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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취향 2.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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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1 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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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취향 2.5부 - 룰 설명편
게임의 취향 3부를 써야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제 글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
3부는 조금 돌아서 천천히 가기로 했습니다.
이번 2.5부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게임의 룰을 설명할 때의 팁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에서 또한 이러쿵저러쿵 논란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말은 이렇게 해도 여러 사람들하고 토론하는 걸 좋아합니다.)
1. 아는 것과 깨달는 것의 차이
게임의 설명은 그것을 배우는 사람보다 그것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가르쳐주는 사람이 잘 알고 있어야 잘 가르쳐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게임의 룰을 아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 대한 전체적인 파악이 되어 있어야 룰 설명이 순조로워집니다.
많은 분들이 추천하시는 대로 룰북을 읽어보고, 실제 게임을 진행하는 것처럼
게임 컴포넌트를 놓고 사용하면서 익혀야 게임을 제대로 깨우칠 수 있습니다.
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 몇 번 해보고
게임의 룰을 파악했다고 착각하시면 안 됩니다.
게임의 룰을 설명하기 전에 실제 상황을 많이 겪은 사람만이
제대로 된 설명을 할 수 있습니다.
2. 좌뇌 vs. 우뇌의 차이를 이용하십시오
잠깐 딴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사람의 뇌는 좌우 반으로 나뉘어져 있고, 저마다 역할이 조금 다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느 책에서 읽은 바에 의하면 각 뇌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고 합니다.
우뇌: 전체적, 추상적, 직관적, 공간적, 질적, 예술적, ...
좌뇌: 순차적, 체계적, 분석적, 직선적, 양적, 언어적, ...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서 좌우 중 어느 한 쪽이 다른 쪽보다 더 발달하지만
뇌를 다쳐서 그것이 제 기능을 하지 않는 이상, 양쪽의 뇌를 다 사용합니다.
사람이 새로운 것을 이해하는 방식은 대체로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한 다음에 그것을 세분화하여 하나씩 순차적으로 이해합니다.
즉 우뇌를 사용하여 전체를 파악하고 그 다음에 좌뇌를 사용하여 분석을 합니다.
따라서 게임의 규칙을 설명할 때에도
게임의 큰 그림을 먼저 알려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뜻이 됩니다.
2-1. 게임의 배경으로 호기심을 이끄십시오
추상전략 게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게임에는 그것의 테마가 있습니다.
어떤 게임은 실제 있었던 역사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고,
어떤 것은 신비한 SF나 판타지 테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2부에서 "카테고리가 향이라면 메카닉은 맛!"이라는 말을 했는데요.
게임이 하나의 음식이라면 "테마"라는 음식의 향으로
손님들의 입맛을 돋구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2. 게임의 큰 그림을 그려주십시오
위에서 한 이야기처럼 새로운 것을 이해할 때 전체적인 그림이 필요합니다.
커다란 퍼즐을 맞춰나아가기 전에 완성된 원래의 그림을 보았다면
퍼즐을 완성하기 쉬울 것입니다.
게임의 큰 그림에 필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게임 컴포넌트
* 게임 세팅
* 게임에서의 목적, 승리/패배 조건
* 라운드/턴 수
* 각 라운드/턴의 페이즈(단계)
이때 중요한 것은 세세한 설명이 아닌 대략적인 설명을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절대(제발...) 상세한 설명을 해서는 안 됩니다.
간단하게
"몇 라운드 동안 진행되고, 각 라운드는 ○○ 단계, □□ 단계, △△ 단계, 3단계로 이루어져 있어."
정도만 언급합니다.
이로써 캔버스에 스케치가 모두 끝난 것입니다.
2-3. 각 단계에 일어나는 상황과 해야할 일을 설명하십시오.
이제는 밑그림 위에 물감으로 색칠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조금 전에 간단하게 설명했던 단계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상세한 설명을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미 설명을 마친 단계로 거슬러 올라가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2단계는 □□ 단계인데, 이때는 A 행동을 이러쿵저러쿵 하는 거야.
아! 아까 1단계에서 이거 빼먹었다."
이러면서 1단계 설명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설명을 듣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는 룰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건 연어들로도 충분합니다.
빠뜨린 설명은 과감하게 넘어가십시오.
나중에 설명하면 됩니다.
설명을 왔다갔다 하면 듣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이렇게 꼬입니다.
2-4. 예외 상황과 빠뜨린 설명을 채워 넣으십시오
게임에서는 예외 상황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상황에 맞는 룰이 있습니다.
그런 설명은 이때 하면 됩니다.
가능하다면 예외 상황과 빠진 설명을 하기 전에
전체적인 맥락을 한 번 더 설명해서
설명을 들었던 사람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시 정리를 해보자.
이 게임은 몇 라운드 동안 진행되고, 각 라운드는 ○○ 단계, □□ 단계, △△ 단계, 3단계로 이루어져 있어.
그런데 첫 번째 단계 때, 예외 상황이 있는데... (중략) 그리고 아까 내가 3단계에서 빼먹은 게 있는데... (중략)"
3. 설명을 듣는 사람들의 컨디션과 인터랙션을 고려하십시오
매번 좋은 조건에서 게임을 하면 좋겠지만 항상 그럴 수 없습니다.
몸이 아프거나 정신적으로 피로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설명이라도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자잘한 설명은 가급적 생략하고
직접 시연을 하듯이 플레이하면서 설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3-1. 상대의 눈을 보고 설명하십시오
사람마다 집중력이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집중력을 높여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듣는 사람들이 긴장을 하게 만드는 것이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아이 컨택트(eye contact)입니다.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마주보고 있으면 긴장을 하게 됩니다.
야구에서 아무리 발이 빠른 주자라도
투수와 눈이 마주치게 되면 도루를 하려다가도 멈칫하게 됩니다.
설명을 듣는 사람들이 컴포넌트로 (쌓아올리는) 젠가 놀이를 하고 있다면
열에 아홉은 아이 컨택트가 안 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보드게임 카페에서 기계적으로 룰 설명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설명하는 사람은 천정이나 테이블을 보고 설명을 하고,
듣는 사람들은 컴포넌트로 젠가 놀이를 합니다.
3-2. 질문에 대답을 하게 하십시오
수업을 진행하는 4가지 레벨이 있다고 합니다.
가장 안 좋은 방법이 교수가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
조금 더 좋은 것은 교수가 묻고, 학생들이 답하는 것,
더 좋은 수업은 학생이 설명(질문)하고, 교수가 보충(답)을 하는 것,
가장 좋은 수업은 학생들끼리 서로 묻고 답하는 것
이라고 합니다.
질문이 있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에 인터랙션이 있다는 의미이고,
지금까지 얼마나 집중해 있었는가를 파악할 수 있고,
앞으로도 긴장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내가 이 게임의 승리 조건이 뭐라고 했지?"
"누구나 설명을 잘할 수 있어요. 참 쉽죠?"
게임의 취향 3부 - 상급편에서 "진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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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고!! 도움이 되네요!!!.. ^^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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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잘 못하는 저에게 꼭 필요한 정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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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없습니다...
그냥 친구에게 설명한다고 생각하고 설명하면 대개 좋은 결과를 얻습니다... -
@3rdplanet
네, 감사합니다. ^^;
@ehalsh1[인천]
앗! 돔인호 님 보고 싶어요. ㅎㅎ
@가이오트
가이오트 님께서 말씀하신대로 가벼운 마음으로 하면 되는데
"방법적인 면"에서도 팁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글을 써봤습니다.
이미 설명을 잘하고 계신 분들보다
보드게임을 배우는 중이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거죠. -
예전엔 게임설명 잘했는데, 파워그리드 설명을 망쳐서 이상한 게임을 만든 이후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ㅠ.ㅠ
집에가서 찬찬히 읽고 옛 명성을 되찾아야 겠습니다
재밌는 구성과 명쾌한 설명 감사합니다^^ -
3-1.상대의 눈을 보고 설명하라
이것은 룰을 듣는 사람의 예의가 더 크다고 봐요.
대의(?)를 따라 그냥 겜에 참여한 멤버의 경우 구성물로 젠가놀이를 하기쉽더라구요.
3-2. 질문에 대답을 하게 하세요에서
설명자의 인내가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일사천리로 룰 설명 끝내려는 조급함이 듣는사람의 질문을 무시하게 되더군요. -
오타요...
"단순히 게임의 룰을 아닌 것이 아니라" 에서 "단순히 게임의 룰을 아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는 게임 설명하는 것이... 그냥 단순히 경험의 차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 들어 생각해보면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닌듯 하더군요.
이것도 일종의 '재능' 인것 같더라고요... 후후
최근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처음하는 게임에서는 언제든지 중간에 접을 생각으로 게임하는 것이 좋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게임하다가 설명을 잘 못했던지, 제대로 했으나 잘못 이해했던지... 등등의 이유로 게임을 완전 망친 플레이어가 있다면,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다면 그렇게 못할수도 있겠습니다만...
또는, 적당히 실수한 부분을 다른 방식으로 메꿔주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흔히들 하는 '강하게 키우자' 라던가 '당해보면 안다'라는 것도 어느 정도지... 심하게 되면, 게임할 맛이 안나게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첫게임에서는 왠만하면 알아서 먼치킨 짓을 해드립니다. 그리고 나서 "한번 더~~!!"를 외치는게 더 효과가 좋은 것 같더라고요... -
@좋은미교
미교 님, 대단하십니다.
오타를 찾아내시다니 ㅠoㅠ
저도 미교 님이 말씀하시는 부분에 대해 동의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설명을 들은 첫판에서
100% 다 따라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사실상 무리죠.
설명이 부족했든 그 사람들의 이해가 부족했든,
그들이 그 게임을 한 번 더 하고 싶게 끔 만들어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
참~ 쉽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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