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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s Eye] Founding Fa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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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8 10: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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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리뷰할 게임을 선정하는 기준은 단지 '재미'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주목할 만한 새로운 시스템을 가진 게임, 또는,
깊이 알고보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테마를 가진 게임을 위주로 합니다.
헌데 그 보다 더 우선적인 기준은, 사람들 사이에 화제가 되지 않고 묻혀버릴 게임, 소개로 빛을 볼 수 있는 게임들 입니다.
...안전하게 재미있는 게임을 구입하고 싶으시다면 다른 이의 후기나 무엇보다 긱평점을 참조하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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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ing Fathers - 미국 헌법 제정의 뒷 이야기
제목 Founding Fathers는 우리식으로 하자면 건국의 아버지, 국부(國父) 정도의 의미인데, 정확히는 미국 건국초기, 헌법을 제정한 대의원들을 가리킵니다.
주권을 걸고 8년간에 걸친 전쟁을 치룬 미국은 , 독립 직후 13개 주로 나뉘어 있었고, 정부도 대통령도 확립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건국을 위해, 각 주는 대표자를 선출하여 초안을 만들고, 수 차례에 걸친 헌법 제정 회의를 수행하였고, 모든 주의 대표자가 모여 헌법을 제정하였으며, 이후에도 여러 차례에 회의를 통해 다듬어 나갔습니다. 1786년부터 1788년까지 대략 2년간에 걸친 이 진통 중에 가장 중요한 기점은 1787년 5월에 필라델피아에서 개최된 헌법제정회의The Constitutional Convention로, 여기서 미국 헌법의 대략적인 초안이 합의 되었습니다.
헌법 제정에 오랜 시일이 소요된 가장 큰 이유는 각 주의 이해관계에 따른 대립 때문입니다. 독립 직후 각주의 산업 기반 및 인구, 경제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 서로가 원하는 정치기구의 형태 역시 다를 수 밖에 없었던 거지요. 구체적으로 보면, 인구수로 볼 때 큰 주와 작은 주의 이익, 노예 제도의 지지여부, 상공업 기반과 농업 기반, 연방의회와 주의회의 권력 배분, 외국과의 통상규제와 과세기준 등, 다양한 가치를 기준으로 대립하였습니다.
이러한 갈등은 여러 주에서 제시한 초안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처음 버지니아에서 4개의 주요 안을 제시하였으나, 논의가 진행되자 '버지니아 안은 인구가 많은 큰 주에게 더 많은 이익을 주는 법안'이라며 각 주에 동등한 권한을 주는 뉴저지 안이 제안되었습니다. 각자의 이익에 따라 지지주가 갈려 갈등하던 상황은 적당한 타협을 고안한 코네티컷 안으로 어느 정도 타결되었고 이를 기초로 계속적인 논의 끝에 헌법 초안을 완성하게 됩니다.
이렇게 완성된 미국 헌법은 1년 뒤, 1789년 워싱톤을 초대대통령으로 선출하는 법적 토대가 되었고, 또한 지금 뒤돌아 볼 때, 바로 이 미국 헌법이 세계최초의 헌법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우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 긴 미국 헌법사의 뒷얘기는, 본 게임 Founding Fathers를 제대로 이해하고 즐기기 위한 필수적인 배경입니다.
미국 헌법을 제정하는 "헌법제정회의"자체가 게임 테마인 이 게임에서, 실제 이 때 당시 각 주에서 선출되어 논의에 참가한 55명의 대의원이 등장하여, 12개의 (이제는 현재 미국 헌법조항인) 헌법조항의 가안을 토론과 의결을 거쳐 확립하게 됩니다.
플레이어는 게임 중에 과거 헌법제정에 참여했던 대의원들이 그러했듯, 다양한 가치관을 기준으로 대립하게 됩니다. 실제로는 꽤나 복잡했던 갈등 구조를, 게임에선 네 가지 당파성향(가치관)의 대립으로 단순화 시켰습니다: 연방주의와 반 연방주의, 그리고 큰 주 이익 중심과 작은 주 이익 중심이라는 두 가지의 축에서 나눈 것이지요. 55명 각각의 대의원은 이러한 기준하에서 나름의 당파성향을 가지고서, 하나의 헌법조항에 대해 가/부의 의결을 하고, 토론에서 하나의 성향을 지지하고, 나중에는 의원실에서 머릿수로 밀어 헌법조항을 강제 수정하기도 합니다.
게임을 좀 더 자세히 보면..
게임의 단기적 목표는 논의 중인 헌법조항의 가/부를 정하는 것입니다. 12개의 헌법 조항은 역사적 의미에 따라 네 가지 서로 다른 당파성향 중 하나를 띄고 있습니다. 헌법 조항 카드를 뒤집으면 조항의 내용 자체가 반대로 바뀌면서 성향 역시 그에 따라 반대로 바뀌게 됩니다. 이에 따라 각 플레이어는 자신에게 유리한 조항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찬반 투표를 하게됩니다.
<게임 초기 세팅으로 놓이는 4개의 헌법 조항은 필라델피아 헌법 제정회의에서 초안으로 사용한 버지니아 안을 표현하고 있다. 우측의 상징은, 위의 두 개 조항은 연방주의에 이득이 되는 조항, 그 아래는 반연방주의 조항, 마지막은 큰 주 이익에 도움을 주는 조항임을 표시한다>
헌법 조항카드를 좀 더 자세히 보면 한 쪽면은 실제의 헌법 조항과 그에 따른 성향이 표시 되어 있지요. 이를테면, "대통령의 선출은 직선제로 한다"라는 실제 논의 되었던 미국 헌법 조항이 쓰여 있고 (게임상의) 당파 성향은 "큰 주 이익" 상징이 그려있습니다. 이를 뒤집으면 조항 내용은 "간선제"로 바뀌고 당파 성향은 "작은 주 이익"으로 바뀌는 셈이지요(직선제 시에 인구가 많은 큰 주가 유리하고 간선제는 그 반대겠지요). 다른 모든 조항 역시 한쪽 면의 역사적 사실과 게임상의 당파성향, 그리고 뒤집으면 그 반대되는 가상의 조항과 반대편 당파 성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결국 자기에게 유리한 당파성향을 갖는 조항이 좀 더 많이 채택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게임의 틀인데요. 이는 카드 플레이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대의원 카드. 실존 인물의 모습, 대표주, 개인 당파 성향, 특수능력, 역사적 이야기 등이 표현되어 있다 >
각 플레이어는 핸드에 세 명 씩의 대의원(세 장의 카드)를 들고 진행하게 됩니다. 실존 인물인 각 대의원 카드에는 그들이 대표하는 주가 표시되어있고, 지지하는 당파성향의 상징이 그려져 있으며, 해당 카드를 사용하여 얻을 수 있는 특수능력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같은 주에서 나온 대표라고해서 성향마저 같은 것은 아닙니다. 큰 주 출신의 대의원 중에는 물론 큰 주 이익을 자신의 기본 가치관으로 삼는 사람이 많겠지만, 뿐만 아니라 연방주의와 반 연방주의자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고 때로 작은 주 이익을 우선하는 인물도 더러 있는 식이지요. 특수능력은, 전부는 아니지만 꽤 여러 경우에, 실존 인물의 성격이나 개인사와 연관지어 놨습니다. 헌법제정이 끝나고 대통령이 된 조지 워싱톤의 특수 능력은, 게임에선 역으로 한 라운드를 끝내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조지 워싱톤의 친구이자 조력자였던 로버트 모리스의 게임상 특수 능력은, 일단 사용되면 조지 워싱톤의 능력을 오로지 그 혼자 사용할 수 있다는 식이지요.
카드에 세 가지 항목이 표시된 고로 대의원 카드를 사용하는 방법도 세 가지 입니다:
- 회의실로 보내 현재 논의 중인 헌법조항에 찬/반을 표명하거나(이때는 출신 주와 당파 성향을 기준으로 카드를 모아 사용해야 합니다).
- 토론실로 보내 당파 성향을 지지하는 연설을 하게 하거나(이때는 당파 성향만을 기준으로 합니다).
- 특수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전체적인 진행은, 카드를 모아 회의실과 토론실에서 엎치락 뒤치락 세력 싸움을 하다가 특수 능력의 도움을 받아 전개를 바꿔 나가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곧 게임의 주된 전장은 회의실과 토론실이 됩니다.
<왼쪽의 찬성파와 오른쪽의 반대파, 가운데에 현재 논의 중인 헌법 조항>
회의실에는 하나의 헌법 조항이 역사적인 면이 보이게 놓여져 심의되고 있고 여러개의 책상이 놓여 있는데 찬성측과 반대측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손안의 카드를 몇 장이고 뽑아 찬성 또는 반대측에 놓게 됩니다. 물론 놓는 순간에 나름의 규칙이 있습니다. 찬반 표명은 주 별로 이루어져야하기에 한 번에 내려 놓는 카드는 같은 주의 대의원으로 구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또한 각 대의원의 나름의 성향을 갖고 있기에 현재 논의 중인 헌법조항의 성향에 위배되면 안됩니다. 펜실베니아 의원 세장을 모았어도 현재 논의 되는 조항이 "연방주의 " 성향이라면 의원중에 "반연방주의" 성향을 가진 의원은 사용할 수 없는 셈이지요.
<의원실>
찬반은 12개 주가 과반 찬성을 하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7개 주가 찬성측에 놓게 되면 가결되고, 현재 올려 놓은 조항이 그대로 확정됩니다. 6개 주가 반대를 하게 되면 조항은 뒤집혀져 반대쪽 의미를 갖게되며 확정됩니다. 찬/반 어느 쪽에 표를 던졌든 승자쪽에 표를 던진 플레이어는 그에따른 점수를 받게 되고 패한 쪽은 점수를 못받게 되는데요, 이들에게도 2차 기회는 있습니다. 패배쪽에 투표한 플레이어의 마커는 위원실로 보내지게 되는데, 이곳에서도 매 라운드 하나의 조항이 완성되지요. 이곳에서 조항을 뒤집을 수 있는 권리는 가장 많은 마커를 둔 사람이 갖게 됩니다. 이를 통해 게임의 종료시에 얻을 점수를 높이도록 노력할 수 있지요.
<토론실>
토론실에서는 네 개 성향 중 하나를 옹호하는 연설을 할 수 있습니다. 역시 카드 플레이를 통해 이루어 지는데요, 회의실에서는 대의원의 주를 통일하여 내려놓으나 여기서는 대의원의 성향을 맞춰 사용할 수 있습니다. 네 개 성향의 토론 트랙이 있고, 반연방주의 카드 2장을 내려 놓으면 반연방주의 트랙에서 마커를 2칸 전진시키는 셈이지요.
이곳의 보상으론 한 라운드가 끝났을 때, 개별 성향별로 가장 많은 연설을 한 플레이어가 성향 칩을 하나 얻게 됩니다. 게임이 완전히 끝났을 때, 모아놓은 칩들은 점수가 되는데요, 최종적으로 결정난 모든 헌법 조항의 성향에 따라 칩의 점수가 바뀌게 됩니다. 헌법 조항에 연방주의 성향이 가장 많이 통과되었으면 연방주의 칩의 점수가 높아지는 식이지요.
특수 능력은 위의 절차와 상관없이 카드 한 장을 내려놓으며 텍스트로 쓰여진 능력을 적용시키면 됩니다. 게임 전체를 조율하고 혜택을 주는 다양한 특수 능력이 있으며 이 카드 사용 역시 게임을 진행시키는 큰 축이자 재미가 됩니다.
세심하게 신경쓴 테마 구현
<실제 회의실을 모델링한 보드판>
서론의 길게 서술한 배경 설명뿐 아니라 게임 콤포넌트 하나하나에 테마를 잘 고착시키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쓴 흔적이 나타나 있습니다.
필기체로 쓰여져 있어 읽기는 힘들지만 법안 하나하나가 역사적인 실제 조항과 반대면의 가상 조항이 잘 설정되어 있고, 각 대의원 카드 역시 실제 인물을 모델링하고 있습니다. 보드판 역시 당시 필라델피아의 헌법제정 회의실을 기초로 게임 보드에 맞춰 변경시킨 디자인 입니다. 심지어 카드에 표현된 각 주의 주기(州旗, 이 당시엔 미국이라는 하나의 통일된 정부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각 주별로 상징 깃발을 갖고 있었다) 모양 마저 실제 주기를 기초로 간략화하여 표현해 놓았습니다. 이렇게 세심한 콤포넌트는 게임 진행의 테마성을 돋보이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카드 뒷면, 각 주기의 상징이 보인다>
누구를 위한 게임인가
Twilight Struggle, 1960: Making President, Campaign Manger등 일련의 정치 테마를 디자인한 콤비가 만든 작품인 만큼, 이 게임 역시 정치라는 테마와 카드 사용 시스템에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조금은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나 워낙 테마성이 잘 구현되어 크게 우려되진 않습니다. 오히려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은 카드를 일일이 독해하며 진행해야하는 점이지요. 그 외에 핸드 제한이 3장이라 게임 상황을 큰 폭으로 변화시키지 못하는 점은 조금 답답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마도 카드 특수 능력에 너무 의존한 플레이를 막기 위해서 핸드 제한을 적게 둔 듯 한데, 그런만큼 정치 게임에 필수적인 사이드 협상을 적극 이용해야 겠습니다.
미국 역사의 윤리적 평가는 제껴두고, 지난 200여 년간 미국은 영국의 바통을 이어받아 전 세계에서 가장 다이나믹하게 발전한 나라입니다. 한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선 민족성이나 역사의식 같은 내적인 동력도 중요하지만, 직접적으론 경제 시스템과 정치상황이라는 외적인 동력이 기본틀이 될 것입니다. 그런 외적 동력의 근간은 바로 법제의 형태이고, 본 게임은 이 큰 주제 의식을 멋지게 게임화해 내었습니다.
게임의 주제가 큰 만큼, 그리고 한국 보드게이머 들과는 대체로 무관한 주제인만큼, 이 게임의 테마성을 이해하기 위해선 전술한 역사적 의미에 대한 부연 설명이 필요할 듯 합니다. 내용을 알면 알수록 풍요로워지는 테마성을 갖는 게임인지라, 모쪼록 본 게임을 처음 소개하시는 분들은 시스템이 주는 재미 못지않게 큰, 테마의 재미를 찾게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 사진 출처: boardgame geek
※ 13세 이상/3~5인/90분
제가 리뷰할 게임을 선정하는 기준은 단지 '재미'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주목할 만한 새로운 시스템을 가진 게임, 또는,
깊이 알고보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테마를 가진 게임을 위주로 합니다.
헌데 그 보다 더 우선적인 기준은, 사람들 사이에 화제가 되지 않고 묻혀버릴 게임, 소개로 빛을 볼 수 있는 게임들 입니다.
...안전하게 재미있는 게임을 구입하고 싶으시다면 다른 이의 후기나 무엇보다 긱평점을 참조하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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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ing Fathers - 미국 헌법 제정의 뒷 이야기
제목 Founding Fathers는 우리식으로 하자면 건국의 아버지, 국부(國父) 정도의 의미인데, 정확히는 미국 건국초기, 헌법을 제정한 대의원들을 가리킵니다.
주권을 걸고 8년간에 걸친 전쟁을 치룬 미국은 , 독립 직후 13개 주로 나뉘어 있었고, 정부도 대통령도 확립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건국을 위해, 각 주는 대표자를 선출하여 초안을 만들고, 수 차례에 걸친 헌법 제정 회의를 수행하였고, 모든 주의 대표자가 모여 헌법을 제정하였으며, 이후에도 여러 차례에 회의를 통해 다듬어 나갔습니다. 1786년부터 1788년까지 대략 2년간에 걸친 이 진통 중에 가장 중요한 기점은 1787년 5월에 필라델피아에서 개최된 헌법제정회의The Constitutional Convention로, 여기서 미국 헌법의 대략적인 초안이 합의 되었습니다.
헌법 제정에 오랜 시일이 소요된 가장 큰 이유는 각 주의 이해관계에 따른 대립 때문입니다. 독립 직후 각주의 산업 기반 및 인구, 경제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 서로가 원하는 정치기구의 형태 역시 다를 수 밖에 없었던 거지요. 구체적으로 보면, 인구수로 볼 때 큰 주와 작은 주의 이익, 노예 제도의 지지여부, 상공업 기반과 농업 기반, 연방의회와 주의회의 권력 배분, 외국과의 통상규제와 과세기준 등, 다양한 가치를 기준으로 대립하였습니다.
이러한 갈등은 여러 주에서 제시한 초안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처음 버지니아에서 4개의 주요 안을 제시하였으나, 논의가 진행되자 '버지니아 안은 인구가 많은 큰 주에게 더 많은 이익을 주는 법안'이라며 각 주에 동등한 권한을 주는 뉴저지 안이 제안되었습니다. 각자의 이익에 따라 지지주가 갈려 갈등하던 상황은 적당한 타협을 고안한 코네티컷 안으로 어느 정도 타결되었고 이를 기초로 계속적인 논의 끝에 헌법 초안을 완성하게 됩니다.
이렇게 완성된 미국 헌법은 1년 뒤, 1789년 워싱톤을 초대대통령으로 선출하는 법적 토대가 되었고, 또한 지금 뒤돌아 볼 때, 바로 이 미국 헌법이 세계최초의 헌법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우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 긴 미국 헌법사의 뒷얘기는, 본 게임 Founding Fathers를 제대로 이해하고 즐기기 위한 필수적인 배경입니다.
미국 헌법을 제정하는 "헌법제정회의"자체가 게임 테마인 이 게임에서, 실제 이 때 당시 각 주에서 선출되어 논의에 참가한 55명의 대의원이 등장하여, 12개의 (이제는 현재 미국 헌법조항인) 헌법조항의 가안을 토론과 의결을 거쳐 확립하게 됩니다.
플레이어는 게임 중에 과거 헌법제정에 참여했던 대의원들이 그러했듯, 다양한 가치관을 기준으로 대립하게 됩니다. 실제로는 꽤나 복잡했던 갈등 구조를, 게임에선 네 가지 당파성향(가치관)의 대립으로 단순화 시켰습니다: 연방주의와 반 연방주의, 그리고 큰 주 이익 중심과 작은 주 이익 중심이라는 두 가지의 축에서 나눈 것이지요. 55명 각각의 대의원은 이러한 기준하에서 나름의 당파성향을 가지고서, 하나의 헌법조항에 대해 가/부의 의결을 하고, 토론에서 하나의 성향을 지지하고, 나중에는 의원실에서 머릿수로 밀어 헌법조항을 강제 수정하기도 합니다.
게임을 좀 더 자세히 보면..
게임의 단기적 목표는 논의 중인 헌법조항의 가/부를 정하는 것입니다. 12개의 헌법 조항은 역사적 의미에 따라 네 가지 서로 다른 당파성향 중 하나를 띄고 있습니다. 헌법 조항 카드를 뒤집으면 조항의 내용 자체가 반대로 바뀌면서 성향 역시 그에 따라 반대로 바뀌게 됩니다. 이에 따라 각 플레이어는 자신에게 유리한 조항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찬반 투표를 하게됩니다.
<게임 초기 세팅으로 놓이는 4개의 헌법 조항은 필라델피아 헌법 제정회의에서 초안으로 사용한 버지니아 안을 표현하고 있다. 우측의 상징은, 위의 두 개 조항은 연방주의에 이득이 되는 조항, 그 아래는 반연방주의 조항, 마지막은 큰 주 이익에 도움을 주는 조항임을 표시한다>
헌법 조항카드를 좀 더 자세히 보면 한 쪽면은 실제의 헌법 조항과 그에 따른 성향이 표시 되어 있지요. 이를테면, "대통령의 선출은 직선제로 한다"라는 실제 논의 되었던 미국 헌법 조항이 쓰여 있고 (게임상의) 당파 성향은 "큰 주 이익" 상징이 그려있습니다. 이를 뒤집으면 조항 내용은 "간선제"로 바뀌고 당파 성향은 "작은 주 이익"으로 바뀌는 셈이지요(직선제 시에 인구가 많은 큰 주가 유리하고 간선제는 그 반대겠지요). 다른 모든 조항 역시 한쪽 면의 역사적 사실과 게임상의 당파성향, 그리고 뒤집으면 그 반대되는 가상의 조항과 반대편 당파 성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결국 자기에게 유리한 당파성향을 갖는 조항이 좀 더 많이 채택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게임의 틀인데요. 이는 카드 플레이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대의원 카드. 실존 인물의 모습, 대표주, 개인 당파 성향, 특수능력, 역사적 이야기 등이 표현되어 있다 >
각 플레이어는 핸드에 세 명 씩의 대의원(세 장의 카드)를 들고 진행하게 됩니다. 실존 인물인 각 대의원 카드에는 그들이 대표하는 주가 표시되어있고, 지지하는 당파성향의 상징이 그려져 있으며, 해당 카드를 사용하여 얻을 수 있는 특수능력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같은 주에서 나온 대표라고해서 성향마저 같은 것은 아닙니다. 큰 주 출신의 대의원 중에는 물론 큰 주 이익을 자신의 기본 가치관으로 삼는 사람이 많겠지만, 뿐만 아니라 연방주의와 반 연방주의자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고 때로 작은 주 이익을 우선하는 인물도 더러 있는 식이지요. 특수능력은, 전부는 아니지만 꽤 여러 경우에, 실존 인물의 성격이나 개인사와 연관지어 놨습니다. 헌법제정이 끝나고 대통령이 된 조지 워싱톤의 특수 능력은, 게임에선 역으로 한 라운드를 끝내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조지 워싱톤의 친구이자 조력자였던 로버트 모리스의 게임상 특수 능력은, 일단 사용되면 조지 워싱톤의 능력을 오로지 그 혼자 사용할 수 있다는 식이지요.
카드에 세 가지 항목이 표시된 고로 대의원 카드를 사용하는 방법도 세 가지 입니다:
- 회의실로 보내 현재 논의 중인 헌법조항에 찬/반을 표명하거나(이때는 출신 주와 당파 성향을 기준으로 카드를 모아 사용해야 합니다).
- 토론실로 보내 당파 성향을 지지하는 연설을 하게 하거나(이때는 당파 성향만을 기준으로 합니다).
- 특수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전체적인 진행은, 카드를 모아 회의실과 토론실에서 엎치락 뒤치락 세력 싸움을 하다가 특수 능력의 도움을 받아 전개를 바꿔 나가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곧 게임의 주된 전장은 회의실과 토론실이 됩니다.
<왼쪽의 찬성파와 오른쪽의 반대파, 가운데에 현재 논의 중인 헌법 조항>
회의실에는 하나의 헌법 조항이 역사적인 면이 보이게 놓여져 심의되고 있고 여러개의 책상이 놓여 있는데 찬성측과 반대측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손안의 카드를 몇 장이고 뽑아 찬성 또는 반대측에 놓게 됩니다. 물론 놓는 순간에 나름의 규칙이 있습니다. 찬반 표명은 주 별로 이루어져야하기에 한 번에 내려 놓는 카드는 같은 주의 대의원으로 구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또한 각 대의원의 나름의 성향을 갖고 있기에 현재 논의 중인 헌법조항의 성향에 위배되면 안됩니다. 펜실베니아 의원 세장을 모았어도 현재 논의 되는 조항이 "연방주의 " 성향이라면 의원중에 "반연방주의" 성향을 가진 의원은 사용할 수 없는 셈이지요.
<의원실>
찬반은 12개 주가 과반 찬성을 하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7개 주가 찬성측에 놓게 되면 가결되고, 현재 올려 놓은 조항이 그대로 확정됩니다. 6개 주가 반대를 하게 되면 조항은 뒤집혀져 반대쪽 의미를 갖게되며 확정됩니다. 찬/반 어느 쪽에 표를 던졌든 승자쪽에 표를 던진 플레이어는 그에따른 점수를 받게 되고 패한 쪽은 점수를 못받게 되는데요, 이들에게도 2차 기회는 있습니다. 패배쪽에 투표한 플레이어의 마커는 위원실로 보내지게 되는데, 이곳에서도 매 라운드 하나의 조항이 완성되지요. 이곳에서 조항을 뒤집을 수 있는 권리는 가장 많은 마커를 둔 사람이 갖게 됩니다. 이를 통해 게임의 종료시에 얻을 점수를 높이도록 노력할 수 있지요.
<토론실>
토론실에서는 네 개 성향 중 하나를 옹호하는 연설을 할 수 있습니다. 역시 카드 플레이를 통해 이루어 지는데요, 회의실에서는 대의원의 주를 통일하여 내려놓으나 여기서는 대의원의 성향을 맞춰 사용할 수 있습니다. 네 개 성향의 토론 트랙이 있고, 반연방주의 카드 2장을 내려 놓으면 반연방주의 트랙에서 마커를 2칸 전진시키는 셈이지요.
이곳의 보상으론 한 라운드가 끝났을 때, 개별 성향별로 가장 많은 연설을 한 플레이어가 성향 칩을 하나 얻게 됩니다. 게임이 완전히 끝났을 때, 모아놓은 칩들은 점수가 되는데요, 최종적으로 결정난 모든 헌법 조항의 성향에 따라 칩의 점수가 바뀌게 됩니다. 헌법 조항에 연방주의 성향이 가장 많이 통과되었으면 연방주의 칩의 점수가 높아지는 식이지요.
특수 능력은 위의 절차와 상관없이 카드 한 장을 내려놓으며 텍스트로 쓰여진 능력을 적용시키면 됩니다. 게임 전체를 조율하고 혜택을 주는 다양한 특수 능력이 있으며 이 카드 사용 역시 게임을 진행시키는 큰 축이자 재미가 됩니다.
세심하게 신경쓴 테마 구현
<실제 회의실을 모델링한 보드판>
서론의 길게 서술한 배경 설명뿐 아니라 게임 콤포넌트 하나하나에 테마를 잘 고착시키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쓴 흔적이 나타나 있습니다.
필기체로 쓰여져 있어 읽기는 힘들지만 법안 하나하나가 역사적인 실제 조항과 반대면의 가상 조항이 잘 설정되어 있고, 각 대의원 카드 역시 실제 인물을 모델링하고 있습니다. 보드판 역시 당시 필라델피아의 헌법제정 회의실을 기초로 게임 보드에 맞춰 변경시킨 디자인 입니다. 심지어 카드에 표현된 각 주의 주기(州旗, 이 당시엔 미국이라는 하나의 통일된 정부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각 주별로 상징 깃발을 갖고 있었다) 모양 마저 실제 주기를 기초로 간략화하여 표현해 놓았습니다. 이렇게 세심한 콤포넌트는 게임 진행의 테마성을 돋보이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카드 뒷면, 각 주기의 상징이 보인다>
누구를 위한 게임인가
Twilight Struggle, 1960: Making President, Campaign Manger등 일련의 정치 테마를 디자인한 콤비가 만든 작품인 만큼, 이 게임 역시 정치라는 테마와 카드 사용 시스템에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조금은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나 워낙 테마성이 잘 구현되어 크게 우려되진 않습니다. 오히려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은 카드를 일일이 독해하며 진행해야하는 점이지요. 그 외에 핸드 제한이 3장이라 게임 상황을 큰 폭으로 변화시키지 못하는 점은 조금 답답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마도 카드 특수 능력에 너무 의존한 플레이를 막기 위해서 핸드 제한을 적게 둔 듯 한데, 그런만큼 정치 게임에 필수적인 사이드 협상을 적극 이용해야 겠습니다.
미국 역사의 윤리적 평가는 제껴두고, 지난 200여 년간 미국은 영국의 바통을 이어받아 전 세계에서 가장 다이나믹하게 발전한 나라입니다. 한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선 민족성이나 역사의식 같은 내적인 동력도 중요하지만, 직접적으론 경제 시스템과 정치상황이라는 외적인 동력이 기본틀이 될 것입니다. 그런 외적 동력의 근간은 바로 법제의 형태이고, 본 게임은 이 큰 주제 의식을 멋지게 게임화해 내었습니다.
게임의 주제가 큰 만큼, 그리고 한국 보드게이머 들과는 대체로 무관한 주제인만큼, 이 게임의 테마성을 이해하기 위해선 전술한 역사적 의미에 대한 부연 설명이 필요할 듯 합니다. 내용을 알면 알수록 풍요로워지는 테마성을 갖는 게임인지라, 모쪼록 본 게임을 처음 소개하시는 분들은 시스템이 주는 재미 못지않게 큰, 테마의 재미를 찾게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 사진 출처: boardgame geek
※ 13세 이상/3~5인/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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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 읽다가 이상한것 있던데..정리되면 메일 보낼께.
대강 읽어 봤는데 재미있어 보이긴 하는듯 -
참.. 룰북은 좀 늦게 업데이트 됩니다..
..이번에는 사카린이 도움으로 퇴고도 해서 올릴 수 있겠네요. ^^ -
좋네요. 게임도, 리뷰도.
개인적으로 미국사는 알고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미국사 책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앙드레 모로아의 미국사가 괜찮았습니다. 꾸벅. -
타짜 같으십니다. :)
좋네요. 게임도,리뷰도. (2) -
디마허랑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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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리뷰 잘 봤습니다. 항상 감탄하면서 읽게 되네요..
그나저나.. 역사도 얼마 안된 미국의 역사로 참 다양한 보드게임이 나오네요.. 그것도 테마와 게임성이 적절히 잘 조화된 명작으로요..
우리나라도 그렇게 접목해서 만들 테마가 그야말로 무궁무진할텐데.... 조금 아쉬워요.. ^^ -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란 책을 감명깊게 본 저로서는 무조건 삽니다. 다만, 돌릴 시간이 없네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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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마허하고는 많이 다릅니다.
접근성 관련해서 디마허와 비교하고 싶었지만, 리뷰내에 다른 게임 언급하는 건 선입관을 주게 될까봐 왠지 꺼려져서..
디마허가 룰이 자잘한 페이즈로 나뉘어 이런 저런 시스템이 혼재되어 복잡하고,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줄다리기를 하는 재미를 준다면..
이 게임의 룰은 그야 말로 단순 명쾌입니다. 역시나 줄다리기 시스템 입니다만 카드 플레이 한 가지로 이루어지고 대신 카드자체를 모으고 사용방식을 정하는 것에 재미가 있는 게임이지요. 그리고 룰이 단순한 대신 다양성의 재미는 카드의 특수 능력에서 찾을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주제를 심플한 룰에 잘 녹여냈더군요. -
이번에 잭님께 공수받은 게임이군요.^^ 사실, 역사에 대해선 부끄럽게도 국사도 버거운 지라 잘 몰랐는데 이렇게 자세히 설명해 주시니 다음 번에 제대로 익혀 꼭 플레이해 보아야 겠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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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님이 잭의 엄청나게 많은 게임을 사셨군요..역시나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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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님은 가난으로 인해 구입한 게임의 99%를 팔아치울 수 밖에 없는 저에게 고마운 단골 고객이십니다.. :)
다음부턴 재구매 고객 택배비 할인 써비스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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