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래서 문명, 문명하는 거였구나.

게임을 하는 동안 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끝내주게 재밌더군요. 감동적이었습니다.

한 시 좀 넘어서 행사장에 도착해 이미 게임 설명이 시작된 테이블 옆에서 도청 장치를 주섬주섬 꺼내 도청을 시작했습니다. 곧 게임 설명이 끝나고 게임 플레이가 시작되어 계속 지켜보다가 옆 테이블에서는 3인 플레이가 시작되는 듯해 자리를 옮겨 이쪽으로 도청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다 게임을 하고 있던 한 여자 분께서 루미큐브 대회에 참석해야 한다고 하셔서 얼결에 바통 터치를 하고 제가 그분의 플레이를 이어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 제가 하게 된 나라는 마오쩌둥이었다가 최근 측천무후로 바뀐 중국이었습니다.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아 이것저것 여쭈어 보며 게임을 계속해 나갔는데 – 앞에 앉은 분이 경험이 있어서 많이 알려주신 덕분에 게임을 좀 더 수월하고 즐겁게 할 수 있었습니다, 무척 감사했어요. – 금방 무엇을 해야 할지 팍팍 감이 잡히더군요. 다만 승리를 할 수 있는 루트가 다양해서 당장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데 그럴 수는 없고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데서 오는 즐거운 고통으로 가득 찬 게임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이 어떻게 하시나 까지 챙겨볼 여력은 없어서 다른 분들이 어떻게 하셨는지는 적지 못하겠네요. 제 코가 석자였으니까요. 하하. 저는 에러플 1g의 도움도 좀 빌어 문화 토큰을 풍요롭게 모아 문화 트랙을 신나게 재미나게 풍요롭게 달렸는데 무척 좋더군요.

그리고 듣던 대로 타임 워프. 시계를 보니 어느새 행사 폐장 여섯 시를 향해 시침과 분침이 쏜살 같이 달려가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더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어쩔 수 없이 게임을 접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제 앞에 앉으신 분의 기술 피라미드 완성이 거의 눈앞에 있었기 때문에 대충 끝은 본 셈. 네 시간쯤 걸린 듯합니다. 덕분에 [룬에이지] 한글판 프로토타입도 구경해 보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습니다만, 아쉬움은 없습니다. 정말 재밌었으니까요. PC판 [문명]도 기회가 되면 꼭 해보고 싶을 정도로요. 세 플레이어 모두 한 번도 다른 버전의 [문명]은 해본 적이 없어 다들 보드게임만 하셨냐며 웃었습니다.

같이 게임해주셨던 두 분, 그리고 제게 자리를 넘겨 주신 분, 그리고 게임 설명하느라 애써주신 다이브다이스 직원 두 분, 매우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끝으로 괜찮다면 제 모임 글 홍보하고 싶어 링크 살짝 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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