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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모임게시판 시드색슨의 스러스 (Sleuth)
  • 2005-04-20 09: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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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04

작년 8월에 기고용으로 썼던데다, 사진까지 빠져 읽기에 다소 거북할수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스러스

디아블로 2가 국내에 정식 출시하려 했을 때, 과연 국내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스타크래프트로 최고의 인기를 달리던 블리자드의 또 다른 게임이기 때문에 성공할 것이다”는 낙관론과 “장르가 다른데 무슨 소리냐, 게다가 RPG의 인기가 과거와 같지 않다”는 비관론이 팽팽히 맞섰으나, 결과는 디아블로2의 대성공이었고, 그 이후 출시된 확장팩과 워크래프트3 역시 PC패키지 시장 다 죽었다는 국내에서 100만장 이상 팔려나갔다.

PC게임에 블리자드가 있다면, 보드게임 디자이너로는 Sid Sackson이 있다. 토레스, 티칼, 엘그란데 등을 만든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 Wolfgang Kramer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게임 디자이너”라 존경했던 Sid Sackson은 어콰이어, 포커스, 캔트스탑 등 150여개 게임을 출시했다. 아쉽게도, 그는 재작년인 2002년 겨울 오랜 투병 생활 끝에 82세의 나이로 타계하셨다.

지금부터 소개할 스러스는 1967년 만들어진 게임인데, Face 2 Face Games에서 Sid Sackson의 고전을 되살린다는 취지아래 출시된 2번째 게임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클루와 비슷한 추리 카드 게임으로, 그의 다른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간단명료한 룰에 심오한 게임 진행을 보이는 게임이다. 지금부터 제대로 파보겠다.

카드 게임답게 스러스의 내용물은 간단하다. 정확히 90장의 카드와 추리 내용을 적는 용지로 이뤄졌다. 카드는 2종류로 나뉘는데, 3가지 원소의 조합으로 이뤄진 보석 카드와 증거를 얻기 위해 사용되는 탐색 카드가 있다. 동봉된 매뉴얼은 영어를 비롯해서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으로 이뤄졌는데, 반갑게도 한글도 포함되었다. 인터넷 등을 돌아다니며 번역 매뉴얼을 찾아 프린터로 출력해서 룰을 고심할 필요 없이, 게임 포장을 뜯고 안에 든 매뉴얼을 그대로 읽어주면 된다. 그만큼, 우리 보드게임 시장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스러스는 추리 게임 답게, 최소 플레이 인원이 3명이다. 그렇다고, 게임 플레이어 중에 한명이 범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클루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게임의 진실을 감추고, 플레이어들끼리 질문을 해가면서 감추어진 진실을 알아맞히는 형태다.

일단, 한 장의 보석 카드를 어두운 곳에 감춘다. 이것이 진실, 즉 정답이다. 나머지 보석카드를 플레이어 들에게 똑같은 장수로 분배한다. 남는 카드는 합리적으로 바닥에 펼쳐 모든 이들이 볼 수 있게 한다. 클루에서 시작부터 갖고 있는 카드가 달라 불만이었다면 만족스런 카드 분배일 것이다. 그리고, 탐색 카드는 각각 4장씩 나눠주는데, 이것 역시 바닥에 그대로 펼쳐둔다.

이제, 각 플레이어는 추리를 기록할 수 있는 용지를 건네 받는다. 여기에는 일단 바닥에 깔린 보석 카드와 손에 들고 있는 보석 카드가 어떤 것인지를 기록한다. 게임의 목적이 감춰진 보석 카드를 찾는 것이니, 이번에 적는 것들은 당연히 정답은 아니다.

게임의 규칙을 살펴보겠다. 먼저 각 카드의 이해가 중요하다. 보석카드는 앞서 말했듯이 3개 원소의 조합으로 이뤄졌다. 보석의 종류, 보석의 개수, 그리고 카드의 색상 이렇게 3원소다. 보석은 다이아몬드, 오팔, 진주 3가지고 있고, 개수는 1~3개, 그리고, 카드의 색상에는 파랑, 녹색, 빨강, 노랑 4가지가 있다. 결국, 보석 카드는 총 3 * 3 * 4 36가지가 있는 셈이다.

탐색 카드는 상대가 어떤 카드가 있는지를 질문하는데 사용하는 카드로, 1개 또는 2개의 원소가 그려져 있다. 먼저, 1개 원소가 그려진 것의 경우, 즉 보석의 종류나 개수, 또는 색상중 한가지가 그려져 있는데, 이것으로 해당 원소의 상대 카드 장수를 묻게 된다. 즉, 녹색 원소만 그려진 카드를 상대에게 들이대면서, “녹색 카드 몇장 가졌냐?“ 라고 질문하면, 상대는 절대 거짓없이 ”2장 들었어“ 라고 모두 들을 수 있도록 크게 답해야 한다.

2개 원소가 그려진 경우에는, 당연히 해당 2개 원소를 곁들여 질문하면 된다. 즉, 파랑과 1이 그려진 카드라면, “파란 1개짜리 카드 몇장 가졌냐?” 라 물으면 된다. 단, 위의 1개 원소 탐색 카드와 다른 점은 답변자는 장수를 크게 말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실제 손에 들고 있는 카드를 질문한 사람에게 건네줘서 어떤 카드인지 확인시켜줘야 한다는 점이다. 이점이 아주 중요한데, 질답자 외의 플레이어는 카드가 어떤 것인지 정확히는 모르고, 그 장수만 알게 된다.

마지막으로, 물음표는 짐작하는 대로다. 질문자가 원하는 원소로 대체해서 사용하면 된다. 이미 한 개 원소가 그려진 경우에는 그것이 포함되는 질문을 던지면 된다.

두뇌회전이 빠르다 싶은 게이머라면, 이쯤 되면 어떻게 게임이 흘러갈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클루와 상당 부분 유사함을 눈치 챘을 텐데, 혹시 클루를 모르는 보드게이머라면, 숫자 야구를 떠올리면 된다. “123” 하면 “1스트라잌 1볼” 하는 그 숫자야구 말이다. 이런 형태로, 뭔가 질문을 던지면, 상대가 장수와 실제 손에 든 카드의 정보를 알려주고, 플레이어들은 갖고 있는 정보들을 취합해서 정답을 맞춰 가는 것이다.

게임은 다음과 같이 진행한다. 자신의 차례가 오면, 앞에 펼쳐진 탐색 카드 4장중 하나를 선택해서 한명의 플레이어를 지목해 질문한다. 질답이 끝나면, 사용한 탐색 카드는 버리고 새로운 탐색 카드를 보충한다. 시계 방향으로 똑같은 형태로 진행되며, 진실을 아는 게이머가 생기면 차례에 관계없이 부저를 울리고 답을 말하면 된다. 이 부분 역시 클루와 동일하게, 추리 용지에 정답을 체크한 다음, 실제 정답을 확인하고 맞으면 모두에게 공개해서 승리를 알리고, 실패하면 조용히 자리로 돌아와 남들의 질문에만 성실히 답을 해주면 된다.

어떤가. 추리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벌써부터 손이 근질거릴 것이다. 스러스는 클루와 같은 숫자 야구 형태의 추리 게임을 재미있게 플레이 했다면, 확실히 도전해 볼만한 형태다. 제한된 질문을 통해 진실을 파헤쳐 간다는 점이 역시 흥미롭다. 특히, 알려질 만큼 알려져 나름의 모범답안이 존재하는 클루에 비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개척해나가는 재미가 매우 솔솔하다.

하지만, 클루 같은 추리 해결 시스템이 가진 여러 문제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특히, 처음 플레이어가 어떤 카드로 시작하느냐에 따라 게임이 상당히 맥빠지게 진행되는 경우가 생기고, 숫자야구와 마찬가지로 정답을 풀어 가는 일련의 과정을 깨우치는 순간, 게임은 전략적인 요소 보다는 운의 요소가 게임의 승부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스러스의 경우에는, 이러한 클루식 해결을 지양하는 몇 가지 요소가 존재한다. 첫째로, 제한된 질문을 전략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자신의 턴에 주어진 탐색 카드중 하나를 골라 질문을 하거나, 이를 포기하고 4장의 새로운 탐색 카드를 받아 다음 턴에 더욱 효과적인 질문을 노릴 수가 있다. 이것 역시 어느 정도 운에 의지하는 바가 있으나, 물음표 탐색 카드가 많고, 4장을 한번에 바꾸는 등 한번의 질문 턴을 포기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둘째, 겜블의 요소로 일발역전을 노릴 수 있다. 스러스에서는 자신의 턴에 탐색 카드에 관계없이 어떠한 질문이나 던질 수 있는데, 이 질문 이후에는 무조건 답을 말해야 한다. 물론, 오답을 말하면 게임오버가 되기 때문에, 확실히 답을 아는 상황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겠으나, 어디 뜻대로 되는 것이 얼마나 있는가. 상대방이 게임을 끝내겠다 싶을 때, 결정타를 날려 승리를 거머쥐는 것, 그것이 설사 틀릴지라도, 도전하는 자가 아름답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냥 달려라.

이외에도, 비슷한 류의 게임에 비해, 진실을 아는 데까지 평균적으로 필요한 질문의 수가 많고, Sid Sackson 자신이 직접 고안한 사라진 보석을 추가하는 것이나, 슈퍼 스러스 버전이라고 하여 2개 원소를 질문하는 경우에도 실제 카드를 직접 보이는 것이 아닌 장수만 얘기해주는 것으로 게임의 난이도를 대폭 높여 더욱 전략적인 골머리를 썩히는 게임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점 또한 스러스가 가진 매력이다.

대략 이 정도 선에서 스러스 리뷰를 마치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PC게임에 블리자드가 있다면, 보드게임에는 Sid Sackson이 있다. 게임성과 재미를 보장하는 Sid Sackson의 추리 게임 스러스, 게임 하나 발매하는데 한두푼 드는 것도 아닌데 Face 2 Face Games에서는 왜 40여년 전의 게임을 꺼내온 것인지, 플레이해보면 그 이유를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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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Lv.14 펑그리얌
    • 2005-04-20 10:01:51

    확 들어오게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 주셨네요.
    블리자드 vs Sid Sackson이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한동안 뜸 했는데..다시 한 번 해 보고 싶어지는군요. :)
    • 2005-04-20 10:52:33

    블리자드 vs Sid Sackson이라고 한다면,
    어콰이어는 한국의 스타크래프트만큼 성공한 게임이지만,
    Sleuth('슬루스'가 정확한 발음)는 한국에서는 히트친 건 아니군요.
    • 2005-04-20 15:25:53

    꺄~~ 오래간만입니다. >.<
    잘지내시죠? ^^
    • 2005-04-20 15:33:17

    정말 재밌었던 게임. 그리고, 머리 아팠던 게임입니다. 카드질도 좋구요. 소장하고 있지요. ^^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 Lv.30 가이오트
    • 2005-04-20 23:44:44

    흝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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