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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시판 > 『벚꽃 내리는 시대의 신화』 제 1 장 : 아마네 가의 싸움 제 11 화 누구를 위한 결투인가
  • 2022-08-13 13: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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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 화 : 누구를 위한 결투인가

 

 아마네 유리나와 타츠노미야 잇시의 결투. 마침내 이걸 이야기할 때가 온 것 같네.

 상승을 자랑하던 끝에 한 사람의 귀인이 다다른 하나의 종착점.

 수많은 인과가 얽히고설킨 끝에 맞이한 결말은 절대 놓쳐선 안 돼.

 자, 네 마음 속에 그 심상치 않은 결말을 새겨 넣어 보자.

 

 밤의 고요함과는 다른 이른 아침의 그것. 아직 태양도 만족스럽게 얼굴을 비추지 않은 시간대의 성내는 무음에 가깝다. 전투 태세로 감각을 갈고 닦은 유리나는 일꾼들 특유의 소란스러움을 귀에 담고는 있었지만, 그 뿐이었다. 발걸음을 옮길수록 취사장이 있는 곳으로 여겨지는 방향에서 들려오는 약간의 목소리조차도 사라져간다.

 유리나를 선도하듯 걸어가는 건 타츠노미야. 두 사람의 모습은 오로지 성 부지 내에 있는 카미자쿠라로 향하고 있었다.

 

 「……아무도 안 계신 것 같은데요」

 「아아」

 「괜찮나요?」

 「상관없어. 이건 책임 문제니까」

 

 싸우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잠이 들어버린 유리나를 조금 전에 깨운 건, 이 타츠노미야 본인이었다. 입을 열어서 한 첫 마디가 「결투하자」라면 아무리 유리나라 해도 눈이 뜨인다.

 갑작스럽긴 했지만 결투 그 자체에 망설임은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아버지에게 말조차 걸려하지 않았던 점, 달리 아무도 거느리고 오지 않은 점엔 의문을 품지 않았느냐 한다면, 아니다.

 

 머릿속에서는 어젯밤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전술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불가해한 상황에 대한 의문은 그 막대한 분량의 사고에 휩쓸려 갈 정도이긴 했지만, 단 한 가지 명확하게 유리나의 머리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건 타츠노미야의 분위기였다.

 결투에 임하는 자의 분위기라 하면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평소와 같은……그야말로 이전에 관전했던 결투에서 보여준 표표한 태도가 거짓말처럼 숨겨져 있었다.

 

 쿵, 다소 묵직한 걸음걸이 역시 유리나의 눈에는 기묘하게 비친다.

 격이 높은 상대와의 결투를 앞에 두고 마음을 굳게 다지는 건 원래라면 자신의 입장이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고.

 

 「히미카가 없다는 건 유감이지만……어서 시작해보자고, 유리나」

 

 벚꽃색으로 반짝이는 큰 나무 아래, 비로소 제대로 얼굴을 보여준 타츠노미야는 대담하게 웃고 있었다.

 잡념을 버린 유리나가 말없이 응하고, 거리를 둔 양자의 선언에 따라 아마네 유리나와 타츠노미야 잇시의 벚꽃 결투는 막을 연다.

 침 삼키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너무나 조용한 개막이었다.

 

 

 

 총성, 총성, 그리고 총성.

 

「큭……」

 

 총구를 보고 어떻게든 몸을 사선 상에서 피하려고 해도 타츠노미야의 정확한 조준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휘감고 있던 결정이 방패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흩어져 간다.

 근접전 밖에 선택지가 없는 유리나에게 있어서 육박할 때까지 입는 상처는 필요 경비이다. 얼마나 피해를 입든 품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하지만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두 정의 총에 의해 짧은 시간에 오라가 깎여 나가는 현실은 감내해야만 했다.

 속도를. 더욱, 몸을 앞으로. 상대의 목구멍까지.

 

「훗……!」

 

 유리나의 선택은 자신이 움직이는 것. 발놀림에 집중하고 움직임을 읽을 수 없도록 흔들어 가면서 더욱 거리를 좁혀 간다.

 상대도 마찬가지로 근접전을 주력으로 삼는데 부주의하게 간격으로 들어간다면 피하기 힘들어진다. 대응을 준비해두지 않으면 선수를 빼앗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처럼 투사 도구를 쓰는 상대에게는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가 좀처럼 없기 때문에 위험하긴 해도 전력 질주하는 것이 옳다. 대책은 대응하려는 생각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된다.

 

 「오호」

 

 타츠노미야의 그 흘러나온 웃음은 정확한 선택에 대한 놀라움인 것 같았다.

 다만 붙잡으려던 그의 모습은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사라져 버린다. 한순간에 자욱하게 시야를 가린 것은 연막이다. 발소리가 저 너머로 사라져 간다.

 

 「놓치지 않겠습니다!」

 

 이 한 수에 대한 유리나의 반응은 너무나도 빨랐다.

 직전까지 자신이 있던 위치를 앞으로 넘어지듯이 빠르게 벗어나자, 연기에 그 공간을 파고드는 듯한 궤적이 그려진다. 연막은 거리를 둘 기회를 만들 뿐, 상대의 모습을 놓친다는 점에서는 양 쪽 다 마찬가지. 오히려 계속해서 이것을 노리고 있었다는 전황을 감안하면, 한순간이라도 빈틈이 생긴다.

 

 한계까지 몸을 낮춘다. 자신도 연기에 섞이듯이 달려들 것처럼 앞으로.

 한 발. 왼쪽 어깨를 뚫어 결정을 빼앗아간 총성은 바로 눈앞이었다.

 

 「이야아아앗!」

 

 뛰어든 곳에 모든 체중을 실은 *대각선 베기를 날린다. 확신을 가진 그 일격은 금속음에 튕겨나간다.

시선을 드니 사납게 입꼬리를 치켜든 타츠노미야의 얼굴.

 그 눈 깜빡일 틈조차 부족한 짧은 시선의 교차가 접근전이 개시됐다는 것을 고한다.

 

유리나의 결투가 마침내 시작을 맞이했다.

 

 

 

 날리는 도구라는 것은 근접 무기 이상의 간격이 없다면 강점을 잃는다. 단순한 위력면에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공격으로 삼기 위한 절차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근처에 있는 인간에게 화살을 날리려고 줄을 당기려 해도 그 사이에 활이나 화살을 제압 당해버리면 쓸모없게 된다. 총은 그 절차가 적다고는 해도, 『조준해서』 『방아쇠를 당긴다』 라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건 틀림없다.

 최악의 경우, 찔러 넣으면 살상 할 수 있는 무기와의 가장 큰 차이는 그 부분일 거야, 라고 유리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야앗! 탓!」

 

 손을 쉬지 않고 힘차게 밀어 넣듯이 날을 내리친다. 대부분은 총으로 막아내고 있지만 여러 번 타츠노미야에게 상처를 입히는데 성공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유리나가 지불한 희생은 엄청났다. 앞으로 한 번이라도 간격이 벌어져 버린다면 그 순간 탄환의 비를 뒤집어쓴 채 패배를 맞이할 게 틀림없었다.

 절대로 놓치지 않아. 마치 물어 뜯을 듯이 계속해서 육박한다.

 

 「핫, 하핫!」

 

그런 그녀의 검극은 정말 유쾌해 보이는 타츠노미야에 의해 처리되고 있다. 그걸 결투의 고양감이라 부르는 건 쉽다, 하지만 그 화색은 어딘가 기쁨을 맛보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물론,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가장 필사적인 유리나가 그 기미를 알아차릴 리 없었다.

 그녀의 눈이 향하고 있는 건 오로지 전국 뿐.

 

 「…………!」

 

 그 때, 타츠노미야의 양손에 있던 총이 안개처럼 흩어지고, 거대한 철퇴를 현현 시키는 변화로.

 철퇴의 위력을 알고 있다고 해도 유리나에게 후퇴는 용납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진 또한 반사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수백 번 반복해서 머릿속으로 서로 싸워왔던 유리나 역시 여태까지 한 번도 그 철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구할 수 없었다. 한층 더 접근하느냐, 유연한 간격의 유지인가. 그 결론은 선택을 강요받는 지금도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아주 잠깐 손을 멈추고 발을 헤매는 유리나. 하지만 그 한순간은 달인을 상대하는 현 상황에서는 너무나 긴 순간이었다.

 멈출 틈도 없이 철퇴를 휘두르며 타츠노미야가 후퇴해 간다. 원심력이 불어 넣어진 것처럼 철퇴는 서서히 크기를 더해간다. 이미 칼로 받아내기는커녕 피하는 것조차 논외일 정도로 눈에 보이는 충격력이 쌓여가고 있다.

 

 머뭇거리는 유리나 안에선 철퇴가 벽이 되어 가로막고 있었다.

 다가가서 칼로 베는 것 이상의 전술을 가지지 못한 유리나는 말로 현혹하는 것 같은 속임수는 쓸 수 없다. 소도구도 도움이 되는 미래가 보이지 않아 모두 두고 왔다. 상대가 무엇을 해오든 자신의 몸과 칼로 대응하는 수 밖에 다른 길은 없다.

 한 수라도 어긋나면 때려 눕혀져서 결판이 날 것이다. 최소한 이 철퇴의 일격을 대처하지 못한다면 이 뒤는 없다.

 

 (승기를……! 이기기 위한 길을……!)

 

 자신의 안에 확실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답을 붙잡지 않으면 뒤는 없다.

 진다.

 아버지를 위해, 가문을 위해, 계속해서 이겨온 자신이 진다. 아무리 승패가 관계없는 결투라고 해도 유리나는 이기는 것이 숙명인 귀인이다.

 설령 최강이 상대라 해도 패배란 있을 수 없었다. 있어선 안됐다.

 

 「……윽!」

 

 한 발짝. 내딛는 발걸음은 패배해버릴 자신을 넘어서기 위한 한 발짝이기도 했다.

 휘둘러지는 폭력을 앞에 두고 두려움 없이 돌진해간다. 이미 철퇴의 머리는 사람의 키에 육박할 정도였지만, 그녀에게 그 크기는 상관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떻게 해서든 날을 닿게 만들어야 했으니까.

 

 「와라……!」

 

 도발하는 타츠노미야에게 유리나가 대답조차 하지 않고 뛰어든 건 철퇴의 폭풍권 내. 발을 디딘 이상 피하든가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

 유리나가 가진 칼로 저 철퇴를 받아내기는 불가능하다. 물론 아무리 강화되었다고 해도 맨 손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언어도단. 이론적으로 유일하게 대항할 수 있는 건 유리나 또한 상징 무기를 현현 시키는 것이었지만 없는 것을 바라도 소용없었다. 할 수 있다는 보증도 없긴 하지만, 이것 만큼은 준비 부족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라며 유리나는 자신의 양손에 의식을 극한까지 집중 시킨다.

 상징 무기의 현현에는 여신의 힘을 형상화 시킨다, 라는 기능이 요구된다. 힘을 형태로 구현 시키는 것으로 강한 힘 그 자체를 무기로서 휘두르는 것이 가능해진다. 여신을 깃들인 것에 따른 은혜에 가장 뛰어난 형태로 상대를 위협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여신의 힘을 직접 휘두른다, 라는 점에 있다. 그 알기 쉬운 예가 상징 무기의 현현이라는 것일 뿐이지 딱히 그것에 고집할 필요는 없다.

 

 「하아아아아아아아……」

 

 이제는 온몸에 골고루 퍼져있던 힘마저 손에 집중 시킨다. 현재 진행형으로 주입 되는 힘도 마치 역분사 시키는 것처럼 오로지 몸 밖으로 나가는 것 만을 상상한다.

 ……유리나에겐 확실한 정답은 없었다. 하지만 결실을 맺기 전의 가능성은 있었다.

 유효한 건 아니다, 현실적이지 않다──떠오른 가능성을 계속해서 각하한 결과, 덩그러니 남은 그것. 유리나는 자칫하면 잘라 버렸을지도 모를 가능성에 한 걸음 내딛는 의사를 도도히 불어넣고 있었다.

 

 『그래……힘을 모아, 나의 힘을 써서……』

 

 문득 농축된 순간 속에서 유리나는 자신의 한 걸음을 긍정해주는, 어딘가 그리움조차 느껴지는 목소리를 들었다. 그 목소리에 인정받는다면 자신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유리나에겐 그런 확신마저 용솟음친다.

 

 『거칠게 불어라──』

 (그래)

 (『폭풍과 같이!!』)

 



 그렇다면 남은 건 결실을 맺는 것 뿐.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는 귀인은, 그 가능성을, 성취 시킨다!

 

 「──아아아아아아앗!!」

 「우옷!」

 

 쾅, 하고 힘의 격류가 그 자리를 덮친다. 사락, 하고 벚꽃이 휘날리는 건 물론이고 타츠노미야조차도 약간 자세를 무너트릴 정도로 강렬한 힘.

 유리나의 계획은 결과적으로 잘 되었다. 힘을 전부 쏟아낸다는 그녀의 사념은 기류의 형태가 되어 그 자리에 돌발적인 폭풍을 불러일으켰다. 힘 그 자체를 발산해서 부딪혀볼 수 없을까, 라는 원안이 제대로 모양을 갖추고 승화한 형태가 된다.

 

 폭력적이었던 철퇴는 무너진 타츠노미야에 연동하듯이 위력이 감소됐다. 멈춰버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타점도 어긋나 회심의 일격을 바랄 수 없게 된 지금, 남은 결정을 한 점에 집중 시킨다면 받아낼 수 있다.

 계산을 마친 유리나는 결정을 모은 왼팔을 방패가 되도록 자세를 잡는다.

 그리고,

 

 「……크윽!」

 

 쿵, 하고 타격을 알리는 금속음과 종소리.

 결정이 희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받아낸 왼팔에서 전신을 휘감는 듯한 충격이 전해져 온다. 무심코 발을 헛디딜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 오른 다리에 불어넣은 탄력을 낭비하지 않았다.

 이것이 얻을 수 있는 마지막 호기라는 걸 알고 있기에 모든 것을 뿌리치고 반격에 나서야만 한다. 이미 유리나는 본능에 따라 돌격하고 있었다.

 모았던 힘을 해방하며 한 걸음 내딛으면 그곳에 타츠노미야가 있다.

 

 「──크아아아앗!!!」

 

 그의 왼쪽 품으로 파고든다. 제대로 자세를 잡지 못하고 그저 뒤는 생각하지 않고 베어 올리는 수 밖에 없다. 일격을 먹일 수 있다 해도 이걸로 쓰러트리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안 좋은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유리나는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그는 곧바로 반격해올 거야, 라고

 이 간격에 이르기까지 유리나는 모든 걸 다 걸었다. 단 한번, 칼을 베어 올리고 나면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리고 반격으로 철퇴에 때려 눕혀져 패배하는 것이다, 라고 유리나의 이성은 잔혹한 논리적 귀결을 외치고 있었다.

 

 (알게, 뭐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하지만 적어도 이 칼날을 멈추는 것은 유리나의 존재 의의에 반하고 있었다.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모든 걸 다 하는 유리나에게 있어서 설령 남겨진 수단이 이것 밖에 없고, 그 끝에 패배가 기다린다고 해도 손을 쓰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베어 올리는 집념의 칼날.

 

 과연 자신을 꺾은 타츠노미야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렇게, 칼과 함께 고개를 든 유리나는 거기서 그의 얼굴을 확인했다.

 

 「………… !?」

 

 안도. 그리고, 만족.

 눈을 감고 오히려 편안함마저 전해져 오는 표정으로 타츠노미야는 조용히 미소 짓고 있었다.

 이것 뿐이라면, 아직 결투에 대한 충실감을 표현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훅, 하고. 그런 소리마저 들려올 정도로 갑작스럽게 타츠노미야의 몸에서 힘이란 힘은 전부 빠져 나온다.

 대체로 맞서고 있는 귀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상함을 호소하는 경고문이 유리나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왜냐면 유리나는 가지고 있는 모든 힘으로 베어 올리는 도중이었고,

 

 (멈춰────)

 

 힘을 뺀 인간이, 그 체구를 앞으로 기울이는 도중이었으니까.

 

 「──── !」

 

 ……그 한순간 만큼은 유리나의 인식에서 맥 없이 빠져 있었다.

 그녀의 세계가 차례 차례로 색과 소리를 되찾은 건 툭, 하고 한 아름은 되는 물건이 지면으로 떨어져, 털썩, 하고 인간 크기의 물건이 쓰러지는 소리 때문이었다.

 그것이, 너무나 조용하게 시작된 벚꽃 결투의 조용한 끝을 고하는 둔탁한 소리였다.

 

 

 

 

 유리나가 정상적으로 그 자리를 인식하게 될 때까지 잠시 동안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사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아니, 움직일 수 없었던 유리나의 발밑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어째, 서……」

 

 눈 앞에 머리와 몸통이 떨어진 타츠노미야가 누워있다.

 누가 어떻게 보아도, 죽어있었다.

 누가 어떻게 보아도, 칼로 목이 베어져, 죽어있었다.

 유리나의 손에는 감촉만이 남아있다. 힘을 담아 베지는 않았지만 칼날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그건 짚단을 자를 때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엣……뭐야……이게, 뭐야……」

 

 서서히 사실이 유리나의 머리에 스며든다.

 이제 와서 유리나를 당황시킬 요소는 없었다. 그건 결코 유리나가 감정을 잊은 비정한 인간이기 때문인 것은 아니다.

 

 「왜……」

 

 당연하게도 벚꽃 결투 이외에 진검승부를 하지 않는 유리나가 사람을 죽인 경험은 없다. 사람을 벤 적은 있어도 그건 결투 중인 귀인뿐. 결정을 제대로 조종할 줄도 모르는 신참이나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지도 않고 파고드는 바보가 아닌 한 결투 중인 귀인은 체내의 결정에 의해 지켜지기 때문에 죽는 일은 없다.

 그래서 그 어느 쪽도 아닌 타츠노미야가 결투 중에 목숨을 잃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결투 중에 귀인이 죽는 건 사고이며, 그 사고마저 일어나는 것은 극히 드물다고 배운 유리나에게 눈 앞에 펼쳐지는 피의 바다는 이해할 수 없는 형태가 되어 나타난 것 같았다.

 

 죽여버리고 말았다는 후회는 있다. 그래도 목을 벤 감촉은 결투를 완수했을 뿐이라는 자부심에 의해 어느 정도 자위를 통해 정당화에 성공하고 있었다.

 그래서 의심이 그녀를 우뚝 서게 만든다.

 벚나무 아래, 목이 베인 전 『최강』과 함께.

 

 「왜냐면, 그렇다면, 타츠노미야 씨는……」

 

 최후의 일격을 결정이 대신 받아주지 않았다는 것은 곧 그 이전에 타츠노미야가 결정을 잃었다는 뜻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그렇게 멍하니 현실을 정리하고 있던 유리나는 다음 순간에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히…… !」

 

 살기.

 자신은 지금 죽었다──그녀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농밀한 살기.

 

 「…………」

 

 심장이 일순간에 공포로 압축되어 새끼 손가락 끝자락 정도로 줄어든 것만 같았다.

 어쩌면 이미 한 번 죽고,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에 되살아났을지도 모른다. 지리멸렬한 사고를 낳게 할 정도의 공포는 배후에서 쏟아지는 강렬한 살기에 의한 것이었다.

 다리가 움츠러들었지만, 그 이상으로 유리나는 살기의 근원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

 

 그 살기는, 간신히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눈 앞의 인간을 반드시 죽인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듯이 머리 위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은 지옥귀가 입맛을 다시는 듯 하다. 너무나 격렬해서 여전히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 간격을 무시하고 유리나에게 맹렬한 열을 퍼붓는다.

 여신 · 히미카. 초현실적 존재인 그녀가 살의를 품고 있다는 사실.

 

 「아……아니……」

 「뭐가?」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죽음.

  승리 따위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 절대적인 힘의 현현. 그것을 앞에 두고 유리나는 그저 인생에서 처음으로 진짜 죽음의 공포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아──」

 「네가 아니면 누군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엣!!」

 「히아……」

 

 히미카 주변의 공간을, 더욱 맹렬해진 화염이 핥는다.

 엉덩방아를 찧은 유리나는 두려움 속에서 의심으로 달아난다.

 어째서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거야, 하고.

 

 

 

 이 결투에만 초점을 둔다면 아마네 유리나의 새로운 한 걸음과 집념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결투였다……그렇게 매듭지어도 좋겠지.

 하지만 동시에 이 결투는 분명히 이상했어. 아마네 유리나의 의문도 당연해.

 최강에게 승리하고 이야기는 행복하게 완결, 짠 짠……이라고 할 순 없잖아.

 네가 봐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겠지?

 그렇기 때문에, 말이야. 다음엔 인연의 실을 끌어 당겨보자. 그리고 이야기의 뒷면, 인연의 결말과 그 뒤를 이야기해보기로 할까.

 

화자 : 카나에

 

*원문 袈裟斬り. 가사 베기. 7 화의 역가사 베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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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5 라임누리
    • 2022-08-14 17:00:26

    사람은 총을 맞으면 죽어!
    • Lv.35 로보
    • 2022-08-14 17:29:41

    사람은 칼에 베어도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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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

    • 762

    • 202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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