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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무도회 등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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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5 17: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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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메모선장
테라님이 가져오신 죨리 게임 복각판 지옥의 무도회를 해봤습니다. 그 빈약했던 컴포넌트의 디테일까지 그대로 살아있어 놀라울 지경이더군요. 단, 음원은 시대에 맞게 테이프가 아닌 MP3로 재생했습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오프닝을 재생하니 마왕이 친절하게 "우리가 마을 사람들을 잡아왔으니 너희는 구출해야 한다" 하고 알려주더군요. 역시 악마들은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보다 강력한 용사들과 싸우고 노는 게 더 재미있는 걸까요…
기억이 희미하긴 하지만 지옥의 무도회는 이런 옛날 게임들과 달리 음원을 듣고 지시에 따른다는 굉장한 메카닉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난이도 자체는 평이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시작하면 4의 검력(공격력)을 갖고 있으며, 네 개의 방을 지나 던전으로 들어가는데, 네 개의 방에서는 2분의 1 확률로 아이템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던전에서는 평범하게 주사위를 굴려 전진하면 되는데, 신기하게도 다른 플레이어와 같은 칸에 멈추면 아이템 하나를 강제로 무작위 교환할 수 있습니다. 이 아이템이 게임 중 굉장한 역할을 하지는 않지만, 이벤트에 따라 사소한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가령 함정이 있는데 밧줄이 있으면 안 쉬고 지나갈 수 있다는 식이죠. 그래서 가능한한 많은 종류를 구비하는 게 좋긴 하지만, 이벤트 중 눈이 번쩍 뜨일만한 것은 별로 없기 때문에 별 신경은 쓰지 않게 되더군요.
보드 곳곳에는 이벤트 마크가 있어서, 그곳에 멈추면 이벤트를 재생해야 하는데, 십중팔구는 몬스터가 나타나서 싸우라는 것이고, 나머지는 위에 적었듯이 아이템에 관련된 것이거나 시간 제한을 둔 실시간 이벤트입니다.
일단 몬스터와 조우하면 성우는 답답할 정도로 느리고 분위기 있게 몬스터의 특징과 전투력을 얘기해줍니다. 그러면 플레이어는 주사위를 굴리고 자신의 검력을 합해 몬스터의 전투력을 넘겨야 합니다. 실패하면 검력을 1 잃고 성공하면 기본적으로 마을 사람 칩 하나를 받고, 따로 서술된 게 있으면 그 보상도 받습니다. 그런데 검력이 다 떨어진다고 죽거나 출발점으로 되돌아가지는 않기 때문에 별 긴장감은 없더군요. 어릴 때 같으면 주사위 한 번 굴릴 때마다 손에 땀을 쥐었을 텐데 말이죠.
시간 제한 이벤트는 테이프에서 징 소리 같은 것으로 시간을 제한해놓고 그 안에 주사위를 계속 굴려 짝수를 세 번 나오게 하라는 것 등등, 어떤 조건을 클리어하면 보상을 얻는 것이었는데, 시간은 꽤 길고 우리는 약삭빠르게 주사위를 마구 굴릴 수 있었으므로 역시 난이도는 낮았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진행하다보면 무도회장에 도착하게 되는데, 회전판으로 만들어진 이 무도회장은 다른 이벤트의 난이도가 낮은 것은 다 이 때문이었다는 듯이 극악한 메카닉을 보여줍니다. 무도회장의 길을 따라 움직이다 발판을 밟으면 회전판이 발판과 같은 색깔의 촛대가 지정된 위치까지 오도록 회전하는데, 그 때문에 단 하나 뿐인 출구는 자꾸 회전해서 막히고, 플레이어는 저주받은 무도회장을 악마들과 함께 영영 맴돌아야 합니다. 게다가 운 좋게 누군가 나갈 상황이 되어도 차례가 도는 동안 다른 플레이어들이 발판을 밟아버리기 때문에 정말 억세게 운이 좋아야 탈출 할 수 있더군요. 어릴 때 했으면 아마 여기서 자지러지게 웃었겠구나 싶었습니다.
무도회장을 간신히 빠져나오면 마을 사람들이 갇혀있는 지하감옥에 도착하는데, 여기서는 마을 사람 칩을 받는 칸에 멈춰 마을 사람 칩을 다 받을 때까지 빙빙 돌아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도 발판이 있어서 돌다가 본의 아니게 무도회장을 회전하게 만들더군요. 점수 받으면서 뒷 사람까지 괴롭히자면 영화 쏘우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을 사람 칩이 다 떨어지면 마지막 복도를 지나 간신히 게임을 끝낼 수 있고, 게임이 끝나면 마을 사람 칩의 사람 수가 가장 많은 플레이어가 승리하는데, 이 칩이라는 게 3짜리가 있는가 하면 7짜리도 있기 때문에 장수에는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인생게임에 나오는 칩과 비슷하군요. 하기야 칩 개수가 곧 점수면 그건 그거대로 재미가 없겠죠.
그런데 놀랍게도 이 게임에는 시간 제한이 있어서, 이벤트가 전부 재생되고 나면 탈출 이벤트가 강제 발생한다더군요. 그러면 제한된 시간 안에 열심히 주사위를 굴려 이 지옥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덕분에 무도회장에서 영원히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통받을 일은 없게 되어 있더군요. 이 점은 퍽 마음에 들었습니다.
게임이 끝나면 역시나 마왕이 분하니 어쩌니하면서 다음에는 모두 잡아 가두겠다고 큰소리를 치는데, 이렇게 오프닝과 엔딩 나레이션이 있으니 디앤디 어드벤처 시리즈 생각도 나고 좋았습니다. 물론 "다음"이라는 건 없겠지만 말이죠.
아무튼 게임을 끝내고 나니, 아주 어린시절에 갔던 놀이공원의 "귀신의 집"을 어른이 되어 다시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추억에 젖는 한편으로 '예전에는 진짜 무서웠는데…' 하는 쓸쓸함과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지더군요.
앞으로 또다시 20년 쯤 지나고 나면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는 게임에 익숙해진 우리는 푸에르토리코나 에이지 오브 스팀 같은 게임을 이따금 꺼내보면서 '예전에는 진짜 재미있었는데…' 하고 추억에 젖게 될까요?
관련 보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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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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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무도회가 상당히 특이하네요. 음성이 한국어라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그리고 이 게임의 음원이 실은 테이프라는게 더 놀랍네요. 무척 오래된 게임 같은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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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보드게임에 음원까지 있고 그걸로 진행이 되나요? 신기하네여~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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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졸리 시리즈... '어렸을 때 갔던 유령의 집' 비유가 너무 와닿네요. 잘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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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선장님 후기는 항상 재밌는거 같아요 ㅎ 지옥의 무도회는 이름부터가 추억돋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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