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전에는 전투 시스템도 재미있어보이고 해서 반지전쟁(War of the ring) 같은 전쟁 게임이라고 생각했는데요 ...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반지전쟁과는 거리가 좀 먼~ 국가경제경영(?)게임에 가까운 게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건 아니구요... 제 개인적인 경우엔 좀 "허를 찔린" 재미였다고 해야 할까요? 병력생산과 전투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인 운영, 자금 및 자원 획득, 무역, 확장 및 포기 타이밍을 정확히 계산하는 식의 플레이가 더 중요한 게임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처음 하시는 분들 중에 단순히 병력 뽑아서 국경 확장하는 게임이라고 단정하고 플레이하시는 경우가 있다면 굉장히 힘든 상황을 많이 겪으실 수 있습니다. 이 게임에서 "전쟁을 통한 정복"은 도박성이 아주 높거든요!(국가 지도자의 입장에서 전쟁은, 어찌되었든 어느 정도의 예측불가능성에 기대는 선택일 수 밖에 없지요) 반면 외교관을 통해 각 폴리스를 매수하는 방법은, 돈이 들긴 하지만 전쟁보다 훨씬 더 안정적입니다. 결국 이 게임에서 전쟁은 철저하게 "경제적 목적"에 종속되며, 따라서 한편으로 매우 현실적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전반적인 인상은 '바둑'처럼 선택지가 매우 다양한 추상전략에 고대 그리스 국가 경영이라는 테마를 입힌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초심자에게 '바둑'이 "대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게임이라면, 이 게임도 비슷한 느낌이어서, 첫수부터 매우 선택지가 많고 두수 세수 앞을 계산하지 않으면 제대로된 플레이를 하기 힘든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 게임에서는 '승점'을 희생해야만 전쟁활동이나 자원획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몇 수 앞을 내다본 계산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 승점을 희생한 대가로 이후 얼마나 더 많은 승점을 얻을 수 있는지를 반드시 계산해야만 하는 것이죠! 이런 식의 몇 수 앞을 내다본 계산의 필요성은, 사람에 따라 '깊이 있는 전략성'이라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규칙은 결코 그리 어려운 편이 아닙니다!(비록 게임 설명서가 좀 난잡하고 어렵게 구성되어 있긴 하지만요.) 제가 생각하기에 규칙 난이도 자체는 <황혼의 투쟁>보다 쉽습니다.

<황혼의 투쟁> 같은 전략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꼭 추천드리고 싶은 게임입니다. <황혼의 투쟁>보다 규칙은 더 쉽고, 플레이 시간은 비교적 더 짧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개인적으로는 <황혼의 투쟁>에 버금가는 긴장과 압축된 전략성을 느꼈습니다. <황혼의 투쟁>이 채택하고 있는 '카드 드리븐' 시스템이 자아내는 긴장과는 또 다른 긴장(좀더 '수학적인 계산'을 요구하는)이 이 <폴리스: 패권 쟁탈전>에는 있습니다. 물론 한편으로는, 어찌보면 좀 드라이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수학적 계산이 자주 요구된다는 사실이 사람에 따라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게임 자체는 결코 '정적'이지 않습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이 게임에서는 일정한 승점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길기 때문에(몇 수 앞을 계산해야 하죠!), 그 중간에 적절하게 끼어들어 방해한다면 상대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 치열한 상호견제가 승리를 위해 필수적이죠. 게다가 매 라운드마다 실행되는 이벤트 카드가 게임의 전체 흐름에 의외의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에서 계산은 단순한 덧셈 뺄셈이 아니라 '확률' 자체를 계산하는 것일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군사적 활동에는 굉장한 리스크가, 하지만 또 그만큼의 보상이 뒤따르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