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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100%!! 나.. 생각보다.. 입 잘 터네... 1인칭 서스펙트 게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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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1 22: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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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 najawon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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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스펙트 게임의 추억을 되세겨보면, 지금도 털이 삐쭉 서면서 부르르 떨게 되네요.. 정말 쉽게 찾아보기 힘든 강렬한 기억이었습니다.
4개의 시나리오에서, 저는 어떻게 된 모양인지 2번의 범인을 담당하느라 질식해 죽을 뻔 했습니다...
사인은 '질식할만큼 몰입함' 입니다...
[시나리오 시작 전 준비]
새 시나리오를 시작할 때 우리는 전날 미리 자기가 맡을 배경설정을 나눠 받고 다음날 있을 게임에 완전 몰입할 수 있게 준비했습니다.
게임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커 확실히 몰입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후술할 1시나리오를 끝내고 난 뒤 느낀 점 때문에라도 더욱이 그렇게 하게 되었습니다.
기억상 한 시나리오마다 4시간씩 쏟았던 것 같습니다. 한 단서가 드러나면 서로의 밑천이 드러날 때 까지(...) 한창 대화했었네요. 갑자기 등장한(?) 졸피뎀처럼 '잉...?' 싶은 단서들도 끝까지 엮어보려 했던 것 같습니다. 범인이었을 땐 참으로 끔찍했습니다만 범인이 아닐 때만큼은 이만큼 든든한 파티원이 없었죠 ㅋㅋㅋ(만세)
그 때문에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했는지 기본 배경을 달달이 숙지하고 게임에 몰입해야만 했습니다. 헛점이 드러난 순간 바로 뜯어먹히거든요...ㄷㄷ..
첫 시나리오에 갑자기 등장했던 마약 덕분이기도 했네요. 사실 그 때 우리 중 그 누구도 의료용 고무줄을 보고 마약을 떠올린 사람이 없었거든요.. 아 이런..ㅋㅋㅋㅋㅋ
한 사람한텐 '앗차!'하고 하얗게 질려버릴만한, 제일 중요했던 단서를 그대로 버려버린 채, 시나리오가 끝나고 다들 아쉬워 했습니다.
우리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와 이거 하나라도 버리면 안 되겠는데?' 라는 것인 거죠.
[1 시나리오] 역할 : 조민형, 알리바이에 빈 곳이 드러난 범인 (코난 BGM)
첫 번째 시나리오는 추리의 정석을 맛보는 기분이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애피타이저 -> 메인디쉬 -> 디저트 순서로 음식이 나오는 것처럼, 시나리오에 몰입하게 되는 순서와 방향성을 자연스럽게 제시해 주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무 단서나 집어 봐. 결국 넌 작가가 설계하는 대로 따라가게 될 거야.'
룰 마스터가 옆에 있었다면 이런 말을 속삭였을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저걸 집어야 해...!' 라는 심장의 외침이 '아무 단서'나 집어가지 못하도록 강제하게 만들어 주었네요.
(형의 유서를 모두한테서 숨기려고 후다닥 서랍을 열려 했는데.. 여는 덴 성공했지만, 다음 사람이 이걸 집어가버리네? 아... 이런...)
지금 와서 떠올려보면 맨 처음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살해 방법 -> 피해자와의 관계 -> 살해 동기 -> 알리바이 확인까지의 길고 긴 모험이 말이죠.
맨 처음에, 가장 의심받은 사람은 조명 감독이었습니다. 살해동기만큼은 확실했거든요. 머릿 속 재생되는 잘못된 만남.. 빠빠빠빠...
하지만 추리의 정석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드러나더군요. 이때 비록 범인이었지만, 시나리오에 정말 감동했습니다.
역시 살해 동기보다 중요한 건 알리바이였네요. 자동차가 왔다 갔다 움직이는 시간을 계산하던 그 입을 틀어막아 버리고 싶었던 건 처음이었습니다... 화들짝 놀란 채 하얗게 질려버렸어요..
[2 시나리오] 역할 : 최혜민, 병원 약을 빼돌리며 뒷세계를 호령하는 암흑간호사(...)
첫 게임의 여운이 워낙 크게 느껴졌을까요. 두번째 시나리오에선 정말 그야말로 빡겜을 돌렸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맡았던 이 친구, 보통 간호사가 아니었네요? 오직 범인만 경험해 본 저로서는, 범인만이 제대로 된 배경설정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이거 잘못된 생각이었어요. 범인이 아닌 주변 인물들도 모두 정말정말 매력적인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게임이 시작하면서 드러난 펜타닐. 와. 말 한마디에 이렇게 바뀔수도 있구나.
이거 하나로 전 약쟁이에, 범법자에,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의도한 거긴 했지만요ㅋㅋㅋ;;;;
빌드는 이렇게 쌓여갔습니다.
1. 캐비넷을 열었는데 펜타닐이 나오네? "이게 뭐야?" "그냥 약이 아니라는데?" "이걸 어떻게 갖고있는거야?"
2. 뜬금없이 자꾸 혜민이라는 이름이 나오네? "그냥 간호사가 아녔구나?" "대체 뭘 하던 사람이야?" "진짜 간호사 맞아?"
3. 약과 비밀이 이리저리 뒤섞이며 "뒷세계에 병원 약을 파는 마피아(엥?) 출신이네." "피해자도 약으로 길들였어."
(약으로 길들였다는 건 맞았네요.ㅋㅋ)
와.
첫 게임에서 추리 게임의 맛을 느꼈다면, 두 번째 게임에선 서스펙트 게임만이 갖는 특별함을 느꼈습니다. 범인 포함 모두가 약점을 갖고 있다는 것, 이 약점을 숨기고, 드러나더라도 이상하게 꼬면서 드러내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제일 중요한 포인트. 자기가 맡은 역할과 설정에 몰입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못 하게 된다는 겁니다.
언제나 식은땀에 저릿저릿하는 제 모습이 도움을 줬던 것 같기도 했네요. 그러면서도 제 할 말은 다 했다는 게 참으로 신기합니다. (악쓰고 이길려는 몸부림;;)
[3 시나리오] 역할 : 최혜민, 최시원과 비밀을 공유받은 전지적 비서
두 번째 시나리오에 나왔던 최혜민이 세 번째에도 나타났네요ㅋㅋ 동일인을 맡으면 편하게 이입할 수 있을 거라는 점에서 설정집을 받았는데 아, 범인이라뇨...
배경설정을 정독하면서 느꼈던 건, 이 친구 정말 수동적으로 움직여야 의심을 피할 거란 것이었습니다.
피해자와 하루 종일 같이 있었던데다, 비서라는 점에서 숨겨진 비밀을 먼저 알고 시작한다는 것에, 말 한번 잘못하면 그대로 역질문을 받은 채 골로 갈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박진이 누군지도 알고, 충전기 문제도 알고있지만 이걸 풀어낼 말재간이 없었거든요.ㅜㅜ
그냥 유홍전자 신희성 이 친구에게 충전기에 대한 비밀을 살짝 풀고, 인질로 잡아놔야겠다... 라는 생각이 강했었네요.
그렇게 저는 피해자가 죽기 직전 산장에 함께 머물렀다는 증거를 지우고자 CCTV를 먼저 뒤져서 단서를 숨기는 데 성공했고, 단서에 대해 열심히 논쟁할 때마다 스스럼없이 뒤로 물러선 채 상왕 행세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최시원와 매우 가까운 사이여서 너희들의 비밀을 대충 알고 있으니, 괜히 나 건들여서 입 털게 만들지 말고 너희들끼리 열심히 싸워라~' 하고 말입니다.
그렇게 저는 '뒤에서 최시원에게 정보를 전달해주는 스파이' 역할임을 알린 채 열심히 싸움 구경만 했습니다만, 아, 이게 실책이었습니다. 열심히 싸우던 세 사람이 결국 아무도 죽일 이유가 없었다는 것으로 결론짓게 되었거든요.
'에이.. 설마 이런 이유로 살인을 계획했을까...' 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니, 와, 이 다음부터는 혼자서는 어떻게 바꿔볼 수 없게 되더군요.
두번째 시나리오보다 악한 살해동기는 나머지 모두에게 물음표를 띄우고야 말았고, 살해 동기가 하나~~~도 없었던 저를 주목하게 만들어 서로가 내 비밀이 뭐냐고 추궁하기 시작했습니다. 상왕 행세를 하던 저의 처참한 말로랄까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너가 젤 수상해!" "너만 살해동기가 없잖아!"
결국 저는 그런 이유로 모두에게 지목당했고, 알랑하게 생각했던 다른 사람들의 비밀마저 틀려버리는 바람에 패배하게 돼버렸습니다.
아냐... 나도 비밀이 있어.... 이게... 내가 범인이라서... 아.... 말할수가 없네....
[4 시나리오] 역할 : 최종인, 처음부터 다 드러나버린 진실에 수상할 정도로 흥분한 경비실장
와, 네 번째 시나리오는 정말 신기했습니다. 마치 게임의 보너스 판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피해자의 위치가 숨겨진 채로 시작하는 것도 그렇고, 서로가 서로의 비밀을 폭로하길 주저하는 요상한 분위기가 정말 특이했습니다.
알고 봤더니 모두가 서로의 비밀에 얽혀있던 거였죠. 허 참... 제가 캐리어를 옮기긴 했는데, 그 안에 시체가 들어있는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난 캐리어를 운반하진 않았어... 왜 캐리어가 나랑 엮이는지...(이때 즈음 탈탈 털려 정신이 나가버렸습니다....) 나는 거기에 시체가 있는 줄 몰랐어 진짜..."
라고 울상짓던 저의 심장에 화살을 꽂아버린 건 경비실 속 돈다발이었죠. 아... 이제 이 돈을 누가 쥐여줬냐는 것으로 대화 주제가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되서, 우리 모두는 비밀이 모두 벗겨진 채 부들부들 떨어야만 했습니다. 진실 하나가 드러나니까 감자 캐듯 단서가 계속 딸려나왔네요..ㅋㅋㅋㅋㅋㅋ 수상할 정도로 돈에 진심인 우리들...ㅡㅜ
그 와중에 저는 "저 혼자만 웃고있는 매니저 딱 봐도 싸이코다ㅋㅋㅋㅋㅋ 주변 사람들도 매니저 이상하다는데ㅋㅋ" 하면서 농담 따먹기를 했지만... 농담이 아니었다는 진실이.... 아... 뭐냐고...
[서스펙트 게임에 대해 느낀 점]
서스펙트 게임은 보드게임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가 잊고있었던 보드게임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르겠네요.
서스펙트 게임은 각 캐릭터에 대한 역할을 나눠 받고, 자기 역할에 충실히 임하지 못한 채 어버버하다간 증거들로 싸다구를 맞고 팩트폭력을 당해버리죠. 정말로 이만큼 보드게임에 진심으로 몰입하고 즐거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된다는 점에서 TRPG에 대한 동경도 갖게 되었고, 친구들을 불러 모아 정기적으로 한데 모여 글룸헤이븐 같은 큰 볼륨의 레거시 게임을 해보고 싶은 로망도 생기게 되었네요..
그 때문에 이번 서스펙트 게임 리로드 정말 기대됩니다. 벌써부터 기분이 두근두근 거리네요ㅜㅜ!!!! 리로드 화이팅!!!!
4개의 시나리오에서, 저는 어떻게 된 모양인지 2번의 범인을 담당하느라 질식해 죽을 뻔 했습니다...
사인은 '질식할만큼 몰입함' 입니다...
[시나리오 시작 전 준비]
새 시나리오를 시작할 때 우리는 전날 미리 자기가 맡을 배경설정을 나눠 받고 다음날 있을 게임에 완전 몰입할 수 있게 준비했습니다.
게임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커 확실히 몰입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후술할 1시나리오를 끝내고 난 뒤 느낀 점 때문에라도 더욱이 그렇게 하게 되었습니다.
기억상 한 시나리오마다 4시간씩 쏟았던 것 같습니다. 한 단서가 드러나면 서로의 밑천이 드러날 때 까지(...) 한창 대화했었네요. 갑자기 등장한(?) 졸피뎀처럼 '잉...?' 싶은 단서들도 끝까지 엮어보려 했던 것 같습니다. 범인이었을 땐 참으로 끔찍했습니다만 범인이 아닐 때만큼은 이만큼 든든한 파티원이 없었죠 ㅋㅋㅋ(만세)
그 때문에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했는지 기본 배경을 달달이 숙지하고 게임에 몰입해야만 했습니다. 헛점이 드러난 순간 바로 뜯어먹히거든요...ㄷㄷ..
첫 시나리오에 갑자기 등장했던 마약 덕분이기도 했네요. 사실 그 때 우리 중 그 누구도 의료용 고무줄을 보고 마약을 떠올린 사람이 없었거든요.. 아 이런..ㅋㅋㅋㅋㅋ
한 사람한텐 '앗차!'하고 하얗게 질려버릴만한, 제일 중요했던 단서를 그대로 버려버린 채, 시나리오가 끝나고 다들 아쉬워 했습니다.
우리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와 이거 하나라도 버리면 안 되겠는데?' 라는 것인 거죠.
[1 시나리오] 역할 : 조민형, 알리바이에 빈 곳이 드러난 범인 (코난 BGM)
첫 번째 시나리오는 추리의 정석을 맛보는 기분이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애피타이저 -> 메인디쉬 -> 디저트 순서로 음식이 나오는 것처럼, 시나리오에 몰입하게 되는 순서와 방향성을 자연스럽게 제시해 주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무 단서나 집어 봐. 결국 넌 작가가 설계하는 대로 따라가게 될 거야.'
룰 마스터가 옆에 있었다면 이런 말을 속삭였을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저걸 집어야 해...!' 라는 심장의 외침이 '아무 단서'나 집어가지 못하도록 강제하게 만들어 주었네요.
(형의 유서를 모두한테서 숨기려고 후다닥 서랍을 열려 했는데.. 여는 덴 성공했지만, 다음 사람이 이걸 집어가버리네? 아... 이런...)
지금 와서 떠올려보면 맨 처음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살해 방법 -> 피해자와의 관계 -> 살해 동기 -> 알리바이 확인까지의 길고 긴 모험이 말이죠.
맨 처음에, 가장 의심받은 사람은 조명 감독이었습니다. 살해동기만큼은 확실했거든요. 머릿 속 재생되는 잘못된 만남.. 빠빠빠빠...
하지만 추리의 정석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드러나더군요. 이때 비록 범인이었지만, 시나리오에 정말 감동했습니다.
역시 살해 동기보다 중요한 건 알리바이였네요. 자동차가 왔다 갔다 움직이는 시간을 계산하던 그 입을 틀어막아 버리고 싶었던 건 처음이었습니다... 화들짝 놀란 채 하얗게 질려버렸어요..
[2 시나리오] 역할 : 최혜민, 병원 약을 빼돌리며 뒷세계를 호령하는 암흑간호사(...)
첫 게임의 여운이 워낙 크게 느껴졌을까요. 두번째 시나리오에선 정말 그야말로 빡겜을 돌렸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맡았던 이 친구, 보통 간호사가 아니었네요? 오직 범인만 경험해 본 저로서는, 범인만이 제대로 된 배경설정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이거 잘못된 생각이었어요. 범인이 아닌 주변 인물들도 모두 정말정말 매력적인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게임이 시작하면서 드러난 펜타닐. 와. 말 한마디에 이렇게 바뀔수도 있구나.
이거 하나로 전 약쟁이에, 범법자에,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의도한 거긴 했지만요ㅋㅋㅋ;;;;
빌드는 이렇게 쌓여갔습니다.
1. 캐비넷을 열었는데 펜타닐이 나오네? "이게 뭐야?" "그냥 약이 아니라는데?" "이걸 어떻게 갖고있는거야?"
2. 뜬금없이 자꾸 혜민이라는 이름이 나오네? "그냥 간호사가 아녔구나?" "대체 뭘 하던 사람이야?" "진짜 간호사 맞아?"
3. 약과 비밀이 이리저리 뒤섞이며 "뒷세계에 병원 약을 파는 마피아(엥?) 출신이네." "피해자도 약으로 길들였어."
(약으로 길들였다는 건 맞았네요.ㅋㅋ)
와.
첫 게임에서 추리 게임의 맛을 느꼈다면, 두 번째 게임에선 서스펙트 게임만이 갖는 특별함을 느꼈습니다. 범인 포함 모두가 약점을 갖고 있다는 것, 이 약점을 숨기고, 드러나더라도 이상하게 꼬면서 드러내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제일 중요한 포인트. 자기가 맡은 역할과 설정에 몰입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못 하게 된다는 겁니다.
언제나 식은땀에 저릿저릿하는 제 모습이 도움을 줬던 것 같기도 했네요. 그러면서도 제 할 말은 다 했다는 게 참으로 신기합니다. (악쓰고 이길려는 몸부림;;)
[3 시나리오] 역할 : 최혜민, 최시원과 비밀을 공유받은 전지적 비서
두 번째 시나리오에 나왔던 최혜민이 세 번째에도 나타났네요ㅋㅋ 동일인을 맡으면 편하게 이입할 수 있을 거라는 점에서 설정집을 받았는데 아, 범인이라뇨...
배경설정을 정독하면서 느꼈던 건, 이 친구 정말 수동적으로 움직여야 의심을 피할 거란 것이었습니다.
피해자와 하루 종일 같이 있었던데다, 비서라는 점에서 숨겨진 비밀을 먼저 알고 시작한다는 것에, 말 한번 잘못하면 그대로 역질문을 받은 채 골로 갈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박진이 누군지도 알고, 충전기 문제도 알고있지만 이걸 풀어낼 말재간이 없었거든요.ㅜㅜ
그냥 유홍전자 신희성 이 친구에게 충전기에 대한 비밀을 살짝 풀고, 인질로 잡아놔야겠다... 라는 생각이 강했었네요.
그렇게 저는 피해자가 죽기 직전 산장에 함께 머물렀다는 증거를 지우고자 CCTV를 먼저 뒤져서 단서를 숨기는 데 성공했고, 단서에 대해 열심히 논쟁할 때마다 스스럼없이 뒤로 물러선 채 상왕 행세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최시원와 매우 가까운 사이여서 너희들의 비밀을 대충 알고 있으니, 괜히 나 건들여서 입 털게 만들지 말고 너희들끼리 열심히 싸워라~' 하고 말입니다.
그렇게 저는 '뒤에서 최시원에게 정보를 전달해주는 스파이' 역할임을 알린 채 열심히 싸움 구경만 했습니다만, 아, 이게 실책이었습니다. 열심히 싸우던 세 사람이 결국 아무도 죽일 이유가 없었다는 것으로 결론짓게 되었거든요.
'에이.. 설마 이런 이유로 살인을 계획했을까...' 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니, 와, 이 다음부터는 혼자서는 어떻게 바꿔볼 수 없게 되더군요.
두번째 시나리오보다 악한 살해동기는 나머지 모두에게 물음표를 띄우고야 말았고, 살해 동기가 하나~~~도 없었던 저를 주목하게 만들어 서로가 내 비밀이 뭐냐고 추궁하기 시작했습니다. 상왕 행세를 하던 저의 처참한 말로랄까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너가 젤 수상해!" "너만 살해동기가 없잖아!"
결국 저는 그런 이유로 모두에게 지목당했고, 알랑하게 생각했던 다른 사람들의 비밀마저 틀려버리는 바람에 패배하게 돼버렸습니다.
아냐... 나도 비밀이 있어.... 이게... 내가 범인이라서... 아.... 말할수가 없네....
[4 시나리오] 역할 : 최종인, 처음부터 다 드러나버린 진실에 수상할 정도로 흥분한 경비실장
와, 네 번째 시나리오는 정말 신기했습니다. 마치 게임의 보너스 판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피해자의 위치가 숨겨진 채로 시작하는 것도 그렇고, 서로가 서로의 비밀을 폭로하길 주저하는 요상한 분위기가 정말 특이했습니다.
알고 봤더니 모두가 서로의 비밀에 얽혀있던 거였죠. 허 참... 제가 캐리어를 옮기긴 했는데, 그 안에 시체가 들어있는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난 캐리어를 운반하진 않았어... 왜 캐리어가 나랑 엮이는지...(이때 즈음 탈탈 털려 정신이 나가버렸습니다....) 나는 거기에 시체가 있는 줄 몰랐어 진짜..."
라고 울상짓던 저의 심장에 화살을 꽂아버린 건 경비실 속 돈다발이었죠. 아... 이제 이 돈을 누가 쥐여줬냐는 것으로 대화 주제가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되서, 우리 모두는 비밀이 모두 벗겨진 채 부들부들 떨어야만 했습니다. 진실 하나가 드러나니까 감자 캐듯 단서가 계속 딸려나왔네요..ㅋㅋㅋㅋㅋㅋ 수상할 정도로 돈에 진심인 우리들...ㅡㅜ
그 와중에 저는 "저 혼자만 웃고있는 매니저 딱 봐도 싸이코다ㅋㅋㅋㅋㅋ 주변 사람들도 매니저 이상하다는데ㅋㅋ" 하면서 농담 따먹기를 했지만... 농담이 아니었다는 진실이.... 아... 뭐냐고...
[서스펙트 게임에 대해 느낀 점]
서스펙트 게임은 보드게임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가 잊고있었던 보드게임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르겠네요.
서스펙트 게임은 각 캐릭터에 대한 역할을 나눠 받고, 자기 역할에 충실히 임하지 못한 채 어버버하다간 증거들로 싸다구를 맞고 팩트폭력을 당해버리죠. 정말로 이만큼 보드게임에 진심으로 몰입하고 즐거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된다는 점에서 TRPG에 대한 동경도 갖게 되었고, 친구들을 불러 모아 정기적으로 한데 모여 글룸헤이븐 같은 큰 볼륨의 레거시 게임을 해보고 싶은 로망도 생기게 되었네요..
그 때문에 이번 서스펙트 게임 리로드 정말 기대됩니다. 벌써부터 기분이 두근두근 거리네요ㅜㅜ!!!! 리로드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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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솔직히 개발자 입장에서 가장 읽고 싶은 리뷰는 이런 스포 천지 리뷰입니다만, 사실 개발자가 아니라 게임을 클리어한 플레이어들도 이런 이야기를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서 답답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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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다만 게임을 해보지 못한 분이 스포일러 버튼을 주의없이 무시한 채 그대로 굳어버리지 않을까, 그것이 걱정되긴 합니다. 정말 재밌는 게임인데, 주변인에게 이 재미를 어디까지 소개해줘야하나 항상 고민하고 조심하게 되는 게임인 것 같아요. 너무 재밌어서 문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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