는 포켓몬카드로 그냥 숫자 비교하면서 놀고 있는 듯 싶었는데, 이번에 왔을때에는 뭔가 바닥에 가득 펼쳐놓고 무엇인가 하고있더라고요?
멀리서 귀기울여보니, 저에게 덱을 하나 짜 주고, 본인의 덱으로 저랑 승부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습니다. 아 이녀석 삼촌은 중학교 때 친구걸로 포켓몬카드게임 GB를 해본게 다라구...
아무튼 20년전 얘기다보니 요즘 규칙도 가물가물하고...빠르게 인터넷에서 규칙을 훑고(생각보다 쉽더라고요?) 조카가 쥐어준 덱을 들고 포켓몬 배틀 시작!!
▲ 삼촌, 아직 TCG에서는 지지 않는다.
그리고 장렬하게 잌ㅋㅋㅋ겼ㅋㅋㅋㅋㅋ습ㅋㅋㅋㅋ닠ㅋㅋㅋㅋ닼ㅋㅋㅋㅋ
앉은자리에서 두 판, 다음날 한 판 더 이기니까 덱이 좀 세보이길래, 덱 바꿔서 하자고 얘기했는데
똨ㅋㅋㅋ잌ㅋㅋㅋ겼ㅋㅋㅋ습ㅋㅋㅋ닠ㅋㅋㅋ닼ㅋㅋㅋ
그래도 예전에 부루마불 할 때 지고서 막 울었던거 생각하면, 이번에는 지고서도 의연하게 자신의 패배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깊었네요.
물론 그 의연한 태도에 저는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그 패배를 곰씹고 강해져서 돌아오는 것이 남자다"
이번 잡담은 요기까지. 2022년 결산을 쓴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9월이네요.
남은 네 달도 즐거운 보드게임 생활하세요! 일단 오늘 좋은 하루부터 보내시구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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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를 인정하고 다음에 또 하자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참 대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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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울면서 땡깡부리면 삼촌이랑 더 이상 놀 수 없으니까요.
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겁니다. -
ㅋㅋㅋㅋㅋ 오늘도 넘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도 올해의 최고의 게임은 이거다에서 '이거'가 자꾸 바뀌고 늘어나고 하는 경험을 하는 중입니다 ^_ㅠ 영상은 정말 어렵죠! 룰 영상을 찍지는 않지만 대 공감하는 바입니다!!!ㅠㅠㅠ 이참에 공들인 개굴님 룰 영상 보러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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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안보셨다니 실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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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물은 읽기 전 주의를 요하는 게시물로서 내용이 가려져 있습니다.
- 아래 주의문구를 확인하신 후 “게시물 읽기”버튼을 클릭하시면 게시물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저도 후일담 읽어주다가 목이 메어와 힘들었습니다.....흑흑.
게다가 저는 박사의 바람과는 다르게 움직여서 더 마음이 안좋더라고요. -
위쳐 빅박스의 용도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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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박스는 이렇게 쓰는거였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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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하고 높은 박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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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게모니는 아들이 고등학생 되면 꼭 같이 해보고싶어요 ㅎㅎ
포켓몬카드게임은 아들이 상성 안좋은걸 쥐어줘서 항상 제가 집니다.... (이기는게 있었나...) ㅋㅋ -
바꿔서 해서 그 손에 승리를 거머쥐십시오 아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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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해봤지만 아내한테 나이값 못한다고 혼이 나요. 😂
아내와 스플랜더 대결할 때는 절대 안봐줍니다!!! ㅋㅋ -
인원을 못모아서 웬디를 못하고 있는 1인입니다 후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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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명은 좀 많긴 하죠? 다른 분들이 하기 전에 어서...어서 파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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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 멤버에 끼고싶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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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 멤버...크흡....크크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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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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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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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져줬을때 더 재밌게 게임을 해주는 삼촌을 보고
아이의 큰그림일지도...? -
허어.....마흔살 삼촌 위의 열살 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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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싶습니다. 특정 단어가 게임 디자이너의 의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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