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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 모임게시판 팀웍 개발에 대한 코멘터리 (1)
  • 2013-04-16 20: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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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메모선장

제가 제작한 게임 팀웍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최근에 정리해봤는데, 나름대로 사연이 길어서 나눠 올려보겠습니다.


(1)


아이디어 착상

팀웍의 초안이 완성된 것은 2010년 5월 23일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이 게임 저 게임 아이디어가 떠오르는대로 만들곤 했는데, 팀웍도 그 중 하나였죠. 처음에는 팀웍이 아니라 조별 과제 게임이라고 불렀습니다.

팀웍의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된 계기는 간단해요. 그때 조별 과제가 몇 개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완벽히 엉망이었습니다. 뭘 진행하기는 커녕 조원을 모으는 것부터 힘들 지경이었죠. 다섯 명짜리 조였는데, 드롭한 사람도 있었고, 취직해서 안나온다는 사람도 있었고, 결국 저를 포함해서 두 명만 남아 조별 과제를 해야 했습니다. 그게 너무나 짜증나고 분했는데, 그런 한편으로 이런 부조리를 보드게임으로 만드는 것은 꽤 쉽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래서 우선 트럼프로 테스트 해봤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카드를 내고 같은 수트는 평점을 받는다는 기본 개념은 그때 이미 완성이 됐어요. 그 부조리는 현실을 시뮬레이트 한 거니까요. 이후로는 카드의 구성이나, 특수 카드 등 세세한 문제만 계속 변경했습니다.

아무튼 트럼프로 게임을 해보니 썩 나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 뒤에는 좀더 참여 인원을 늘리기 위해서 로스트 시티즈 카드를 사용했습니다. 점수 계산에는 마작 점봉을 썼구요. 출시된 제품은 점수 기록지를 사용하게 되어 있는데, 이렇게 바꾼데는 물론 제작비 문제가 가장 크게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점수를 기록하는 방식으로 테스트하기 시작하니까 그 나름의 맛이 있어서 괜찮더군요. 테마가 학점을 따는 거니까 쭉 점수를 기록하고 합산하는 게 다른 게임과 달리 각별한 느낌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수 카드


기본 시스템에는 딱히 손을 댈 이유가 없었지만, 게임을 완벽히 숫자만으로 하다보니 좀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티 게임이니까 특수 카드가 좀 더 들어가도 괜찮구나 싶었죠. 그래서 몇 가지가 추가되었습니다. 자기 차례를 건너 뛰고 마지막에 카드를 내는 것, 순서를 반대로 되돌리는 것, 등이 있었습니다. 파티 게임이니까 밸런스는 그다지 고려하지 않아도 됐고, 테마에도 딱 맞아서 테스트 그룹에서는 이 카드에 대한 반응이 썩 만족스러웠죠.


그런데 보드게임 제작자 모임에서 돌려보니 처음 해보는 사람들이 특수 카드를 사용하고 카드를 뽑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각각 기능이 다른데다, 사용한 뒤에 덱에서 카드를 뽑아 손을 보충해야 했는데 그걸 까먹곤 했던 것이죠. 그러다보니 '특수 카드를 아예 없애도 괜찮겠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괜찮게 들리더군요. 특수 카드 대신 숫자를 늘리면 인원도 늘어나고, 텍스트 의존도도 사라지고, 더 직관적인 게임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숫자 카드면서 특수 카드인 0만을 남기고 특수 카드들은 제거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게 과연 옳은 일이었나 싶기도 합니다. 특수 카드가 있을 때는 특수 카드를 쓰고 나면 새 카드를 뽑으니까 초기 핸드가 좋지 않아도 기대를 할 수 있었는데, 특수 카드가 사라지니까 핸드가 바뀔 일이 없어졌거든요. 그래서 이 한번의 패치 때문에 이후에 수많은 대안을 구상해야 했습니다.



숫자 구성


처음에는 트럼프나 로스트 시티즈로 했으니까 숫자가 1장씩 균등하게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프로토 타입을 제작하면서 2, 4, 8, 10 2매씩으로 변경되었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일단 짝수는 몇 개를 더해도 짝수라서 홀수에 비해 평균을 구할 때 나머지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가 많다는 이유도 있었고, 카드마다 넣을 일러스트 비용 문제도 있었습니다. 테스트를 했을 때처럼 트럼프나 로스트 시티즈로 대체할 수 있는 게임이 되는 것도 좀 문제가 있었구요.

그리고 평균치인 6이 없는 것은 물론 6이 안정적이라 득도 실도 크지 않은 묻어가기 카드였기 때문이죠. 지금에 와서는 4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 것 같긴 합니다만.

그런데 숫자 구성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초안처럼 다양하게 하는 편이 나중에 추가 규칙이나 스핀 오프 게임을 만드는 데 쓸 수 있어서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메인 캐릭터가 넷으로 압축 되어서 일러스트와 함께 나름의 캐릭터가 생길 수 있었고, 나름대로 만족합니다.



공모전과 디자이너 에디션 프로젝트의 시작


사실 2010년 7월에 보드게임 공모전이 있어서 팀웍을 투고했습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낙선이었죠. 팀웍은 나름대로 야심작이었기 때문에 좀 낙심했습니다.

그런 한편으로 7월 10일에 보드엠 사무실에서 보드게임 제작자 모임이 있어서 참가했습니다. 팀웍을 소개했는데 반응이 썩 괜찮았죠. 그리고 그때 피스크래프트 대표 갈기머리님이 디자이너 에디션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발표합니다.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지만 꽤 매력적인 프로젝트였죠. 그때만 해도 꿈에 부풀었는데 말이죠(웃음).


학점제


이때쯤 점수 계산과 기록이 귀찮으니 학점제를 도입하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와서 도입을 해봤습니다. 딴 점수에 따라 학점을 주고, 게임이 끝난 뒤에는 A학점이 가장 많은 사람이 1위를 하고, 그 뒤로는 B학점을 비교하는 식이었죠. 테마가 테마인지라 진짜 학점을 매기니까 테마적인 면에서는 썩 재미있더군요. 하지만 게임이 끝난 뒤에 학점 개수를 일일이 비교하는 게 기존의 방식보다 더 귀찮게 느껴져서 학점제는 폐기하게 되었습니다.



디자이너 에디션 심사


2010년 10월 2일에 혜화에서 디자이너 에디션 프로젝트에 참가할 작품을 심사하는 모임이 또 있었습니다. 이때쯤 카드의 전체적인 레이아웃이 결정되었고, 뒷면의 디자인도 완성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시연한 뒤에 학점제가 더 번거롭다는 의견, 특수 카드가 별로 필요 없는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죠. 이 의견들은 나름대로 고심한 뒤에 수용했습니다.

이후 10월 6일에 팀웍은 디자이너 에디션 1차 출시 예정작으로 발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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