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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학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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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7 16:2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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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1 [개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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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는대로 쭉쭉 써 보려고요.
0. 내이름은 홍학규, 유괴범이죠.
저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어릴 적 예지를 유괴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날 예지의 부모님이 돌아가셨죠. 근데 이게 좀 그렇더라고요? 유괴로 조사를 받은 것도 아니니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을리도 없으니 , 예지는 어렸으니까 기억도 못할 테고, 당시 음성변조에도 힘을 썼기 때문에 전화 녹음된 것도 없습니다. 어린 예지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고, 전 최소한의 속죄이자 어느정도는 예지를 위해 예지가 성인이 될 때 까지 착실히 뒷바라지를 해 왔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유괴건은 더이상 저에게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죠.
그 날 인터뷰에 응하고자 방문했던 작가의 집에서, 그 작가가 시체로 발견되지 전 까지는요.
그리고 그 날, 그 집에서, 예지를 다시 만나기 전 까지는요.
1. 예지 너 도대체 뭐하니?
예지가 먼저 행동을 시작했습니다. 잽싸게 시체부터 확인하더라고요. 암암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했는데, 메인보드를 보니 시체의 등에서 칼이 뽑혀있는게 보였습니다. 분명 제가 시체를 처음 봤을 떄에는 칼이 등에 꽂혀있었단 말이죠? 더군다나 예지의 진술에 바늘자국이 있다고 얘길하는데 옷에 난 바늘자국인지, 몸에 난 바늘자국인지 제대로 설명도 안하고 아아아-주 수상한 냄새가 났습니다.
바로 체크해보니 시체에 난도질 한 자국이 있더라구요. 제가 시체를 처음 봤을 때에는 시체에 칼도 얌전이 꽂혀있었고, 별 다른 이상점이 없던걸로 봐서 이 짓을 한건 예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나중에 써먹을 수 있지 않겠어요? 이 건을 진상에게 공개하지는 않고 조용히 넘어갔습니다.
2. 이 가방이 너의 가방이냐
저는 이 집에 12시쯤 왔는데 이미 피해자는 사망한 상태. 그럼 분명 그 전에 이 집에 있던 진상이나 예지가 피해자를 살해한 진범이겠죠. 그런데 신기한건 둘 다 그 시간동안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상대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말을 하지 않고 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이자식들 뭐지?
물어도 시원찮은 대답만 나오길래 소파 옆의 가방을 뒤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핸드폰과 앰플이 나오더라고요. 이 가방 누구거냐고 묻는데 아무도 본인거란 얘기를 하지 않아서 놀라웠습니다. 설마 그럼 이게 제거겠냐고요...
아무튼 앰플을 본 순간 딱 감이 왔습니다. 이거 분명 피해자의 등에 상호합의하에 칼빵을 놓은거다. 일종의 클리셰잖아요? 피해자의 정신을 잃게 할 용도였으면 마취주사가 아니라 클로로포름 수건을 사용한다는건요. 그리고 마취주사를 사용한다면 등이 아니라 목덜미에 꽂아넣을거란거. 그러니까 피해자의 등 뒤에 주사바늘이 있다는건, 피해자가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 부분을 마취한거고, 안아프게 찌른거다. 이렇게까지 얘기해서인지 더욱이 가방의 주인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러시겠죠.
3. 형이 왜 거기서 나와?
분위기가 변한 것은 오종탁의 작품 "리로드"와 "화승동 사건"이 대화 주제로 올라오기 시작한 다음부터였습니다. 두 분 다 오종탁과의 약속이 뭔지에 대해 궁금해하시길래 예전 화승동사건때 예지를 데려다가 키운 미담에 대해 취재하고 싶다길래 왔다- 라고 했더니 왠지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더니만, 오종탁이 쓰고있던건 화승동 사건의 뒤에 숨겨진 미담이 아니라 화승동사건의 진실에 대한 이야기더라고요? 하 뭐람 대체.
더 놀라웟던건 오종탁이 당시 유력한 용의자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니 전 제가 적당히 풀려났다는것만 알고있지 오종탁이 용의자였다는건 몰랐어요. 이 때 부터 화승동사건이 이번 사건과 엮여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자.....ㄱ...........??
"아니 그럼 이거 처음부터 나한테 뒤집어 씌우려고 작당한거잖아요???!!!!"
진짜 뒤통수를 누가 때린 기분이었어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거짓 약속, 다잉메세지, 합의하에 찌른 칼, 당시 용의자, 이 모든것이 하나로 그릇에 담기니 오종탁의 악의라는 악취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했어요. 대체 왜죠? 당시 예지를 유괴한건 저지만 예지의 부모님의 피살사건과 저와는 상관이 없다구요. 오종탁이 용의자로 몰린것도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들은 이야기구요.
4. 나이를 먹으면 기억력이 떨어진다
중반쯤 흘렀을 무렵, 화승동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예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그때 너무 어렸어요. 아빠 친구 집에서 있었던거밖에 기억이 안나요"
"........난 늬 아버지 친구는 아닌데?"
".....? 아저씨 우리아빠 친구아니에요?"
".....? 친구는 아닌데?"
"........?? 그때 저 데려갈때 아빠친구라고 하고 데려갔잖아요??"
"......정확히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저는 정말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제 기억의 편린 어디를 들춰보아도 예지에게 아버지의 친구라고 한 적은 없던 것 같은데, 여덟살의 예지에겐 이 기억이 또렷이도 남아있었나보네요
(잠시 후)
"아니 아버지 친구는 아닌데, 알잖아 내가 당시에 너네 집때문에 아버지를 자주 뵈었으니까 일단 아버지한테 잘 보이려고 너한테도 선물을 주고 그랬던 거야. 그러다 보니 내가 얘길 잘못했던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절 유괴한건가요?"
"유괴라니 내가 널 어떻게 뒷바라지 했는지 잘 알면서...."
5. 현명한 자는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다.
인형에서 도청기가 나왔고, 인형의 주인이 진상으로 밝혀졌습니다. 진상은 도청기의 설치는 회사의 사활을 건 작품을 오종탁에게 맡겨놨으니 불안감에 설치해둔거라고 했고요, 자신이 있던 시간의 오종탁의 대화내용에 대해서는 "곧 나올 책에 대해 노이즈마케팅을 위해 피습을 연출했던거다. 약간의 관통상을 낼 계획은 했지만 누가 그런거때문에 사람을 죽이겠느냐. 죽음에 이르르게 한 것은 다른 사람이다" 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예지는 끊임없이 자신의 부모님이 살해당한 사건에 대해 캐고 다녔고요.
"저기 우리 해야 할 일을 하나로 좁히죠"
일단 지금 과거의 사건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니, 되려 제 입장에서는 과거에 집중을 하는게 되려 불안했어요.
"일단 예지가 본 시각까지는 피해자가 살아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본 시점에서는 죽어있었죠. 물론 제 말을 믿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가정부의 말에 따르면 흉기가 없어진 시점은 어제고 저는 이 집에 오늘 처음 방문했어요. 심지어 오종탁이 쓰고있는 책에 대해서도 지금 이 자리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저는 피해자를 살해할 시간도, 동기도, 수단도 없어요."
침묵
"그러니 범인은 두 분중 하나로 좁혀질거에요. 두 분 중 한 분이 자작극을 이용해서 오종탁씨를 죽음에 이르르게 한거라구요. 우리의 목적이 뭐죠? 화승동 사건의 배후를 밝히는건가요? 아니에요. 지금 여기서 오종탁씨를 살해한 사람이 누군지 밝히는거죠"
6. 노란약
그리고 노란 약을 발견합니다. 항응고제였죠.
예지 : 항 응고제가 뭐죠?
학규 : 걸 먹으면 찔려도 피가 금방 굳어서 멈춘다 이거에요. 아마 자작극에서 피를 멎기 위해 사용된게 아닐까요?
진상 : ....항응고제면 피가 멈추는걸 막는 약이죠...
학규 : .......아, 그러고보니 그러네??
7. 이야기는 클라이막스로
"맞다!"
모든 퍼즐이 맞춰졌습니다.
"범인은 예지야!! 진상과 오종탁씨의 자작극을 예지가 미리 알게된거에요. 그리고 예지는 어떻게 했을까요? 오종탁씨를 죽이기 위해 약을 바꿔치기 한겁니다. 항생제를 매번 빼돌린다면 반대로 항응고제도 넣을 수 있었겠죠. 그렇게 해서 출혈을 멎지 않게 해 실혈사를 시킨..."
예지가 반박했습니다.
"하....제가 왜 항생제를 뺐겠어요? 먹지 말아야 할 걸 넣는게 아니라 먹어야 할 걸 빼야지 오종탁씨가 죽더라도 부검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니까였어요. 항응고제를 먹인다고요? 부검이라도 해서 항응고제 성분이 나오면 제가 의심받지 않겠어요?"
여기서 예지가 저렇게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뒤가 없는 것처럼 반박하더라고요.
"그럼 진상씨가 오종탁한테 약을 먹게 했겠어......아, 진통제라고 하면 먹일 수도 있겠구나. 근데 왜??"
이야기는 여기까지였습니다. 만약 예지가 그렇게 치밀한 계획을 세워 오종탁을 정말로 죽였다면 예지가 잠긴 문을 열고 오종탁의 시체를 마주했을 때 그의 등을 난도질 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결국 범인은 자신의 행적에 대해 변호하지 않던 진상으로 좁혀졌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 났어요.
8. 그리고, 저의 이야기.
나중에 알고보니 피습사건을 도모하고 그 과정에서 계획을 변경하여 살해를 한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타인에 의한 자살을 공모하여 벌인 일이더라고요. 제일 먼저올랐던건 "왜??" 였습니다. 아니 아무리 본인이 시한부라고 해도 그렇지 왜 굳이 이런 번거로운짓을요?
그것은 저, 홍학규에 대한 오종탁의 복수이자 한예지에 대한 속죄였던겁니다. 전 정말 몰랐어요. 불의의 사고로 인해 예지의 부모님이 살해당한 줄 알았지, 제가 건 전화가 시발점이 된 부부싸움이 두 분을 죽음으로 몰고갔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오종탁은 당시 경찰로서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지 못했음을 속죄하고, 자신의 마지막을 함께해주었음에 감사하려 했던거겠죠.
하지만 이 모든 진상을 밝혀내었는데도, 재판정에는 진상이 아니라 제가 서있습니다.
오종탁을 죽인 것은 제가 아니에요. 진상이죠.
예지의 부모님을 살해한것도 제가 아닙니다. 둘 중 누군가였겠죠.
예지를 유괴하려 하긴 했지만, 실제로 돈을 받은것도 아닙니다. 잠시 데리고만 있었을 뿐이라고요.
심지어 부모님을 잃은 예지를 번듯한 사회인으로서 자랄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해준게 누구죠?
....바로 접니다.
저는,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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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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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31 [개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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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7 16:42:41
삭제된 댓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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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 둘이 유일하게 사회에 실제 기여를 하는 기업인 학규를 법정에 세우고 거기에 딸린 식구들을 모조리 실업자로 만들었습니다.
억울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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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들을 통틀어 앞으로 '학규즈'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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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학협 개굴이입니다.
전국 학규 협회의 시발점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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