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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3 이태원 Hi!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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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4 11: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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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2 비형 스라블
요즘 계속 밤에 잠을 못자고 있어 새벽 6시가 넘어서 잠드는 바람에, 어제 12시쯤 일어나 비몽사몽 상태로 대충 준비를 해서 급하게 출발을 했습니다. 원래는 한 게임 정도 챙겨갈 생각이었는데 - Key Harvest - 너무 졸리고 피곤한 상태로 출발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Hi! Hill!에 1시 55분쯤 도착했나봅니다. 6호선 이태원 역에서 꽤나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더라구요. 저는 처음이라, 수줍은 모습으로 앉아 있다가, '워터딥'을 한다는 말씀을 듣고는 재빨리 그 쪽 테이블로 향했습니다. 마침 지난 주에 워터딥을 중고로 구매한 상태였거든요.
Lords of Waterdeep은 작년 초에 정말 핫했던 게임입니다. 그런 게임들이 있는 것 같아요. 핫하게 달아오르는 게임들. 이제 곧 확장이 나오니 또 한 번 뜨겁게 달아오르겠지만... 왜 핫했는지 생각해보면, 대부분 핫하게 달아오르는 게임들이 일꾼-자원 게임이 아닌가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일꾼-자원 게임은 사람을 좀 덜타지 않나 생각합니다. 워터딥 이야기를 해보면, 플레이어는 다양한 퀘스트를 받아옵니다. 퀘스트를 위해서 플레이어는 조력자를 모으죠. 성직자, 마법사, 도둑, 전사. 조력자를 통해서 퀘스트를 수행하는데, 만약에 원하는 퀘스트를 할 수 있는 조력자가 여의치 않으면 일단 B 플랜을 가동해도 되죠. 푸에르토리코를 할 때, 초보자의 선택이 다른 플레이어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선장을 잡아주면 좋겠는데 뜬금없는 개척자, 이러면 초보자 뒤에 앉은 플레이어가 조금 난감한 경우가 많이 생기죠. 하지만 플레이에 정답은 없는 법. 워터딥 같은 게임이 초보자도, 숙련자도 만족시킬 수 있는 까닭은, B 플랜으로 게임을 풀어낼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그 과정에서 나름대로 머리를 쓸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에 그만큼의 만족도가 상승하는 것이죠.
워터딥은 잘 만든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작 두 번째 판이었지만, 아직 룰에 익숙하지 않아 혼자 삽질 - 저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퀘스트를 라운드에 한 번 수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네요. 턴에 한 번이었는데... 다른 분들은 턴에 한 번씩 퀘스트를 수행하셨는데... 뭐, 그래도 상황이 크게 달라졌을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뭐, 흠... 쿨럭 - 플레이를 펼쳤지만. 그래도 게임이 끝나고 난 뒤,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역시 구매하기를 잘했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워터딥은, Yes24, Aladin 같은 사이트에서 5만 5천원에 구매대행을 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보드게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이트가 아니라서 박스 상태에 약간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혹시라도 구매하실 분들이 생각해 볼 수 있는 루트라고 봅니다. 저는 Yes24에 포인트를 조금 가지고 있어서, 그걸로 사려고 하던 찰나에, 중고를 덥썩 물었습니다. 곧 한글화해서 집에서도 한 번 돌려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아. 도둑, 성직자, 전사, 마법사 모양의 마커를 구해야겠습니다. 그거... 정말 예쁘던데요. 하하.
워터딥의 여세를 몰아 바로 촐킨으로 덤벼들었습니다. 마침 촐킨도 중고로 구매를 한 상태라, 촐킨을 위해서 룰도 미리 읽어둔 터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마찬가지로... 촐킨도 2012년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큼 굉장한 이슈를 가지고 온 게임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게임을 이제서야 해 본다는게 굉장히 안타까왔지만... 그래도 해 볼 기회라고 생겼으니 참 다행인 셈입니다.
Tzolk'in: The Mayan Calendar도 아주 전형적인 일꾼-자원 게임입니다. 특히, 촐킨은 격이 다른 자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해골이죠. 보통의 일꾼-자원 게임에서 얻게 되는 자원은, 등급은 있지만 똑같은 자원들입니다. 조금 덜 귀한 자원, 조금 더 귀한 자원이 있겠지만, 그래도 기껏해야 얘들은 자원일 뿐입니다. 그런데, 촐킨에서의 해골은 조금 다른 위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원의 투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보상이자, 해골 만으로 얻을 수 있는 별도의 보상 체계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죠. 이 정도라면 격이 다른 자원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게임의 경험이 일천한터라, 이전에도 이렇게 이중의 자원 장치를 가진 게임이 있었는지 쉬이 떠오르진 않지만, 제 생각에 해골이라는 자원이 주는 특이점이, 바로 게임이 주는 특이점에서 가장 큰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제 같이 플레이하셨던 분 중에, 시작 자원에서 테크 두 칸을 올리는 선택을 하시고 해골 테크 두 개를 타시고 시작한 분이 계셨습니다. 플레이 내내, 옥수수가 모자라 굉장히 난감해 하셨는데... 해골을 다섯갠가 해골 서클에 깔아 주시고는 점수를 휙휙 먹어가시는 것을 보고는... 아... 참... 게임이 녹록치 않구나, 라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촐킨의 가장 좋은 점은, 보통 일꾼-자원 게임이 자원의 획득을 통한 콤보 플레이를 펼치는데, 촐킨은 일꾼의 배치를 통한 콤보 플레이를 펼친다는데 있지 않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꾼을 배치하는데, 그 일꾼이 일하는 시기는 지금이 아닙니다. 따라서 3명 이상의 일꾼이 어떤 턴에서 어떤 일을 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지를 결정하고 일꾼을 투입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이 지점에서 머리를 혹사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게 효율적으로 찾는다고 해서 게임에서 승리하지는 않겠지요. 그게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촐킨이 인기가 있는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별 생각 없이 둔 일꾼이, 하필이면 콤보 플레이를 만들어주는 필요한 일꾼일 수도 있으니까요.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액션이 없어서, 신전은 신전대로, 테크는 테크대로, 건물은 건물대로 지어주어야 하는, 그런 게임에서 일꾼을 효율적으로 놓는다는 것은 실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그런 플레이를 의욕할 생각을 갖도록 게임이 디자인되었다는데에서 벌써 이 게임은 성공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세상에... 기어가 돌고 돌아 나의 일꾼을 다음 - 혹은 다다음, 다다다음 - 턴에 일할 곳으로 인도해 준다는 생각을 어떻게 해 낼 수 있었을까요.
이제 게임은 자원을 운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일꾼을 운용하는 것도 고민해야 하는 더 복잡한 양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촐킨의 미덕은, 그게 실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는데 있지 않나 싶습니다. 흑묘백묘죠.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 지점에서 촐킨에 대한 호평의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촐킨을 마치고는 테라 미스티카를 생각했었는데... 많은 분들이 한사코 만류하셔서 빌리지를 했습니다. 실은 모임에 나가면 참 죄송한 것 중에 하나가, 모임에 오셔서 편하게 하고 싶은 게임을 하셔야되는 분들 중에 한 분이 설명을 전담하셔야 된다는 데에 있습니다. 게임을 자주, 많이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저도 참 좋을텐데...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도 한터라, 어쩔 수 없이 세 번째의 게임 설명을 부탁드려야 한다는 죄송한 마음에 테라는 접을 수 밖에 없었고, 대신에 빌리지를 했습니다.
Village는 정말, 일꾼을 효율적으로 죽여나가야 하는 게임이더군요. 점수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종료 시점을 위해서도 말이죠. 가장 적확한 시기에, 점수를 먹으면서 일꾼을 탁, 죽여 나갈 때, 게임이 조금 더 잘 풀리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의외로 집중해야 할 방향이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앞에서 했던 다른 일꾼-자원 게임에 비해, 다양성이 조금 떨어진다고 해야할까... 워터딥은 무수한 퀘스트 카드를 통해 자원을 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넓히고, 촐킨은 다양한 액션이 서로 연결되면서 게임 승리의 길을 다양하게 제공한다는 측면이 있다면, 빌리지는, 집중해야 할 선택지가 한정되어 있는 가운데, 선택지를 선택하는 순서가 중요하긴 하지만, 결론은 상점이 아닐까 생각이 될 정도로 조금은... 물론 한 번 플레이를 가지고 섣부르게 선택할 수는 없지만... 여행을 보내는 부분에서도 어쨌든, 이번 라운드에 여행을 보내지 못하면 다음 라운드에서 여행을 보내도 되니까. 점수를 얻는 중요한 선택지 중에서 많은 부분은 점수가 비슷비슷한 양상을 띨 것 같다는 생각이 언뜻 드는 게임이었습니다.
액션을 선택하면서 자원을 가지고 온다는 부분, 일꾼이 죽어서 이름을 - 점수를 - 남긴다는 부분에서 참신하다고 생각할 부분은 있었지만, 게임이 가지고 있는 메인 메커니즘의 매력은 그닥 크지 않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일꾼-자원 게임인데... 다양성의 측면에서 조금 떨어진다면, 게임이 보여주는 양상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라는 것이, 고작해야 1회플을 해 본 주제에 내리는 조심스러운 결론입니다. 물론, 다음에 빌리지를 할 기회가 있으면 또 할 것입니다. 책과 같이, 보드게임도 곱씹는 재미가 있는 취미 중 하나이니까요. 하하.
브릿지 게임을 하나 했는데... 외계인을 썰어나가는 게임, 그리고 set.
그리고 브릿지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임팩트가 좋았던 하나비를 했습니다.
Hanabi는 그만큼의 호흡이 중요하겠지요. 힌트는 숫자와 색깔. 처음에 제가 무턱대고 카드를 버린 덕택에, 저희 세 사람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안타깝죠. 누구에게 힌트를 줄까를 결정하는 것도, 내 힌트를 가지고 다음 플레이어가 부연 힌트를 주어서, 마침내 필요 없는 카드를 알려주어 손에서 털어내도록 하는 것도, 결국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플레이가 이루어질 때 가능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이런 저런 협력 게임을 많이 해 보았지만, 하나비는 협력을 위해 누군가의 목소리가 커질 필요도 없으면서, 내가 어떻게 해야 다른 플레이어를 배려하면서 플레이할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해야 하는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타의 협력 게임은... 누군가 숙련된 플레이어의 목소리가 조금은 더 커지는 부분이 있잖습니까? 그러나 엄격한 게임인 하나비는, 자신의 것을 모르기 때문에 내 목소리를 크게 할 수 없으며, 정해진 룰 때문에 서로의 암묵적인 호흡도 중요하며, 그 모든 것에 다른 플레이어를 위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학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게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2학기에는 저희 학급에서도 하나비가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2시 조금 넘어서 시작한 게임을 9시가 조금 넘어서 마치게 되었습니다.
다음에 또 Hi! Hill!을 찾을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굉장하네요... 글이 짤렸길래, 왜 짤렸나 싶었더니, 오타가 있어서 글이 짤렸더군요. 오타를 걸러내는 신기한 게시판... (쿨럭)
관련 보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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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워터딥 해서 즐거웠습니다. / 룰 설명이 더 확실했어야 하는데 죄송스럽네요. 게다가 둘 중 택일했어야 할 Lords of Waterdeep 카드를 끝까지 두 장씩 들고 진행을 해 버려서 마지막 점수계산이 좀 이상해졌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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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ee 님/ 어제 덕택에 즐거웠습니다. (꾸벅) 깔끔하게 설명 잘 해주셔서 또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해주셨습니다. 다음에 뵐 때도 부탁(!) 드립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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