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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모임게시판 [보드게임리뷰]툼: 크립트마스터 Tomb: Cryptmaster =영어와의 전투
  • 2010-07-21 14: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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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93

Lv.1 메모선장
Tomb: Cryptmaster
(파티를 모집해서 몬스터를 죽이고 가진 것을 빼앗으라는데, 말 그대로의 게임이다)

툼: 크립트마스터는 AEG의 게임으로 툼의 확장팩인 동시에 별도로 게임을 할 수 있는 패키지다. 판타지와 던젼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전작의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모 쇼핑몰에 입고되어 바로 구매했다.

(구성물은 대단히 풍성하고, 그래서 공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내용물은 굉장히 풍성하고 묵직하다. 300여장의 카드와 수십장의 캐릭터 타일, 그리고 스물 한개의 10면체 주사위가 포함되어있다. 보드는 양면으로, 한 쪽이 좀 쉽고, 다른 한쪽이 어렵다.
게임은 컴퓨터 게임 "디아블로1"처럼 여관과 던젼을 오가면서 탐험을 하고 많은 경험치를 모으는 것이 목적인데, 상당히 간략화되어서 아이템을 사고 파는 것조차 생략되어있다. 여관에서 게임을 시작해서 파티를 모집하고, 적당히 여관에 굴러다니는 아이템과 마법들을 주워모은 뒤에 던젼으로 떠나는 것이다. 대체 어느 동네 여관에 수십개의 무기와 마법을 보유하고 모험가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할 수가 있느냐고 따지면 끝이 없지만, 순수하게 던젼 탐험을 즐기는 게임으로서 화폐가 없다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은 일이다. 화폐가 들어간다면 아마도 잘 나가는 모험가가 좋은 아이템을 단숨에 사서 다른 플레이어가 절대 이길 수 없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실 모험가들은 여관 방에서 공짜로 무기를 주워가는 게 아니라, 한 턴동안 열심히 그릇을 닦고 바닥을 청소한 뒤에 여관 주인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일당 대신 무기를 받아 가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낌없이 주는 여관. 주인장은 아마 던전마스터쯤 되는 모양이다)


(쉬운쪽의 모습. 보드에 놓는게 카드말고는 파티 말 뿐이라 주사위 굴리기가 좋다)

게임을 시작하면 각 플레이어들은 던젼 카드(여기서는 던젼을 "툼"이라고 한다)를 세 장씩 뽑아서 던젼의 각 방에 한 장 뒤집어 배치하고, 다시 한 장을 뽑는 식으로 던젼에 도사리는 위험과 보물을 준비한다. 따라서 "신경쇠약" 하듯이 자기가 놓은 카드를 잘만 기억하면 보물이 있는 방만 다닐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게임을 해보니 모든 능력치를 올려주는 보물을 숨겨놓고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홀라당 털어가는 경우가 발생했다.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지만 재미있는 시스템이다.
그 뒤에 각자 다섯 장씩 랜덤으로 캐릭터를 뽑아서 그 중 하나를 자신의 초기 캐릭터로 결정하고, 나머지를 여관에 놓는다. 게임 중 여관에서 이 캐릭터들을 고용할 수 있고, 캐릭터가 하나 죽을 때마다 새 캐릭터를 뽑아서 여관에 배치한다. 그리고 한 플레이어의 파티 최대 인원이 5명이므로 게임중에는 각 플레이어 최대 파티 정원만큼의 캐릭터가 존재하는 셈이다. 어떻게 보면 부스터 드랩같은 시스템이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다. 캐릭터마다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는데, 텍스트가 전부 영어라 한 명 한 명 캐릭터를 고용할 때 막대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었다. 게다가 제아무리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라도 게임 룰을 전부 숙지하고 있지 않으면 그 능력을 어떻게 쓰는 것인지 알 수가 없으므로 게임 하는 내내 질문이 난무했다. 많은 게임에 정통한 선배 한명이 있어서 망정이었지, 설명하는 것이 나 혼자였다면 한 시간만에 녹초가 되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캐릭터만큼은 한글화 해야 게임 시간도 줄이고 설명하는 수고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캐릭터든 몬스터든 뭐든 텍스트가 빼곡하다. 게임을 하면 영어 실력이 오르는 소리가 들릴 지경이다)


충분한 파티를 모집하고 장비도 갖춘 뒤에는 슬슬 던젼으로 간다. 그리고 방(여기선 크립트라고 한다)문을 벌컥 여는데, 그러면 방에 적혀있는 방향(L, R, LL, RR)의 플레이어가 그 크립트의 마스터가 되어 플레이어를 상대한다. 요컨대 게임 중 누구나 마스터가 되어 다른 플레이어를 방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굉장히 신선하고, 모든 플레이어가 담합해서 몬스터를 키우고 더 불러내는 "먼치킨"에 비해 합법적인 느낌이 든다. 물론 먼치킨의 방식이 불법적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좀 덜 억울한 기분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전투가 길어질 경우에는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영 할 일이 없어서 집중력이 쉽게 떨어졌다. (우리는 어제 뒷면을 플레이 했는데, 자기 턴이 아닌 플레이어들은 작정하고 책을 읽었다. 맙소사.)
그러나 이 게임에 이런 집중력 저하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먼치킨"에서 하듯이 남을 방해하는 "크립트 마스터"카드라는 것이 있어서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플레이어라도 전투 당 한 번 뿐이지만 남에게 치명타를 먹일 수 있고, "용병"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남의 파티에 잠시 끼어들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용병 제도가 아주 걸작인데, 원래 크립트 문을 열기 전에(크립트 하나를 탐험하는 것을 여기서는 "레이드"라고 한다) 다른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용병"으로서 캐릭터를 하나 제공받을 수 있다. 그리고 레이드가 끝나면 용병은 참여한 파티가 해결한 카드 한 장 당 경험치 1과, 그 파티의 아이템 한 장 또는 손패 두 장을 받는다. 그런데 캐릭터 중 "용병" 능력이 있는 녀석은 요청 받지도 않았는데 끼어들어서 보상을 받아갈 수 있는 것이다. "까짓거 내가 도와주지." "누구 덕에 이렇게 잘 싸웠는지 알지?" 하고 돈을 뜯어가는 불한당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용병은 싸우다 죽어도 살아서 원래 플레이어에게 돌아가고, 그 뒤에도 "내가 맞아줬잖아!"하고 보상을 뜯어가기 때문에 용병을 가진 플레이어는 빼먹지 않고 끼어들어야 하고, 당하는 플레이어는 버릴 카드를 따로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무려 세 명의 플레이어가 용병을 가지고 있어서 방 하나 털면 적금이 깨지는 사태가 벌어진 적도 있다. 너무나 무서운 일이라 하우스룰로 카드를 빼앗아가는 룰은 적용하지 않기로 했는데, 개발자 쪽에서는 파티원이 많으면 더 강한 몬스터도 잡을 수 있으니 윈윈이라고 생각했던게 아닌가 싶다. 내 생각에 카드를 빼앗는 룰만큼은 게임 진행을 느리게 만들 뿐이 아닌가 싶지만.
게임은 모든 크립트가 비거나(보스몬스터를 넣었다면 그 방을 뺀 나머지 크립트), 보스몬스터가 죽으면 끝나는데, 그때까지 게임은 대단히 흥미롭게 진행된다. 개인적으로 이 게임의 백미는 수많은 캐릭터와 장비, 마법을 조합하여 일격필살의 콤보를 만들고, 그것으로 보스를 잡는 것, 혹은 그런 플레이어를 파멸의 길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루즈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그때그때 달라서 긴장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이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끝까지 유지되지는 않아도 "저놈은 내가 파멸시킨다"는 오기가 유지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던젼 크라울링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해볼만한 게임이다.
하지만 이해하기 힘든 매뉴얼과 카드 텍스트만은 개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게임의 텍스트는 최대한 간결한 단문으로 이해하기 쉽게 쓰는 것"이 업계의 상식인데, AEG는 어쩐지 오기를 부리고 여기에 따르지 않는 듯하다. 용어 정의도 애매한 구석이 있다. 어느정도인가 하면, 개발자들이 D&D를 너무 열심히 한 탓인지 TN(TARGET NUMBER)이라고 자기들이 만든 용어를 쓰다 말고 카드 곳곳에 DC라는 D&D 용어를 쓰고 있을 지경이다. 어처구니가 없는 수준을 넘어서 우스운 일이다. 확실히 D&D가 대단하긴 대단한 모양이다.
(MT에서 플레이중인 모습. 가감없는 자랑사진이다)


어쨌든, 그래도 게임은 분명 재미있다. 어제는 내가 보스를 잡고 승리했는데,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마법으로 전투동안의 모든 주사위를 청색으로 만들어(이 게임에는 주사위가 세 종류 있는데, 녹색이 성공률 30%, 청색이 50%, 적색이 70%다) 보스는 약화시키고 파티는 강화시킨 뒤에 십수개의 주사위를 던져 보스를 쓰러뜨릴 때였다. 매직 더 개더링에서 흔히 느끼던 "콤보 쾌락"이다. 6명이 할 수 있는 게임 중에서 이런 게임이 흔한 것은 아니니 산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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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2010-07-21 16:35:09

    허억...이거 한 번 보고 군침만 흘렸는데..리뷰 잘 봤습니다. 마지막 사진은 정말 자랑 사진이시군요. 쿠쿠..
    • 2010-07-21 18:20:26

    마지막은 설정샷이죠? 에이, 설마
    • 2010-07-21 18:33:45

    가감이 없으려면 아녀자들 얼굴도 공개해야...=ㅅ=)a
    • 2010-07-21 20:21:01

    믿을 수 없음임... 결코 배아픈거임... 췟~
    • 2010-07-22 13:36:58

    아~ 뭘 해도 재밌겠다 저 맴버라면ㅋㅋ
    • Lv.1 pipip
    • 2010-07-23 17:15:38

    돌려보셧군요.. 하.. 저도 돌려봐야할텐데요 크..
    근데.. 마지막샷은.. 으음..
    으음....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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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 그동안 너무 초월번역이라고 띄워주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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