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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웍 개발에 대한 코멘터리(3)(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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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0 09: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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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메모선장
(3)
마지막 대안
카드 교환이 번거롭다는 문제는 제작과 판매와 배포와 스핀오프 게임 제작 후에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슬슬 테스트하기도 힘들었죠. 여러 명이 필요한 데다 사실상 하나의 테스트 그룹에서 룰을 조정해가면서 수십 번을 한 탓에 이제 게임을 꺼내기도 민망할 지경이었으니까요. 한국에서 보드게임이 이렇게 사랑받는데도 대작이 쏟아지지 않는 이유는 시장 규모나 자본 문제보다는 이 '좋은 테스트 그룹의 부재'가 가장 크다고 봅니다.
아무튼 마지막 대안이 테스트 된 것은 2012년 8월 쯤이었습니다. 혼자서 팀을 이루면 12와의 차만큼을 점수로 받는다는 것인데, 간신히 테스트 해보니 다른 어떤 대안보다 나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낮은 숫자라도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많아지고, 높은 숫자는 반드시 팀을 이뤄야 하므로 자신이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다른 플레이어에게도 좋은 점수를 줘야 한다는 딜레마가 성립했습니다. 왜 진작 이 생각을 못했을까 싶은 방법이었죠.
아무튼 이 규칙으로 정식 업데이트를 하기를 바랐는데, 9월에 중고거래를 하던 중 우연히 팀웍을 재미있게 하고 있다는 분을 만났습니다. 부산에서 보드게임방 비슷한 것을 하시는 분이었는데, 학생들이 항상 찾고 재미있게 하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만든 게임을 즐기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팀웍을 학생들이 재미있게 할 거라는 제 예상은 어느정도 맞았던 셈이죠.
기쁨은 잠시 뒤로 하고, 마침 좋은 기회였으므로 이 분께 다음 패치를 먼저 테스트 해 주실 것을 긴히 부탁드렸습니다. 하지만 이 분께서는 지금 규칙으로 굉장히 재미있게 하고 있으니까 룰을 바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더군요. 결국 규칙이 번거롭다는 분도, 만족스럽다는 분도 있는 셈이었고, 저는 어느 쪽을 만족시킬 것인지 선택해야 했고, 결국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마치며
팀웍을 만들면서 느낀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철저한 계산에 의한 게임을 원하고, 누군가는 승부를 떠나서 웃고 떠드는 게임을 원하죠. 팀웍은 트릭테이킹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어느 쪽으로도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고, 그 때문에 개발 기간 내내 어느 쪽에 무게를 줘야 하는가 헤맸던 것 같습니다. 역시 특수 카드를 포함시키고, 드라이한 게임은 어드밴스 룰로 따로 뺐으면 일이 간단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게임이 제작된지 한참 지난 지금에 와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그리고 모임에서 하우스 룰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나 하우스 룰 소개 같은 것들을 보면 게임이 이미 제 손을 떠나 사람들이 나름대로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구나 싶기도 합니다. 하우스 룰이 만들어진다는 것 자체가 현대 상업 보드게임으로서 규칙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긴 하지만, 팀웍이라는 게임이 제가 구현하고자 했던 기본 개념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플레이 된다면 그것도 그 나름대로 좋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팀웍이 매니아들 사이에는 자리하기 힘들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몇 번을 플레이 해도 새롭게 탐구할 전략이 떠오르는 걸작은 아니니까요.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아마 흔히 브릿지 게임이라고 분류하는 미니 게임들 중 하나라고 인식되었을 겁니다. 발매한지 한참 지난 지금쯤이면 아마 구매한 분들도 까맣게 잊어버렸겠죠.
그러나 자신할 수 있는 것은, 팀웍이 수많은 게임들 사이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잃지 않고 갖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 해에도 수많은 게임들이 등장하고, 이 사이에서 잊히지 않으려면 고유의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팀웍은 간단한 현실 반영으로 그런 개성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팀웍이 받는 사랑이 얼마나 많거나 적은지 저로서는 알 수 없지만, 그럴 수 있었다는 데에서 만족합니다.
아무튼,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만들어진 팀웍은, 철저히 보드게임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을 요구하지 않도록 디자인되었고, 조별로 평가를 받아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습니다. 어쩌다 가끔씩 보드게임을 잘 모르는 분들과 시간을 보낼 일이 있을 때 즐겨주신다면, 디자이너인 저로서는 더이상 바랄 게 없겠습니다.
2013.03.28.
메모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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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선장님 요즘 모임에는 잘 안보이시네요 다음주에 엠티 가는데요 얼마전 처가집 갈때 카드게임 몇가지 챙겨갈 때 팀웍을 가져갔거든요 초등학생 애들과 했는데 계속해서 여러 판 돌린 기억이 있네요 애들이 매우 집중해서 하더라구요 게임 개발에 관한 글 재밌게 봤습니다 역시 쉬운게 없군요 또 좋은 게임 만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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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해 보진 않았지만 3편의 글 흥미진진하게 잘 읽었습니다.
나중에 팀웍을 해 보고 읽어 본다면 더욱 재밌게 느껴질 것 같네요~ -
메모선장 선생님 안녕하세요 스머프2 입니다
선생님께서 올리신 글은 며칠전에 읽다가 말아서 오늘 아침에 정독하고
이렇게 작으나마 댓글을 올립니다..ㅜㅜ -
흑흑 팀웍 탄생에 이런 많은 수고와 노력이 있엇네요ㅠ
선생님께서 같이 보내주신 디자이너 에디션 및 팀워크 사인판은
부산에 있는 게임 모임이랑 부산대 학생 분들께 사연을 설명하고 모두 전달하엿습니다^^
물론, 선생님 사인본은 제가 1부 가지고 있고염~
팀워크.. 하면 할수록 간결하면서도 재미있습니다
특히 현재 대학생 분들끼리 7~8분이서 할때가 가장 반응이 좋은듯 합니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역시 조별과제는 열심히 하는 분들만 열심히하고 아닌 분들은
쏙쏙 빼먹기를 하는 ... ㅋ 지나보면 다 추억이겟지요^^ -
제가 게임을 나눠주면서 메모선장님 께서 다다에서 활동하시고 굉장히 미남 보드게임 디자이너로
소개햇습니다 그리고 역시 팀웍은 입을 털면서 하는게 제맛이더군영~
한장 한장 카드를 쓸때마다, "내 과제량에 밥그릇 올리지마~ / 헤헤 선배 나좀 낄께용~ " 머..
요런 식으로 ㅋㅋ
지금은 물론 디자이너 에디션이라는 간략화? 된 버전으로 만나지만 언젠가는 정식 발매로
선생님의 작품이 재평가 받을 때가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부산에 오실일이 잇으시면, 011-9534-317삼 으로 미리 연락주시면
저희 가게 오셔서 같이 게임도 하시고 약소하나마 식사라도 한번 같이 했으면 좋겟습니다ㅠㅠ
제작 코멘터리 거듭 감사드립니다ㅠㅠ 보내주신 게임에 대한 보답을 꼭 드리고 싶어용 ㅠㅠㅠ
연락 한번 주세용~ 스머프2 올림. -
역쉬 메모선장님의 필력은 대단하네요. 단숨에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는 글이었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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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뇽_베르사체/ 감사합니다. 애들이 재미있게 했다니 저로서는 더 기쁜 일이 없네요. 모임은 저도 슬슬 먹고 살 걱정 하다보니 나가지 않게 된 지 좀 되었습니다.
콩먹기짱싫어/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게임도 해보시면 좋겠네요:)
스머프2/ 저때는 사람들이 재미있게 하고 있다는 소식 전해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부산이야 좀처럼 갈 일이 없긴 합니다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뵙겠습니다:)
후겔겔/ 모자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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