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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일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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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4 00: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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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이야옹
나는 슬램덩크를 보며 자라온 세대다. 서태웅은 나의 영웅이었고, 강백호는 나의 도전기였다. 코트위에서 펼쳐지는 땀에 쩌든 승부욕은 그것이 밤이든, 낮이든, 겨울이든 여름이든 가리지 않고 나를 자극시키고 또 움직이게 하였다.
사실 농구를 열심히 하게된건 순전히 중학교때 내 앞자리에 앉은 녀석 때문이었다. 그녀석은 흔히 말하는 엄친아(하지만 공부는 썩...) 였다. 얼굴도 잘생겼고 특히, 농구를 잘했다. 그녀석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서태웅이 만화에서 튀어나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액션들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녀석이 어느날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면서 말했다.
"농구도 못하는 버러지새끼"
사실 농담으로 한 말일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어린 나에겐 너무도 큰 상처이자, 자극제가 되었다. 그 복수심에 불타는 감정을 공부에 쏟았으면 서울대는 껌으로 갔을 법 했지만, 나는 그 열정을 오로지 그녀석을 꺾어버리는데 투자했다.
당연히 그 해는, 한 40전 40패 정도로 경미한 수모를 당했다. 그 도전에 응해주는 녀석도 대단했지만, 그 모욕을 참아내면서 계속 도전하는 나도 참 한심했다. 그 이듬해도 역시나 나의 패배는 계속 되었다. 그렇게 또 한해가 가고, 또 한해가 가고, 수능을 본 그 해 겨울, 여의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내평생동안 잊지못할 나의 마지막 도전이 시작되었다.
피말리는 접전, 워킹이냐 아니냐, 신경질적인 파울싸움, 그리고 드디어 내가 그녀석을 꺾어버렸을 때, 나는 세상을 다 가진듯 했다. 그녀석의 얼굴에는 패자의 치욕감이 물씬 배여있었다. 나는 말했다.
"버러지라고 한거 사과해라"
녀석은 웃으며 말했다.
"새끼 많이 늘었네. 담에 또 한판 하자"
그리고 몇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녀석을 보지 못했다.
그 후로 많은 시간동안 나는 사실, 승부라는 재미있는 게임을 해보지 못한 것 같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타고난 승부사를 만나보지 못한 까닭이다. 나의 자존심도 적당히 짓밟으면서, 나를 좀 요리할 줄도 알고, 승리를 만끽하며 나를 자극시킬 소위 게임 좀 할줄 아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단 말이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진.
이 이야기는 보드게임신이 강령하신 여친과의 승부적 일대기를 그린 논픽션드라마이다.
여친일기 4
거두절미하고 말한다면 난 다시는 여친과 케일러스를 하지 않을 것이다. 빡치는 것은 물론이고, 어떻게 세상에 그렇게 게임을 얍삽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아니 사실 건물을 업그레이드 하는 맛도 있어야 하고, 상대방 숨도 좀 쉬게 하는게 게임의 도리 아닌가. 무조건 돈을 모두 감독관을 조종해서 내가 액션턴을 못하게 하는데 써버리는걸 취미삼는다면 어떻게 게임이 되느냔 말이다. 아. 물론 내가 좀 뒷편에 구미당기는 액션을 하기 위해 일꾼배치를 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꼭 그럴때가 되면 있는 돈 없는 돈 다 투자해서 내가 액션하지 못하게 하는데만 희열을 느낀다면!! 아니 정말 그렇다. 그녀가 꼭 그게 성공될때마다 환하게 웃으면서 아싸! 라고 했으니까 말이다 아싸!
저번에는 도미니언 2인플을 하는데 아니 글쎄 전부 마녀카드나, 민병대만 사서 나를 괴롭히는데 내가 해자만 사다가 망했다니까?!! 한번은 손에 해자카드 5장을 들고 있길래 2장 더 뽑았는데 그게 다 해자였던 적도 있다고!!
배꼽빠지게 웃던 그녀의 모습..
날 보고 해자왕이라고 놀리던 그녀의 혓바닥을 ..아니다 쿨럭 어쨌든..
파주로 캠핑을 떠나 원 보드게임 멤버인 손햄과 조피디가 합류했다. 그날은 피렌체의 제후를 처음 돌려보았는데 호응이 좋아 한 3판정도를 돌려본거 같다.
피렌체의 제후는 건축을 통한 미션달성게임이라 지칭하고 싶다. 건축가와 그밖의 옵션을 통해서 가장 비싼 건축물을 지은 사람에게 많은 점수가 돌아가는 플레이로, 역시나 여친님의 선구적인 플레이로 현격한 점수차를 벌리며, 1등을 하였다.
여친님은 처음판에는 건물올리기에 급급하더니, 두번째 판서부터는 광대와 건축가에 투자하는 것을 급캐치, 나도 적용했다가 경매판만 키운다는 핀잔을 듣게 되었다. 일단 건축가와 광대가 들어오게 되면 점수를 굉장히 크게 벌리는 기틀이 되는데다가 건물을 세울때 꽤 유리하게 지을수가 있어 여러모로 선점해야할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 것은 몇판을 해봐야 아는 사실인데, 여친은 2판만에 꽤뚫어보고 첫턴 경매때부터 광대와 건축가에 몰빵하는 용의주도함을 보였다. 그 외에 나를 포함한 조피디와 손햄은 괜히 쓸데없이 조형물이 이쁘다며 종류별로 모으다가 나중되서야 이걸 다 모을 필요는 없는거구나 하며, 판을 엎어버리는 경우까지 발생했으니.
그녀가 말한다.
"어쨌든 이기기 위한거면 이겨야지 안그래? 이기기 위해선 어떻게 할까 생각해보면 되는거아냐? 오빤 생각 안하나봐?"
생각..안하나봐?
아~ 몇년만에 처음으로 누군가를 진정 밟아주고싶은 욕구가 고개를 내미는구나. 니가 그렇게 기고만장 해서 지금은 꺄르르 하고 있다만, 두고봐라... 언젠가는 널 아주 마구마구 밟아줄테니..
사실 농구를 열심히 하게된건 순전히 중학교때 내 앞자리에 앉은 녀석 때문이었다. 그녀석은 흔히 말하는 엄친아(하지만 공부는 썩...) 였다. 얼굴도 잘생겼고 특히, 농구를 잘했다. 그녀석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서태웅이 만화에서 튀어나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액션들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녀석이 어느날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면서 말했다.
"농구도 못하는 버러지새끼"
사실 농담으로 한 말일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어린 나에겐 너무도 큰 상처이자, 자극제가 되었다. 그 복수심에 불타는 감정을 공부에 쏟았으면 서울대는 껌으로 갔을 법 했지만, 나는 그 열정을 오로지 그녀석을 꺾어버리는데 투자했다.
당연히 그 해는, 한 40전 40패 정도로 경미한 수모를 당했다. 그 도전에 응해주는 녀석도 대단했지만, 그 모욕을 참아내면서 계속 도전하는 나도 참 한심했다. 그 이듬해도 역시나 나의 패배는 계속 되었다. 그렇게 또 한해가 가고, 또 한해가 가고, 수능을 본 그 해 겨울, 여의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내평생동안 잊지못할 나의 마지막 도전이 시작되었다.
피말리는 접전, 워킹이냐 아니냐, 신경질적인 파울싸움, 그리고 드디어 내가 그녀석을 꺾어버렸을 때, 나는 세상을 다 가진듯 했다. 그녀석의 얼굴에는 패자의 치욕감이 물씬 배여있었다. 나는 말했다.
"버러지라고 한거 사과해라"
녀석은 웃으며 말했다.
"새끼 많이 늘었네. 담에 또 한판 하자"
그리고 몇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녀석을 보지 못했다.
그 후로 많은 시간동안 나는 사실, 승부라는 재미있는 게임을 해보지 못한 것 같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타고난 승부사를 만나보지 못한 까닭이다. 나의 자존심도 적당히 짓밟으면서, 나를 좀 요리할 줄도 알고, 승리를 만끽하며 나를 자극시킬 소위 게임 좀 할줄 아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단 말이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진.
이 이야기는 보드게임신이 강령하신 여친과의 승부적 일대기를 그린 논픽션드라마이다.
여친일기 4
거두절미하고 말한다면 난 다시는 여친과 케일러스를 하지 않을 것이다. 빡치는 것은 물론이고, 어떻게 세상에 그렇게 게임을 얍삽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아니 사실 건물을 업그레이드 하는 맛도 있어야 하고, 상대방 숨도 좀 쉬게 하는게 게임의 도리 아닌가. 무조건 돈을 모두 감독관을 조종해서 내가 액션턴을 못하게 하는데 써버리는걸 취미삼는다면 어떻게 게임이 되느냔 말이다. 아. 물론 내가 좀 뒷편에 구미당기는 액션을 하기 위해 일꾼배치를 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꼭 그럴때가 되면 있는 돈 없는 돈 다 투자해서 내가 액션하지 못하게 하는데만 희열을 느낀다면!! 아니 정말 그렇다. 그녀가 꼭 그게 성공될때마다 환하게 웃으면서 아싸! 라고 했으니까 말이다 아싸!
저번에는 도미니언 2인플을 하는데 아니 글쎄 전부 마녀카드나, 민병대만 사서 나를 괴롭히는데 내가 해자만 사다가 망했다니까?!! 한번은 손에 해자카드 5장을 들고 있길래 2장 더 뽑았는데 그게 다 해자였던 적도 있다고!!
배꼽빠지게 웃던 그녀의 모습..
날 보고 해자왕이라고 놀리던 그녀의 혓바닥을 ..아니다 쿨럭 어쨌든..
파주로 캠핑을 떠나 원 보드게임 멤버인 손햄과 조피디가 합류했다. 그날은 피렌체의 제후를 처음 돌려보았는데 호응이 좋아 한 3판정도를 돌려본거 같다.
피렌체의 제후는 건축을 통한 미션달성게임이라 지칭하고 싶다. 건축가와 그밖의 옵션을 통해서 가장 비싼 건축물을 지은 사람에게 많은 점수가 돌아가는 플레이로, 역시나 여친님의 선구적인 플레이로 현격한 점수차를 벌리며, 1등을 하였다.
여친님은 처음판에는 건물올리기에 급급하더니, 두번째 판서부터는 광대와 건축가에 투자하는 것을 급캐치, 나도 적용했다가 경매판만 키운다는 핀잔을 듣게 되었다. 일단 건축가와 광대가 들어오게 되면 점수를 굉장히 크게 벌리는 기틀이 되는데다가 건물을 세울때 꽤 유리하게 지을수가 있어 여러모로 선점해야할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 것은 몇판을 해봐야 아는 사실인데, 여친은 2판만에 꽤뚫어보고 첫턴 경매때부터 광대와 건축가에 몰빵하는 용의주도함을 보였다. 그 외에 나를 포함한 조피디와 손햄은 괜히 쓸데없이 조형물이 이쁘다며 종류별로 모으다가 나중되서야 이걸 다 모을 필요는 없는거구나 하며, 판을 엎어버리는 경우까지 발생했으니.
그녀가 말한다.
"어쨌든 이기기 위한거면 이겨야지 안그래? 이기기 위해선 어떻게 할까 생각해보면 되는거아냐? 오빤 생각 안하나봐?"
생각..안하나봐?
아~ 몇년만에 처음으로 누군가를 진정 밟아주고싶은 욕구가 고개를 내미는구나. 니가 그렇게 기고만장 해서 지금은 꺄르르 하고 있다만, 두고봐라... 언젠가는 널 아주 마구마구 밟아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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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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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자왕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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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재미있게 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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