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무거운 게임 좀 해보고 싶은데 가벼운 게임만 하게 되네요. ㅎㅎ 보드게임도 줄을 잘 서야...

평소 보다 좀 일찍 가서 그런지 처음엔 사람들도 없고 한산 했습니다. 먼저 오신 2분이 매직 더 개더링을 하고 계시더군요. 잠시 후에 온 조금 중후하신 분들(죄송합니다 아이디를 몰라서)과 줄로레또를 했습니다. 컬레레또를 좋아해서 중고로 산건데 룰이 조금 더 복잡해진 수준이었습니다. 저는 영문으로 룰북만 읽어보고 다른 한분은 예전에 플레이만 해보고 해서 진행은 경험과 이론이 극적으로 조우하며 진행됐습니다(버벅됐다고 읽습니다). 평소엔 주로 초심자들과 하기 때문에 그림도 예쁘고 단순하면서도 약간의 딴지가 있는 이런 게임이 저에겐 좋습니다. 저는 마음에 들었는데 예전에 해보셨다는 분께서, 난 예전에 방출했지, 라는 의미 심장한 말씀을 하셨죠.

다음으로 새로 오신 젊은 한분과 더불어 4명이서 석기시대를 했습니다. 전 주에 해봐서 더 잘할 줄 알았는데 너무 인구만 늘리다 식량이 없어 앵벌이로 연명하다보니 게임이 끝났습니다. 그래도 나의 흥부가족들은 굶주리지 않고 즐겁게 사냥을 하면서 행복했을 것이라고 믿으며 위안을. 새로 오신분은 주사위빨이 안좋다고 막 한탄에 한탄을 하며 게임을 했음에도 점수가 저보다 매우 높았던걸 보면 인구만 늘리는건 상당한 낭비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의외로 좀 걸리는 점을 제외하면 덜컥 사고 싶을 정도로 좋은 게임.

그런 후에 어쩌다 6명이 되서 3명씩 쪼개지는 바람에 아까 오신 분과 다른 젊은 분(아이디 좀 물어보자 쫌!), 셋이서 도미니언을 했습니다. 인트리게를 하자고 열어보니 기본판과 인트리게 시사이드가 들어있더군요. 와, 드디어 인트리게 같은 것도 해보는 구나 싶었는데 왠걸 진행은 기본덱이었습니다ㅜ0ㅜ 6점짜리 카드가 8장 밖에 없어서 고민하다가 정원카드로 땜빵하면서 시작, 운이 없는건지 저는 카드가 이상하게 나와서 계속 삽질만 했습니다(마치 하나도 섞지 않은 듯한 느낌). 생각없이 사지르기만 하니까 효율이 나는 느낌도 들지 않고.. 흑흑

그 다음에 한 것은 라. 컴퓨터 인공지능들 하고만 몇번 해보고 인간 종족과 해본 것은 처음이었네요. 낮은 번호들로 무장하고 툭툭 쨉으로 끊어먹는 재미. 위기감을 느꼈는지 한 분이, 범람 타일 없으면 (강타일) 다 날아가는 거지요? 라고 물으며 룰 변형을 통한 타계 전법을 구사했지만 저는 몰라도 우기기 전법 맞섰습니다. 그 밖에도, 다들 매 라운드마다 단무지 점수 계산하는 걸로 알고 그렇게 했는데, 자꾸 마이너스 점수를 먹다보니 안되겠다 싶어서 룰 새로고침 신공으로 점수회복과 상대방의 전략을 흔들 수 있었습니다. 막바지에 이르러 마지막 라운드 종료까지 라 타일 한장이 남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경매를 마친 시점에서 저 혼자 타일을 까는데, 그 긴장감이란. 좀만 먹고 끝내야지 하며 타일을 까는데, 난대없이 재앙타일이 나오고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도박하는 사람이 망하는 수순인거 같은데, 라고 농담을 하며 타일을 하나하나 뒤집었습니다. 다행히도 하늘은 제 손을 들어주며 남은 타일들을 꿀꺽. 그날 처음으로 1등을 했네요.

그리고 저녁에는 친구를 만나야 해서 먼저 갔습니다. 다음 주에도 멋진 게임들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