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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카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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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1 21: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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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메모선장
The Hobbit Card Game
호빗 카드게임은 놀랍게도 마틴 월레스의 작품입니다. 하드코어한 작품이 전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런 아기자기한 카드게임도 만드는군요.
아무튼 카드 65장이 전부인 이 작은 게임은 이능력 팀 트릭테이킹 게임으로, 각 플레이어가 쏘린, 간달프, 빌보, 스마우그, 볼그를 맡아서 각자의 능력을 활용하며 선악 대결을 벌이게 됩니다. 딱 2라운드만 진행하며, 2라운드가 끝난 뒤 선의 편이 얼마나 생존해있는가에 따라 판가름납니다.
게임에 사용하는 카드는 총 60장으로 5가지 색이며, 1부터 12까지 있고, 그 중 47장에는 흰색 별, 검은 투구, 혹은 담배 파이프가 그려져 있습니다. 트릭테이킹 자체는 보통 알고 있는 규칙과 동일해서, 선이 카드를 내면 그 뒤로는 모두 그 색깔의 카드를 내야 합니다. 없다면 다른 색깔을 내도 무방하며, 가장 강한 트럼프 수트는 보라색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트릭을 따면 트릭에 사용된 카드를 모두 가져와서 플레이어들에게 등록을 하는데, 이 등록 방식은 캐릭터마다 다릅니다. 간달프와 스마우그는 원하는대로 등록하면 되고, 빌보는 한 장을 자기에게, 한 장을 남에게, 볼그는 다른 플레이어에게 한 장을 등록하며, 쏘린은 랜덤으로 등록합니다. 이 등록 행위가 공격이나 치유, 혹은 능력 강화라고 볼 수 있는데, 선한 편에게는 투구가, 악한 편에게는 별이 데미지로 작용하며, 데미지를 입은 상태에서 반대 카드를 받으면 상쇄해서 치유를 할 수 있습니다. 파이프는 가지고 있으면 다음 라운드에서 더 많은 카드를 받은 후 그 중 사용하는 만큼만 골라서 쓰게 됩니다.
그렇게 라운드를 진행해서 라운드가 끝났을 때 데미지가 2 이상인 캐릭터는 죽습니다. 간단하죠. 10분에서 15분 남짓 걸릴까 말까 하는 간단한 게임입니다.
흔히 플레이어들이 각기 다른 능력을 사용하는 게임의 경우 캐릭터간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호빗도 마찬가지입니다. 캐릭터간의 능력은 명백하게 엄청난 차이가 있고, 팀간의 밸런스도 좋지 않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숫자가 적은 악의 편이 지기 쉬울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검은 투구가 많습니다. 검은 투구는 22장, 흰 별은 15장으로 7장이나 차이가 나는데, 게다가 악의 편은 라운드를 시작할 때 선의 편보다 더 많은 카드를 받은 후 그 중 필요 없는 것들을 버리고 시작합니다. 이때 악의 편에 들어간 별은 마구 버려지기 때문에 실제 차이는 더 심해집니다. 그래서 악의 편은 지든 말든 마음 편히 투구를 던지면 되는 것이죠.
또한 숫자의 평균치마저 투구가 약 7.13, 별이 약 6.33으로 차이가 납니다. 별에 트럼프 수트인 보라색 3, 6, 10이 있어서 투구의 보라색 8 한 장보다는 그나마 낫긴 하지만, 이게 잘 쓰일 가능성은 별로 없죠.
그리고 무엇보다, 캐릭터의 능력이 너무나 천지차이로 다릅니다. 스마우그와 볼그의 능력은 아무리 원치 않은 승리를 하더라도, 그러니까 별 밖에 나와 있지 않은 상황에서 승리하더라도 그걸 자기가 먹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의 편인 빌보는 두 장을 꼭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불리한 상황을 완전히 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쏘린은, 오... 쏘린은 랜덤으로 등록을 하죠. 영화에서의 그 멋진 이미지는 어디로 가고 이 게임에서는 피아 식별도 못하는 주정뱅이나 다름 없습니다. 3대 2인 상황에서 운이 좋아 별이 3장 투구가 2장 나왔다고 가정하죠. 선의 편은 생존이 최대 목적이기 때문에 투구를 받지 않아야 하는데, 이 상황에서 쏘린이 도끼춤을 췄을 때 선의 편이 피를 보지 않을 확률은 10분의 1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게 그나마 낙관적인 상황이니까 보통 쏘린이 이겼다 하면 반드시 아군 중 누군가가 뒤통수를 맞는다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물론 악의 편에게 데미지를 주는 것도 이득이라고 치면 이득을 볼 확률은 비교적 높아지겠지만, 애초에 악의 편이 이길 확률이 높은데다 투구가 더 많으니까 볼그 혼자만 남은 상황이 아니라면 악의 편은 치유가 딱히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결국 쏘린은 반드시 패배해야 한다는 얘기죠. 물론 스마우그가 이기는 것보다는 나을지 몰라도 이겨봤자 한명만 때릴 수 있는 볼그가 이기는 것보다는 훨씬 끔찍한 참사가 벌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라운드를 시작하는 것은 쏘린으로 정해져있으니, 악의 편은 힘을 합쳐 간달프를 죽이고 쏘린이 도끼춤을 추는 꼴을 감상하게 되더군요. 쏘린이 간달프와 빌보를 쳐 죽이고 스마우그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이 밸런스도 엉망이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게임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물론 치밀한 핸드 관리를 통해 실력을 대결할 수 있는 트릭테이킹을 바라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선의 편이 되면 불리함을 극복하고 승리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재미가 있고, 악의 편이 되면 유리한 고지에서 안정적인 상황을 굳혀가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죠. 각기 다른 능력으로 대결하는 게임에서 밸런스가 완벽하게 맞기도 힘들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꼭 맞지는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두시간 계속되는 게임이라면 불리한 상황에서 게임을 계속하는 걸 달갑지 않게 여길 사람도 제법 있겠지만, 호빗은 고작 15분 안에 한 판을 끝내고 캐릭터를 섞어서 다음 판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다음 판에는 누가 쏘린이 될 것인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겠죠. 영화로 익숙한 테마와 훌륭한 아트웍, 간단한 규칙, 무작위성의 재미와 이것을 극복하려는 노력,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퍽 경쾌한 게임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아무튼 카드 65장이 전부인 이 작은 게임은 이능력 팀 트릭테이킹 게임으로, 각 플레이어가 쏘린, 간달프, 빌보, 스마우그, 볼그를 맡아서 각자의 능력을 활용하며 선악 대결을 벌이게 됩니다. 딱 2라운드만 진행하며, 2라운드가 끝난 뒤 선의 편이 얼마나 생존해있는가에 따라 판가름납니다.
게임에 사용하는 카드는 총 60장으로 5가지 색이며, 1부터 12까지 있고, 그 중 47장에는 흰색 별, 검은 투구, 혹은 담배 파이프가 그려져 있습니다. 트릭테이킹 자체는 보통 알고 있는 규칙과 동일해서, 선이 카드를 내면 그 뒤로는 모두 그 색깔의 카드를 내야 합니다. 없다면 다른 색깔을 내도 무방하며, 가장 강한 트럼프 수트는 보라색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트릭을 따면 트릭에 사용된 카드를 모두 가져와서 플레이어들에게 등록을 하는데, 이 등록 방식은 캐릭터마다 다릅니다. 간달프와 스마우그는 원하는대로 등록하면 되고, 빌보는 한 장을 자기에게, 한 장을 남에게, 볼그는 다른 플레이어에게 한 장을 등록하며, 쏘린은 랜덤으로 등록합니다. 이 등록 행위가 공격이나 치유, 혹은 능력 강화라고 볼 수 있는데, 선한 편에게는 투구가, 악한 편에게는 별이 데미지로 작용하며, 데미지를 입은 상태에서 반대 카드를 받으면 상쇄해서 치유를 할 수 있습니다. 파이프는 가지고 있으면 다음 라운드에서 더 많은 카드를 받은 후 그 중 사용하는 만큼만 골라서 쓰게 됩니다.
그렇게 라운드를 진행해서 라운드가 끝났을 때 데미지가 2 이상인 캐릭터는 죽습니다. 간단하죠. 10분에서 15분 남짓 걸릴까 말까 하는 간단한 게임입니다.
흔히 플레이어들이 각기 다른 능력을 사용하는 게임의 경우 캐릭터간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호빗도 마찬가지입니다. 캐릭터간의 능력은 명백하게 엄청난 차이가 있고, 팀간의 밸런스도 좋지 않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숫자가 적은 악의 편이 지기 쉬울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검은 투구가 많습니다. 검은 투구는 22장, 흰 별은 15장으로 7장이나 차이가 나는데, 게다가 악의 편은 라운드를 시작할 때 선의 편보다 더 많은 카드를 받은 후 그 중 필요 없는 것들을 버리고 시작합니다. 이때 악의 편에 들어간 별은 마구 버려지기 때문에 실제 차이는 더 심해집니다. 그래서 악의 편은 지든 말든 마음 편히 투구를 던지면 되는 것이죠.
또한 숫자의 평균치마저 투구가 약 7.13, 별이 약 6.33으로 차이가 납니다. 별에 트럼프 수트인 보라색 3, 6, 10이 있어서 투구의 보라색 8 한 장보다는 그나마 낫긴 하지만, 이게 잘 쓰일 가능성은 별로 없죠.
그리고 무엇보다, 캐릭터의 능력이 너무나 천지차이로 다릅니다. 스마우그와 볼그의 능력은 아무리 원치 않은 승리를 하더라도, 그러니까 별 밖에 나와 있지 않은 상황에서 승리하더라도 그걸 자기가 먹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의 편인 빌보는 두 장을 꼭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불리한 상황을 완전히 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쏘린은, 오... 쏘린은 랜덤으로 등록을 하죠. 영화에서의 그 멋진 이미지는 어디로 가고 이 게임에서는 피아 식별도 못하는 주정뱅이나 다름 없습니다. 3대 2인 상황에서 운이 좋아 별이 3장 투구가 2장 나왔다고 가정하죠. 선의 편은 생존이 최대 목적이기 때문에 투구를 받지 않아야 하는데, 이 상황에서 쏘린이 도끼춤을 췄을 때 선의 편이 피를 보지 않을 확률은 10분의 1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게 그나마 낙관적인 상황이니까 보통 쏘린이 이겼다 하면 반드시 아군 중 누군가가 뒤통수를 맞는다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물론 악의 편에게 데미지를 주는 것도 이득이라고 치면 이득을 볼 확률은 비교적 높아지겠지만, 애초에 악의 편이 이길 확률이 높은데다 투구가 더 많으니까 볼그 혼자만 남은 상황이 아니라면 악의 편은 치유가 딱히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결국 쏘린은 반드시 패배해야 한다는 얘기죠. 물론 스마우그가 이기는 것보다는 나을지 몰라도 이겨봤자 한명만 때릴 수 있는 볼그가 이기는 것보다는 훨씬 끔찍한 참사가 벌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라운드를 시작하는 것은 쏘린으로 정해져있으니, 악의 편은 힘을 합쳐 간달프를 죽이고 쏘린이 도끼춤을 추는 꼴을 감상하게 되더군요. 쏘린이 간달프와 빌보를 쳐 죽이고 스마우그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이 밸런스도 엉망이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게임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물론 치밀한 핸드 관리를 통해 실력을 대결할 수 있는 트릭테이킹을 바라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선의 편이 되면 불리함을 극복하고 승리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재미가 있고, 악의 편이 되면 유리한 고지에서 안정적인 상황을 굳혀가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죠. 각기 다른 능력으로 대결하는 게임에서 밸런스가 완벽하게 맞기도 힘들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꼭 맞지는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두시간 계속되는 게임이라면 불리한 상황에서 게임을 계속하는 걸 달갑지 않게 여길 사람도 제법 있겠지만, 호빗은 고작 15분 안에 한 판을 끝내고 캐릭터를 섞어서 다음 판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다음 판에는 누가 쏘린이 될 것인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겠죠. 영화로 익숙한 테마와 훌륭한 아트웍, 간단한 규칙, 무작위성의 재미와 이것을 극복하려는 노력,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퍽 경쾌한 게임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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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해보고 싶은데 룰 읽기가 너무 귀찮은게 문제네요...후기 보니 더욱 하고 싶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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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린/ 트릭테이킹 자체는 별 다를게 없기 때문에 일단 시작하고 나면 금방 익힐 수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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