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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시판 > "벚꽃 내리는 시대에 결투를 여신 연구": 0. 게임의 기본부터 보기
  • 2024-02-20 22:22:43

  • 5

  • 862

Lv.12 이오닉
* 서론
2022년 가을부터 시작해, 2023년 상반기를 제외한 거의 1년 간 "벚꽃 내리는 시대에 결투를"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이 게임을 통해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여러 전략을 시도해 보았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머리속에 무언가를 담아두기 시작하니, 밖으로 공유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네요. 이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제 나름의 공략과 생각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이 게임을 잘하는 다른 공략법들은 분명히 많습니다. 그리고 저는 앞 사람들이 이룩한 데이터베이스에, 작은 해석을 더할 뿐입니다. 다만 이런 다른 해석이, 어떤 분들에게는 도움이 되었으면 싶으며 이 글을 써봅니다.


* 게임의 기본 시스템
제 인생 취미 중 하나는 TCG 입니다. TCG를 처음 시작한게 약 18년 전인데, 살면서 10여개 이상의 TCG를 즐기면서 다양한 시스템을 접해왔습니다. 게임에 대한 연구를 하다보면 시스템과 규칙에서 먼저 시작하는 편인데,  이 게임도 잘하는 법을 알고자 할때 먼저 규칙서를 열고 시작했었습니다. 우선 다른 TCG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간단히 꺼내봅니다. 많은 전통적인 카드게임들은 카드가 보드게임의 일꾼이자 행동권 개념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희왕이나 매직더 게더링에서 카드가 없으면,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것은 페이즈 및 턴 넘기기 밖에 없습니다. 약간 비전통적인 TCG로 여겨질 수 있는 보드게임에 기반한 카드게임들은 이런 방식을 벗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보드게임에서 자주 사용되는 시스템인, 카드 외 기본행동권과 누적되는 자원을 통해 카드에 의존하는 플레이 방식을 벗어나기도 합니다. 

 "벚꽃 내리는 시대에 결투를" 이라는 게임은 보드게임 적인 요소가 강한 TCG입니다. 다른 TCG와는 다르게 게임세트 하나를 사면 모든 카드를 풀세트로 갖을 수 있게 되는데, 미국의 보드게임 회사인 Fantasy Flight Games에서는 이를 일컫는 LCG 장르라 일컫고는 있습니다(물론 회사에서 주장하는 장르지, 아직 많이 대중화된 용어는 아닙니다) . 여튼, 이 게임도 기본행동권과 누적자원이라는 보드게임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다른 게임들과는 다른 독특한 3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저에게 이 3가지 요소가 참 인상적이었는데,  "1. 서로의 여신조합을 본 후 덱빌딩을 시작한다. 2. 덱이 7장으로 다른 게임에 비해 비교적 작다. 3. 거리라 공유 자원공간을 갖고 있다." 입니다. 
 
첫번째로 서로 여신의 조합을 본 후 덱빌딩을 한다는 것은, 게임이 사이드덱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채용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카드게임에서는 카드들은 일반적으로 범용성 있는 카드와 실버불릿 카드(Silver Bullet: 늑대인간을 죽이는 은총알 같은 비유로, 특정 덱이나 환경을 저격하기 위해 사용되는 카드들)로  구분됩니다. 일반적으로는 쉽게 메인덱에 넣을 수 있는 범용성 카드들이, 특정 상황에서만 활약하고 메인 덱에 넣기에 꺼려지는 실버불릿 보다 가치가 높습니다. 실버불릿은 주로 경쟁적인 대회 게임 플레이어들이나, 동네 메타를 알고 있는 플레이들이 메타 저격용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덱빌딩 과정에서 사이드덱에 어떤 실버불릿을 넣어야 하는지에 대한 선택이 실력으로 간주된다는 것인데, 아무리 덱빌딩이 수싸움의 영역이라고 해도 그날의 메타와 환경을 예측하는 것은 운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이런 실버불릿 카드 채용이 커뮤니티에서 게임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으로 변질되고는 합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게임 시작부터 정해진 카드풀에서 덱빌딩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실버불릿 카드의 가치 하락을 막고, 환경을 예측한다는 어찌보면 운에 의해 정해지는 요소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카드게임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를 효과적으로 해결한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덱이 7장으로 시작하고, 매턴 2장을 드로한 다는 것은  덱셔플에 의한 운의 요소를 상대적으로 줄였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1순은 멀리건을 통해 대부분의 카드 순서를 플레이어가 정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즉 일반적인 카드게임에서 발생하는 패사고를, 시스템을 통해 확률을 줄였음을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게임의 가장 핵심이자 꽃인 거리 시스템 입니다. "거리"는 공유 자원이자 영역이며 양 플레이어에게 모두 영향을 미치고, 동시에 양 플레이어가 조작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게임은 내가 갖고있는 손패와 공유하고 있는 거리가 맞물리며 진행되는데, 거리를 조정함으로써 각자가 갖고 있는 카드는 가변적 가치를 갖게 됩니다. 

 즉 이 게임은 일반적인 카드게임에 비해 운적인 요소를 최소화한, 바둑같은 수싸움 계열의 게임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카드게임에서 벌어지는 패사고에 의한 초보자의 럭키펀치가 최소화 되었지만, 그러면서도 운적인 요소를 없애진 않았기 때문에 게임내에서 변수가 발생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 정말 절묘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게임은 카드게임이지만, 운이 최소화된 수싸움 카드게임입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는 초보자가 고수들의 패사고를 통한 럭키펀치를 날리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결국 이 게임을 잘하는 방법은, 몇몇 요행이나 필살기를 익히는게 아니라, 철저한 수싸움과 거리조절을 익히는 것입니다. 이는 격투게임 장르의 특성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것이니, 적절히 고증을 한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만큼 유저들이 입문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증해 버렸지만요.


* 게임의 왕도
 일단 앞에서 이것이 수싸움을 중시하는 게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수싸움을 헤쳐나갈, 어떤 나침반 같은 지침이나 격언, 왕도는 없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디자이너의 의도를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설계 했을 것이고, 이 원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게임의 왕도이자 정도일 것입니다. 그럼 이 게임의 왕도는 무엇일까요? 다행히 시즌 8-2 카드 패치글에서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게임의 왕도를 공식적으로 언급하였습니다. 1. 간격 2에 근접함으로서 우위를 점한다. 2. 공격 카드를 많이 채용한다. 3. 상대의 오라를 부수고, 라이프에 데미지를 준다. 이 간단한 왕도에 숨겨진 묘리에 감탄할 수 밖에 없더군요
 
첫번째로, 이 게임에서 기본동작으로 거리를 조정하는 것은 "전진", "이탈", "후퇴"가 있습니다. 이 중 플레이어의 벚꽃자원에 이득을 주는 행동은 "전진"밖에 없습니다. 즉, 극단적으로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집중력만 사용한다고 하면, 이 게임은 전진을 통해 서로의 간격을 줄이는 것을 의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는 게임 디자인상 매우 적절한 방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거리를 벌리는것에 어드벤티지를 주었다면, 근거리들은 절대 원거리를 이기지 못했을 겁니다. 거리를 좁히는 것에 이득을 줌으로써 초반에는 원거리가, 중후반에는 근거리가 유리해지는 전략적 선택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또한 달인의 거리 시스템을 통해, 거리가 너무 가까워져서 원거리들이 활약을 못하는 상황을 방지했습니다. 그리고 기본 동작으로 자원 소모 없이 조정할 수 있는 거리 2-3은 이 게임의 기준점이자 황금율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두번재로, 공격카드를 덱에 많이 넣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마음에 듭니다. 공격 카드와 다른 행동/부여 카드들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공격 카드는 거리에 의존을 한다는 것입니다. 공격카드들은 거리가 맞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데, 이 카드들을 많이 채용해야 하는 환경, 즉 디자이너는 공격 카드를 많이 채용하고 이를 통해 거리조절 싸움을 적극적으로 하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실제로 게임을 어그레시브하고 다이나믹하게게 만들어주는 적절한 방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주력 데미지 소스들이 행동이나 부여카드였다고 생각해 봅시다. 사람들은 거리 개념을 전혀 신경 안쓰고 카드뽑기와 사용만 하고 있었을 것이고, 이는 게임을 루즈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라 시스템에 대한 내용입니다. 라이프는 게임을 이기기 위해 보존해야 하는 중요한 자원이자, 플레이어가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없는 자원입니다. 하지만 오라는 플레이어의 관리를 통해 조절할 수 있다. 게임은 공격 데미지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플레이어가 기본동작으로도 상황을 컨트롤 할 수 있도록 조절하여 방어자에게 전략적 선택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오라의 상한선이 5로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한턴에 많은 공격이 들어올때, 방어자는 기본동작을 중간에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오라가 5개에서 최선의 답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런 시스템은 플레이어들이 많은 공격을 한턴에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게임 플레이가 어그레시브하게 되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또한 오라를 거치지 않고 라이프에 들어가는 데미지는 여러 제약조건들을 걸어서 쉽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어찌보면 이전부터 많이 언급되었던,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만 본다면, 이 게임은 바둑같은 추상전략게임과 다를게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왕도의 특정부분들을 비틀고, 이를 승리 플랜으로 하는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게임을 다채롭게 만들었습니다. 바로 여신 시스템 입니다.


*여신별 비대칭성
 수싸움에 기반한 전략게임들이 게임에 변주를 주는 방식 중 하나는 캐릭터별 능력을 부여해서 플레이어별 비대칭성을 부여하는 것입니다(가끔은 넷러너처럼 규칙까지 비대칭성을 부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게임은 여신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게임에 다채로운 변주를 주었습니다. 각 여신들은 게임의 왕도들 중 한가지 이상을 비틀어야 승리를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이는 각 여신별로 게임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전략이 달라진 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각 여신별로 연구를 하고 전략을 찾아다니는 이유는, 여신별 전략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방금 앞 문단들에서 이 게임을 잘하는 기본적인 방법, 즉 왕도들을 파헤쳤습니다. 1. 거리를 조절할때는 되도록 2로 가도록 전진하고, 2. 덱빌딩 할때는 공격카드를 많이 넣고, 3. 한턴에 많은 공격카드를 사용해서 오라 상한선 이상으로 데미지를 넣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사용하게 되는 여신은 이 왕도들 중 하나 이상을 비틀어야 합니다. 이것은 여신에 맞춘 다른 특별한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이 게임을 잘하고 이기기 위해서는, 왕도를 넘어 내가 사용하는 여신이 어떤 여신인지 알아야 합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지피(知彼)가 안된다면 지기(知己)는 해야되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된다면 이런 여신들에 대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각 여신의 특징이 무엇이고, 어떤식으로 운영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쓰고자 합니다. 물론 이미 기존에 다른 훌륭하신 분들이 작성한 글들이 많고, 저도 그분들의 글을 통해 다양한 카드를 공부해 왔습니다. 저는 단지 이 거대한 데이터 베이스에, 저의 해석을 얹을 뿐입니다.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본 글들이 많아진다면, 게임판이 더욱 발전할 거라 믿으며, 그 과정에 저의 노력을 더하고자 합니다.

* 마무리
 물론 제가 다이브다이스 등 옛날에 쓴 글들을 보면 알겠지만, 전 꾸준히 글을 연재하는 것을 잘 못합니다. 그러니 앞에서 기대를 잔뜩 드린거와는 별개로,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각 여신에 대한 저의 해석이 존재한다와는 별개로, 이를 정리한고, 정리하기 위해 시간을 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인공지능 툴이 좋아졌다고 하길래 한번 활용해보려 했는데, 결국은 마음에 안들어서 다시 이렇게 시간 내서 타이핑을 하게 되는군요. 여튼, 이런 잡스러운 글들이 여러분의 게임라이프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여러 의견들은 항상 환영합니다.

긴 글에 시간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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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23 S.et_A
    • 2024-02-22 14:30:42

    진짜 좋은 글입니다. 게임에 대한 접근을 다른시각에서 바라보는건 언제나 즐겁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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