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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전 보드게임 잡담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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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9 14: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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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1 [개굴이]
안녕하세요,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며 활동력이 떨어지고있는 양서류, 개굴이입니다.
비가 오면 개구리가 우는 이유는 날씨와 나이의 상관관계를 깨닫고 있는 양서류들의 슬픈 울음이라는 썰이 있죠.
요즘 제가 그렇습니다. 날이 꾸리꾸리하면 아침에 일어나기가 그렇게 힘들더라고요. 물론 날이 좋다고 부지런한 건 또 아니지만요.
가을은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수확과 독서, 풍요의 계절이라고들 하죠?
하지만 N년째 반복하며 글을 썼듯, 저에게는 가을은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시기일 뿐입니다. 하...
오늘만 해도 개인 사정으로 연차를 냈다가 용무가 일찍 끝나 구태여 연차를 반차로 바꿔가면서 출근을 했습니다. 믿어지시나요?
그리고 할리갈리 종치듯 호다닥 급한 일 하나를 처리하고 남는 시간에 짬내어서 글을 쓰고 있죠.
아 괜찮습니다. 아이 엠 토털리 제정신이거든요. 언더스탠드?
그러니 여러분, 부디 재미있게 읽어주십쇼. 이 영양가 없지만 묘하게 읽게 되는 불량식품 같은 글을 말이죠.
1.
저는 평택/안성 지역에서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0년 ~ 2022년을 겪으며 원년멤버들의 개인사로 인한 이탈 + 코로나 직격탄 등으로 인해 이제는 거의 소모임 수준으로 돌리고 있지만요.
이 글을 쓰고있는 오늘이네요. 2024년 10월, 저희 모임의 모임장소였던 보드게임 카페가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약 6~7년동안 든든한 보금자리 역할을 해 주면서 반갑게 맞이해주던 장소가 사라진다니 이리저리 마음이 무겁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인원이 적어져서 자주 다니지 못했는데, 조금 더 활발히 모여볼걸 하는 마음도 들고요.
추억의 장소가 사라진다는 부분에 대한 개인적인 아쉬움도 아쉬움이지만, 앞으로 어디서 모여야 하나...라는 고민도 큽니다.
막상 찾아보면 마땅한데가 없더라고요. 대중교통이 편한 장소는 주차가 어렵고, 주차가 편한 장소는 대중교통이 어렵고.
둘 다 편한 장소는 가격이 비싸고...뭐 이런 식으로 이리저리 모든 것을 만족하는 곳을 찾긴 생각만큼 쉽지 않네요.
아무튼, 너무 늦지 않게 좋은 장소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평택 인근에 괜찮은 카페 아는 분 계시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테이블 커야 하고... 일반손님들께 너무 이목을 끌지 않게 2층 이상이었으면 좋겠고.... 주차와 대중교통 모두 편했으면 좋겠고...
여러분 지금 손에 들고계신거 잠깐 내려놓....
2.
저는 올해 초등학교 4학년, 그러니까 11살 조카를 둔 삼촌이에요.
제가 어렸을 적 그랬고, 여러분들도 그러셨을 듯 조카에게 삼촌은 뭐랄까... 부모님이 허락하는 합법적 일탈의 창구 같은 존재입니다.
제가 어렸을 적 제 삼촌은 제 부모님 몰래 저를 데리고 오락실에 가 주셨어요.
거기서 즐겼던 던전스 앤 드래곤스나 닌자 베이스볼 배트맨은 아직도 제 어린시절 기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죠.
그렇다보니 왠지 삼촌으로서 조카랑 놀아줄 때에는 집에서 접하기 힘든 다이나믹한 컨텐츠를 제공해야 할 것만 같은 부담이 있단 말이에요?
저와 제 조카에게 그 다이나믹한 컨텐츠란 역시 보드게임입니다. 암요. 삼촌이 가장 자신있게 놀아줄 수 있는 분야인데요.
문제는... 제가 조카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좀 있다는 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평소에 중고등학생들을 보며 고구마 수백개씩 먹고있거든요.
저희 동아리 아이들은 렉시오를 참 못해요. 두 시간을 돌렸는데 아직도 태양 2 위에 구름 3을 얹는 친구들이라구요.
아무튼, 이런 상황이라서 조카에게 들이미는 게임은 되도록 쉬운 게임들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도중 드디어 때가 왔는데요, 조카의 나이가 두 자릿수가 되었다는 겁니다.
10세 이상의 게임을 일단 떠먹여볼 합법적인 나이가 된거죠.
그래서 최근 커피러시(이건 8세+ 이지만요)를 들이밀었는데요, 시작 전에 이런 말을 하고 시작했습니다.
"아야, 느가 이걸 얼마나 잘 소화하냐에 따라 삼촌이 앞으로 가져올 게임의 레벨이 틀려진다잉"
그리고 결과는 아니나 다를까, 조카가 꼴찌를 해버렸어요.
8-7-6-5점이었던가? 암튼 굉장히 촘촘한 점수차로요. 커피러시가 그렇잖아요.
그래서 속으로 '이정도 레벨은 충분히 하는구나... 조금 더 어려운것도 좋겠다' 라고 생각을 했는데,
조카가 총총총 오더니 제 귀에 속삭였습니다.
"삼촌, 이거 제가 꼴찌하긴 했지만 어렵진 않았어요. 다음에도 이런 게임 하면 안돼요?"
▲ 흐 - 뭇
3.
전에 마챔을 홀린듯이 샀습니다. 한 두판 해보니 재미있더라구요? 그리고 눈 감았다 뜨니 레드스컬 결제가 끝났더라고요.
그 이후에 어떻게 되었냐구요? 당연히 레드스컬은 돌려보지도 못하고 몇 달을 묵힌 후 본판과 함께 매각해버렸습니다.
그 이후 몇 달이 지났을까요, 선물로 시니스터 모티브 확장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눈 감았다 뜨니 본판 결제가 끝났더라고요.
이번에도 혹시 그대로 방출했냐구요? 다행히 이번에는 끝까지 플레이했습니다.
아무래도 레드스컬 빌런이나 그에 포함된 스파이더 우먼 보다는 스파이더맨 IP 자체가 친숙해서 그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컴호러 카드게임이나 PACG같은 게임처럼 히어로가 "성장" 하는 맛은 상대적으로 덜하긴 한데,
손패 이리저리 꼬아가면서 틀어막고 때리고 하다보니 금세 마지막 시나리오더라고요.
물론 저는 마일즈로 빌런이 뭐 하기전에 뚝배기를 다 까부수고 다녀서 패턴을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ㅛ-...ㅋㅋ
아무튼, 지금 제 장바구니엔 레드스컬의 부상 확장이 담겨있습니다. 하 이걸 사 말아....
4.
화요일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어느 새 금요일이네요.
오늘 즈이 학교는 축제가 있었습니다. 축제면 뭐다? 부스다. 부스면 뭐다? 보드게임이다.
▲ 어서오세요 게임의 숲
매년 축제에서 보드게임 체험부스를 열고 있는데, 가장 큰 원칙은 "수익을 내지 않는다" 라는 부분 입니다.
물론 두 시간, 행사 규모에 따라 여섯시간 가량 고생해주는 친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용요금을 따로 받지 않아요.
오히려 역조공을 하면 했죠. 와서 앉으면 스낵을 제공한다구요. 이기면 추가 스낵을 얹어준다니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긴 한데, 가장 큰 이유는 시간별 이용요금을 받으면 테이블 순환이 느려진다는 점 때문이에요.
그렇잖아요? 30분당 1000원 받으면 다들 뽕뽑고 가고싶어하니까요.
그렇다고 저희가 막 열 테이블씩 수용할 정도로 규모가 크지도 않습니다. 딱 다섯 테이블짜리 부스거든요.
그럼 필연적으로 대기인원이 생기게 되고, 더불어 돈아까워서 체험 안하는 친구들도 생기다 보니 체험 인원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이용요금을 받지 않는 대신 호흡이 짧고 강렬한 게임들로 구성해서
최대한 많은 인원이 밀도있게 즐기다 나갈 수 있도록 안배하고 있어요.
매년 체험부스의 목적을 "보드게임 문화를 다른 친구들에게 알리고, 우리 동아리 얼마나 잘 노는지 자랑한다"에 두고 운영하고 있죠.
이번 체험부스의 경우 약 두 시간 남짓의 시간동안 90명 가까이의 학생들이 와서 게임을 즐기다 갔습니다.
▲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많은 탐정들이 페르난도의 모자를 찾아주었구요,
▲ 비명을 지르며 물고기를 잡기도 하고, "기지 위치는 절대 말할 수 없다아아아아악"
▲ 일부러 자석을 옆면으로 배치하여 상여자력을 뽐내기도 했고 "눕혀서 놓으면 하여자다"
▲ 많은 친구들이 자신의 기억력의 한계를 깨닫고 슬퍼하기도 하였으며 "이게 뭐였지?"
▲ 많은 거북이들이 착취당했습니다.
이렇게 올해도 보드게임콘 현장학습과 더불어 축제 체험 부스까지, 굵직한 행사가 모두 끝났네요.
이제 남은 한 해 마무리 잘 하고, 친구들에게 더 많은 추억을 안겨줘야죠.
어제도 아이들하고 학교 끝나고 남아서 짜장면 사주고 보드게임 하다가 퇴근했습니다. 히힣
오늘 이야기는 요정도로 할까요?
이 글을 쓰기 시작한게 10월 22일 화요일인데 오늘은 10월 29일 화요일이네요...일주일동안 썼습니다....ㅋㅋ
날이 오락가락 하네요. 다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다음 글, 어쩌면 영상, 어쩌면 그림으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럼 이만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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