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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stra City - 부담없는 배신과 유쾌한 보복



Cosa Nostra는 이탈리아 시칠리 섬에서 발흥한 폭력조직 ‘마피아’의 다른 명칭입니다. 게임 제목 Nostra City는 마피아가 활개치던 90년대의 뉴욕을 뜻하며,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이 곳을 배경으로 조직의 일원이 되어 서로의 등에 칼을 꼽는 재미를 즐기게 됩니다.




배경



“조직의 큰 형님이 체포당했다! 형님은 금품 강탈부터 살인교사까지 246건의 크고 작은 범죄에 기소됐다. 6개월 후에 있을 최종 공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지 못한다면 남은 생애를 하루 23시간 씩 지하 감방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 뭐 한 시간 정도는 햇볕을 쐬어 주긴 하겠지…”


“큰 형님이 말씀하셨다. 자길 무죄선고 받게 해준다면 가장 공이 큰 아우에게 조직을 물려주겠다고. 남은 6개월 동안 우리는 합심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큰 형님을 빼내야 한다. 판사를 매수하고 증인을 회유하고… 헌데 우리는 서로를 믿을 수 있을까. 왠지 조직 속에 FBI 끄나풀이 있는 것 같다…”




게임 속에서 우리는…



모든 플레이어는 한 조직의 (가)족같은 일원입니다. 서로의 나와바리를 쏘다니며 수금을 하고 수금한 돈을 모두 사이좋게 나누지요. 또한 정기적으로 단합대회를 열어 새로 흡수한 똘마니와 구역을 공평하게 나눠 세를 뿔리게 됩니다. 꼭 신경써야 할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 큰 형님의 무사 귀환을 위해 뇌물을 먹이는 일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헌데 조직일이라는게 뭐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지요. 수금을 하다보면 짭새가 뜨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냄새 맡고 돌아다니는 형사 놈들한테 뇌물도 먹여야 합니다. 그런가하면 같은 식구라는 놈들이 돈 몇 푼에 뻑하면 뒤통수를 치질 않나, 보복한답시고 칼 침을 놓질 않나… 최악은 FBI 끄나풀로 영원히 배신 때려 버리는 놈도 생긴다는 겁니다. 역시 믿을 건 현란한 개인기로 충성을 다하는 똘마니들 뿐이지요. 똘마니마다 특수 능력이 있어 적시에 일을 시키면 덤으로 이득을 가져다 줍니다. 뭐 그 놈들도 때로 코 꿰서 딴 놈 따라 가버리기도 하지만...




시스템을 조금 자세히 보면…




게임은 6개월 동안 진행되며, 매 달 4개의 페이즈를 거치게 됩니다.


- 첫 번째 페이즈는 자신의 나와바리에서 수금을 하여 돈을 모으는 단계입니다. 수금은 세 가지의 이권(매춘, 도박, 마약) 또는 구역에 대해서 할 수 있습니다. 내 나와바리 카드의 마약쟁이한테서 돈을 뜯어오라 시키면 모든 플레이어의 나와바리 카드 중 마약이 그려진 카드 숫자와 같은 장 수의 돈을 더미에서 가져오지요. 그럼 우린 패밀리기 때문에 마약 나와바리 가진 사람들끼리 공평하게 한 장씩 나눠가져야 합니다. 당연히 큰 액수는 자신이 갖고 잔돈을 나눠주겠지만, 때로 돈이 탐나면 그냥 갖고 뒤통수 한 번 쳐주면 됩니다.




- 두 번째 페이즈에선 단합대회를 열어 새로 흡수한 똘마니와 구역카드를 나누게 됩니다. 진행은 블라인드 경매를 통해 이루어지며 역시나 한 곳에 돈을 걸기 위해선 똘마니 한 놈을 써야 하지요.





- 세 번째로 큰 형님을 위해 뇌물을 먹이는 일을 합니다. 똘마니 한 놈을 시켜 뇌물을 배달해야하는데, 돈의 액수는 중요치 않고 액수 옆에 표기된 점수가 중요합니다. 플러스(무죄)와 마이너스(유죄) 돈이 있어 자신의 정체에 맞춰 내게 됩니다.






- 이 모든 일[액션]들은 데리고 있는 똘마니를 시켜 하나씩 수행하는데요, 네 번째 정리 페이즈에선 똘마니를 쉬게하여 다음 달을 대비하게 됩니다.







어색한 협력의 테마 어색한 협력의 시스템



이 게임은 나름 협력 게임을 표방합니다. 게임의 시작시에 플레이어들은 큰형님의 무죄판결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기에 매 라운드 뇌물을 먹이기 위해 노력하지요. 하지만 플레이어간 협력의 모습이 두드러지게 드러나진 않습니다. 일반적인 협력게임에서는 시시각각 게임을 끝낼듯한 위험이 터지기 마련이고 이에 대처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협력을 하게 되는데, 이 게임에서는 막연히 마지막을 위해 적금들 듯 뇌물을 먹이는 지라 뭐 그리 협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지 않습니다. 또한 게임중 FBI끄나풀 카드를 뽑게 되면 목적 자체가 바뀌어 버리기 때문에 더더욱이나 적극적으로 협력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일부 한국 영화에서 보여지는 모습과 달리 실제로 조폭은 무척이나 의리없는 집단이라고 하는데요, 그들이 보여줄 법한 어색한 협력의 모습이 이 게임에 재현된 듯 합니다.





이 ‘어색한 협력 시스템’은 결과적으로 FBI끄나풀 카드를 뽑지 않은 이상 승리하기 어렵게 만드는 헛점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이 게임의 재미는 등수를 위한 경쟁이 아닌 다른 곳에 있습니다.




흥미로운 테마, 다양한 재미



이 게임에서 우리는 암흑가의 일원이 되어 마음속의 나쁜 본능을 오락적으로 해소하게 됩니다. 얼핏 생각하면 몇몇 협상게임에서 마냥 게임 후에 기분이 나빠지는 류의 게임이 아닌가 걱정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게임은 매우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서로의 등에 칼을 꼽는 이 게임이 화기애애할 수 있는 이유는, 룰 자체가 서로를 심하게 견제하거나 남의 배신이 자신에게 큰 손해를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누군가로부터 뒤통수를 얻어맞으면 보복 카드를 얻게 되는데, 이 보복카드가 액션과 무관하게 쓸 수 있는 특수 능력을 갖고 있어 제발 칼부림 좀 해달라고 사정하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삽으로 묻어 버...>


웃으면서 서로의 등에 칼을 꼽는 분위기 외에,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이나 이벤트로 인한 재미도 있습니다. 게임은 6개월(라운드)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진행되고 거의 매 라운드 룰이 추가되거나 상황이 바뀌게 됩니다. 조직의 넘버 1, 2, 3를 뽑아 서열을 정비한다거나, 두 번에 걸친 공판을 진행한다거나,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치는 형사들이 등장해서 판세를 바꾸기도 합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FBI끄나풀로 엮이기기도 하지요. 짧은 플레이 시간동안 벌어지는 이런 소소한 다양성은 게임의 지루함을 덜어줍니다.




<서열 넘버 1, 2, 3>




깔끔한 아트웍

이 게임은 코팅된 책 형태의 박스에 담겨 있습니다. 책장을 열듯 열어보면 멋진 일러스트의 카드와 깔끔한 보드판이 나옵니다. 언뜻 어떤 출판사 이름 하나가 떠오르고 비록 박스에는 쓰여 있지 않지만 디자인한 곳을 쫓아가보면 역시나 Asmodee 입니다.






게임의 아트웍은 Nicolas Fructus라는 사람이 디자인했는데 Arcana의 아트웍 담당자 중 한명이라는 것 외에 특별히 많은 작품에 참여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보여준 퀄리티는 매우 높아 아트웍만으로도 소장하고픈 충동을 줍니다.

보드는 세련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디자인 되어 있고 카드 한 장 한 장의 그림은 이 게임의 테마를 물씬 느끼게 해주는 분위기를 풍깁니다.
















누구를 위한 게임인가…?

이 게임은 호불호가 갈리는 게임으로 보이고, 이는 취향 때문이라기 보다는 함께한 멤버들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어울리는지에 의해 결정될 듯 합니다. 어떤 게임은 시스템 자체가 멤버들의 참여(수다)를 자연스레 유발하는 게임이 있는 가하면 억지로 참여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게임도 있습니다. 이 참여 유도성이라는 면에서 이 게임은 비교적 자연스럽게 멍석을 깔아줍니다.

즐거운 사람들끼리 만나 테마에 젖어 실컷 떠들며 플레이 했다면 다시 한 번 꺼내들고픈 게임이 될 것이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 입 꾹 다물고 등수 재며 플레이 한다면 시스템의 단점이 크게 보이는 게임이 되겠지요. 이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려면, 친근한 플레이어들을 모아야 하는 것에 덧붙여, 처음 룰 설명시에 어떻게 재미있게 테마를 소개하느냐를 고민해 봐야할 것입니다.


어쨌거나 PC게임에 대해 보드게임이 갖는 독자적인 재미는, 서로 친분을 터가며 즐기는 대면놀이라는 점에서 나온다는 것을 상기해 볼 때, 이 부담없는 배신과 유쾌한 보복의 게임은 분명 지나치기 힘든 검은 유혹이 될 것입니다.




※ 사진 출처: boardgame geek

※ 13세 이상/3~5인/60분 (3인도 가능하나 다수 인원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