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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모임게시판 [2/25] 광주 아지트 게임 모임 후기 2/2
  • 2006-03-03 04:04:14

  • 0

  • 882

Lv.12 Equinox
7. 슈티헤른(Sticheln)

시간이 자정을 향하고 있었고, 삑사리님과 개구장이님이 두고 오신 사모님의 압박으로 귀가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하지만, Jade님이 오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간단한 게임 하나 더 하시겠다고 하셔서, 카드 게임으로 방향을 잡았지요. 갑자기 오래 전에 규칙 연구를 했지만, 한번도 돌리지 못한 비운의 게임이 떠오르더군요. (뭐 그런 게임이 하나 둘이 아니겠지만서도….) 트릭테이킹 장르에서 꽤 호평을 받고 있는 슈티헤른이었습니다. 개구장이님이 아직 은솔 양에게 트릭테이킹을 가르친 적이 없다고 난색을 표하셨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은솔 양의 능력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겨 강행했습니다. 게임을 설명하려고 하던 찰나에 Jade님이 합류하셔서 7인 게임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날 모임의 참석 인원 전원이 함께 한 유일한 게임이네요.

기본 규칙은 일반적인 트릭테이킹 게임의 그것과 같습니다. 다만, 고통의 색깔이라는 것을 지정하여, 벌점을 부과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꽤나 생각을 많이 하게 하더군요. 개인적으로, 트릭테이킹이라는 장르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세 게임 돌렸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숫자들만 좀 적혀있는 이 카드 게임이 이렇게 큰 재미를 주게 될 줄이야…. 물론, 실수로 첫 게임에서 엄청난 양의 고통의 숫자 카드를 가져가신 삑사리님은 게임 내내, “이 게임 별로야~! 별로~!”를 외치셨기 때문에 저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셨겠지만, 아무튼 저로서는 트릭테이킹이라는 장르가 주는 매력을 새로이 깨달은 것 같습니다.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은솔 양은 게임을 단번에 이해하더군요. 어떤 시점에 어떤 카드를 내야만 하는지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잘 한 덕분에 거의 벌점을 먹은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빠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온 몸으로 보여준 천재소녀에게 찬사를~.

게임을 마치고, 개구장이님과 삑사리님, 그리고 은솔 양이 귀가했습니다. 은솔 양이 게임을 더 하고 싶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건만, 결국 아쉬운 표정으로 집을 나서더군요. 다음에도 그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해주길 바랍니다.

8. 카일러스(Caylus)

4명이라는 조촐한(?) 숫자가 남은 상황에서, 화제작인 카일러스를 꺼내보았습니다. 일전에 게임을 하다가 중단했기 때문에, 저 역시 온전한 규칙으로 끝까지 진행한 첫 번째 게임이 되는군요. 고로 모두가 처음인 4인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타일들이 기호화 되어 있어서, 첫 게임이었어도 거의 무리가 없었습니다. 저 유명한 푸에르토 리코도 건물의 특수 능력이 문자로 적혀 있어서, 설명하는데, 꽤 시간이 걸리는데 말이죠.

게임은 꽤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습니다. 보좌관과 가까운 건물에 일꾼을 놓은 사람이, 누가 보좌관으로 장난칠까 두려워서 앞으로 멀리 보좌관을 보낸 덕분이지요. 빠른 속도의 진행 덕분에 건물들을 많이 못 지었습니다. 게임 후반까지 주거 건물을 저만 지었기 때문에, 명예 건물도 딱 하나만 지어졌지요. 종반에 이르러, Twinkrystal이 건물러쉬를 시도했으나, 의도하던 명예 건물을 제가 한 발 빨리 짓는 바람에 허탕을 쳤다지요.

하지만, 이렇게 빨리 진행된 게임이었어도 전혀 게임성에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게임 진행이 비교적 느렸던 이틀 뒤의 Caylus보다 점수도 적게 나고, 건물도 많이 못 지었었지만, 이 게임 특유의 긴장감과 다양한 전략성은 잘 살아있더군요. 특히 모든 정보를 공개한 상태로 게임을 진행한다는 점이 더욱 치열한 두뇌 싸움을 유발하기 때문에 아주 마음에 듭니다.

게임은 중반까지 Twinkrystal이 선두, 제가 중간이었고, 립톤님과 jade님이 약간 쳐진 상태의 1강 1중 2약의 형국이었으나, 제가 명예 건물을 지으면서 큰 폭으로 추격, 2강 2약의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명예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힘을 비축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기간동안 승점에서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런 것을 감안하면 명예건물이 주는 승점이 아주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더군요. 꾸준히 승점을 작은 폭으로 쌓아간 사람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따라갈 수 있었거든요. 두 가지 테크 트리가 비슷한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 되겠지요?

게임 진행이 꽤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모두가 처음이나 다름없는 게임이라 거의 4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4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매 차례 상대의 선택에 집중하느라, 흥미진진했습니다. 상대의 선택에 따라 급히 자신의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했거든요. 흔히들 푸에르토 리코와 견주는데, 그만큼 다양한 테크 트리를 탈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자주 돌리게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근소한 차이로 1등. (또 설명하고 1등하기라는 비난이 아른아른~)

9. 7인의 현자(Die Sieben Weisen)

새벽 5시를 넘긴 시점에서 저의 강력한 바램을 실어 ALEA 스몰박스 3번, 7인의 현자를 꺼냈습니다. 오래 전에 규칙서를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가상 게임을 해보았는데, ‘참 재미있는 4인 전용 게임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물론 3~5인이라고 되어있지만, 게임 특성상 4인이 가장 적당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코그니토의 지위를 대신할 게임이라 평하고 싶네요.

게임은 매 라운드 2:2 팀이 결성되어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형태입니다. 팀은 협상을 통해 결성하며, 매 라운드마다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는 경우가 매우 빈번합니다. 따라서, 팀이 결성되었다 하더라도, 너무 많은 힘을 실어주면 안됩니다. 언제 그 힘이 자기를 향해 쓰여질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역시 모두가 처음인 이 게임, 설명자가 게임 운용의 묘미를 잘 살리지 못한 상태에서 처음 몇 라운드는 다소 무미하게 돌아갔습니다. 같은 팀 멤버에게 힘을 몰아주는 사태도 종종 발생했지요. 하지만, 중반 이후부터 게임의 본질을 알게 된 멤버들은, 서서히 불타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팀원의 뒷통수를 치는가 하면, 야심 차게 결성된 팀이 불협화음으로 어그러지면서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지요.

짧게 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한 게임인데, 모두 처음이라 의외로 시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때마침 몰려든 피로감과 더불어 게임이 전반적으로 느슨했습니다. 다음에 하면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더군요. 아마도 제가 승점이 제일 높았던 것 같지만, 너무 졸려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흠흠~


때는 바야흐로 먼동이 튼 아침 7시 반. 장장 14시간에 걸친 긴 게임 모임은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이 날 역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게임들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삑사리님과 개구장이님, 그리고 Jade님이 가져오신 게임들을 미쳐 다 돌려보지 못해서 아쉽더군요. 앞으로는 새로운 게임과 알고 있는 게임의 비율을 적절히 조화롭게 맞추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늦은 시각에 새로운 게임을 하게 되면,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조율을 잘 해야겠더군요. 모임은 이번 토요일에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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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12 Equinox
    • 2006-03-03 04:08:15

    흠냐... 더 미루면 이번 주 모임보다 지난 주 후기가 늦게 나오는 촌극이 벌어질까봐 새벽까지 휘갈긴 후깁니다. 졸려서 다시 읽어보지도 못하겠네요...
    • 2006-03-03 10:30:38

    제가 간 이후에 저런 게임을 돌리셨군요..ㅋㅋ
    슈티헤른보다는 제가 갖고 온 네비게이터가 더
    재밌다니까요..ㅎㅎㅎ
    • 2006-03-03 14:10:29

    음.......... 아는게 없는거 같네여... ^^;;
    • 2006-03-03 14:35:27

    제가 돌아온 후에 카일러스가 돌아갔군요 ^^
    저도 어제 배송온 카일러스를 들고 나왔는데
    오늘 한번 돌려줘야 할텐데 어디로 가서 돌려야 하나~~ ㅋㅋ

    후기 잼나게 잘 읽었슴다요 ^^
    • 2006-03-03 17:33:52

    슈티헤른 가족끼리하면 최고죠 --v
    설걷이내기 같은거 하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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