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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구리 토평중학교 보드게임 반 C.A. 2학기 수업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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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13 15: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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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차게 진행했던
보드게이머 양성 프로젝트 제1탄
구리 토평중학교 보드게임 반 C.A.를 마쳤습니다.
지난 금요일 제가 하는 마지막 수업을 마치자
수업을 담당하신 토평중학교의 최경희 선생님께서
1학기 때에는 어째 위태위태해 보였는데
2학기 되고 나서는 마음이 놓고 맡겨도 될 정도라고 하셔서
속으로 흐믓했습니다.
2005년 2학기 커리큘럼
9월
- the Settlers of Catan, the Settlers of Catan 5~6 players Expansion(문명 게임) 워낙에 유명한 게임이라서 처음에 하고 싶었지만 실제 게임에 비해 룰이 다소 복잡해서 2학기 첫 시간에 했습니다. 1학기 때에는 한 게임당 평균 30분 정도의 게임 룰 설명 시간이 필요했는데 2학기 들어서 갑자기 1시간 가까이 설명을 하자 학생들이 많이 당황해하고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룰 설명 때문에 30분 일찍 등교시켰습니다.) 하지만 수업을 마친 후 학생들은 대단한 반응을 보였고, 카탄의 개척자라는 게임이 기존의 보드게임에 비해 학생들에게 확고히 자리매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10월
- Aquire(주식 게임) 20~30대 연령층에서는 대단한 인기가 있지만 우리 나라 여건상 10대의 학생들에게는 어떤지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에 시도를 했습니다. 실제 경제 용어가 게임에 사용되기 때문에 룰 설명에 곁들여 경제 용어 설명도 했습니다. 어콰이어를 처음하면서 느끼는 감은 정말 하찮습니다. 게임 분위기나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도 벅차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게임을 마치고 나서 학생들의 감상문을 보면서 전 희망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Set(퍼즐 게임) 저에게 아픔이 있는 게임 중에 하나인 셑. 일부러 남자 학생들과 여자 학생들을 골고루 섞어서 얼마나 많은 차이가 있는지를 비교해봤습니다. 셑 룰 설명이야 대한민국에 손꼽을 정도로 자신이 있는 저로서 수업듣는 전체 학생 중 80%정도는 확실히 이해시키고 게임에 들어갔습니다. 실제 게임의 결과 저의 예상대로 여자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잘 하고 있었습니다.(간혹 그룹에서 월등히 잘 하는 남자 학생들도 보였습니다.)
11월
- Bang!(캐릭터 성 게임) 뱅은 우리가 흔히 마피아 게임(MT 가서 많이 하는 단체 게임)이라 부르는 늑대인간 게임의 발전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뱅은 정말 쉽고 재미있는 게임입니다만 설명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40~50분 정도 제가 고생을 하고 실제 게임에 들어갔는데 반 통제가 안 될 정도로 학생들은 시끄럽고 흥분되었습니다. 이해가 빠른 그룹은 3게임 정도 진행을 했고, 그렇지 않은 그룹은 2게임 중간에 수업이 끝났습니다. 여자 학생들로만 구성된 그룹이 다소 이해가 느려서 계속 옆에서 봐주고 싶었는데 학생들의 성격 탓인지 조용하게만 진행이 되었던 것 같았습니다.
제 수업의 특징
수업 후 학생들에게 그 날 했던 게임에 대한 감상문을 써올 것을 요구합니다.
학생들에게 하나하나 질문하면서 게임 어땠냐고 묻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감상문이라는 것을 이용하여 학생들의 생각과 느낌을 읽고 공유합니다.
7월 수업에 대한 감상문은 8명의 학생이, 9월은 8명이, 10월은 4명이 제출을 했습니다.
피드백
11월 수업을 끝내면서 학생들에게 제 메일 주소를 알려줬는데 두 학생이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그 중 한 학생의 얘기를 꺼내자면 부모님이 학교 C.A.로 보드게임 반을 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것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지금 대한민국의 부모님 세대 이후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것입니다. 종이 판과 플라스틱이나 나무 조각들로만 되어있는 장난감(그 분들의 관점에서 얘기를 한 것입니다.)으로 무엇을 하고, 무엇을 얻을 수 잇을 것인가?에 대한 실제적인 대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어떤 수치화된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이 현재로서는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보드게임을 좋아하고, 또 그것을 가르치고 전파하는 사람들이 떠 안은 과제이며 책임입니다.
우리 나라는 노는 것보다 일하는 것에 집중하여 살아왔습니다. 경제를 일으키는 것이 더 급했으므로 어쩔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노는 것, 노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도 경제적인 파급효과가 있고, 문화가 있으며, 어떤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작은 조각들만 본다면 그것에서 얻어갈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함께하는 수업이 필요합니다.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보드게임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학생들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른들보다도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도 없어서 흡수력이 굉장하고, 응용력도 대단합니다. 그러한 어른들의 가진 편견을 깨기 위해서 내년에 조금 더 노력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내년 계획은 또 다른 학교에서 C.A.를 할 것이며 토평 중학교에서는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입니다.
원문 http://blog.naver.com/skeil/19358251
1학기 수업 평가 http://www.divedice.com/community/content.php?tid=opi&mode=view&n=1933&p=1&q=12&ss=2&key=skeil&act=search
보드게이머 양성 프로젝트 제1탄
구리 토평중학교 보드게임 반 C.A.를 마쳤습니다.
지난 금요일 제가 하는 마지막 수업을 마치자
수업을 담당하신 토평중학교의 최경희 선생님께서
1학기 때에는 어째 위태위태해 보였는데
2학기 되고 나서는 마음이 놓고 맡겨도 될 정도라고 하셔서
속으로 흐믓했습니다.
2005년 2학기 커리큘럼
9월
- the Settlers of Catan, the Settlers of Catan 5~6 players Expansion(문명 게임) 워낙에 유명한 게임이라서 처음에 하고 싶었지만 실제 게임에 비해 룰이 다소 복잡해서 2학기 첫 시간에 했습니다. 1학기 때에는 한 게임당 평균 30분 정도의 게임 룰 설명 시간이 필요했는데 2학기 들어서 갑자기 1시간 가까이 설명을 하자 학생들이 많이 당황해하고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룰 설명 때문에 30분 일찍 등교시켰습니다.) 하지만 수업을 마친 후 학생들은 대단한 반응을 보였고, 카탄의 개척자라는 게임이 기존의 보드게임에 비해 학생들에게 확고히 자리매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10월
- Aquire(주식 게임) 20~30대 연령층에서는 대단한 인기가 있지만 우리 나라 여건상 10대의 학생들에게는 어떤지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에 시도를 했습니다. 실제 경제 용어가 게임에 사용되기 때문에 룰 설명에 곁들여 경제 용어 설명도 했습니다. 어콰이어를 처음하면서 느끼는 감은 정말 하찮습니다. 게임 분위기나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도 벅차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게임을 마치고 나서 학생들의 감상문을 보면서 전 희망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Set(퍼즐 게임) 저에게 아픔이 있는 게임 중에 하나인 셑. 일부러 남자 학생들과 여자 학생들을 골고루 섞어서 얼마나 많은 차이가 있는지를 비교해봤습니다. 셑 룰 설명이야 대한민국에 손꼽을 정도로 자신이 있는 저로서 수업듣는 전체 학생 중 80%정도는 확실히 이해시키고 게임에 들어갔습니다. 실제 게임의 결과 저의 예상대로 여자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잘 하고 있었습니다.(간혹 그룹에서 월등히 잘 하는 남자 학생들도 보였습니다.)
11월
- Bang!(캐릭터 성 게임) 뱅은 우리가 흔히 마피아 게임(MT 가서 많이 하는 단체 게임)이라 부르는 늑대인간 게임의 발전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뱅은 정말 쉽고 재미있는 게임입니다만 설명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40~50분 정도 제가 고생을 하고 실제 게임에 들어갔는데 반 통제가 안 될 정도로 학생들은 시끄럽고 흥분되었습니다. 이해가 빠른 그룹은 3게임 정도 진행을 했고, 그렇지 않은 그룹은 2게임 중간에 수업이 끝났습니다. 여자 학생들로만 구성된 그룹이 다소 이해가 느려서 계속 옆에서 봐주고 싶었는데 학생들의 성격 탓인지 조용하게만 진행이 되었던 것 같았습니다.
제 수업의 특징
수업 후 학생들에게 그 날 했던 게임에 대한 감상문을 써올 것을 요구합니다.
학생들에게 하나하나 질문하면서 게임 어땠냐고 묻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감상문이라는 것을 이용하여 학생들의 생각과 느낌을 읽고 공유합니다.
7월 수업에 대한 감상문은 8명의 학생이, 9월은 8명이, 10월은 4명이 제출을 했습니다.
피드백
11월 수업을 끝내면서 학생들에게 제 메일 주소를 알려줬는데 두 학생이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그 중 한 학생의 얘기를 꺼내자면 부모님이 학교 C.A.로 보드게임 반을 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것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지금 대한민국의 부모님 세대 이후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것입니다. 종이 판과 플라스틱이나 나무 조각들로만 되어있는 장난감(그 분들의 관점에서 얘기를 한 것입니다.)으로 무엇을 하고, 무엇을 얻을 수 잇을 것인가?에 대한 실제적인 대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어떤 수치화된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이 현재로서는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보드게임을 좋아하고, 또 그것을 가르치고 전파하는 사람들이 떠 안은 과제이며 책임입니다.
우리 나라는 노는 것보다 일하는 것에 집중하여 살아왔습니다. 경제를 일으키는 것이 더 급했으므로 어쩔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노는 것, 노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도 경제적인 파급효과가 있고, 문화가 있으며, 어떤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작은 조각들만 본다면 그것에서 얻어갈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함께하는 수업이 필요합니다.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보드게임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학생들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른들보다도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도 없어서 흡수력이 굉장하고, 응용력도 대단합니다. 그러한 어른들의 가진 편견을 깨기 위해서 내년에 조금 더 노력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내년 계획은 또 다른 학교에서 C.A.를 할 것이며 토평 중학교에서는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입니다.
원문 http://blog.naver.com/skeil/19358251
1학기 수업 평가 http://www.divedice.com/community/content.php?tid=opi&mode=view&n=1933&p=1&q=12&ss=2&key=skeil&act=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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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님의 항상 수고하시는 모습보면 정말 보드게임의 열정을 다른이에게 쏟는 모습이 느껴집니다.
보드게임때문에 부모님들의 이해가 적은것도 있지만 제가 학교 다닐때는 C.A라는거 그까이거 그냥 일주일에 한시간 노는 시간이어서 부모님 세대의 이해가 더 늦은듯 합니다.
우연찮게 학교후배님이란거 알게 되었는데 더욱더 열심히 하셔서 인성교육에 한 보템이 되었으면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카탄은 초등학생들에게 카드는 사용하지 않고 게임을 할 수 있는 기본 설명만 알려주어 플레이 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렇게 한 판 돌리고 난 후 다음판은 카드 설명(영어를 모르므로 "이 그림이 그련진 카드는 이렇게 쓰는거야.")해주고 다시 플레이 하구요.
후기 잘 봤습니다. ^^ -
스케일님, 글 정말 잘 봤어요. 저희 지역 활동에도 좋은 암시도 주시고 많은 자극이 되네요. 감상문 받으시는 건 정말 잘하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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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셋 설명 만큼은 저도 대한민국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껄요? ^^ 언제 함 만나서 셋 일합을 겨뤄보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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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스케일군 고생했네.. 언제 같이 이야기한번 하세나. 나두 올해 내내 해보면서 뭔가 좀 아쉬운게 남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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