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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의 보드게임, 그 열 한 번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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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1 21: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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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2 비형 스라블
이전 열 번의 시간에 관련된 글도 궁금하시죠? (씨익)
오늘 5, 6교시에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으로 보드게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당황스러웠던 것 중 하나가, 이제 아이들이 할 줄 아는 보드게임의 개수가 많아졌는데... 이상하게 아이들은 무얼 해야할지 모르고 우왕좌왕하더라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우선, 아이들이 할 줄 아는 보드게임이 많아지니, 하고 싶은 보드게임의 개수도 점점 많아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모둠을 이루는 아이들 각각이 서로 하고 싶은 보드게임이 다르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누군가의 제안으로 보드게임은 하는데, 막상 취향에 맞지 않는 보드게임인 경우가 발생하니... 아이 중에 어떤 아이들은 크게 몰입하지 못하는 모습이 보이더라는 것이죠.
무슨 보드게임을 해야할지 몰라서 서로 이거하자, 저거하자, 하는 모습이 흡사... 무슨 보드게임을 할까 고르는 그런 모양새를 띄더라는 것이죠. 실제로 보드게임 모임에 가보면, 보드게임을 하는 시간만큼, 보드게임을 고르는 시간도 만만찮습니다. 서로의 취향을 고려하고, 나의 취향도 되짚어보다보니 시간이 그만큼 많이 걸리는 것이죠. 저희 반 아이들은, 아직 어린이들이다보니, 서로의 취향과 자신의 취향을 대조 비교하여 조금씩 맞추어나가는데 서툰 모습들입니다. 그렇게 어렵게 서로의 원하는 바를 맞추어 보드게임을 하게 되었는데... 막상 재미가 없으면 실망도 커지는 법이죠.
다음에는, 원하는 보드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지금까지는 모둠이라는 제약을 주고 그 속에서 보드게임을 고르게 하였는데, 의견을 조율하는 것에 굉장한 어려움을 보이는 것을 발견하니, 조금은 자유롭게 고를 수 있도록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각각의 모둠에서 돌아간 보드게임을 소개하면...
지난 번에 Bang!을 재미나게 했던 다섯 명의 남자 아이들 모둠은, 오늘 Condottiere를 선택하였습니다. '전쟁 보드게임'이라는 제 말에 낚인(!) 아이들은, 룰 설명을 듣고는,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하다가, 자기네들끼리 북부 이탈리아에서 알까기를 했습니다. (쿨럭) 그러고는 그 알까기에 금방 질려서는... 다음 보드게임을 뭘로 할지 우왕좌왕하다가 그냥 시간을 축내고 말았습니다.
Condottiere 같은 게임은 숙련자용 게임이 분명합니다. 굉장히 재미나지만, 승리에 대한 강한 열망(!)이 없이 보드게임을 하면 쉽게 결판이 나고, 그만큼의 재미가 줄어드는 Condottiere 같은 게임은 아이들에게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은 Bohnanza도 그렇습니다. 밀고 당기는 맛을 아직은 모르는 아이들인지라... 그래서 I'm the Boss! 를 들이밀려던 계획은 버렸습니다. 대신에 Chinatown을 한 번 들이밀어 볼 생각입니다.
다른 남자 어린이 다섯은 Lords of Waterdeep을 골랐습니다. 그러나 실패! 가장 장고하면서 하고 싶은 보드게임을 고른 아이들은 룰 설명에서 지쳐 떨어지고는, 그냥 자기네들끼리 찢어져서 Bang! 하는 아이들로, Bohnanza 하는 아이들로 갈라져 들어갔습니다.
다른 여러 보드게임의 룰 설명을 하다보니까 아이들의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 길어졌고, 하필이면 남자 어린이들인지라 유연성이 조금 떨어지는 탓에, 그냥 하염없이 제 룰 설명을 기다리다가 그만 지쳐버린 것이죠. (쿨럭)
다른 남자 어린이 다섯은 China를 돌렸습니다. 아이들은 Samurai와 Ticket to Ride를 연상하더군요. 재미있어 했습니다. 연속으로 두 판을 돌렸습니다. 이 상황은 첫 판이 끝나고 나서의 점수 계산 상황입니다. 노랑색 어린이가 엠버서더 점수를 어마어마하게 달려서 그냥 일등을 차지했습니다. 아이들은 Samurai보다 더 인상깊어 했습니다. M. Schacht의 보드게임은 건조한 편입니다. 그래서 재미없어할 법 한데, 이 아이들은 보드게임 속에서 서로 재미있게 즐기면서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특별히 모둠 활동이 쉬운 어린이들이 있고, 어려운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모둠 활동이 쉬운 어린이들은, 무엇을 알려주면, '열심히 해보자!'라고 하면서 서로 격려하고, 자신이 가장 먼저 제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 어린이들이 한둘 있는 모둠은 정말 활동을 재미나게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늘 열심히 해 줄 것을 강조합니다. 그래야 자신도, 다른 친구들도 재미있을 수 있는 것이죠.
여자 어린이 다섯은 Settler of Catan을 플레이 하였습니다. 자기네들끼리 플레이하다보니 에러도 좀 있지 않았나 싶더군요. 저도 5인 세팅을 해 본 적이 없었던데다가, 남자 어린이들의 보드게임을 설명하느라고 이 어린이들을 방치(!)하였는데, 워낙 SoC를 자주 즐기던 어린이들이라 게임을 잘 해낸 듯 합니다.
여자 어린이 넷으로 이루어진 모둠은 Dominion을 플레이 하였습니다. 이제 Dominion은 학급 어린이 중에 절반 이상이 할 수 있는 대중적(!)인 보드게임으로 자리매김 하였습니다. 아마... 조만간 Dominion: Intrige를 구매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Dominion을 마친 후에, 이 어린이들은 Lords of Waterdeep을 실패(!)한 어린이들의 일부와 함께 Bohnanza를 플레이하게 됩니다.
여자 어린이 다섯은 Bang!을 플레이합니다. 한 여자 어린이의 권유로 시작하였으나... 아마 취향에 맞지 않는 친구들이 있었던 듯 싶습니다. 그래서 Bang!을 하던 친구 일부와 Lords of Waterdeep을 하던 친구 일부가 다시 뭉쳐 7인 Bang!를 하고...
Bang!을 하던 여자 어린이 셋과, Lords of Waterdeep을 하던 남자 어린이 하나를 데리고...
Caylus를 시도합니다.
아이들은 바로 Stone Age!와 Lords of Waterdeep를 떠올립니다. 그 보드게임보다 훨씬 난이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는, 바로 플레이를 시작해서 2라운드 일꾼 배치까지 진행하고는 시간이 다 되어서 게임을 완료했습니다. 일단 몇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시작했으니,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소개해 볼 생각입니다. 우선 첫 인상들은... 나쁘지 않다, 정도?
이제 이 어린이들을 데리고 보드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두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횟수로는 네 번 정도?
이젠 꼭 알려줘야하는 보드게임의 타겟을 정해놓고 마무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젠 정말 재미있을 수 밖에 없는 보드게임을 소개해 줄 시간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보드게임에 대한 즐거운, 신나는, 재미있는 추억을 가지고,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방과 후에는, 역시나 Race for the Galaxy 한 게임, 아이들끼리의 Dominion 한 게임. 그리고 선생님의 협박(!)에 못이긴 수학 문제 풀이 시간 40분이 있었습니다. 보드게임도 즐겁지만, 지금 할 수 있을 때,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교사의 임무입니다.
내년에 아마 학교에서 방과후 학교 과정으로 보드게임을 시작할 듯 합니다. 교육적 효과의 외피 속에는, 아이들이 '교육적'이라는 단어와는 무관하게 신나게, 재미있게, 배려와 존중을 배우면서, 함께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 반이 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상해 볼 생각입니다. 갈 길이 멉니다.
관련 보드게임
- 관련 보드게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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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대단한 열정이시네요.
성인들을 상대하는 저도 소개하다 보면 감정이 상하는 일이 많은데 대단하십니다. -
첫인상을 기분좋게 갖지못한게임은 이후에도 아이에게 외면당하는 경향이있어서 욕심내서 디밀지 않는데 쓰신글들이 많은 도움이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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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미끼 님/ 아이들은 제가 선생님이니까 그냥 막 대하지는 못하죠. 씨익.
비전로드 님/ 도움이 되신다고 하니 제가 감사합니다. 꾸벅. 그래도 주관적이나마 아이들의 이야기나 상황을 자세하게 써보려고 하는데, 시행착오를 줄이고자 하는 까닭이 가장 크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꾸벅. 그리고... 올리시는 후기 늘 잘 보고 있습니다. 저에게도 굉장히 필요한 글입니다. 하하. -
로그인 했습니다!!! 미래의 보드게이머를 육성하시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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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집사람과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돌려보면 서로 취향이 안맞아 게임만 고르다가 끝나는 날도 있고 아예 한명 빼고 돌릴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드는 생각은 아이를 하나 더 낳을까 고민도 살짝 되네요 ㅋㅋ
애들은 전략게임은 호불호가 확 갈리고요
항상 좋아하는게임이 뱅, 맥블래스트, 티츄 그리고 자신이 해봐서 이겼던 게임이더군요 -
게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 고민에 빠지는 것 같아요..선택의 범위가 넓어지니깐요..결국 기회비용이라는 점이
발생하잖아요..어른들도 모임에서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한다고 생각합니다..하여간 글 안에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많이
느껴져서 너무 좋게 느껴졌어요.. -
이렇게 벌써 어린 보드게이머를 육성해주시니 감사합니다 ㅎㅎ 나중에 저 아이들과 같이 보드게임을 즐기게 되는 날이 올것 같네요. 아이들이 많으니까 아발론은 어떤가요? ㅋㅋㅋ 아이들도 좋아할것 같은데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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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서 답글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글이군요!!
저는 중3담임 하고 있습니다~
졸업고사도 끝나고 아이들은 시간이 많아 팽팽거리는데 고입업무로 헥헥거리다 오늘 드디어 마감하고 왔네요.
이제 보드게임좀 해볼까 하고 들어왔다가 동지애도 느껴지고, 좋은 경험, 시행착오가 잘 담겨있는 글을 보니 참 기쁩니다.
신규때 열정을 가지고 아이들이랑 놀았던 생각도 갑자기 나네요. ㅋ
9학급을 주당2차시 하고 있어서, 한학급만 열몇차시 쭉 끌어나가실수 있는 환경이 참 부럽군요~
교실에 보드게임을 구비하실 수 있는 것도 좋아보입니다.
전 거대한 게임탑을 가지고 다니면서 9반 연속 게임수업하고 나면 엄청난 소음에 제가 먼저 지치기도 합니다.ㅋㅋ
목아프고 힘들긴 하지만, 즐거운 추억을 선물하는 기분이 또 큰 보람이 되기도 하는것 같아요.
아이들끼리 웃고, 재밌어 하는거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죠. ^^
네 시간정도 생각하고 있는중인데 열심히 짜봐야겠습니다.
게임도 더 사고 준비도 치밀하게 해야겠네요~
공부와 수능의 압박이 없는 마지막 몇달을 재밌게 보내고 가도록 해줘야겠네요.
동학년샘들 협조 해주셔서 조만간 전교생 스트림스 대회는 할 예정입니다. ㅋ
멋진 쌤이신게 팍팍 느껴집니다
다른 반 아이들이 비형스라블님네반 아이들을 참 부러워하겠군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후기 많이 부탁드려요. -
사진은 안 올라가네요. (쿨럭)
Khaai 님/ 미래의 보드게이머가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긁적) 하지만, 아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시간이 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저는 그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꾸벅)
chany 님/ 그렇게 가족은 늘어나는가 봅니다. (하하) 그나저나, 저도 학교에서 티츄를 한 번 소개해주고 싶기는 한데... 아무래도 세븐 포커와 겹치는 룰 때문에 조금 꺼려지긴 하네요. 집에서라면 상관없을텐데 말입니다. (긁적)
파란만장한참개암나무 님/ 아이들과 그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오늘 있었습니다. 너희들이 게임을 많이 접하다보니, 하고 싶은 취향이란게 생기고, 여러 명이 그것을 조율하기가 어려운 것 아니겠느냐고 말이죠. 아이 중에 하나가 묻더군요. 선생님은 하고 싶지 않은 보드게임을 하자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이죠. 저는 다른 분들께서 하자고 하시는 보드게임은 일단 무조건 오케이합니다. 저도 호불호가 있지만, 어쨌든 보드게임보다 더 소중한 것은 보드게임을 함께 플레이하는 분들일테니까요. 그렇게 게임하려고 마음먹고 실천하고 있는 중입니다. (꾸벅)
힘이 님/ ㅎㅎㅎ 그 날이 오면... 살살 털어주세요... (씨익) 아이들은 아직 마음이 연약합니다요. 하하. 그나저나 아발론은 저도 굉장히 깊게 고려하고 있습니다. 다 힘이 님 덕택입니다. (씨이익)
곰팡맨 님/ 고생 많으십니다. (꾸벅) 초등은 중등보다는 아무래도 학급 운영에 대한 자유도가 더 큰 것이 사실이죠. 일단 아이들을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지켜볼 수 있다는 부분도 있구요. 저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시는 듯하여 마음이 짠해오지만... 그래도 쓰신 글 속에서 아이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 볼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쁩니다. 하하. 진행하신 과정을 후기 남겨주시면 제게도 굉장히 유익하리라 생각하고, 조심스레 후기를 부탁드려봅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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