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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입장에서 쓰는 서스펙트 게임: 리로드의 소개 혹은 소회 비슷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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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31 15:5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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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31 Van.D.Z
마음을 많이 졸였습니다만, 선주문은 비교적 순조롭게 시작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개발자 입장에서는 쫄리긴 매한가지라 머리가 어질어질하네요. 어질어질한 상태에서 휘리릭 쓴 글이니 두서가 없더라도 양해하고 보아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서스펙트 게임: 리로드>는 2021년 <서스펙트 게임: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에 이은 두 번째 서스펙트 게임 시리즈입니다. 순서상으로는 그렇지만, 사실상 별개의 작품입니다. 최소한 개발 방향은 그랬습니다.
서스펙트 게임 프로젝트의 발표 당시 본격 미스터리를 표방하며 큰소리 떵떵 치긴 했지만,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는 여전히 망설임이 많은 물건이었습니다. 아무리 자신감을 내보인다 해도 첫걸음이었으니까요. 다행히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신 덕에 성공을 거두게 되었고, 그 성공은 팀 서스펙트의 내부적 위상이랄까요, 어쨌든 좀 더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들을 내지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저희가 생각할 만한 일이라고는, 당연히 “더 본격! 더 미스터리!”였겠죠. 물론 저희가 원하는 것이 곧 플레이어가 원하는 것일지는 박스를 열기 전에는 모를 일입니다. TMI 영상에서 가차장님이 ‘디렉터스 컷’이라는 표현을 써 주셨는데, 저희의 심정을 잘 대변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번에도 “제대로 된 본격 미스터리”라는 설명하기 힘든 방향만 쳐다보고 걸었고, 별로 말리는 사람도 없었으니 그 결과는 자연히 그런 것이 되었겠죠.
태도를 근거로 결과물을 소개하는 것은 참 모호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스토리를 설명할 수도 없는 일이니 참 난감하죠. 그러니 모호한 이야기는 관두고, 눈에 보이는, 바뀐 부분들을 이야기하는 게 맞겠습니다.
<리로드>에서 가장 큰 변화는, 캐릭터가 3인으로 줄고 시나리오 볼륨이 커졌다는 점입니다. 한국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죠. “캐릭터가 3인으로 줄어든 것과 시나리오 볼륨이 커졌다는 것” 이렇게 두 가지 변화를 말씀드리고 싶은 게 아니라, “캐릭터가 3인으로 줄고 시나리오 볼륨이 커졌다는” 한 가지 변화를 말씀드리고 싶은 겁니다. 이렇게 표현해볼까요? 전에는 미디엄 사이즈 피자 하나를 4명이 나누어 먹어야 했는데, 이번엔 라지 사이즈 피자 하나를 3명이 나누어 먹어야 합니다. 이 변화는 이야기 자체의 볼륨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각 플레이어블 캐릭터들의 설정이 세세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된 것은 우리가 각각의 캐릭터들이 충분한 스토리를 가지도록 하고, 그러면서 미스터리의 무게를 더 늘리려고 시도했기 때문이죠.
캐릭터들의 설정이 자세해진 만큼 필연적으로 개인 시나리오의 페이지 수도 늘어났습니다. 대신 기왕 늘어난 김에 글씨도 키우고 좀 더 읽기 편하게 글을 배치할 여유가 생겼으니 일장일단이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역시나 이 부분에서도 우리가 원한 것이 여러분이 원한 것인지는 알 수 없겠죠. 반드시라고는 할 수 없지만 게임 시간도 길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전작의 경우도 그렇지만 이 게임의 플레이 시간은 완전히 플레이어 마음대로입니다. 테스트 플레이를 하면서 보니 어떤 사람들은 시나리오 하나를 1시간 반에 끝내고 어떤 사람들은 5시간 이상 걸리기도 하더군요. 그러니 게임 시간을 얼마나 잡으라고 명확하게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전작+1시간 정도로 계산하면 얼추 맞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캐릭터 설정이 자세해진 것의 연장선상입니다만, 현재 프롤로그 형식의 스토리 트레일러 영상이 제작 중입니다. 아마도 선주문 기간 중에 유튜브를 통해 공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상을 보지 않아도 플레이에 지장은 없지만, 게임 시작 전에 한번 다 같이 시청한 후 플레이하면 더 재미있는 경험이 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시스템상에서의 변화라면 가장 큰 부분은 ‘특수 조사’라는 행동이 추가된 것이리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하면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의 방식을 차용한 규칙입니다만, 조사 과정에서 특정한 도구나 새로운 키워드를 입수할 수 있고, 이것들을 이용해 일반조사로는 얻을 수 없는 단서나 증언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건전지를 얻었고, 그 상태에서 손전등을 발견했다면 건전지를 손전등에 끼울 수 있겠죠. 여러분이 조사 중 마룻바닥에 난 흠집을 발견했다면, ‘흠집’이라는 키워드로 NPC 중 누군가에게 증언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미 제시된 단서를 골라서 확인하는 일반 조사의 수준을 넘어서 능동적인 취조가 가능해진 셈입니다. 더불어 도구의 경우 가지고 있는 사람만 사용할 수 있으므로 때로는 다른 사람을 설득해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대규모 머더 미스터리 파티에서 주로 사용되는 재화의 개념도 부분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화폐나 플레이어 간 거래를 집어넣은 것은 아니고, 남이 획득한 키워드를 NPC에게 사용하기 위해선 검증 토큰을 상대에게 주어야 합니다. 즉, 토큰이 플레이어 사이에서 돌게 됩니다. 이것은 굉장히 특별한 변화라고는 할 수 없지만, 여러분의 플레이를 아주 조금 더 다채롭게 해줄 양념이 될 것입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어쩌면 전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어,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그러니까 어딘가에 사용하고 나면 다른 곳에는 쓸 수 없는 도구도 게임 내에 존재합니다. 물론 그 도구가 나이면 결코 진상을 알아낼 수 없다거나 한 것은 아니니, 고심해서 쓰든 즉흥적으로 쓰든 자유롭게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딱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질문에는 성심껏 답변해드립니다. 말할 수 없는 것들만 빼고요. 시간이 지나면 또 어떨지 모르지만, <리로드>는 좀더 저희들의 마음에 차는 물건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전작은 잊어라!’ 같은 말을 쓰고 싶지만, 사장실엔 자주 가지 않는 것이 좋겠죠. <서스펙트 게임>을, <리로드>를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평생 할 수 없는 게임이지만요.(물론 마음만 먹으면 모르는 파티에 끼어서 할 수는 있습니다.)
근간 다시 뵙겠습니다
<서스펙트 게임: 리로드>는 2021년 <서스펙트 게임: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에 이은 두 번째 서스펙트 게임 시리즈입니다. 순서상으로는 그렇지만, 사실상 별개의 작품입니다. 최소한 개발 방향은 그랬습니다.
서스펙트 게임 프로젝트의 발표 당시 본격 미스터리를 표방하며 큰소리 떵떵 치긴 했지만,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는 여전히 망설임이 많은 물건이었습니다. 아무리 자신감을 내보인다 해도 첫걸음이었으니까요. 다행히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신 덕에 성공을 거두게 되었고, 그 성공은 팀 서스펙트의 내부적 위상이랄까요, 어쨌든 좀 더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들을 내지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저희가 생각할 만한 일이라고는, 당연히 “더 본격! 더 미스터리!”였겠죠. 물론 저희가 원하는 것이 곧 플레이어가 원하는 것일지는 박스를 열기 전에는 모를 일입니다. TMI 영상에서 가차장님이 ‘디렉터스 컷’이라는 표현을 써 주셨는데, 저희의 심정을 잘 대변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번에도 “제대로 된 본격 미스터리”라는 설명하기 힘든 방향만 쳐다보고 걸었고, 별로 말리는 사람도 없었으니 그 결과는 자연히 그런 것이 되었겠죠.
태도를 근거로 결과물을 소개하는 것은 참 모호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스토리를 설명할 수도 없는 일이니 참 난감하죠. 그러니 모호한 이야기는 관두고, 눈에 보이는, 바뀐 부분들을 이야기하는 게 맞겠습니다.
<리로드>에서 가장 큰 변화는, 캐릭터가 3인으로 줄고 시나리오 볼륨이 커졌다는 점입니다. 한국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죠. “캐릭터가 3인으로 줄어든 것과 시나리오 볼륨이 커졌다는 것” 이렇게 두 가지 변화를 말씀드리고 싶은 게 아니라, “캐릭터가 3인으로 줄고 시나리오 볼륨이 커졌다는” 한 가지 변화를 말씀드리고 싶은 겁니다. 이렇게 표현해볼까요? 전에는 미디엄 사이즈 피자 하나를 4명이 나누어 먹어야 했는데, 이번엔 라지 사이즈 피자 하나를 3명이 나누어 먹어야 합니다. 이 변화는 이야기 자체의 볼륨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각 플레이어블 캐릭터들의 설정이 세세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된 것은 우리가 각각의 캐릭터들이 충분한 스토리를 가지도록 하고, 그러면서 미스터리의 무게를 더 늘리려고 시도했기 때문이죠.
캐릭터들의 설정이 자세해진 만큼 필연적으로 개인 시나리오의 페이지 수도 늘어났습니다. 대신 기왕 늘어난 김에 글씨도 키우고 좀 더 읽기 편하게 글을 배치할 여유가 생겼으니 일장일단이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역시나 이 부분에서도 우리가 원한 것이 여러분이 원한 것인지는 알 수 없겠죠. 반드시라고는 할 수 없지만 게임 시간도 길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전작의 경우도 그렇지만 이 게임의 플레이 시간은 완전히 플레이어 마음대로입니다. 테스트 플레이를 하면서 보니 어떤 사람들은 시나리오 하나를 1시간 반에 끝내고 어떤 사람들은 5시간 이상 걸리기도 하더군요. 그러니 게임 시간을 얼마나 잡으라고 명확하게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전작+1시간 정도로 계산하면 얼추 맞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캐릭터 설정이 자세해진 것의 연장선상입니다만, 현재 프롤로그 형식의 스토리 트레일러 영상이 제작 중입니다. 아마도 선주문 기간 중에 유튜브를 통해 공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상을 보지 않아도 플레이에 지장은 없지만, 게임 시작 전에 한번 다 같이 시청한 후 플레이하면 더 재미있는 경험이 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시스템상에서의 변화라면 가장 큰 부분은 ‘특수 조사’라는 행동이 추가된 것이리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하면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의 방식을 차용한 규칙입니다만, 조사 과정에서 특정한 도구나 새로운 키워드를 입수할 수 있고, 이것들을 이용해 일반조사로는 얻을 수 없는 단서나 증언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건전지를 얻었고, 그 상태에서 손전등을 발견했다면 건전지를 손전등에 끼울 수 있겠죠. 여러분이 조사 중 마룻바닥에 난 흠집을 발견했다면, ‘흠집’이라는 키워드로 NPC 중 누군가에게 증언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미 제시된 단서를 골라서 확인하는 일반 조사의 수준을 넘어서 능동적인 취조가 가능해진 셈입니다. 더불어 도구의 경우 가지고 있는 사람만 사용할 수 있으므로 때로는 다른 사람을 설득해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대규모 머더 미스터리 파티에서 주로 사용되는 재화의 개념도 부분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화폐나 플레이어 간 거래를 집어넣은 것은 아니고, 남이 획득한 키워드를 NPC에게 사용하기 위해선 검증 토큰을 상대에게 주어야 합니다. 즉, 토큰이 플레이어 사이에서 돌게 됩니다. 이것은 굉장히 특별한 변화라고는 할 수 없지만, 여러분의 플레이를 아주 조금 더 다채롭게 해줄 양념이 될 것입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어쩌면 전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어,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그러니까 어딘가에 사용하고 나면 다른 곳에는 쓸 수 없는 도구도 게임 내에 존재합니다. 물론 그 도구가 나이면 결코 진상을 알아낼 수 없다거나 한 것은 아니니, 고심해서 쓰든 즉흥적으로 쓰든 자유롭게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딱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질문에는 성심껏 답변해드립니다. 말할 수 없는 것들만 빼고요. 시간이 지나면 또 어떨지 모르지만, <리로드>는 좀더 저희들의 마음에 차는 물건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전작은 잊어라!’ 같은 말을 쓰고 싶지만, 사장실엔 자주 가지 않는 것이 좋겠죠. <서스펙트 게임>을, <리로드>를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평생 할 수 없는 게임이지만요.(물론 마음만 먹으면 모르는 파티에 끼어서 할 수는 있습니다.)
근간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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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우,, 리로드가 시나리오가 하나인게 너무나 아쉽습니다,,
혹시 전작 서스펙트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에 있는 시나리오 4개를 합한것보다 리로드가 플레이 타임이 더 긴가요? -
그 정도는 아니죠 ^^;; +1시간 잡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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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라,, 혹시 서스펙트 게임 두번째 이벤트는 진행되지않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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