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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하남 원정 경기 후기 - 1. 우르쥬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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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8 1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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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2 Equinox
[2/28] 하남 원정 경기 후기 - 1. 우르쥬페 편
2월의 마지막 날. 잠깐의 백수생활을 하시는 비형 스라블님 댁에 초대를 받고 갔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오라고 닥달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오전
10시에 전화 걸었을 때, 잠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시더군요. 핫핫~ 그래서 아침도 먹고 갈 겸, 천천히 갔습니다. 그런데,
정말 가까운 거리더군요. 저희 집도 43번 국도와 붙어있고, 비형 스라블님 댁도 43번 국도와 붙어있었기 때문에 30여분 정도 만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체감 거리는 더욱 가까웠습니다. 여건만 된다면, 자주 어울려서 게임을 하고 싶을 정도로……. 쿨럭~
신혼 부부(?)이신 비형 스라블님 내외분의 보금자리는 아늑했습니다. 특히 여진이를 위한 모빌이 인상적이더군요. 물론 아늑한 분위기는 여진이
위주로 구성된 큰 방에 한한 이야기입니다. PC와 보드게임 들이 진열된 서재는, 레어마왕이신 비형 스라블님의 분위기와 아주 딱 맞았다고나
할까요. 저 같은 초보 보드게이머로서는 말로 밖에 듣지 못했던 초 희귀 게임들이 즐비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서재를 촬영했어야 하는 건데,
아쉽군요.
여담은 여기서 맺고, 지금부터 그날의 게임 후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본래 함께 사진을 촬영하신 비형 스라블님이 후기를 올리실 거라 믿고 손을
놓고 있었는데, 전혀 소식이 없군요. 더 오래 끌었다가는 아예 기억조차 희미해질 것 같아서, 게으름을 물리치고 키보드를 끌어안았습니다. 지난
후기와는 달리 이번에는 사진이 풍성한 후기가 되겠습니다. ^^;
정오 즈음부터 시작해 하루를 꽉 채운 후에야 마감을 했던, 그러나, 그 시간들이 너무나 즐거워서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랐던, 하남 원정 경기.
그 시간으로 한번 돌아가 보겠습니다.
1. 우르쥬페(Ursuppe, Primordial Soup)
최근에 4인이 모여서 할 게임을 고민할 때면, 제가 어김없이 들이밀고 있는 게임입니다. 신선했지만, 약간은 부족했던 첫 번째 게임, 그리고
참조표 한글화에 힘입어 완전 규칙으로 돌렸던 두 번째 게임, 그 느낌의 변화가 너무나 크고 강렬해서 완전 규칙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만들어준
게임이지요. 이날의 게임은 통산 3회째로, 여전히 유쾌하고, 상쾌하고, 통쾌한 게임이었습니다. 평가가 왠지 파티게임을 연상케 하지만, 전략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파티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걸작이라 평가하고 싶네요.
수많은 역할극을 소화해야 하는 보드게임이지만, 이 게임은 그 중에서도 가장 하등 생물인 아메바가 되어 생활하는 겁니다. 문명이나 디 마허 등으로 장대한 제국의 주인이나, 정계의 막후 실세 역할극을 한 직후에 이 게임을 하게 되면 어떤 느낌일까요? 핫핫~ 참가자들은, 진화론에서 주장하는 원시 바다, 즉 온갖 단백질과 부유물질 등이 섞여있어, 불안정한 대기 상태와 더불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예측하기 힘든 그 곳에서 살아가는 아메바가 됩니다. 끊임없이 벼락이 내리치는 불안정한 대기 상태 속에서 원시 바다는 각종 화학 반응이 일어나며, 그 결과 단세포 동물인 아메바가 생겨나고, 각종 변이 등이 일어나면서 진화를 촉발시킨다는 내용을 배경으로 삼고 있지요.
우리의 아메바들도 그렇습니다. 끊임없이 세포 분열을 하고, 단백질 등을 섭취해야 합니다. 하지만, 게임에서의 원시바다는 섭취해야 할 단백질이 제한되어 있고, 계속 세포 분열을 해대는 아메바의 개체 수는 급증해가기만 합니다. 일부는 그 과정에서 굶주려야만 하지만, 일부는 살아남기 위해 돌연변이 유전자를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너무 다양한 유전자 변이는 환경 변화에 취약성을 드러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나날이 변하는 오존 층의 두께가 아메바의 돌연변이 정도를 제한하기 때문이지요.
한 손엔 카드, 한 손에는 요약표를 들고 있는 무슬림... 아니 비형 스라블님.
그러나, 굶거나, 적게 먹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배고픈 아메바들은 급기야 동료 아메바들을 뜯어먹기에 이릅니다. 누군가의 아메바가 공격성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이지요. 이쯤 되면, 이 게임은 전쟁 게임으로 돌변합니다. 포식자 아메바들을 피해다니거나, 그들이 와서 자기를 뜯어먹지
않게끔 먹이가 되는 단백질 등을 상납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도 저도 안되면 결투를 하거나, 열나게 도망다녀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아메바를 번식시키고, 많은 돌연변이를 일으킨 아메바가 승리하는 게임입니다.
게임에는 여러 가지 특이한 요소가 있습니다. 아메바에겐 아무런 쓸모 없는 지성(intelligence)의 돌연변이 유전자(아메바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공식을 외우고 있는 그림이지요.)가 있는가 하면, 돌연변이 유전자가 진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도망다니던 아메바는 갑옷을 입고,
살기 위해 공격하던 아메바는 그저 심심풀이로 공격할 수 있는 깡패 아메바가 되기도 합니다.
매 라운드 바뀌는 바람 방향 및 오존층 두께를 표현하는 환경 카드
매 라운드 마다 점수에 따라 진행 순서가 정해지며, 뒤쳐진 사람이 앞지르려고 할 때 조금 유리하게끔 점수 구조가 되어있습니다. 점수 칸에는
한 명 밖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만약 1점 차이로 뒤쳐진 사람이 이번 라운드에서 앞 사람보다 1점을 더 획득하게 되면, 같은 칸이 아니라,
바로 앞 칸에 들어가는 것이지요.
이 방법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신 분이 바로 비형 스라블님이십니다. 게임 중반까지 상당한 거리를 두고 최하위를 달리시던 분이, 어느 순간 확~
치고 나가시더군요. 그 전까지의 판세가 저와 twinkrystal이 2강을, 비형 스라블님 내외분이 2약을 구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부
사기단에 의한 농락이라며 2덜2덜 하시던 분이, 득점의 특이점을 이용해서 순식간에 2등으로 도약하시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 사기단이라는
말씀은 계속하시더군요. 혹시 부부 사기단이라는 표현은 자기 비판의…? ^^;
인구, 아니 아메바구 과밀 지역. 오히려 저렇게 많이 있으면 먹고 살기는 나쁘지 않다.
그 옆에 보이는 점수 트랙은 막 2위로 치고
달린 비형 스라블님(초록)의 모습이 보임.
선두인 빨간색은 본인, 노란색은 Twinkrystal, 파란색은 비형 스라블 사모님
제가 후반까지도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한 순간에 아메바가 몰살 당하는 바람에 결국 추월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한 라운드에 아메바
3마리가 죽어나오니 별 도리가 없더군요.
막판 대 추격을 꾀했건만, 선두 탈환은 커녕 3위로 밀려날 뻔 했습니다. 포자(아무 곳에서나 세포 분열할 수 있는 능력)와 장수(남들보다 더
오래 사는 아메바의 능력)을 바탕으로 맹추격한 Twinkrystal에게 추월 당할 뻔 했다니까요.
생각보다 긴 시간 진행된 게임이지만, 비형 스라블님 부인과 함께 포식자로서 군림(?)하며 포악한 아메바로서 종횡무진 다른 아메바들을 떨게
만드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게임 내 유이(有二)한 두 포식자가, 서로를 가장 많이 잡아 먹은 듯 하군요. -_-;
그도 그럴 것이, 비형 스라블님은 탈출을 이용해서 요리조리 빠져나가셨고, Twinkrystal은 포자를 통해서 포식자들이 몰려있지 않은 곳에만
세포 분열을 했으니까요. 어쨌거나, 머리 깨나 써야 하는 전략 게임이지만(비형 부인께서 부군의 장고를 끊임없이 질타하시더군요. ^^;) 첫
촌평처럼 웃고 떠들면서 즐길 수 있었던 게임이었습니다.
1등 기념으로 사진 촬영하고 계시는 비형님의 모습을 찰칵~!
부인의 부름에 잔상이 남을 정도의 속도로 고개를 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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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모임 후기라기 보다는 게임 리뷰 같습니다. ㅋㅋ
J.Beckett님 언제 함 뵈서 인도네시아 전수시켜 드려야 할텐데요.ㅋㅋㅋ -
제 후기가 뭐 그렇죠. 그래서 후기 한번 쓰기가 힘이 드는 것 같습니다.
언제 퇴근하시면서 전화 한 통 주세요. 근무처와 저희 집이 가까우시니까, 분위기 타면 바로 달려보는 거지요. 뭐~ ^^;
기대하겠습니다. 핫핫~ -
마지막 사진의 그 분은 우리나라 보드게임계의 거물 스xx님이시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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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이 너무 단조롭군요.
이제 여진이도 아마 알록달록한걸 달면 더 좋아할듯 합니다.
장난감도 마찬가지고요.
(경험담)조카(4살)이 놀러와서 아직 안뜯은 장난감을 뜯어서 가지고 노는데 아들내미가 자기건 너무 밋밋한지 자꾸 그걸 가지고 싶다고 찡얼대는겁니다. 그래서 줬더니 얼굴이 환하게 피더군요. -
앗...후기 잘 봤습니다...
저도 조만간에 돌려봐야겠군요...히히... -
저 이게임 일딴 색감과 컨포넌트가 너무 좋아요..
게임을 해본다면 더 재밌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메뉴얼 보고 이해해서 다른사람에게 설명해서 즐기기의 길은 너무 제겐 어렵고 멀기만 하네요 ㅎㅎ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
핫핫; 인상적이었습니다. :) 거의 세 시간이 넘는 시간을 게임했지만, 힘들다는 생각 없이 - 무엇보다도 첫 플레이였는데 카드 플레이가 짜임새있게 진행되어서 - 무난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하하. 그래서 언젠가는 사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는군요. (씨익) 다음 후기도 열렬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하.
리키마틴 님/ 네. 그런데 아기가 모빌보다는 티브이를 더 즐겁게 시청하는군요. -_- 스타리그 한참 보고 있으면 그거 입벌려가면서 보고 있습니다. (씨익) 게임과 책이 있는 작은 방에 데리고 오면 입을 주욱 벌리고는 계속 봅니다. 확실히 색감을 느끼는 듯합니다. :) 모빌은 업그레이드 해두겠습니다. 하하. 아드님의 그 웃음이 머릿속에 그려지는군요. ^^a -
굉장히 힘들었단 기억밖에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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