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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언 확장 이야기: 1.도미니언은 단점이 없는 게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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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7 02: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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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을 보면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몇몇 분들도 그런 것 같습니다만, 도미니언은 저에게 악마의 게임이었습니다. 티추와 카탄과 트랜스 아메리카를 간간히 즐기는 라이트한 보드게이머였던 저를 보드게임의 수렁에 빠뜨린 게임이기 때문이죠. 지금은 하루에 한 번씩 들리는 사이트가 된 BGG도 도미니언 전략을 찾아보다가 알게 된 것이며, 다른 보드게임을 구입하기 시작한 것도 BGG에서 도미니언보다 순위가 높은 게임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기 때문이었죠.
덱빌딩 게임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신 분들도 없지 않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도미니언의 재미와 완성도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듯이 도미니언은 확장을 추가하면 더욱 재미있어집니다. 확장을 추가하면 보관과 운반과 셋팅과 정리가 추가한 확장의 갯수만큼 더 힘들어집니다만, 확장을 추가하면 게임이 더욱 재미있어 진다는 것은 도미니언이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것과 같은 진리입니다.
다만, 확장을 추가하면 게임이 더 재미있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액션카드의 종류가 늘어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도미니언의 각기 다른 확장들은 분명한 컨셉을 가지고 잘 설계된 게임이며, 확장의 분명한 컨셉이 이전까지의 도미니언이 가지고 있었던 명백한 단점들을 확실하게 보완해주기 때문에 더 재미있어지는 것입니다.
도미니언의 확장들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아마도 연재의 형태를 취할 것 같습니다. 사실 도미니언의 확장은 나올 때마다 화제가 되었고, 도미니언의 각 확장에 어떠한 메커니즘이 도입되었고, 주요 카드가 무엇인지는 대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쓰는 글은 단순한 소감이나, 카드 소개, 시스템의 변화를 소개하는 글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도미니언에 확장을 추가함으로써 도미니언의 플레이 양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변화가 도미니언이 가지고 있던 단점을 어떻게 보완하는지에 대해서 쓰려고 합니다. 도미니언의 확장을 플레이하려고 생각하셨지만, 어떤 확장을 추가하는 것이 좋을지 몰라서 망설이셨던 분이나, 혹은 도미니언의 단점들 때문에 도미니언을 싫어하셨던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첫번째로 다루고 싶은 것은, 당연히 제일 처음 나온 도미니언: 인트리그입니다. 인트리그를 다룬 다음, 순서대로 시사이드, 알케미스트, 번영, 코르뉴코피아를 순서대로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확장판을 소개하기에 앞서, 먼저 다루고 싶은 내용은 도미니언의 단점입니다. 도미니언 본판의 단점을 먼저 정리하고 넘어가야 그 이후의 확장들이 도미니언의 게임 플레이 양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으며, 그러한 변화가 도미니언의 단점을 어떻게 보완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도미니언은 단점이 없는 게임인가?
도미니언 본 판의 문제 카드들.
Chapel: 2원, 핸드에 있는 카드를 최대 네 장까지 골라 제거할 수 있다.
Village: 3원, 카드 +1, 액션 +2
Festival: 5원, 코인 +2, 액션 +2, 구매 +1
Thief: 4원, 다른 플레이어의 핸드에서 카드 2장을 드로우 한다, 이 중 돈 카드 1장을 제거하거나 뺐어온다. 나머지 카드는 버린다.
얼마 전 다다 묻고 답하기 게시판에 재미있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도미니언이 과연 '질리는 것이 가능한' 게임이냐는 것이죠? 그런 질문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도미니언의 위엄을 보여주는 것이겠습니다만, 애석하게도 도미니언은 생각보다 쉽게 질리는 게임입니다. (저와 같은 경우는 온라인으로 100판 정도 하고 일단 본판에 좀 질렸습니다.) 사실 도미니언은 처음 접했을 때의 그 강렬한 인상과는 달리, 단점도 꽤 있는 게임입니다. 푸에르토리코와 같이 단점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게임과는 좀 달라요. 도미니언 본판의 단점은 대략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첫째, 도미니언은 콤보 구성이 생각보다 단순한 게임입니다.
도미니언은 25종의 액션 카드를 사용하는 게임입니다만, 그 25장이 모두 콤보를 이룰 수는 없습니다. 25장 중에서 콤보가 가능한 조합은 사실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유명한 Village + Smithy라든가, Festival + Library, Labortory + Labortory 혹은 문제의 Throne Room을 사용한 복불복 콤보 같은 것이 대표적이겠지요. 도미니언에서 콤보 구성이 어려운 이유는 게임 자체가 매 턴의 초기 자원을 카드 5장, 액션 1개, 구매 1개로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이 카드 5장, 액션 1개, 구매 1개를 다양한 액션 카드의 효과를 조합해서 늘려주는 것이 도미니언의 기본입니다. 이 중 구매가 상대적으로 효과가 덜한 옵션이라고 본다면, 결국 콤보라는 것은 단순합니다. 화려한 콤보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사용가능한 액션의 갯수를 늘리고, 다음으로 사용가능한 액션 카드의 숫자, 즉 카드의 숫자를 늘려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도미니언에서 콤보의 기본은 액션을 2이상 추가해주는 카드와 카드를 2장 이상 추가해주는 카드를 조합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문제는 분명한데요. 우선 액션을 늘려주는 카드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도미니언 본판의 카드에서 액션을 2이상 늘려주는 카드는 Village와 Festival 밖에 없으며 따라서 콤보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두 장의 카드가 일단 필요한 것입니다. Village + Smithy, Moat, Council room, Witch 혹은 Festival + Library, Smithy, Council room 등이 콤보의 기본입니다. 그 외 액션을 소모하지 않으며 카드를 기본으로 2장 늘려주는 Labortory + Labortory라는 단일 액션카드 콤보, Throne Room을 이용한 다양한 콤보 등이 가능하지만,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도미니언의 콤보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3인플 이상에서 Village가 섞여 있을 때 Village가 매진되지 않는 경우는 거의 드물 것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Village나 Festival이나 Throne Room이 게임에 없을 때 혹은 Village나 Festival이 있더라도 이와 Smithy, Council Room, Library가 없을 때 의외로 강력한 콤보를 짜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둘째, 때문에 많은 경우 액션 카드를 사는 것보다 돈을 사는 것이 이득입니다.
도미니언 본판에서 가장 강한 전략은 무엇일까요. 물론 Thief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고, 초반 Militia에도 대처가 쉽지 않다는 약점이 있는 등 상황에 따라서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Chapel을 활용한 전략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는 통계에서도 어느 정도 증명이 됩니다.
(http://boardgamegeek.com/thread/597851/opening-card-strength 참조, 본판의 카드 중 첫 턴에서 Chapel을 구입한 경우보다 승률이 높은 경우는 Witch를 구입한 경우 밖에 없습니다. 이건 그나마 확장을 포함한 상태에서의 게임 내용입니다. 확장을 포함하지 않는다면 Chapel의 승률은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더군다나 Chapel은 Witch 상대로도 매우 강력합니다.)
실제 승률이 높은 것도 있지만,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플레이어들이 Chapel을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Chapel은 강하면서도, 단순하고, 변수가 적기 때문입니다. 액션 카드를 중심으로 하는 콤보가 덱을 최적화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초반 드로우 운도 많이 작용하며, 그나마 Village 혹은 Festival이 없다면 시도조차 해볼 수 없는 것과는 반대로, Chapel을 이용하여 Copper와 Estate를 제거하고, Silver와 Gold 중심으로 덱을 만드는 것은 너무나도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전략입니다.
일단 Chapel의 강력함을 발견한 플레이어들은 이제 액션카드에 의존하는 플레이를 줄입니다. 그보다는 Chapel을 이용하여 저질 카드를 제거하고 비싼 돈을 구입하는 간단한 전략으로 연전연승을 거둡니다. Chapel이 없다면 Copper를 제거하면서 초반에 코인을 모을 수 있는 Moneylender를 사용한다거나, 초반에 Estate를 Silver나 더 좋은 카드로 바꿀 수 있는 Remodel을 사용한다거나, 다소 느리지만 꾸준하게 Copper를 제거할 수 있는 Mine을 사용하면서 덱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할 것입니다. 심지어는 Estate나 Copper를 없앨 수 있는 수단이 없을 때에도 몇몇 플레이어들은 Silver와 Gold를 구입하는데 혈안이 될지도 모릅니다.(그리고 이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패할 것입니다.) 이러한 전략, 덱의 Copper와 Estate를 제거하는 한편, 액션카드보다는 비싼 돈으로 승부하는 전략이 긱에서 유명한 'Big Money Strategy'입니다.
제 생각에 도미니언 본판을 단순하게, 그리고 또 질리도록 만드는 것은 바로 이 'Big Money Strategy'입니다. 이 전략이 단지 강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고, 이 전략이 단순하면서 강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이 전략을 사용하면서 플레이어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단지 하나입니다. 즉, 어느 타이밍에 승점 카드를 구입하기 시작할 것인지만 고민하면 됩니다. 대표적으로 Chapel을 사용한 전략은 매우 편합니다. Chapel로 Copper와 Estate를 무조건 제거하면서 돈 3원이 생기면 Silver를 사고 돈 6원이 생기면 Gold를 삽니다. 여유가 생기면 Smithy나 Council Room처럼 카드 드로우를 추가로 해주는 카드나, Market이나 Council Room 처럼 구매를 늘려주는 카드를 '1~2장' 구입합니다. 돈 8원이 생기면 그때부터 Province를 살지, 아니면 좀 더 참고 Gold를 더 모을지만 결정해주면 됩니다. Big Money Strategy에서는 도미니언의 최대 매력인 액션 카드의 참신한 조합을 생각할 여지 자체가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강하다는게 문제입니다.
셋째, 도미니언 본판은 플레이어 간의 상호작용이 거의 없거나 혹은 플레이어 간의 상호작용을 부추기는 카드가 매우 약합니다.
'Big Money Strategy'를 견제할 방법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이 전략은 기본적으로 덱의 효율을 극대화시킨 다음에 한 방에 승부를 보는 전략이기 때문에, 그 효율성을 낮추는 공격 카드를 사용하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도미니언 본판에서는 이러한 공격 카드가 매우 약하다는 것입니다. 아니 약하다기보다, 적어도 'Big Money Strategy'를 이기기에는 무리입니다.
Chapel을 이용한 덱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Thief입니다. 다만 Thief의 치명적인 단점은, 상대가 Gold를 사는 경우가 아니면, 거의 쓸모가 없다는 점입니다. Chapel을 이용한 플레이어는 Thief가 보이는 순간 덱 빌딩의 방향을 조금만 바꾸면 됩니다. 즉, Gold를 사지 않고 Silver만을 모으면서, 코인+를 해줄 수 있는 액션카드를 상당수 모으는 전략으로 전환한다면(이때 최상은 Chapel + Festival + Library입니다.) Thief는 거의 완벽하게 막힐 뿐더러, 오히려 다른 플레이어를 도와주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Thief는 상대의 카드 2장을 까서 돈 카드가 나오면 그 중 1장을 반드시 '제거'하거나 훔쳐와야 합니다. 이건 굉장히 운이 많이 작용하는 부분인데요. 만일 상대의 카드 2장을 깠는데, 승점 카드가 나온다거나 혹은 Copper만이 나오면 오히려 상대를 도와주는 카드가 되어버립니다. 따라서 누군가 Thief를 사는 것을 본다면 다른 플레이어들은 Gold만 안사면 그만입니다. Gold를 모으는 경우만 아니라면 다른 플레이어들은 Thief를 통하여 오히려 이득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위에 링크한 자료에서 Thief를 첫턴에서 구입하는 경우 승률의 비참함을 한 번 보세요.
Militia는 Chapel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공격 카드입니다. Militia는 Chapel이 초반에 많은 카드를 제거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Chapel의 초반 효율을 상당 부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상대가 손에 Chapel을 들고 있을 때에 Militia가 떠야 한다는 제약이 따릅니다. 특히 3-4턴에 상대가 손에 Chapel을 들고 있을 때 Militia를 쓸 수 있는지 없는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런 저런 운이 맞아 떨어진다고 해도, 최종적으로 Militia가 Chapel의 빠른 회전을 막아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장담을 하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특히 Moat나 Library가 있는 판이라면 Big Money Strategy를 사용하는 플레이어가 Moat나 Library를 1,2장 섞어주는 것만으로도 Militia는 힘을 잃을 것입니다. (애초에 Moat라면 모를까 Library가 있는 판이라면 Militia를 사는 건 손해보는 행동입니다.)
Witch는 첫턴 구입시 기대 승률이 Chapel보다 높은 몇 안되는 카드입니다. 일반적인 경우, 남보다 먼저 Witch를 구입해서 먼저 저주를 상대에게 먹일 수 있다면 그 판은 아마도 높은 확률로 이기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Witch와 Chapel이 같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상대가 Witch를 아예 배제한 플레이를 하면 모를까, 둘 다 Witch를 사용하게 되는 경우라면 아마도 승리는 Chapel과 Witch를 조합하면서 Chapel로 꾸준히 Curse를 제거하는 플레이어가 가져갈 것입니다. 즉, 불필요한 카드를 상대에게 먹임으로써 승리를 가져가려는 Witch는 불필요한 카드를 제거할 수 있는 Chapel에 상성상 약합니다.
초반 상대에게 효과적인 견제의 수단이 되는 동시에 덱에 Silver를 늘려주는 Bureaucrat와 같은 경우, Militia와 동일하면서도 좀 더 약합니다. Bureaucrat가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Chapel과 Estate가 같이 들고 있는 상황에서 Bureaucrat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Chapel 쪽에서 최종적으로 Estate를 모두 제거한 상황이라면 결국 Bureaucrat는 덱에 Silver를 추가하는 역할 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넷째, 따라서 도미니언의 전략은 의외로 단순한 편이다.
저는 도미니언 본판의 카드 밸런스가 매우 훌륭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전혀 달라지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Chapel, Festival, Witch, Labotory는 다른 카드들보다 표나게 좋은 경우에 해당합니다. 특히 Chapel은 문제의 카드입니다. Chapel 혹은 Moneylender, Mine, Remodel를 사용한 Big Money Strategy가 최강이며, 결코 이길 수 없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때에 따라서 Village + Smithy + Militia와 같은 단순한 콤보가 더욱 효과적일 때도 많고, Thief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 자체가 전혀 없어서 Big Money Strategy를 전혀 시도할 수 없는 경우도 생깁니다. 저는 상황에 따라 Big Money Strategy를 자주 시도하는 편입니다만,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Big Money Strategy를 시도하는 상대는 (특히 Chapel이 없는 경우) 또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Big Money Strategy를 상호작용에 중점을 둔 공격 카드 중심으로 이기기는 또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Big Money Strategy를 이기기 위해서는 Big Money Strategy보다 더욱 빠르게 덱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일종의 레이스입니다. 그리고 그 레이스를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카드는 Village/Festival + Smithy/Witch/Council Room/Library (추가로 + Militia) 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것입니다. 모든 셋팅에서 다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셋팅에서 '경쟁이 가능한 조합'은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이 점은 '레이스 포 더 갤럭시'를 도미니언보다 더 좋은 카드게임으로 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레이스 포 더 갤럭시'의 카드 조합은 도미니언보다 훨씬 유연하기 때문에 훨씬 다양합니다. 레이스 포 더 갤럭시는 매번 달라지는 핸드 상황 속에서 매번 다른 상이한 콤보를 만들어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반대로 이야기한다면 레이스 포 더 갤럭시에서 의사 결정(decision-making)은 도미니언보다 훨씬 더 어렵고, 바로 그 점이 레이스 포 더 갤럭시가 도미니언보다 더 '깊이' 있는 게임이라는 인상을 주는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그에 반해 도미니언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은 거의 둘 중 하나가 됩니다. Big Money Strategy를 가든가 아니면 Festival/Village + 추가 드로우를 해주는 카드를 조합하든가. 그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이 두 전략은 둘 다 덱의 효율을 극대화시킨다는 동일한 목표에 이루어지는 전략이며, 동시에 Big Money Strategy는 게임을 진행을 지극히 단순하게 만들고, Festival/Village에 근거한 조합은 턴을 진행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극적으로 늘림으로써 게임을 지극히 지루하게 만든다는 치명적 단점을 가집니다. (Garden + Woodcutter/Workshop의 조합이 있지만, 예외적인 경우에 속합니다.) 그리고 두 경우 모두 상대의 움직임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잉여에 가까운 Thief의 움직임을 제외한다면) '승점을 구입하는 타이밍'과 '남은 승점 카드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는 보드게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상호작용'을 극도로 제약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애초에 액션의 숫자가 기본 1회라는 점 때문에 이 게임은 콤보가 되는 카드의 조합이 의외로 명확히 정해져 있는 편입니다. 25종의 액션카드를 조합할 때 나오는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하다고 해봐야 대략 100판 정도 플레이한다면 (물론 100판 정도 플레이해야 질린다는 것도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만) 상황에 따른 정답의 도출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거의 모든 상황에서 플레이어는 자기 덱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에만 골몰할 것이고, 이는 게임을 단순하거나 아니면 지루하게 만들 것이고 여전히 플레이어들은 다른 플레이어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게임을 하게 될 것입니다.
도미니언은 단점이 없는 게임이 아닙니다. 도미니언의 메커니즘이 주는 참을 수 없는 중독성이 카드 밸런스 문제와 상호 작용 부족, 의사 선택의 단순함이라는 치명적인 단점들을 가려주는 게임인 것입니다. 당연히 도미니언은 전혀 질리지 않는 게임도 아닙니다.
하지만 도미니언의 이러한 단점은 확장을 추가하면 상당 부분 극복이 됩니다. 그리고 도미니언 본판에서 드러난 단점들을 가장 잘 메꿔주는 확장은 다름 아닌 '도미니언: 인트리그'입니다. 도미니언 인트리그는 이 점에서 완벽한 '첫번째' 확장입니다. 시사이드나 번영은 도미니언 본판의 단점을 메꾸어주지 않습니다. 시사이드나 번영은 도미니언 + 인트리그의 단점을 메꾸어주는 확장이기 때문입니다. 도미니언 본판의 확장으로 어떤 것을 넣을까 고민한다면, 주저없이 인트리그를 권하고 싶습니다. 인트리그는 도미니언 본판의 단점인 조합의 단순함과 의사결정의 평이함, 그리고 상호작용 부족이라는 문제를 상당 부분 메꾸어주는 확장입니다.
어째서 그럴까요. 이 점은 다음에 쓸 도미니언: 인트리그에 대한 글에서 설명하겠습니다. 다음에 쓸 글은 '도미니언:인트리그가 당신의 플레이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에 대한 글이 될 듯 합니다.
덱빌딩 게임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신 분들도 없지 않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도미니언의 재미와 완성도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듯이 도미니언은 확장을 추가하면 더욱 재미있어집니다. 확장을 추가하면 보관과 운반과 셋팅과 정리가 추가한 확장의 갯수만큼 더 힘들어집니다만, 확장을 추가하면 게임이 더욱 재미있어 진다는 것은 도미니언이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것과 같은 진리입니다.
다만, 확장을 추가하면 게임이 더 재미있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액션카드의 종류가 늘어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도미니언의 각기 다른 확장들은 분명한 컨셉을 가지고 잘 설계된 게임이며, 확장의 분명한 컨셉이 이전까지의 도미니언이 가지고 있었던 명백한 단점들을 확실하게 보완해주기 때문에 더 재미있어지는 것입니다.
도미니언의 확장들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아마도 연재의 형태를 취할 것 같습니다. 사실 도미니언의 확장은 나올 때마다 화제가 되었고, 도미니언의 각 확장에 어떠한 메커니즘이 도입되었고, 주요 카드가 무엇인지는 대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쓰는 글은 단순한 소감이나, 카드 소개, 시스템의 변화를 소개하는 글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도미니언에 확장을 추가함으로써 도미니언의 플레이 양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변화가 도미니언이 가지고 있던 단점을 어떻게 보완하는지에 대해서 쓰려고 합니다. 도미니언의 확장을 플레이하려고 생각하셨지만, 어떤 확장을 추가하는 것이 좋을지 몰라서 망설이셨던 분이나, 혹은 도미니언의 단점들 때문에 도미니언을 싫어하셨던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첫번째로 다루고 싶은 것은, 당연히 제일 처음 나온 도미니언: 인트리그입니다. 인트리그를 다룬 다음, 순서대로 시사이드, 알케미스트, 번영, 코르뉴코피아를 순서대로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확장판을 소개하기에 앞서, 먼저 다루고 싶은 내용은 도미니언의 단점입니다. 도미니언 본판의 단점을 먼저 정리하고 넘어가야 그 이후의 확장들이 도미니언의 게임 플레이 양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으며, 그러한 변화가 도미니언의 단점을 어떻게 보완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도미니언은 단점이 없는 게임인가?
도미니언 본 판의 문제 카드들.
Chapel: 2원, 핸드에 있는 카드를 최대 네 장까지 골라 제거할 수 있다.
Village: 3원, 카드 +1, 액션 +2
Festival: 5원, 코인 +2, 액션 +2, 구매 +1
Thief: 4원, 다른 플레이어의 핸드에서 카드 2장을 드로우 한다, 이 중 돈 카드 1장을 제거하거나 뺐어온다. 나머지 카드는 버린다.
얼마 전 다다 묻고 답하기 게시판에 재미있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도미니언이 과연 '질리는 것이 가능한' 게임이냐는 것이죠? 그런 질문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도미니언의 위엄을 보여주는 것이겠습니다만, 애석하게도 도미니언은 생각보다 쉽게 질리는 게임입니다. (저와 같은 경우는 온라인으로 100판 정도 하고 일단 본판에 좀 질렸습니다.) 사실 도미니언은 처음 접했을 때의 그 강렬한 인상과는 달리, 단점도 꽤 있는 게임입니다. 푸에르토리코와 같이 단점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게임과는 좀 달라요. 도미니언 본판의 단점은 대략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첫째, 도미니언은 콤보 구성이 생각보다 단순한 게임입니다.
도미니언은 25종의 액션 카드를 사용하는 게임입니다만, 그 25장이 모두 콤보를 이룰 수는 없습니다. 25장 중에서 콤보가 가능한 조합은 사실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유명한 Village + Smithy라든가, Festival + Library, Labortory + Labortory 혹은 문제의 Throne Room을 사용한 복불복 콤보 같은 것이 대표적이겠지요. 도미니언에서 콤보 구성이 어려운 이유는 게임 자체가 매 턴의 초기 자원을 카드 5장, 액션 1개, 구매 1개로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이 카드 5장, 액션 1개, 구매 1개를 다양한 액션 카드의 효과를 조합해서 늘려주는 것이 도미니언의 기본입니다. 이 중 구매가 상대적으로 효과가 덜한 옵션이라고 본다면, 결국 콤보라는 것은 단순합니다. 화려한 콤보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사용가능한 액션의 갯수를 늘리고, 다음으로 사용가능한 액션 카드의 숫자, 즉 카드의 숫자를 늘려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도미니언에서 콤보의 기본은 액션을 2이상 추가해주는 카드와 카드를 2장 이상 추가해주는 카드를 조합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문제는 분명한데요. 우선 액션을 늘려주는 카드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도미니언 본판의 카드에서 액션을 2이상 늘려주는 카드는 Village와 Festival 밖에 없으며 따라서 콤보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두 장의 카드가 일단 필요한 것입니다. Village + Smithy, Moat, Council room, Witch 혹은 Festival + Library, Smithy, Council room 등이 콤보의 기본입니다. 그 외 액션을 소모하지 않으며 카드를 기본으로 2장 늘려주는 Labortory + Labortory라는 단일 액션카드 콤보, Throne Room을 이용한 다양한 콤보 등이 가능하지만,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도미니언의 콤보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3인플 이상에서 Village가 섞여 있을 때 Village가 매진되지 않는 경우는 거의 드물 것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Village나 Festival이나 Throne Room이 게임에 없을 때 혹은 Village나 Festival이 있더라도 이와 Smithy, Council Room, Library가 없을 때 의외로 강력한 콤보를 짜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둘째, 때문에 많은 경우 액션 카드를 사는 것보다 돈을 사는 것이 이득입니다.
도미니언 본판에서 가장 강한 전략은 무엇일까요. 물론 Thief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고, 초반 Militia에도 대처가 쉽지 않다는 약점이 있는 등 상황에 따라서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Chapel을 활용한 전략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는 통계에서도 어느 정도 증명이 됩니다.
(http://boardgamegeek.com/thread/597851/opening-card-strength 참조, 본판의 카드 중 첫 턴에서 Chapel을 구입한 경우보다 승률이 높은 경우는 Witch를 구입한 경우 밖에 없습니다. 이건 그나마 확장을 포함한 상태에서의 게임 내용입니다. 확장을 포함하지 않는다면 Chapel의 승률은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더군다나 Chapel은 Witch 상대로도 매우 강력합니다.)
실제 승률이 높은 것도 있지만,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플레이어들이 Chapel을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Chapel은 강하면서도, 단순하고, 변수가 적기 때문입니다. 액션 카드를 중심으로 하는 콤보가 덱을 최적화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초반 드로우 운도 많이 작용하며, 그나마 Village 혹은 Festival이 없다면 시도조차 해볼 수 없는 것과는 반대로, Chapel을 이용하여 Copper와 Estate를 제거하고, Silver와 Gold 중심으로 덱을 만드는 것은 너무나도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전략입니다.
일단 Chapel의 강력함을 발견한 플레이어들은 이제 액션카드에 의존하는 플레이를 줄입니다. 그보다는 Chapel을 이용하여 저질 카드를 제거하고 비싼 돈을 구입하는 간단한 전략으로 연전연승을 거둡니다. Chapel이 없다면 Copper를 제거하면서 초반에 코인을 모을 수 있는 Moneylender를 사용한다거나, 초반에 Estate를 Silver나 더 좋은 카드로 바꿀 수 있는 Remodel을 사용한다거나, 다소 느리지만 꾸준하게 Copper를 제거할 수 있는 Mine을 사용하면서 덱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할 것입니다. 심지어는 Estate나 Copper를 없앨 수 있는 수단이 없을 때에도 몇몇 플레이어들은 Silver와 Gold를 구입하는데 혈안이 될지도 모릅니다.(그리고 이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패할 것입니다.) 이러한 전략, 덱의 Copper와 Estate를 제거하는 한편, 액션카드보다는 비싼 돈으로 승부하는 전략이 긱에서 유명한 'Big Money Strategy'입니다.
제 생각에 도미니언 본판을 단순하게, 그리고 또 질리도록 만드는 것은 바로 이 'Big Money Strategy'입니다. 이 전략이 단지 강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고, 이 전략이 단순하면서 강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이 전략을 사용하면서 플레이어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단지 하나입니다. 즉, 어느 타이밍에 승점 카드를 구입하기 시작할 것인지만 고민하면 됩니다. 대표적으로 Chapel을 사용한 전략은 매우 편합니다. Chapel로 Copper와 Estate를 무조건 제거하면서 돈 3원이 생기면 Silver를 사고 돈 6원이 생기면 Gold를 삽니다. 여유가 생기면 Smithy나 Council Room처럼 카드 드로우를 추가로 해주는 카드나, Market이나 Council Room 처럼 구매를 늘려주는 카드를 '1~2장' 구입합니다. 돈 8원이 생기면 그때부터 Province를 살지, 아니면 좀 더 참고 Gold를 더 모을지만 결정해주면 됩니다. Big Money Strategy에서는 도미니언의 최대 매력인 액션 카드의 참신한 조합을 생각할 여지 자체가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강하다는게 문제입니다.
셋째, 도미니언 본판은 플레이어 간의 상호작용이 거의 없거나 혹은 플레이어 간의 상호작용을 부추기는 카드가 매우 약합니다.
'Big Money Strategy'를 견제할 방법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이 전략은 기본적으로 덱의 효율을 극대화시킨 다음에 한 방에 승부를 보는 전략이기 때문에, 그 효율성을 낮추는 공격 카드를 사용하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도미니언 본판에서는 이러한 공격 카드가 매우 약하다는 것입니다. 아니 약하다기보다, 적어도 'Big Money Strategy'를 이기기에는 무리입니다.
Chapel을 이용한 덱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Thief입니다. 다만 Thief의 치명적인 단점은, 상대가 Gold를 사는 경우가 아니면, 거의 쓸모가 없다는 점입니다. Chapel을 이용한 플레이어는 Thief가 보이는 순간 덱 빌딩의 방향을 조금만 바꾸면 됩니다. 즉, Gold를 사지 않고 Silver만을 모으면서, 코인+를 해줄 수 있는 액션카드를 상당수 모으는 전략으로 전환한다면(이때 최상은 Chapel + Festival + Library입니다.) Thief는 거의 완벽하게 막힐 뿐더러, 오히려 다른 플레이어를 도와주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Thief는 상대의 카드 2장을 까서 돈 카드가 나오면 그 중 1장을 반드시 '제거'하거나 훔쳐와야 합니다. 이건 굉장히 운이 많이 작용하는 부분인데요. 만일 상대의 카드 2장을 깠는데, 승점 카드가 나온다거나 혹은 Copper만이 나오면 오히려 상대를 도와주는 카드가 되어버립니다. 따라서 누군가 Thief를 사는 것을 본다면 다른 플레이어들은 Gold만 안사면 그만입니다. Gold를 모으는 경우만 아니라면 다른 플레이어들은 Thief를 통하여 오히려 이득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위에 링크한 자료에서 Thief를 첫턴에서 구입하는 경우 승률의 비참함을 한 번 보세요.
Militia는 Chapel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공격 카드입니다. Militia는 Chapel이 초반에 많은 카드를 제거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Chapel의 초반 효율을 상당 부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상대가 손에 Chapel을 들고 있을 때에 Militia가 떠야 한다는 제약이 따릅니다. 특히 3-4턴에 상대가 손에 Chapel을 들고 있을 때 Militia를 쓸 수 있는지 없는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런 저런 운이 맞아 떨어진다고 해도, 최종적으로 Militia가 Chapel의 빠른 회전을 막아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장담을 하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특히 Moat나 Library가 있는 판이라면 Big Money Strategy를 사용하는 플레이어가 Moat나 Library를 1,2장 섞어주는 것만으로도 Militia는 힘을 잃을 것입니다. (애초에 Moat라면 모를까 Library가 있는 판이라면 Militia를 사는 건 손해보는 행동입니다.)
Witch는 첫턴 구입시 기대 승률이 Chapel보다 높은 몇 안되는 카드입니다. 일반적인 경우, 남보다 먼저 Witch를 구입해서 먼저 저주를 상대에게 먹일 수 있다면 그 판은 아마도 높은 확률로 이기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Witch와 Chapel이 같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상대가 Witch를 아예 배제한 플레이를 하면 모를까, 둘 다 Witch를 사용하게 되는 경우라면 아마도 승리는 Chapel과 Witch를 조합하면서 Chapel로 꾸준히 Curse를 제거하는 플레이어가 가져갈 것입니다. 즉, 불필요한 카드를 상대에게 먹임으로써 승리를 가져가려는 Witch는 불필요한 카드를 제거할 수 있는 Chapel에 상성상 약합니다.
초반 상대에게 효과적인 견제의 수단이 되는 동시에 덱에 Silver를 늘려주는 Bureaucrat와 같은 경우, Militia와 동일하면서도 좀 더 약합니다. Bureaucrat가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Chapel과 Estate가 같이 들고 있는 상황에서 Bureaucrat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Chapel 쪽에서 최종적으로 Estate를 모두 제거한 상황이라면 결국 Bureaucrat는 덱에 Silver를 추가하는 역할 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넷째, 따라서 도미니언의 전략은 의외로 단순한 편이다.
저는 도미니언 본판의 카드 밸런스가 매우 훌륭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전혀 달라지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Chapel, Festival, Witch, Labotory는 다른 카드들보다 표나게 좋은 경우에 해당합니다. 특히 Chapel은 문제의 카드입니다. Chapel 혹은 Moneylender, Mine, Remodel를 사용한 Big Money Strategy가 최강이며, 결코 이길 수 없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때에 따라서 Village + Smithy + Militia와 같은 단순한 콤보가 더욱 효과적일 때도 많고, Thief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 자체가 전혀 없어서 Big Money Strategy를 전혀 시도할 수 없는 경우도 생깁니다. 저는 상황에 따라 Big Money Strategy를 자주 시도하는 편입니다만,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Big Money Strategy를 시도하는 상대는 (특히 Chapel이 없는 경우) 또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Big Money Strategy를 상호작용에 중점을 둔 공격 카드 중심으로 이기기는 또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Big Money Strategy를 이기기 위해서는 Big Money Strategy보다 더욱 빠르게 덱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일종의 레이스입니다. 그리고 그 레이스를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카드는 Village/Festival + Smithy/Witch/Council Room/Library (추가로 + Militia) 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것입니다. 모든 셋팅에서 다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셋팅에서 '경쟁이 가능한 조합'은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이 점은 '레이스 포 더 갤럭시'를 도미니언보다 더 좋은 카드게임으로 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레이스 포 더 갤럭시'의 카드 조합은 도미니언보다 훨씬 유연하기 때문에 훨씬 다양합니다. 레이스 포 더 갤럭시는 매번 달라지는 핸드 상황 속에서 매번 다른 상이한 콤보를 만들어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반대로 이야기한다면 레이스 포 더 갤럭시에서 의사 결정(decision-making)은 도미니언보다 훨씬 더 어렵고, 바로 그 점이 레이스 포 더 갤럭시가 도미니언보다 더 '깊이' 있는 게임이라는 인상을 주는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그에 반해 도미니언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은 거의 둘 중 하나가 됩니다. Big Money Strategy를 가든가 아니면 Festival/Village + 추가 드로우를 해주는 카드를 조합하든가. 그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이 두 전략은 둘 다 덱의 효율을 극대화시킨다는 동일한 목표에 이루어지는 전략이며, 동시에 Big Money Strategy는 게임을 진행을 지극히 단순하게 만들고, Festival/Village에 근거한 조합은 턴을 진행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극적으로 늘림으로써 게임을 지극히 지루하게 만든다는 치명적 단점을 가집니다. (Garden + Woodcutter/Workshop의 조합이 있지만, 예외적인 경우에 속합니다.) 그리고 두 경우 모두 상대의 움직임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잉여에 가까운 Thief의 움직임을 제외한다면) '승점을 구입하는 타이밍'과 '남은 승점 카드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는 보드게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상호작용'을 극도로 제약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애초에 액션의 숫자가 기본 1회라는 점 때문에 이 게임은 콤보가 되는 카드의 조합이 의외로 명확히 정해져 있는 편입니다. 25종의 액션카드를 조합할 때 나오는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하다고 해봐야 대략 100판 정도 플레이한다면 (물론 100판 정도 플레이해야 질린다는 것도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만) 상황에 따른 정답의 도출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거의 모든 상황에서 플레이어는 자기 덱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에만 골몰할 것이고, 이는 게임을 단순하거나 아니면 지루하게 만들 것이고 여전히 플레이어들은 다른 플레이어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게임을 하게 될 것입니다.
도미니언은 단점이 없는 게임이 아닙니다. 도미니언의 메커니즘이 주는 참을 수 없는 중독성이 카드 밸런스 문제와 상호 작용 부족, 의사 선택의 단순함이라는 치명적인 단점들을 가려주는 게임인 것입니다. 당연히 도미니언은 전혀 질리지 않는 게임도 아닙니다.
하지만 도미니언의 이러한 단점은 확장을 추가하면 상당 부분 극복이 됩니다. 그리고 도미니언 본판에서 드러난 단점들을 가장 잘 메꿔주는 확장은 다름 아닌 '도미니언: 인트리그'입니다. 도미니언 인트리그는 이 점에서 완벽한 '첫번째' 확장입니다. 시사이드나 번영은 도미니언 본판의 단점을 메꾸어주지 않습니다. 시사이드나 번영은 도미니언 + 인트리그의 단점을 메꾸어주는 확장이기 때문입니다. 도미니언 본판의 확장으로 어떤 것을 넣을까 고민한다면, 주저없이 인트리그를 권하고 싶습니다. 인트리그는 도미니언 본판의 단점인 조합의 단순함과 의사결정의 평이함, 그리고 상호작용 부족이라는 문제를 상당 부분 메꾸어주는 확장입니다.
어째서 그럴까요. 이 점은 다음에 쓸 도미니언: 인트리그에 대한 글에서 설명하겠습니다. 다음에 쓸 글은 '도미니언:인트리그가 당신의 플레이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에 대한 글이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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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봤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본판만으로는 조합이 단조로운 데다가 인터액션까지 약해서 긴장감을 느끼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가끔은 컨베이어 벨트같다는 느낌 ;) 인트리그가 한글판으로 안 나온 게 참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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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대단한 분석글이네요 ㅎ
저도 느꼈던 부분을 잘 설명해주신듯..
다음글들도 매우 기대가 됩니다! -
너무나 좋은 글입니다. 유익하게 읽었습니다. 다음 글이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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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입니다!!!!^^ 다음글도 매우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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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ㅎㅎ... 제가 도미니언을 하면서 느낀 바, 하고 싶은 말이 여기에 다 담겨 있는 거 같네요.. ㅎ.. 정말정말 도미니언 애청자로서 동감 하는 바이고, 도미니언을 접하실 분들도 꼭 기본판까지만 사지 마시고, 인트리그 정도는 정말정말 꼭 사시길 바랍니다 ..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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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봤습니다. 도미 확장은 하나도 안해본 유저로서 다음글들 기대할게요 ㅎㅎ
저도 TS 전략 이런거 막 쓰고싶네요 ㅋㅋㅋ -
아따... 글 잘 쓰시네요. 재밌고 유익했습니다. 이제 막 도미니언을 시작한 초보지만 담편도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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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도미니언뿐 아니라 모든 덱 빌딩이나 보드게임이 가지는 고민이죠. 정형화. 제한된 플레이의 탈피.
이를 도미니언을 기준으로 잘 정리하셨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천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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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임에도 지루함 없이 읽었네요~ 대단한 분석이고 다음글이 기대되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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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글입니다. 안그래도 최근 도미니언의 재미에 점점 빠지고 있는 중이고, 확장도 돌려보진 못했지만 가지고 있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ㅎㅎ 이해가 많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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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언 최강의 카드는 Chapel이라고 항상 주장하는 저로서는 무척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10종류의 카드중 1종류를 자신만 사용한다는 조건이 있다면 저는 Chapel을 뽑을 것이고 10판 중 9판은 이길것 같다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상대가 Chapel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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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Chapel의 강력함은 Big Money덱이 아니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Chapel이 있으면 무조건 뽑아야 된다고 봅니다. 사실 제가 생각하는 Chapel의 유일한 대항마는 가면무도회라고 봅니다. 또 말씀하신 대로 Chapel이 있으면 플레이 패턴이 단조로와 져서 저희 모임에서는 Chapel은 금지카드로 지정되었지요.(정말 운수가 나쁜경우를 제외하고 Chapel이 있으면 보통 먼저 시작한 사람이 1등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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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분석적인 글 잘 봤습니다.
이 게시물은 룰연구소에 있어도 될 것 같네요.
다음 글이 기대됩니다. 빨리 올려주세요. -
이건 제 질문에 대한 완벽한 답이로군요.
다음글을 기대하겠습니다. -
우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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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동생이랑 2인플만 하는 저희도, Chapel은 금지카드입니다. Chapel을 뽑은 첫 턴에, 핸드에 Estate를 몇 개 들고 있느냐 하는 '운'적인 요소가 너무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금지카드가 있는데 시사이드의 Treasure Map입니다. 이것도 운의 요소가 너무 커서 금지입니다 ㅋㅋ -
정말 글을 잘 쓰셨네요! 한편의 논문을 읽는 것 같습니다. 다음글도 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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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분석글 잘 보았습니다.
저도 도미니언에서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카드가 무엇이냐고 한다면 역시 Chapel을 일순위로 꼽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Chapel처럼 강력하면서도 게임을 단조롭게 만드는 카드로 Pirate Ship이 떠오르네요. Chapel 보다는 그때그때 덱의 구성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긴 하지만.. 3인플 이상에서는 확실히 강력한 카드이죠. -
본판밖에 못해본 저지만 ㅠㅠㅠ 가장사랑하는카드는 당연히 채플이죠
전 15장 내외의 카드로 덱순환되는것을 느낄때 쾌감은 느낀답니다ㅡㅁㅡ -
예배당 최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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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언에 빠진지 약 2개월 가량 되었네요~
skeil님의 카드 분석글을 보며 기본판에서도 기본덱만을 열심히 플레이 한 후, 처음으로 두번째 추천덱인 Big-money를 시작했는데 바로 눈에 띄는 카드가 chaple이었습니다. 생각을 조금 해보니 의외로 간단하더군요. 제 개인적으로 주변에 도미니언을 소개하면서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예를 드는데, 저는 이 조합을 4드론 플레이라고 부릅니다. 뭐 대단한 유사성은 없지만요. ^_^
제가 처음 빅머니 조합을 연구하며 가장 먼저 생각한 전략인데, 이 전략을 벗어나는 플레이를 더 생각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만큼 강력하거든요. 이후의 게임에서도 덱 조합에 채플이 있으면 일단 채플부터 삽니다. 모험가(adventurer)가 있으면 더더욱이나 당연해지구요.
초반에 돈 구성이 어찌되건간에 은화 1개, chaple(예배당) 1개를 삽니다. 다음 드로우부터 중요해지는데요. 사유지(estate)는 무조건 제거합니다. 손에 은화가 들어온 조합이라면 때에 따라 다른데 은화를 사거나 금화를 삽니다.
이후 은화나 금화를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을 생각하며 동화를 남기고 그 외 모든 동화와 사유지를 제거해갑니다.
결과적으로 약 5-7턴 안에 덱의 총 카드수가 5~6장이 됩니다.
(채플 1장, 은화~금화 4장)
이제는 은화도 제거하며 모험가를 삽니다.
채플 1장+모험가 1장+금화 3~4장의 조합을 만듭니다.
모험가가 없을 경우 마을/도서관 등의 조합을 만들거나
아니면 속주 2장을 산 다음부터 승점카드로 덱이 말릴 경우 금화를 추가 구매합니다.
결국 모험가/그 외 카드 드로우 조합/금화 더하기 이 세 가지 전략을 유지하며 계속해서 속주를 구매합니다.
이후의 플레이는 상대가 같은 테크트리를 타지 않는한, 오히려 많은 액션 카드를 조합하는 20장 이상의 다른 덱에 비해 월등한 승률을 자랑합니다.
승리를 위해 이 테크를 타게 되면 다른 카드의 조합은 고려하지 않고 저 혼자만의 계산된 플레이를 시작하더군요. ^_^ 계산도 크게 상관없습니다. 동화 혹은 은화를 얼마나 제거해야 하는가.
그래서 도미니언 본판은 채플이 포함되는 경우, 의도적으로 채플을 사지 않고 다른 조합을 생각하지 않는 이상 결국 같은 플레이를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랬더니 살짝 질리더라구요. ^_^
정원을 모으는 가드닝도 막강한 전략이지만, 채플로 덱을 최대한 쥐어짜며 빠른 타이밍에 속주만 노리는 전략을 이기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배당을 견제할 수 있는 카드는 본판에 없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매우 공감가며, 매우 훌륭한 분석글을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어느 보드게임이나 단점은 있다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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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퍼가도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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