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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왕 (King Of History) 은 국내사 비져너리의 게임으로, 캣 앤 피쉬, 캐터필러 등으로 알려진 이동훈님의 첫 작품입니다. 2005년 에쎈에도 출품되었죠. 애니메이션 포스터 같은 박스가 인상적입니다.






게임 내용물은 카드와 마커, 보드 뿐으로 단촐한 편입니다. 역시 애니메이션 풍인 일러스트가 흥미롭습니다. 보드는 튼튼하고 아트웍이 훌륭합니다.




게임은 일단 각자 도읍을 정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각자 도읍을 정해 마커를 올리고 선이 성벽을 원하는 곳에 놓습니다. 게임은 길을 따라 자신의 성 마커를 놓으며 진행되는데 성벽을 넘어서 성을 확장할 수는 없습니다.



본격적인 게임은 여러 라운드로 구성되는데, 각 라운드는 한번의 카드게임입니다. 카드를 잘 섞어 각 플레이어에게 7장씩 나누어주고 바닥에 6장의 카드를 폅니다.




선부터 손에서 바닥에 놓인 카드와 숫자가 같은 것을 내려놓습니다. 꼭 그럴 필요는 없고 다른 카드를 내도 좋습니다.



그리고 덱에서 카드를 한 장 뽑는데, 만일 그것이 바닥에 있는 카드와 숫자가 같은 것이라면 힘차게 겹쳐놓고 자기 앞으로 가져옵니다.

어째 익숙하다구요? 예, 그렇습니다. 이 게임은 고스톱과 주요 시스템이 거의 동일합니다!



받은 카드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왕은 3장부터 3점, 영웅과 위인은 5장부터 1점, 학자와 장수, 시조도 5장부터 1점, 나머지 역사 카드가 10장부터 1점입니다. 왕이 광, 영웅과 위인이 열끗이고 학자, 시조, 장수가 띠, 역사가 피인 것입니다. 장수나 학자, 시조를 모두 모으면 3점을 얻는 것도 홍단 청단 초단과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어째서인지 경순왕이 비광입니다.



고스톱과 마찬가지 방법으로 나는데, 역사왕에서는 점수의 교환 대신 난 점수에 따라 성을 확장하게 됩니다. 3~5점으로 나면 1개, 6~8점으로 나면 2개, 9~11점으로 나면 3개, 12점 이상으로 나면 4개를 짓는 식이죠. 그리고 고를 선언할 때마다 무조건 보너스 1점을 받습니다. 그리고 독박 대신 복병이 있는데, 이것은 고를 선언하고 자신이 나지 못했을 경우 난 상대에게 성을 하나 빼앗기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진행해서 성 하나가 승점 1점이 됩니다. 게임은 인원별로 2인일 때 승점 12점, 3인일 때 10점, 4인일 때 9점을 낸 사람의 승리로 끝납니다.

그리고 이벤트 카드라는 것이 있어서 해외에 성을 지을 때 얻게 되는데, 여기에는 신기한 것들이 많습니다.

더블 찬스는 가지고있다가 게임 전에 제시해서 흔들기를 선언할 수 있는 것이고(승리시 점수 2배), 캐슬 체인지는 다른 플레이어와 성 하나를 교환, 농민의 난은 자신의 성 하나가 부서지는 것이고, 성벽은 보드 위의 성벽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유물은 하나당 승점 1점으로 계산하고, 나무 방패와 쇠 방패는 각각 피박과 광박을 막아줍니다.


그밖에 유의할 점으로 칼 두개가 교차되어있는 것들은 쌍피입니다. 연개소문은 어쩐지 쌍피죠. 게임을 해보면 연개소문이 좋아지고 경순왕이 싫어집니다. 담징은 학자로 분류되어 있는데 묘한 색기가 흐르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게이 같아서 난감합니다.


그리고 낙랑공주와 호동왕자는 조커처럼 쓰거나 남의 장수를 하나 훔치는데 쓸 수도 있습니다.



게임 방식에 대해서는 더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요. 어쨌든 시스템 자체도 익숙하고 아트웍도 훌륭하고 흠잡을 데는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직접 해보니 몇가지 문제가 보였습니다.

일단 카드의 색이 정신 사나워서 뭘 어떻게 모아놓아야 하는지 직관적이지 않습니다. 쌍피는 쌍피라는 표시가 있는 것처럼 왕은 왕끼리 영웅과 위인은 영웅과 위인끼리 색깔이 같거나 같이 모으라는 문양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삼국에 따라 색이 나뉘어 잘 알 수가 없더군요. 이 색깔 분할이 게임 중 어떤 효과를 발휘한다면 또 모르겠는데,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어서 그저 시각적인 혼란 요소일 뿐이었습니다. 역사 공부하자고 하는 게임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미묘하게 다른 룰도 상당히 거슬리는 점이었습니다. 뻑은 있지만 자뻑도 없고 2연뻑도 없습니다. 첫뻑과 3연뻑은 있군요. 그리고 멍따도 없고 나가리 2배도 없습니다. 허당도 없어요. 고도리도 없습니다. 총통은 어째 "대한민국"이라는, 상당히 배경시대착오적인 이름으로 들어가 있군요. 게다가 4인이 가능한 게임이라고 되어있기는 한데 광팔이도 왕팔이도 없습니다. 선의 왼쪽 플레이어는 무조건 게임에서 빠지고 이번 라운드에 이길 것 같은 사람을 찍어야 합니다. 찍어서 맞추면 성 하나 짓는 거고 틀리면 그냥 틀린겁니다. 고스톱 한 판이 짧으니까 그리 오래 기다릴 것 같지는 않지만, 한 명이 계속 3점으로 나버리면 그 왼쪽 플레이어는 찍기만 하고 응원만 해야 합니다. 찍어서 점수가 늘어나면 나쁠 거야 없지만 누구나 자기가 무엇을 열심히 한 결과를 얻었을 때 보람을 얻는 것이라 이게 반복되면 한명이 끔찍하게 지루해지더군요.

심지어 게임이 길기까지 합니다. 3인 게임 기준으로 승점 10점을 내야 하는데 이건 한명이 3점으로 9번은 나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5점으로 9번 나도 똑같아요. 3점에서 투 고해야 7점으로 날 수 있고, 그래야 한번에 성을 둘 짓습니다. 그런데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점수가 올라가기만 하는 것도 아니라 몇 라운드를 할 지 기약이 없습니다. 지도에 성을 확장하는 승점 방식은 괜찮은데 성을 지을 수 있는 지역 수를 늘려서 1점에 성 1개씩을 지을 수 있게 하거나 성을 짓지 못하고 남은 점수는 이벤트 카드로 받는 편이 손해보는 느낌 없이 빠르고 재미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역사왕은 한국인이 가장 대중적으로 하는 게임인 고스톱에 역사와 약간의 워게임적 요소를 접목해서 보드게임을 대중화하고 한국을 외국에 알리고자 하는 의도 자체는 몹시 훌륭했지만 마무리가 좀 모자랐던 셈입니다. 그래도 몇가지 하우스 룰만 적용하면 고스톱을 사행성 없이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서 좋은 게임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