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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모임게시판 A La Carte의 요리 설명
  • 2010-02-02 18: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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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2 Equinox
Karl Heinz Schmiel의 본격 요리 게임인 A La Carte입니다.

묵직한 정치게임인 Die Macher, 기발한 트릭테이킹 게임인 Was Sticht?의 디자이너인지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막상 게임은 시끌벅적한 파티게임이네요.

게임의 목적은 요리 잘하기, 내 요리도 잘 해야 하지만, 상대방의 요리도 잘 망쳐야(?) 합니다. 긱에서는 Action/Dexterity의 범주에 넣은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손놀림이 매우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구성물이 아기자기하니 좋습니다. 보드게임을 처음 접하거나, 그동안 어떤 게임에도 흥미를 보이지 않던 분들조차도 한번에 사로잡을만한 구성물들입니다. 두어차례의 경험으로 미루어보건대, 여성분들은 예외없이 큰 흥미를 보이더군요.


A La Carte의 게임 속 구성물 (이하 모든 사진 출처는 보드게임 긱)

양념을 쳤는데 안 나오거나, 너무 많이 나와서 요리를 망치는 경우, 또는 스토브가 과열되어서 요리가 몽땅 타버릴 때면 어김없이 폭소가 쏟아집니다만, 요리의 일러스트와 그 이름을 알게 되면 한층 더 재미있어지더군요. 언어유희와 패러디의 진수랄까요.

어제 칠레에서 온 유학생 부부와 이 게임을 하면서 박장대소를 했는데, 이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요리의 이름들 가운데 스페인어로 된 요리들의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였습니다. 물론 독일어와 프랑스어, 이태리어까지 함께 들어있으므로, 나중에 이들 나라에서 온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더 깨닫게 되겠지요.

제가 알게 된 요리의 이름이 가진 의미와 설명을 간략하게 남겨봅니다. 사진의 좌측 상단부터 오른쪽으로 진행합니다.


Recipes from easy to hard, ingredient side (2009 version) 출처: 보드게임 긱


Recipes from easy to hard - VP/picture side (2009 version) 출처: 보드게임 긱


1. Hamburger

익숙한 햄버거입니다. 하지만, Hamburger라는 말에는 독일 제2의 도시인 함부르크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는 뜻도 있지요. 햄버거지만, 사람 얼굴처럼 그려진 일러스트가 이런 중의적인 표현입니다.

2. Eau pour le cafe a la Bocuse

불어입니다. 직역하면 Bocuse의 커피 끓일 물이 되는군요. Bocuse가 누군지 궁금해서 찾아본 결과, 프랑스의 유명한 요리사네요. 커피도 아니고, 겨우 커피 끓일 뜨거운 물인지라, 레시피는 아주 간단합니다. 양념칠 것도 없고, 그저 스토브만 최대치인 7로 올리면 되는거죠.

아마도 별 것 아닌데도 유명 요리사의 이름을 걸치면 값이 올라가는 등 요리의 대접이 달라지는 상황을 비꼬는 것 같습니다만, 확실하지는 않네요. 나중에 프랑스 출신 유학생을 만나면 물어봐야겠습니다.

3. Fish & Chips

말 그대로 생선과 칩(감자칩)이군요. 레스토랑에 가서 피쉬 앤 칩스를 주문했는데, 저렇게 나오면 꽤나 황당할 겁니다. 하하~

4. Nilpferd in Burgunder

독어입니다. 부르고뉴의 하마라고 번역할 수 있겠네요. 의역하면 부르고뉴 포도주에 잠긴 하마 정도가 될까요? 일러스트로도 짐작할 수가 있겠지요? 귀에 물, 아니 포도주가 들어갈까봐 귀마개까지 하고 있습니다.

5. Coq au Vin

불어입니다. 우리에게도 어느정도 알려진 꼬꼬뱅이라는 요리네요. 닭고기를 포도주에 절여서 하는 요리라는데, 일러스트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닭이 포도주를 잔뜩 마시고 취해있네요. 하하~

6. Ochsenschwanz natüre

움라우트로 짐작하시겠지만, 독어입니다. 자연산 소꼬리라고 번역할 수 있겠군요. 접시 위에 그냥 저렇게 소꼬리만 하나 달랑 얹어서 식탁에 올려놓는 모습. 상상만으로도 폭소가 터집니다.

7. Pretzel vs. Weißwurst

독어입니다. 우리말로 마땅한 역어가 없어서 외래어를 써야겠네요. 프레첼 대 (하얀) 소시지. 프레첼의 기묘한 모양이 소시지랑 레슬링 한 판 하는 것처럼 보이네요. 실제 독일에서는 종종 저 두 가지를 끼니로 먹곤 합니다. 물론 일러스트처럼 엮어서(?) 먹지는 않지만...

8. Bouillabaisse fraiche

불어입니다. 신선한 부야베스라고 하네요. 부야베스란 생선·조개류에 향료를 넣어 찐 요리로서, 마르세유의 명물이랍니다. 너무 신선해서 생선들이 살아서 뛰어놀고 있습니다. 이렇게 신선한 요리를 위해서는 절대 스토브를 켜면 안되겠지요? 스토브에 열이 한 칸이라도 더해지면 바로 망치는 요리입니다. 하핫~

9. Tarte Flambee

불어입니다. 타르트 플랑베라는 고유명사네요. 위키백과의 설명을 보면 일러스트가 이해가 갑니다.
특히 토핑으로 얇게 썰은 사과조각을 얹은 타르트 플랑베를 식탁에서 직접 칼바도스와 같은 약간의 술을 뿌린 후, 불을 붙였을 때 타오르는 불꽃을 보는 재미 또한 타르트 플랑베의 맛을 한 층 더 해주기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불이 좀 과하게 붙은 것 같습니다만...

10. Calmar à la Marseillaise

불어입니다. 마르세유의 오징어요리네요. 국적 헷갈릴까봐 접시에 올라와서도 국기를 잡아주는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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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이쯤 되면, 글 읽고 스크롤 올리고, 다시 스크롤 내려서 글 읽느라 정신이 없으실 겁니다. 근성의 블로거라면 이미지를 하나씩 조각내서 숫자마다 붙여주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겠지만, 저에게 설마 그걸 기대하시진 않으시겠지요? 그래서 이미지 한번 더 붙여넣기 하겠습니다. Can't Stop의 중간 기지 정도가 될까요? 핫핫~




다시 소개로 돌아가서...

11. Leberkäs Hawaii

아주 배꼽잡고 웃었던 작명입니다. 하와이의 레베카(여성이름) 정도로 번역하면 되겠습니다만, 레베카는 사실 독일어인 Leber와 Käse의 합성어입니다. Leber는 간(肝)을 의미하는데, 얇은 햄(Schinken)이나 소시지(Wurst)를 만들 때 자주 쓰입니다. 그리고 Käse는 치즈를 의미하고요. 이제 일러스트를 보세요. 어제 함께 게임했던 이들은 이걸 보고 모두 포복절도했습니다.

12. Weißwürste Süß-sauer

독어입니다. 역시 폭소를 자아냈던 일러스트였습니다. 영어로 Sweet and Sauer에 해당하는 Süß-sauer는, 아시아 요리에 자주 사용되는 달콤새콤한 소스입니다. 탕수육 소스와 비슷하다고 보면 될까요. WeißWürste는 흰색 소시지들(복수)입니다. 이름만으로는 Süß-sauer가 가미된 소시지들이어야 하는데, 일러스트에는 각설탕과 레몬을 각각 끼운 소시지들이 접시 위에 놓여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한 것이죠. 고정관념을 깨는 유쾌한 레시피입니다.

13. Mouse au Chocolate

이것도 아주 웃기는 작명이죠? 우리가 흔히 무스 쵸콜릿이라고 부르는 요리(?)를 마우스(쥐)로 바꿔놨습니다. 이제 일러스트를 보세요. 쵸콜릿에 빠진 쥐가 접시 위에 놓여있지요? 기발한 언어유희입니다.

14. Calzone Capone

칼초네란 치즈·햄을 넣어 피자 반죽을 하여 튀긴 다음에 구운 파이라는군요. 그런데, 카포네의 칼초네입니다. 여기서의 카포네는 알 카포네, 즉 마피아입니다. 이런 요리가 식탁 위에 올라오면 꽤나 놀라겠네요. 하핫~

15. Bückling mit Ei im Spinatmantel

독어입니다. 직역하면 시금치 외투를 입은 생선과 계란이 되겠군요. 실제로 존재하는 요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일러스트처럼 진짜로 시금치로 만든 외투를 입고 주머니에 계란을 꽂은 생선의 모습은 아니겠지요. 구글을 찾아보니 Spinatmantel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요리가 있긴 하군요.

http://www.ahgz.de/news/pages/pics/show/200_008_135121_deutschkoch.jpg

16. Saure Zipfel in Sahnesauce

독어입니다. Saure는 시큼하다(Säure가 산(acid)을 뜻함)는 의미이고, Zipfel은 소시지 꼬리(매듭)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Sahnesauce는 크림 소스니까, 번역하면 크림소스 속의 시큼한 소시지꼬리가 되겠네요. 묘하지만, 해당하는 요리가 있습니다.

http://www.topfkucker.de/images/recipe25.jpg

하지만, 일러스트는 정말 문자 그대로 크림 소스 속에 빠져있는 소시지 꼬리들입니다. 저 꼬리들의 형태가 산봉우리(Gipfel)처럼 보이는 것도 약간의 언어유희가 들어있는 걸까요?

17. Breakfast Fidel

피델의 아침식사입니다. 여기서 피델은, 쿠바의 정치가이며, 시가의 애호가로 유명한 피델 카스트로지요. 그의 아침 식사에는 큼지막한 시가가 불이 붙은 채 접시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레시피의 조리법에는 양념이 없이 오직 스토브의 불만 최대치로 올리면 된다고 되어있습니다. 커피물도 끓이고 담뱃불도 스토브로 붙이나 봅니다.

18. Spaghetti al Rabiata

스페인어를 쓰는 칠레 출신 유학생의 설명 덕분에 포복절도했던 요리입니다. 본래 Spaghetti all'arrabiata, 즉 아라비아 스타일의 스파게티에서, 유사한 발음인 al Rabiata로 살짝 바꿨습니다. Rabiata는 스페인어로 분노라는 뜻이라네요. 즉, 분노의 스파게티가 되는 것이지요. 일러스트를 좀 보세요.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면발 위의 붉은 액체는 도끼 맞아 흐르는 피일까요, 토마토 소스일까요? 처음 유럽에 토마토가 전래될 당시, 피와 같은 붉은 색이라 하여 기피의 대상이었다는 사실과 묘하게 오버랩되는군요. 하여튼 유쾌한 레시피입니다.

19. Rabbit Royal in Rice

쌀(밥) 위의 왕족 토끼군요.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일러스트입니다. 왕족 토끼답게 붉은 색 망토와 파슬리로 보이는 왕관도 쓰고 있습니다. 귀하신 몸이니 당근도 하나 물려드려야지요.

20. Elefantenrüssel an Blattspinat frisiert

독어입니다. 직역하면 이발(미용)한 잎사귀달린 시금치와 코끼리 코가 되겠군요. 사전을 찾아보니, elefant frisiert sein이라는 용례가 나옵니다. 코끼리 헤어스타일로 하다라는 뜻으로, 자주 쓰이는 표현인 모양입니다.
그리고 일러스트도 문자 그대로 그려놓았습니다. 아까 소꼬리만큼이나 황당한 요리입니다. 대신 재료는 많이 들어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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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다시 한번 참고 그림 붙여넣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파악한 요리들의 의미를 대충 적어보았습니다. 게임 하면서 알고나면 더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 적고 나니 그다지 많이 알고 있는 것도 아니었네요.

p.s. 글을 다 쓰고 보니 이미 보드게임긱에 요리 이름에 대한 해석들이 올라와 있군요. 역시 긱.... 아~ 허탈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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