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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시간에 쓰는 미스터리와 미스터리 게임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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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7 10: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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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1 Van.D.Z
안녕하세요, 목금월화수 휴가를 쓰고 뒤늦은 목요일에 심각한 월요병에 시달리고 있는 팀 서스펙트의 직원1, Van(lv.1, 월급도적)입니다.
악성 월요병으로 정상적인 업무가 힘들기 때문에 오늘은 지난 번에 이어 미스터리와 미스터리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려 합니다. 1편을 다시 보고 싶으신 분은 아래를 클릭해주세요. 물론 바쁘신 분들을 위한 한줄 요약도 있습니다.
[링크] 업무시간에 쓰는 미스터리와 미스터리 게임 이야기 1
지난 번 줄거리 요약: 에드가 앨런 포는 가난하게 죽었다.
런던에 탐정소설이 뿌리내린지 약 반 세기 후인 1892년, 탐정소설의 미래를 각각 다른 방향으로 흔들어놓은 두 권의 책이 출간됩니다. 하나는 이스라엘 장윌(이름이 이스라엘입니다. 런던 사람입니다.)의 ‘빅 보우 미스터리’, 또 하나는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의 모험’입니다.
빅 보우 미스터리는 안에서 잠긴 방, 그러니까 밀실에서 일어난 살인인지 자살인지 알 수 없는 사건, 즉 밀실 살인을 최초로 다룬 탐정소설입니다.(물론 최초의 밀실 미스터리는 ‘모르그 거리의 살인’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사실 ‘모르그 거리의 살인’의 밀실은 ‘불가능 범죄’라는 의미의 밀실은 아닙니다.) 자물쇠와 빗장이 걸린 방 안에서 목에 자상을 입고 죽은 시체. 도저히 드나들 수 없는 공간에서 죽었으니 타살이라고 생각하기 힘들지만, 방 안 어디에도 흉기가 없고 시체의 손에 피가 묻지 않은 것으로 보아 자살은 더욱 아닙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 휘말린 아마추어 탐정과 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한 명의 형사. 탐정은 형사가 추리해낸 수많은 가설을 하나하나 부정하며 진실에 접근하기 시작합니다. 매우 익숙하지 않습니까? 밀실 미스터리의 왕도적 설정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설정이 후대에 끼친 영향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합니다. 설정 뿐만이 아닙니다. 이후 후대의 밀실 미스터리 작가들이 애용한 밀실 트릭 파해에 기초가 되는 아이디어들이 대부분 여기서 ‘가설’로서 제시됩니다. 예를 들면 자석을 이용한 트릭, 문이 밖에서 안으로 열리는 것을 이용해 범인이 문 뒤에 숨는 경우 등. 이런 수많은 아이디어들은 이후 때때로 자존심 없는 일부 작가들에 의해 그대로 쓰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뛰어난 밀실 미스터리 작품이 탄생하고 더 발전해나가는 기본 토양이 되었습니다. 오늘날에 이르러 밀실 미스터리가 하나의 하위 장르를 넘어서 ‘클로즈드 서클’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주제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스라엘 장윌은 그야말로 위대한 한발을 내디딘 작가인 셈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하고 누군가가 묻습니다. 최초의 밀실 미스터리는 가스통 르루의 '노란 방의 비밀' 아닌가요? 뭐 확실히 인터넷 세계에는 그렇게 알려져 있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지구는 돈다' 같은 말이 있지 않습니까? 인터넷 검색 결과가 아무리 부정하더라도 1907년보다 1892년이 먼저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노란 방의 비밀이 빅 보우 미스터리보다 뛰어난 밀실 미스터리인가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솔직히 노란 방의 비밀은 밀실 미스터리라고 하기에도 좀 애매한 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식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가스통 르루의 또다른 인기작 '오페라의 유령'의 유명세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노란 방의 비밀'에 대해서는 또 한가지, '세계 최초의 소년 탐정'이 등장한 작품이라는 설도 등장하는데, 세계 최초는 커녕 같은 나라인 프랑스 안에서도 최초가 아닙니다. 괴도 뤼팽 시리즈의 초유명작, 1905년 출간된 '기암성'에 이미 소년탐정 이지도르가 등장하죠. 게다가 이지도르가 훨씬 유명합니다. 한국에서만 해도 예전에 이지도르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소년탐정 이지돌'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기도 하였죠. 각설하고, 하여간 빅 보우 미스터리는 훗날 여러 탐정소설가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수십년 후 '밀실의 제왕'이라 불리는 존 딕슨 카가 출현하기까지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빅 보우 미스터리가 트릭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면, 셜록 홈즈의 모험은 탐정 소설 작법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 이야기입니다. 셜록 홈즈의 모험이 셜록 홈즈 시리즈의 시작은 아니지만, 셜록 홈즈를 세상에 알린 출세작은 전작인 ‘주홍색 연구’도 ‘네 사람의 서명’도 아닌 셜록 홈즈의 모험이라는 단편집이었습니다. 사실 셜록 홈즈 시리즈는 현대의 미스터리 팬들이 보기에 그리 흡족한 미스터리는 아닐 것입니다. 심지어는 미스터리가 맞긴 하냐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독자로 하여금 ‘으악’하게 만드는 놀라운 발상도, 수많은 가설을 하나하나 박살내며 빈틈없는 논리의 그물을 펼쳐 정답으로 다가가는, 독자의 목을 조르는 듯한 그런 느낌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셜록 홈즈에게는 후대의 수많은 탐정들에게 지워준 큰 빚이 있습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가 탐정 소설의 세계에 던진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트릭도 논리도 아닌, 바로 탐정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셜록 홈즈 이전의 탐정은 그저 작가의 말을 대신 해주는 화자에 불과했습니다. 탐정의 캐릭터라는 것은 작가에게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고, 개성을 발휘하기 보다는 그냥 정답과 풀이 정도만 얘기해주면 되는 존재였습니다. 많은 작가들은 자신이 쓰고 있는 것이 근본적으로 ‘이야기’라는 사실을 깜빡 잊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모든 탐정소설이 그랬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탐정 소설의 미래를 바꿀만큼의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서는 분명 셜록 홈즈의 모험이 처음입니다.) 어쨌건 당시까지 탐정의 캐릭터에 신경쓰는 것은 마치 낭비처럼 보였고, 때로는 미스터리를 방해하는 요소로 터부시되었습니다. 하지만 셜록 홈즈는 이야기의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캐릭터성을 확고히 드러냈습니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무엇을 잘 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대인 관계, 습관, 사람에 대한 관찰과 이해 등등 세밀하게 묘사된 이 새로운 탐정은 ‘주인공으로서의 탐정’을 부활시켰고, 사람들은 셜록 홈즈라는 탐정 자체에 매료되었습니다. 물론 현대인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셜록 홈즈식의 캐릭터 설정은 라노벨에서나 나올 법한 종류의 것이긴 합니다. 아마 셜롬 홈즈 시리즈가 현대에 출간되었다면 ‘스포츠 만능에 천재 화학자인 내가 보헤미아 왕에게 부탁을 받은 일에 대하여’ 같은 제목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가 가진 또 하나의 의의는 ‘새로운 탐정상’에 있습니다. 네? 앞에서 한 얘기랑 같은 얘기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탐정으로서의 방법론입니다. 셜록 홈즈는 자신의 지성에만 의지하지 않습니다. 직접 발로 뛰며 증거를 수집하고, 때로는 조사를 위해 범죄에 가까운 행위를 서슴없이 하기도 합니다. 변장을 하거나 잠복수사를 하기도 하고, 아주 긴 시간을 공들여 함정을 파기도 합니다.(사실상 셜롬 홈즈의 의사판인 미국 드라마 '하우스'에서 이런 면모가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방구석을 벗어난 탐정입니다. 여기에다, '과학수사'라는 개념(물론 개념뿐입니다만)을 내세운 당시로서는 흔치 않던 탐정이기도 합니다.
셜록 홈즈의 등장은 당시 탐정 소설계에 두 가지 큰 줄기의 흐름을 낳았습니다. 하나는 긍정적인 것이고 하나는 부정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첫번째는, 새로운 작품을 쓰기 힘든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출판사는 '셜록 홈즈 같은' 탐정을 원했고 그만큼 '셜록 홈즈' 같은 탐정소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원작자인 코난 도일조차도 한번 죽였던 홈즈를 다시 살려내야만 했죠. 셜록 홈즈의 모험 이후 10년을 '코난 도일의 10년'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흐름은 바로 전문적인 이과적 지식이 소재가 된 탐정소설들이 기를 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경향은 이십몇년이 지난 후 세계 탐정소설 역사에서 누구도 뛰어넘지 못할 기록을 남긴 대작가의 탄생에 기여하게 됩니다.
자, 다시 밀실 미스터리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사실 밀실 미스터리의 장르적 성장에 기여한 것은 빅 보우 미스터리만은 아닙니다. 그보다 일찍, 약 30년 전에 일어난 어떤 사건 역시 양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미스터리 게임 탄생(드디어)의 전조가 되기도 했죠. 하지만 다음편에서 하게 될 이야기는 그리 유쾌한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찌보면 우울하고, 어찌보면 심각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목차
업무시간에 쓰는 미스터리와 미스터리 게임 이야기 1 [링크]
업무시간에 쓰는 미스터리와 미스터리 게임 이야기 2 [현재 게시글]
-번외: 19세기말~20세기초의 원시적 추리 게임 규칙 소개 [링크]
업무시간에 쓰는 미스터리와 미스터리 게임 이야기 3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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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추 후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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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퀄리티의 글은 항상 추천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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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보게는 이 분이 글을 마무리 하실 때까지 격리시켜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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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레벨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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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글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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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서스펙트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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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와우...
모르그 밀실 미스터리는 정말 밀실사건 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지금으로서는 정형화된듯한 틀자체를 만든 작품이군요.. 더 추가한것도 빠진것도 없는 시작이 완성인 그런 작품이었나 봅니다..
셜록이 관짝에서 나왔단 사실은 정말 재밌게 봤었습니다. 실제 영국 신문에도 실렸다고 하고 비난도 많았다고 하니.. 그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셜록홈즈를 캐릭터로, 인물로 받아들였는지 상상이 됬습니다. 이렇게 단순한 화자가 아니라 캐릭터로서 만들었다는 설명을 보니 더 이해가 되네요. 마치 음악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게한 베토벤이 떠오르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마무리가 정말 좋으시네요. 다음글이 너무 기다려지게끔.. -
훗날 괴도 뤼팽 시리즈를 쓴 모리스 르블랑은 코난 도일보다도 더 혹독한 운명을 겪게 되는데... 그 얘기는 언젠가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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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잘못 눌러버렸어요 ㅠㅠ 취소가 안되네요.. 추천했어요. 글에 추리소설들 기회가되면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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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하나 달리니 개성 있고 좋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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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2편도 너무 재밌네요. 지금 읽어보면 확실히 셜록홈즈는 추리소설보다는 캐릭터 소설로서의 매력이 훨씬 강한 느낌이죠. 추리소설로서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트릭들이 지금까지도 많이 쓰이는데다가 훨씬 더 재미있기도 하구요 ㅎㅎ 다음 편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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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가 당시의 다른 탐정들과 달리 캐릭터로서 오래 살아남은 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영상화하기 좋다는 점이죠. 활동적인 캐릭터의 활약을 따라가는 것이 안락의자 탐정의 사고를 쫓아가는 것보다 영상에는 더 어울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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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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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셜록홈즈하다 어려워서 접었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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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추리가 어려우면 접어야 하지만 소설은 추리가 어려워도 그냥 끝까지 읽으면서 감탄하기만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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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요약이...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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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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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선추천 후감상 하겠습니다 좋은 컨텐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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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업무시간에 쓰는... 이라는 전제부터 추천투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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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질은 업무시간에 해야 꿀맛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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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xy??? 가......가.... 차장님? ㅋㅋㅋ
잘 봤습니다~~ -
아쉽게도 가차장님은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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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추천 & 스크랩 그리고 정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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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퀄이네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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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레벨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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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글은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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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추천 후감상. 그래서 본론은 언제 쓰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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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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