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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carlet Keys 캠페인 첫 플레이 소감 (약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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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3 00: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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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
직접적인 스포일러는 피하겠지만, 그래도 분위기 정도는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며, 게시물 하단으로 갈수록 좀 더 스포일러가 자세히지도록 글을 썼습니다. 개인의 스포일러 취향에 맞게 게시물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다만, 제가 이 캠페인에서 느낀 점을 비교하기 위하여, '광신도의 밤', '던위치의 유산' 캠페인은 상당히 직접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선형적이지 않은 캠페인 구성상, 아래의 첫인상은 저희 파티가 탄 루트의 영향이 매우 강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 타지 않은 루트에 대한 정보는 최대한 열람하지 않았습니다.)
1월 초에 수령한 The Scarlet Keys 캠페인을 어제 마무리하였습니다. 흥미진진한 순간도 있었지만, 한 가지 단점이 치명적이어서 초회플의 만족도는 확 떨어졌네요. TSK 초회플, 나머지는 지금까지의 경험 기준 만족도는 8개 공식 캠페인 중 7위네요. (카르코사 > 끝못의 = EotE > 던위치 = 인스머스 > 꿈먹자 > TSK > 잊힌 시대)
저희 파티는 2조사자(레오 앤더슨, 조 다이아몬드), 보통 난이도, 2208 금기로 초회플 진행하였습니다. 사용한 카드풀은 한국어판 풀확장입니다.
Hollows 시스템은 꽤 좋았습니다. 덱에서 카드가 제거된다는 긴장감이 좋았네요. 게다가 일반적인 제거와 달리 게임 안에서 Hollow의 카드를 복구할 방법을 주는 경우가 많아서 스트레스가 심하지도 않았습니다. '꿈을 먹는 자' 시나리오의 무리 키워드가 내 덱에서 카드를 빨아가긴 하지만, 그 적을 잡기만 하면 해결되는 것처럼요. (그래도 무리 키워드보다는 복구 난이도는 있는 편이긴 합니다.)
제가 덱을 전부 돌리고 한 방울 한 방울 모두 쥐어짜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다른 분들보다 스트레스가 덜할 수도 있습니다.
Concealed 시스템은 꽤 맘에 들었지만, 아주 살짝 남용되었다는 느낌입니다.
이 키워드 덕분에 기존에는 묘사하기 힘들었던 방식들이 보다 몰입감 입게 게임판 위에 구현되었습니다. 밸런스적으로도 전투, 조사, 회피 중 하나라도 잘 한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기에 어느 한 가지 형태의 파티를 강요한다는 느낌도 전혀 들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잊힌 시대'의 '복수' 키워드나 '꿈을 먹는 자'의 '무리' 키워드 보다 훨씬 높은 빈도로 사용되다보니 약간의 피로감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저희가 만난 거의 모든 적들이 Concealed 키워드를 쓰거나 Hollow와 상호작용하다보니, 좀 평범한 적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캠페인 중반부터는 계속 했네요.
Key와 Shift 시스템은 특별히 호도 불호도 아닙니다. 그냥 꽤 좋은 영속 스토리 자산을 받았구나 정도의 느낌. 다만 스토리 전개에 따라서는 플레이어가 아닌 네임드 적들이 Key를 달고 다니면서 우리를 괴롭히는 경우도 있을 테니, 그때는 인상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세계여행으로 이루어지는 캠페인의 몸통부, 그리고 심하게 지문이 많은 진행 방식은 저는 매우 부정적입니다. (이 구성 방식들이 모두 상호작용하여 저의 플레이 경험을 안 좋게 하였기에 묶여서 같이 다루겠습니다.)
저는 비디오 게임에서도 오픈 월드 게임보단 선형적인 게임을 좋아합니다. 플레이어의 성장 정도를 고려한 난이도 구성, 플레이어가 지금까지 쌓아올린 스토리라인과 감정선을 고려한 스토리 전개를 좋아합니다. 오픈 월드 게임이 범람하는 시대인지라 오픈월드 게임도 플레이하긴 하지만, 이것도 소위 유비식 게임이라 하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명확하고 가이드가 충실한 쪽을 좋아합니다. (단적으로,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은 오직 신수 던전만 즐겁고 나머지는 고역이라 클리어만 겨우겨우 한 게임 중 하나입니다.)
비디오 게임과 비슷한 이유로, 저는 8편의 시나리오로 이루어진 스토리라인을 가볍게 따라가면서 제 덱이 점점 강해지는 걸 보는 게 이 게임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번 TSK 캠페인은 스토리 진행 방식도, 시나리오 진행 방식도 모두 안 좋았습니다.
스토리쪽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저는 제가 플레이한 여섯 개의 시나리오가, 1시나리오를 하고, 네 개의 (각자 따로 노는) 독립 시나리오를 한 다음, 마지막 시나리오로 바로 넘어간 느낌입니다. '광신도의 밤' 캠페인을 회합 - 한밤의 가면 - 엑셀시어 - 심연1 - 심연2 - 포식자 순서로 한 것보다 스토리가 조금 더 나은 정도?
캠페인 몸통의 스토리적 결과가 모두 의미가 없는 캠페인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마지막 시나리오에서는 꽤 충실히 캠페인 몸통의 결과들을 반영하거든요. 문제는, 마지막 시나리오에 가야지만 몸통부 시나리오의 결과가 반영된다는 점이었습니다.
'던위치의 유산'의 경우, 플레이어가 1a, 1b 중 어디를 갔는지가 늦게 간 시나리오에서 바로 반영되고, 4시나리오(제단)에서 다시 한 번더 반영되는 식으로 피드백이 빠르게 돌아옵니다. 1시나리오와 2시나리오(박물관)의 결과 역시 3시나리오에서 얼마든지 뒤집힐 여지가 있죠. 하지만 TSK는 한 시나리오가 끝나면 그 시나리오의 결과는 캠페인 마지막 시나리오를 마주하기 전까지는 영향력이 없다시피 합니다.
게다가, 그 몸통부에 만나야 하는 스토리의 '양'이 너무 많습니다.
이번 캠페인은 기존 캠페인들보다 읽어야 하는 텍스트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다음 장소를 결정하기 전 미리보기가 가능한 dossier만 해도 수십 개고, 시나리오 하나를 하려고 해도 읽어야 할 도입부가 너무 깁니다.
이게 아무래도 스토리가 선형적인 게 아니고 각 장소의 사건들이 병렬적으로 일어나는 별개의 사건이다보니, 한 사건의 스토리를 독립 시나리오처럼 한 시나리오에서 모두 묘사하기 위하여 일어난 것 아닌가 합니다. 선형적인 캠페인이었다면 "박물관에서 네크로노미콘을 찾고(불태우고) 던위치로 가는 기차를 탔다." 같은 식으로 정리할 수 있겠지만, 이건 시나리오가 독립적으로 작동하니까요.
저는 아컴 카드 게임에서 스토리를 음미하기보다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 자체를 훨씬 좋아합니다. 이 게임의 스토리는 게임의 진행에 시스템만 존재하면 서먹하니까 적당한 양념소스가 되어줬으면 하는 거지, 스토리를 읽는 게 게임 플레이의 중심이 되고 제가 쓰는 시간의 대부분이 되길 바라지 않았어요. 직전 캠페인인 EotE도 텍스트가 많긴 하지만 상당수는 메인 스토리 줄기가 아닌 사이드 스토리 개념이라서 가볍게 읽거나 넘어가도 문제가 안 되었지만, 이건 각 시나리오의 도입부/결말부 자체가 긴 거라서 상당히 피로감이 있었습니다.
아니, 읽어야 할 게 길어도, 결국 시나리오를 만나서 플레이하는 게 재밌으면 그래도 좀 나았을 겁니다. 근데 시나리오보다 아닌 걸 더 자주 만나게 되면 그건 좀...?
저희 파티의 경우 장소 기준으로 12장소, 달력 기준으로 20일 동안 시나리오를 플레이하지 못하고 지문 읽기 - 선택지 결정(혹은 기록지 확인)을 1시간 동안 반복하고 나서야 다음 시나리오를 만난 적도 있을 정도니까요.
도대체 다음 게임은 언제 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고, 그와중에 읽어야 하는 지문의 양은 헤비하고, 그 지문들이 양은 많지만 서로 연결되는 지문의 개수는 적으니 이게 수능 시험 지문 N개 연속 읽기 챌린지인지 하나의 캠페인인지 구분이 안 가고, 힘들게 읽어도 보람은 거의 없고.... 제가 그냥 활자가 많이 읽고 싶을 뿐이었다면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소설책을 한 권 사서 읽고 있지 않았을까요? 제가 하고 싶은 건 게임인데 말이죠.
레딧에서 이번 TSK 캠페인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쓴 댓글 중, '스토리는 안 읽고 결과물만 보고, 빠르게 다음 시나리오를 찾아 나서라. 그편이 훨씬 즐겁다.'라는 댓글이 있었는데, 정말 공감이 많이 가는 캠페인이었습니다.
EoTE는 영어의 압박을 이겨내고도 여러 번 다시 하고 싶었고 만족도도 역대 캠페인 중 탑3 안에 들 정도였는데, TSK는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만약 이러한 오픈월드식 구성을 계속한다면 아컴 카드 캠페인 추가 구매가 매우 회의적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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