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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광주 아지트 게임 모임 후기 - 4. 암스테르담의 상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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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28 09:4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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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2 Equinox
4. 암스테르담의 상인
야참을 먹고 나서 가벼운 담소가 오갔습니다. 그러다가, 다음 게임으로 결정된 것이 바로 [암스테르담의 상인]입니다. 이 게임은 본인이 최근에
구한 게임 가운데 하나입니다. 소감을 읽어보다가 역(逆)경매, 즉 Dutch auction을 보드게임으로 구현한 게임이라는 사실에 확~ 끌려서
구입했었는데, 이 날 펀칭 겸 첫 게임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규칙을 대략 훑어본 수준이라 게임의 흐름은 알고 있었지만, 누군가에게 설명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상태였기에, 일전에 돌려본 적이 있으시다는
전심님께 밀어드렸습니다. 전심님도 꽤나 오래전에 한 탓에, 열심히 규칙서를 읽으시면서 설명을 해주시더군요. 다른 모임에서는 주로 제가 설명하고
게임하곤 했는데, 설명 들으면서 게임할 수 있으니까 무척 좋더군요. 크핫핫~. 에러플레이라며 욕먹지 않아도 되구요.
게임의 배경은 16세기, 네덜란드의 전성기입니다.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활동을 벌였던 그 시기 네덜란드답게, 게임판에는 세계 지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중앙에는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이 도식화 되어있고, 하단에는 상품별 획득상황표가 있습니다. 테두리에는 시대 연표가 그려져 있네요.
게임은 시대상황에 따라 진행하면서 마지막 시대에 도달하면 종료가 됩니다. 그 동안, 참가자들은 전 세계에 상회(商會)를 건설하고, 그곳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확보하여, 본국의 수도인 암스테르담에 창고를 건설합니다. 시대 상황 중간중간마다 이 세 가지, 즉 상회, 물량, 창고에 대해
수익 계산을 합니다. 이들은 모두 4구역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적절한 곳에서 1~2등을 차지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각 구역의 1~2등만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자기 차례가 되면, 카드를 한 장씩 뒤집습니다. 뒤집은 카드는 3개의 디스크에 올릴 수 있지요. 한 개는 본인이 가져가는 것이고, 한 개는
버려지는 겁니다. (정말 쓰레기통에 버린다면 낭패!) 나머지 한 개가 운명의 경매에 부쳐집니다. 3장을 한꺼번에 뽑아서 배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약간의 뽑기 운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좋은 카드를 버려야 하고, 나쁜 카드를 자기가 가져가야 하는 상황도 생기니까요.
이 게임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경매입니다. 사실 다른 요소들이야, 간단한 카드게임에서도 구현 가능한 시스템들이지만, 이 경매는 바로 이 게임만이
가능한 것이거든요. 바로 역(逆)경매이기 때문입니다.
경매에는 여러가지 방식이 있고, 특히 라이너 크니지아(Reiner Knizia)의 경우 그러한 경매 방식을 게임에서 다양하게 구현하는데 아주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의 대표작 모던아트의 경우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경매 방식을 게임화한 작품으로서 현실경매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긴장감을 잘 표현한 수작(秀作)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경매 방식 가운데 역(逆)경매, 이른 바 네덜란드식
경매(Dutch auction)은 사실 게임으로 구현하기 힘듭니다. 정해진 시작가(價)에서 일정시간이 지나면 점점 가격이 떨어지다가, 최초의
입찰자가 그 당시의 가격에 구매하는 방식을 게임에서 구현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거죠. 하지만, 크니지아는 이 방식의 경매도 놓치기 싫어서인지,
독특한 기계를 통해 그려냈습니다. 이른 바 경매 시계(Auction clock)이라 불리는 태엽장치죠.
시계의 상판에 붙어있는 바늘은, 태엽을 감는 역할도 하고, 시계를 멈추는 스위치 역할도 합니다. 시계를 감고 스위치를 누르면, 시작가
20만부터 시작해서 차츰 가격이 떨어지고, 누군가 스위치를 누르면 멈춥니다. 바로 그 가격이 낙찰가가 되는 것이지요. 별 거 아닌 기계인데,
바늘이 떨어질 때면, 모두들 긴장하고 바라봅니다. 애써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 하지만, 시선은 항상 바늘에 고정되어 있지요. 누군가가 슬쩍 손을
시계 근처로 가져가면, 긴장하고 있던 다른 사람이 재빨리 먼저 시계를 누르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는데, 낙찰자는 생각보다 훨씬 높은 낙찰가에
눈물을 흘려야 하는 거지요.
사실 제가 그랬습니다. 처음 경매를 시작했는데, 약간의 의문점이 있어서, 잠시 정지를 외치며 시계를 눌렀더니, 모두가 입을 모아 낙찰되었다는군요.
무려 16만에 말이죠. 시작하자마자 어처구니 없이 소지금의 40%를 날렸으니…. 그래서, 한동안 몸을 사리고 있었는데, 누군가의 페인트 손동작에
농락당해 또 15만에 시계를 눌러버렸다지요. 결국 고액 대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쿨럭~
혹자는 시계를 누르는 척 하면서 시계 위에 손을 올려놓은 채로 잠시 기다려서 낙찰가를 떨구는 과감성을 보여서 모두의 입을 벌어지게 했고,
혹자는 “이 카드는 10만 이하 짜리군. 한참 기다려야겠네~”라며 언론 플레이를 하다가 14만에 본인이 누르는 차오차오 스타일로 게임을 진행해서
모두를 포복절도케 했지요. 낙찰 즈음에는 거의 할리갈리 스타일을 연상케 하는 민첩한 손동작들이 난무했는데, 사실은 민첩할수록 손해였다는 사실을
나중에 깨닫게 되지요. 어이없게 결정된 첫 낙찰가가 무려 16만이었기 때문에, 그보다 싸게 낙찰받으면, 이득을 봤다는 생각들을 했기 때문인데,
나중에 수익 계산을 하고 나면, 10만이라는 돈이 얼마나 벌기 힘든 것인지 절감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는 가장 느긋하게, 게임을 진행하신 전심님이 1등을 하셨고, 가장 시계에서 가까운 곳에 앉아있었던 제가 꼴등을 했습니다. 대부분
손동작이 민첩하셨던 분들이 저와 가까운 순위를 차지하시더군요. 핫핫핫~
이 게임에서의 경매 적정가는 모던아트처럼 비교적 쉽게 보이지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내가 구매한 것이 얼마의 가치로 돌아오는지 애매하기만
하지요. 덕분에 전략게임의 반열에 들지는 못하지만, 즐겁게 경매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꽤 괜찮은 선택일 것 같습니다. 파티게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웃고 떠들면서 게임을 할 수 있었지요.
가벼운 게임에 맛들인 덕분(?)에 모두들 가벼운 게임을 찾게 되었고, 펑님의 소개로 가벼운(!) 카드 게임을 이어서 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p.s. 앞으로도 언급할 게임이 4개나 남았습니다. 쿨럭~ 얼마나 더 써야 할까요? (현재 글자수가 7150개가 넘는군요.)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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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글을 쪼개실 거라면....음...
글 제목을 광주 아지트라 하는 것 보다는...게임의 제목을 적으시고 글 내용 처음에 광주...이렇게 하시는 것이 훨씬 좋을 듯 합니다만...; -
암튼....암스테르담...색다른 경험이였습니다...핫핫;
뭐라 할까....파티 경매 게임으로 제격일 것 같다는.. -
ㅋㅋ 다른 어떤 것보다도 얘깃거리가 많은 것은 그 경매에 관한 것이군요. ^^
언제쯤 제노아의 상인이 올라올까요? 그거 올라오면 덧붙일 것도 있고 한데. ㅎㅎ -
음냐... 저는 후기를 게임 리뷰를 겸하기 때문에 분량이 많이 늘어나네요. 뭐 모든 후기를 이렇게 적을 수는 없는 거고...^^; 좀 하다보면 겹치는 것들은 다른 후기들처럼 짧아지겠죠? ^^;
그래서 제목에 게임 이름을 같이 넣고 있습니다. 펑님의 보드여행기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나중에 검색을 위해서요. 핫핫~
그리고 두 분의 후기가 더 맛깔스럽고, 후기다운 글이니까 얼른 올려주세요. ^^; -
게임 제목을 앞으로 하시고 광주 아지트를 뒤로 붙이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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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상당히 유쾌한게임이지요~~예전에 여러번돌렸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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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재미있어서 좋은데요? ㅎㅎ 다음글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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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해본 기억으로는 경매 열심히 하는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이길 수가 없더군요.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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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구하셨군요..ㅋㅋ
축하드립니다.
재밌게 노셨습니다. 다 해보고 싶었던 게임이었는데.
아쉽습니다.^^:;
다음에 게임 같이하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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