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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Grid 파워 그리드 (2004, aka Funkenschl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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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8 02:2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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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2 비형 스라블
사진이라도 있는 후기는...
http://ylpatae.blog.me/70181839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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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마지막 Power Grid 플레이는 2005년 2월이었습니다. 근 9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2013년 말에 돌린 Power Grid는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 세 명과 함께한 4인플이었습니다.
Power Grid는 원래, Funkenschlag라는 이름으로 2001년에 출시된 적이 있었습니다. 초록의 디자이너인 F. Friese가 소싯적에 만들었던 크레용 보드게임. 원래의 보드게임인 Funkenschlag은 전력선 구축 비용을 지불하고는 크레용으로 자신의 전력선을 '그리는' 그런 게임이라고 합니다. 철로 보드게임 중에서 Iron Dragon 같은 게임도 크레용으로 철로를 그리는 게임으로 유명한데, Funkenschlag도 그런 류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3년에 개장했던 다이브다이스에서는 이 크레용의 Funkenschlag을, 제 기억에는 38,000원에 팔았더랬습니다. 일반적인 보드게임 박스와는 달리, Columbia Games의 Hammer of the Scot 같은 방식으로 골판지 박스 같은 것에 게임 구성물을 넣어놓고, 종이 커버 같은 것을 씌운 허름한(!) 외양을 가지고 있는 이 Funkenschlag은, 그래도 여러 플레이어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좋은 평가를 받는 보드게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04년에, 도트로 전력선을 연결하는 메커니즘을 버리고, 도시간 연결 비용으로 컨버전한 새로운 Power Grid - 독일어판은 여전히 Funkenschlag - 가 출시되게 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리뉴얼된 Power Grid는 어마어마한 플레이어들의 사랑을 아직도 받고 있습니다.
아마도 많은 플레이어들의 사랑을 받은 가장 중요한 까닭은, 약간의 잔룰은 있지만, 간단하고 명료한 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Power Grid는 총 다섯 페이즈로 한 라운드가 구성됩니다.
1. 플레이어 순서 결정
2. 발전소 경매
3. 자원 구매
4. 전력선 구축
5. 수입 및 뒷정리
첫 라운드 정도가 힘들고, 두세 라운드 정도 감을 잡으면, 그 다음에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게임을 돌릴 수 있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경매가 들어가고, 소소한 견제 포인트가 있다는 점이 있어서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는 조금 벅찰 수도 있습니다.
어제 1, 2교시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는 6인플을 돌렸습니다. 저는 룰설명만 하고는 다른 테이블의 플레이도 봐주느라고 별로 신경을 못 썼더랬는데, 시간을 마친 후에 이야기를 대충 들어보니 아마 1시대에서 끝났던 듯 싶습니다.
그래서 방과 후에 유경험 어린이(!) 두 명과 무경험 어린이(!!) 한 명을 데리고 4인플로 돌렸는데...
우선 자원 구매를 통해 선 플레이어를 견제할 수 있다는 부분을 아이들의 힘으로 캐치하기에는 벅찬 부분이 있었습니다. 1등으로 치고 나가던 어린이가, 하마터면 최종 라운드에서 자원을 구매하지 못해서 발전을 할 수 없을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자원 구매 페이즈가 끝난 후에, 이렇게 플레이할 수도 있음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보드게임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나 다양한 플레이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안내해주어야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여 플레이하는 것이 가능하니까, 일단은 자원을 구매할 수 없는 상황 - 사재기 - 을 만들지 않고, 평온한(!) 상황에서 플레이하였습니다.
아울러 경매의 요소는 어쨌든 아이들에게 벅찬 부분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1, 2교시에 진행하였던 6인플 상황에서, 17 일렉트로짜리 풍력 발전소가 30 일렉트로에 낙찰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적정 가격을 유추한 것이 아니라, 반드시 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발생한 상황인 것이죠. 그걸 구매한 아이야 기뻐 날뛸 지경이겠지만... 결국엔 플레이 자체가 꼬일텐데 말입니다. 초등학생들의 플레이는 그렇게 긴 시선을 두고 보드게임을 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조금 다른 예이겠지만, 어제 Acquire를 플레이 한 아이들의 경우, 무난히 마이너리티 점수를 꾸준히 챙겨 먹은 어린이가 1등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그 어린이의 경우, 플레이를 그렇게 해 나간 것이 아니라, 계속 주식을 사 모았는데 하필이면 계속 마이너리티 점수를 우연히 먹게 된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플레이가 근시안적이니, 계속 메이저리티를 먹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안절부절하였지만, 결국 꾸준히 먹은 마이너리티 점수가 그 어린이를 1등으로 안내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왜 1등이 되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학업 성취가 굉장히 우수한 아이임에도... 초등학생이라는 한계는 이렇게 발생하는가 봅니다. Acquire가 그럴진대, Power Grid에서의 발전소 경매 부분은 아무래도 아이들이 게임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면서 플레이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는 경매가 다 그런 듯 싶기도 합니다.
아울러, 종료 조건이나 여러 잔룰들을 깔끔하게 안내해주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고, 안내를 하더라도 그런 것들을 모두 고려하여 플레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계속 집의 개수와 발전소 용량 중에 작은 수의 것으로 발전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헷갈려 하였습니다. 승리 조건인, 마지막에 전기가 공급되는 도시의 숫자가 많아야 한다는 부분에서도, 아이들은 종료 조건인 17곳의 도시에 전력 회사를 건설해야 한다는 사실에만 신경을 쓰느라, 발전소 용량도 딱 17에 맞추어서 준비를 해 두더군요. 그 이상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도 말이죠.
어쨌든 1등한 아이는 무경험 어린이였습니다. 다섯 개의 도시에 자신의 전력 회사를 설립할 때까지는 별로 주목하지 않아도 되었는데, 어느 순간에 한 번에 네 개의 도시에 전력 회사를 설립하여 총 아홉 개의 도시에 자신의 전력 회사를 설립하는 순간, 더 이상 그 어린이를 따라갈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그 어린이는 별 견제없이, 두 집 짜리 풍력 발전소와 세 집 짜리 풍력 발전소를 획득한 후에, 자원에 쓸 비용을 절약하여, 그것을 가지고 한 번에 네 군데의 도시에 세력을 확장하였습니다. 게임의 종료 시까지, 그 비용만큼을 계속 그 어린이가 앞서 갔습니다. 저도 여기저기에서 들은 바(!)가 있었던지라, 2시기에 돌입하는 시기를 일껏 늦추고 있었는데, 허를 찔렸고 그 찔린 상처는 게임 종료 시까지 메울 수 없었습니다. 고작해야 도시 개수만 맞추었네요.
결국 게임의 관건은, 자원의 소비가 없는 풍력 발전소의 장악 여부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그렇게 낭비된 자원 구매 비용이 결국은 돌이킬 수 없는 차이를 만들게 되는 것이죠. 풍력 발전소가 필요없다고 해도, 값싸게 넘겨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혹여라도 견제 목적으로 뛰어들었다가 얼떨결에 풍력 발전소를 구매하게 되더라도, 풍력 발전소라면 전략을 다시 세워서 플레이를 진행해 나갈 수 있을 듯 싶기도 합니다.
과연 Power Grid가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벅찬 보드게임인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물경 9년여 전에 플레이할 때도, 당시 초등학교 6학년 남자 어린이가 하나 끼어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곧잘 플레이하던 것이 기억나서, 이번에 학교 어린이들에게도 들이밀어보았는데, 플레이한 아이들 모두 '제법 괜찮다'는 반응을 보여 주었습니다.
어찌보면 Power Grid는 저희 반 어린이들이 즐겨보지 못했던 류의, 네트워크 메커니즘의 보드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게임으로 역시 가장 유명한 보드게임은 Age of Steam이겠지만... 초등학생들과 AoS를 한다는 것은 굉장한 모험이 필요한 일이니까... 이번 Power Grid 정도를 소개한 것으로 아이들에게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실은, 조금 일찍 소개했어야 하는 보드게임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너무 하는 보드게임만 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제 아이들을 졸업시킬 때가 되니까, 한창 잘 따라오는 아이들이 여럿 있었는데, 트레이드/블러핑 보드게임에서 아이들을 너무 오래 머물게 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금 고려하고 있는 게임은 영향력 보드게임인 El Grande와 Dominant Species, R. Knizia의 Tigris and Euprates와 Modern Art, AP 시스템의 게임인 Torres, 협력 게임인 CO2 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든 어린이들에게 소개하기에는 어렵겠고, 방과후에 남아서 보드게임을 즐기는 몇몇 어린이들이 목표가 되겠지만... 다양한 보드게임을 통해 자신들에 대해서, 타인들에 대해서, 목표와 승리 그리고 즐기는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관련 보드게임
- 관련 보드게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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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비형 스라블님 글은 챙겨보게 되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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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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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라블님 글 잘봤네요. 파워그리드 해보고싶은데 와이프랑 2인플이 거의인지라 경매가 낀 겜이라 선택에 아쉬움이 있네요.
모임을 찾아 나가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 있는 요즘이네요.
님에게 산 로스트시티 보드게임은 와이프랑 2인플 처제랑 남친까지 4인플 잼있게 하고 있네요. -
너부리79 님/ 역시... 어느 시점이 되면 그래서 집단(!)이 필요한가 봅니다. :D 저는 로스트시티 보드게임이 취향에 맞지 않았는데, 너부리79 님께는 잘 맞으시는 듯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역시... 보드게임은 갈 곳이 정해져있나 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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