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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후기] 수도원의 미스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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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5 01: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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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2 Equinox
꽤 오래 전에 한글화시킨 게임이지만, 그 동안 제대로 세상구경을 못했던 수도원의 미스터리를 돌렸습니다. 최대 6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인데, 첫 게임은 5인으로 돌아갔네요. 추리게임으로 꽤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게임이라는데, 이 날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참가자들을
울고 웃겼습니다.
게임은 수도원의 예배당에서 시작됩니다. 전날 살해 사건의 범인을 잡는 것이 목적이지요. 용의자는 모두 24명. 직책, 교파, 후드, 수염, 몸매
등 다섯 가지 특징을 가려내면서 범인이 아닌 사람을 지워나가면 됩니다. 용의자 카드 24장 가운데 단 한장만 게임판 아래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게임 내에서 사용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는 clue와 비슷한 시스템이지만, 각종 이벤트 카드와 질문의 상호작용이 꽤 크기 때문에 게임 내내
흥미진진 했습니다. 특히 파이두티 특유의 코믹함이 녹아있는 이벤트에서는 모두가 폭소를 자아냈지요.
전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용의자 카드를 많이 확보하거나, 용의자 카드를 일부러 적게 가지고 있음으로 해서, 도서관 같은 곳을 노리는
것이지요. 제 경우는 전자에 해당했습니다. 게임 내내 최다 용의자 카드 보유자였으니까요. 반면에 게임 시작하자마자 여기저기로부터 카드를 빼앗겼던
윤 팀장님의 경우는 후자에 해당되겠지요.
[비형 스라블님의 추리 시트지]
저는 처음에 받았던 카드 가운데 2장을 비교적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용의자 카드를 많이 확보했기 때문에, 예배당에서 미사드릴
때마다 많은 카드를 옆 사람에게 돌려야 할 때도 그 카드들은 꼭 쥐고 있을 수 있었지요. 덕분에 제 손에서 나간 적이 없었던 용의자들은 다른
사람의 추리 시트지에 유력한 용의자로 찍혀 있었습니다. 이것이 이 날의 폭소탄의 빌미가 되었지요.
게임이 진행되면서 추리 시트지의 용의자들 옆에 하나씩 X표가 그려졌습니다. 자신의 손에 들어왔었던 용의자 카드에 의해 체크가 된 것도 있지만,
참가자들이 주고받는 질문에 의해 체크된 것들도 있었지요. 여담이지만, 이 날 게임은 모든 게이머들의 소망이라 할 수 있는 고품격 게임이었습니다.
칼라 시트지를 그대로 사용했거든요. 크하하~
[윤팀장님의 추리 시트지]
점차 용의자들을 줄여나가다 어느덧 한 명의 용의자가 가려졌을 때, 저는 참가자들에게 선언을 했습니다. 나는 범인을 맞췄노라고. 잠시 후
고발장소로 가서 게임을 끝내겠노라고.
이미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최후 용의자를 2~3명으로 압축시켜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제 선언에 모두들 조바심이 났지요. 그리고 다들
1/2~1/3의 확률에 모든 것을 걸기 위해 고발장소로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본인의 추리 시트지]
아쉽게도 보더님이 저보다 한 발 앞서 고발장소에 들어섰습니다. 모두들 반쯤은 체념한 상태였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대감을 가지고들
있었습니다. 어쨌든 저를 제외하면 모두 1/2 또는 1/3의 확률이었으니까요.
“범인은…”
(모두들) ‘꿀꺽~’
“XXX입니다!”
순간 다른 모든 참가자들의 얼굴이 환해집니다. 이윽고 터져나오는 웃음 소리.
“와핫핫핫~!”
어리둥절해 하는 보더님을 향해 모두들 마음껏 비웃고 있을 때, 저는 제 손에 든 XXX 용의자 카드를 스윽~ 보여줬습니다. 그제서야 멋적은
표정을 짓지만, 이미 무고한 형제를 고발한 뒤였으니, 그에겐 참회만이 있을 뿐. 예배당으로 가서 팍~ 고꾸라져서 참회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보더님의 추리 시트지]
경쟁자의 실패로 게임을 끝낼 찬스를 얻게 된 저는 의기양양하게 고발장소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범인은…”
(모두들 낙담한 표정이 역력. 하긴 저는 용의자를 1명으로 줄였다고 선언을 한 상태였으니…)
“Basil입니다.”
순간, 다른 참가자들은 조금 전과 같은 반응을 보이며 뒤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보더님의 손에서 나오는 [Basil]카드….
본인 또한 예배당에 엎드려 똑같은 포즈로 참회기도를 드려야만 했지요.
‘이럴 리가 없는데? 모두 표시하고 하나만 표시되지 않은 녀석이 바로 Basil인데! 어떻게 된 일이지?’
그러나, 이는 보더님과 본인에게 그치지 않고, 다른 참가자들도 모두 무고한 동료들을 고발하는 연쇄 고발 사태로 이어집니다. 물론 모든 고발이
허사로 돌아갈 때마다 다른 참가자들의 폭소와 비웃음은 계속되면서 말이지요.
[제 연인(Twinkrystal)의 추리 시트지]
게임 제목처럼 정말로 미궁에 빠져버린 사건. 이후로도 계속 무고한 형제들에 대한 고발은 이어졌고, 무려 7명이나 고발당하게 됩니다. 물론
그 때마다 폭소탄이 터졌고, 차례차례 예배당에 모여서 엎드렸습니다.
결국 최초 고발로부터 무려 한 시간 뒤에야 제 연인에 의해 진범이 밝혀졌습니다. 모두들 게임이 끝나고 나서 난상토론을 벌입니다. 도대체 이
미스터리의 원인이 뭔지 알아야 하니까요. 한참을 토론한 후에 결론이 나왔습니다. 게임 도중 주고받는 질문에 오류가 있었는데, 그 때 모두의 추리
시트지에 진범인 Charles는 X표가 그려진 것이었지요.
결국 후반부에 달해서는 모두가 “Seeing is believing!”을 외치며, 자기가 본 것만 다시 X표를 그리기 시작했지요. 그것으로
모자라서 2~3번씩 확인하는 바람에 모두의 시트지는 걸레가 되어버렸고, 급기야…
“아악~! 나는 내 눈도 못 믿겠어. Seeing is NOT believing. 난 환상을 보고 있나봐~!”
…를 외치는 사람도 나왔죠. (누구냐고요? 쩝~ 접니다. -_-;)
어쨌든 예상치 못했던 에피소드 덕분에 거의 3시간여 동안 쉴 새 없이 웃을 수 있었던 게임입니다. 기회가 되면 또 해보고 싶더군요.
함께 게임에 동참해주신 윤팀장님, 보더님, 비형 스라블님과 제 연인(Twinkrystal)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추리 및 고발, 최종 점수 기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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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추리시트지는 주십쇼. :p 보관해두려구요. 히히.
재미있었습니다. 멤버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면 되는 게임이겠더군요. 히히.
오늘은 포룸로마눔 가지고 나왔습니다. 크라머의 세계로 함께 빠져드시죠. 히히- -
아니, 이거 어디서 한 겁니까??
이런 일 있으면 좀 불러주십시요^^;;
미워할꼬양!~~
특히 비형님과 보더님..흑흑!~ -
하음....클루FX나 즐겨야 할텐데 말이죠...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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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추리게임이라기보다는~~진실게임이 되버릴위험이 크지요^^;; 유쾌하게 몇번돌리고는 봉인된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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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었던 게임이죠.. 전 추리 시트지를 코팅해서 그위에 마커팬으로 쓰고 지우고 햇었는데.. 인원수만큼의 마커팬과 추리지 코팅한걸 준비해뒀었죠.. 그리고 추리할때는 직접본것과 추리에 의한것을 따로 구분해서 체크했었던 기어이 있네요..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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